고막사람 027_우주는 무한해서 또 우주 위주 (의식의 흐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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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막여친 말고, 고막남친 말고, 그냥 고막사람 둘이 고막을 울리는 모든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바다 건넌 펜팔.
[✍️ by 🐳프로듀서 오막 x 🍊작가 한아임]
💌 매달 1일, 15일에 발송 💌

오막아,

우주에도 프레임 레이트가 있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러니까, 우리가 사는 이 세계가 빛의 환상이라는 것이다, 스크린에 비친 영화와 마찬가지로.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이렇다 할 줄거리 없이 환상적으로(?) 떠오르는 노래를 공유해 보겠다.

Beach House – Space Song

몽롱하다. 우주란…!

아무튼 우주 프레임 레이트에 대한 건, 아직 과학적으로 증명이 된 것은 아닌가 보더라. 하지만 딱히 출처가 어디라고 할 것도 없이 다양한 종교/영성 전반에 걸쳐 암시되는 개념이다. 프레임 레이트라는 단어를 쓰는 건 아니지만, 모든 게 허상이라는 것.

게다가 우리를 구성하는 딱딱한 듯한 ‘물질’이라는 것이 사실 거의 텅 빈 공간이라는 그런 과학 연구 결과는 이미 있는 모양이다. 우리가 ‘정해져 있다’고 여기는 것이 사실 에너지라는 것이다. 즉, 무슨 불변의 것이 아니라, 에너지 자체는 생성되지도 소멸되지도 않으나 그것으로 인해 태어나고 죽는 모든 것은 고정되지 않았다는 것이 과학적으로도 증명되는 중이라는… 정도로 나는 이해하고 있다.

하지만 과학이 증명하길 기다릴 필요가 없다. 누군가가 직접 경험한 건 그 어떤 통계 데이터보다도 그 사람의 것이다. 어차피 의식 확장을 해 가는 사람들의 경험담을 들어보면, 하나같이 말하는 게 “말로 설명하기 어렵다”이다. 말로뿐이랴? 공식으로도 암만 설명해봤자다. 굳이 의식을 확장한 사람까지 갈 것도 없다. 아무리 같은 뮤지션의 같은 제목의 노래더라도, 네가 듣는 노래는 내가 듣는 노래와 다르다. 심지어 같은 사람이 듣더라도 들리는 것이 디바이스마다 다르니까, 네가 지난 편지에서 말한 것처럼 차에서 자기 곡을 들어보는 뮤지션도 있는가 보다.

그런데도 과학의 ‘객관성’을 기다리는 건 마치 초콜릿 아이스크림을 맛있어해도 되는지를 알기 위해 그 분자 구성 요소 분석을 기다리는 것, 혹은 무지개의 파란색의 주파수를 앎으로써 파랑의 의미를 이해하려는 것, 아니면 사랑하면 분비되는 호르몬의 목록을 알아야 누군가의 사랑을 확인할 수 있다고 믿는 것과 같다.

과학도 믿음이니까. 유용하긴 한데, 그 믿음이 추구하는 과정 때문에 늘 현상 이후에 등장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과학을 통해 얻는 것만큼 잃는 것도 생긴다.

나는 시계라는 도구를 보며 요즘 그런 생각을 한다. 요즘 시계를 거의 안 보는데, 시계를 볼 때보다 시간이 많아졌으며, 내 안의 ‘시계’가 작동할 수 있게 됐다. 시간이 많아졌다 함은, 하루에 내가 하는 여러 활동의 결과를 종합해 본 바, 진짜로다가 시간이 많아진 효과를 가져왔다는 얘기다. 잠도 더 자고, 명상도 더 하고, 일은 똑같이 하는데, ‘하루’라는 것이 예전보다 느리게 간다. 왜? 시간을 관리해서가 아니라 관리하지 않아서!

