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막사람 029_늦여름 이열치열 겸 이끈(적)치끈(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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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막여친 말고, 고막남친 말고, 그냥 고막사람 둘이 고막을 울리는 모든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바다 건넌 펜팔.
[✍️ by 🐳프로듀서 오막 x 🍊작가 한아임]
💌 매달 1일, 15일에 발송 💌

오막사마,

일본 여행에서 태풍을 뚫고 무사 귀환한 것을 축하한다네. 마리오와 루이지 할머니들이 참말로 귀여우시구나.

그리고 재하, 시온, 잠비노 영상 잘 봤다. 오막