시간은 필요한 만큼 주어진다. 필요한 시간이 없다고 여기면 딱 그 믿음대로, 필요한 시간이 주어지지 않는다. 바로 그런, 필요한 시간이 없다고 믿던 게 시계를 보던 시절의 내 상태였는데, 시계를 안 보니까 절로 병이 고쳐진 거다. 정말이지 병이었다고 생각한다. 시계라는 도구가 필요할 때도 있지만, 안 필요한데 중독되어 있었던 거다. 나는 시계가 필요하다는 믿음이 있는 병이 있었다.

Coldplay – Clocks

위 노래의 가사에 이런 부분이 나온다.

You are
Home, home, where I wanted to go

이 ‘집’이라는 개념도 요즘 자주 생각한다. 알고 보니 내가 ‘집’에 관해 맺힌 게 많았더라고. 물론 원래도 ‘알았다’고 할 수 있긴 한데, 그건 머리로만 아는 거였다. (뭐, 어릴 적 다른 나라로 가서 그 나라 말을 못 했기에 집을 그리워했다든지, 그런 표면적인 거.) 근데 얼마 전에 몸으로 그걸 이해하고 진짜로 알게 되었거나 알기 시작하게 된 것 같다.

알게 된 거랑 알기 시작하게 된 것 사이의 구분을 못 하는 이유는, 모르는 건 모르기 때문이다…! 모르는 걸 모르니까 알 게 더 있는지 다 안 건지 모른다…!

아무튼 ‘집’ 생각하다 보니 또 떠오르는:

Cat Power – I Found a Reason

위 노래에는 이런 가사가 나온다.

And you better come, come
Come, come to me
Better come, come, come, come, come to me
Better run, run, run, run, run to me
Better come

집은 아니지만, 일단 come 과 home은 라임이 되며, 오라고 하는 게 집으로 오라고 하는 것으로 들린다.

그리고 생뚱맞게, 나는 V for Vendetta에 등장한 이 OST 앨범 표지에 있는 나탈리 포트만의 완벽한 두상을 보고 5월에 삭발을 했지. 고막사람에선 아직 얘기를 안 한 내용 같다.

나의 두상은 그녀의 두상만큼 완벽하진 않다. 나탈리 포트만은 정말이지… 만약 가장 완벽한 두상의 마네킹을 만든다면, 나탈리 포트만 머리를 모델로 해서 만들 만큼 완벽하다. 아무튼, 나는 무슨 반항이나 깨달음을 위해 삭발한 건 아니고, 평생 해보고 싶었는데 이번이 아니면 또 차일피일 미루다 못 할 것 같아서 해봤다. 일단 처음 느낌은 ‘별 느낌이 없잖아?’였다. 머리카락에 대해 내가 별로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머리를 자르기 전에 재 봤는데, 가장 긴 가닥이 60cm였고, 그 상태에서 6mm 바리깡으로 밀었으니, 100분의 1 길이가 된 것인데도 별 감흥이 없었다. 감흥이라면 간지럽고 재밌다 정도? ㅎㅎㅎ 그리고, 엄마가 집에서 밀어줬는데, 나는 숱이 진짜 많거든. 그래서 머리 미는 과정에서 정말 참말로 머리카락이 여기저기에… 하… 그리고 머리가 길면 그냥 눈에 보이니까 주우면 되는데, 머리가 너무 짧으니까 여기저기 박히더라…? 당황스러웠음.

지금은 V for Vendetta의 삭발을 넘어서, 중경삼림 상태다.

중경삼림(重慶森林, Chungking Express) OST – 몽중인(夢中人 – 王菲, Faye Wong)

그런데 이 영화에 나오는 배우처럼 머리를 다듬지를 않아서, 머리가 자기 자라고 싶은 방향으로 자라는 중이다. 나는 사람 머리가 이렇게 정해진 운명이 있는지 몰랐다. 옆에 있는 애들은 알아서 중력을 따라 아래로 자란다. 뒷머리 중에서도 아랫부분 역시 그렇다. 그런데 뒷머리 윗부분은 (딱 아랫부분과 윗부분이 구분이 됨) 그냥 똑바로 자란다. 그러니까, 아래로 자라는 게 아니라 옆으로 자람. 두피로부터 똑바로 ㅋㅋㅋㅋ ㅠㅠㅠ 그래서 머리가 커 보이는 상태다. 중력에 굴복하려면 좀 더 자라야 하는가 보다. 윗머리도, 아직 중력에 굴복하지 않아서 위로 위로 자라는 중이다. 이것은 마치 사방으로 숱이 풍성한 검은 잔디인형 같다. 이렇게 원래 머리의 윗부분 + 뒤 중에서도 윗부분은 중력을 거스르며 자라니까, 머리 긴 사람들이 뿌리 볼륨에 신경을 쓰게 되는 건가 보다. 원래 중력을 거스르는 게 맞으니까…! 아니면 설마 나만 이런가? 나의 머리카락만 숙명론자들인가?


아무튼, 그래, 맞다. 우주가 고정된 것이 없는 허상이라는 이야기를 하다 보면 허무해하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 반면 엄청난 자유를 느끼는 사람들도 있는데, 나는 후자 쪽에 가깝다. 우리는 이야기고 이야기 속 인물들 전부이며 작가이고 신이다. (이런 비슷한 말들이 성경에도 나오고 불경에도 나온다. 우리는 전체고, 전체가 우리다.)

우주가 시뮬레이션/홀로그램이라고 했을 때 허무함을 느낀다면, 소설 등 픽션이 허구이기에 가짜이거나, 덜 중요하거나, 심지어 가치가 없다고 여기기도 할까? 잘 모르겠다. 그렇지 않다면 왜 세계가 허상이라는 게 허무하거나 슬프거나 좌절감이 들까?

나는 픽션에 진심이라서 그런 건지, 세계가 허상이라면 오히려 천만다행이다.

BEAST – Fiction

이 노래 엄청 들었었는데…! 아련 돋는다.

아무튼 픽션 이야기 속 모든 감정들과 경험들이 진짜이듯, 우주가 허상이든 말든 우리의 감정 경험도 진짜다. 진짜라서 고정되어 있고 불변하다는 게 아니라, 진짜라서 잘 흘러간다. 게다가 심지어 우리는 무한해. 에너지는 죽지 않아. 어마어마해. 장난 아니야.

나는 지금보다도 더욱더 이 세계가 허상이라고 믿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더 그러지 못하는 게 한탄스럽다. 픽션이 픽션임을 알아서 느낄 수 있는 권능과 자유가 있다. 힘이 엄청난데 너무 당연해서 그 힘을 마음대로 휘두를 필요조차 없는 느낌이 있잖아. 그걸 “진짜 삶”에서도 느낄 수 있다면 얼마나 자유로울까.


지난주 편지에서 포스트 말론에 대한 오막의 절절한 팬심이 느껴져서 Austin 앨범을 통째로 순서대로 들었다. 강렬함이 느껴진다. 약간 놓은 느낌? 시원하게 내지른 느낌? 이 든다.

그런데 말 서방 (포 서방?) 진짜 쵸끔 괘씸하네 ㅋㅋㅋ 여지껏 내한을 안 했었다니…! 그러나 이제라도 동방예의지국을 방문한다니 잘되었구나.

오막이 언젠간 포스트 말론을 만나 대화를 하고, 성공한 덕후가 되길 바란다. 내한 후기를 기대하겠다. 그리고 2차 일본 여행을 즐겁게 하고 오길 바란다.

일본 하니까 또 아련 돋는 것이:

DJ Okawari – Flower Dance

또랑또랑해서 너무 좋아. 앨범 아트를 Marumiyan라는 사람이 그렸다는데, 아련해.

그럼 이만 총총
-아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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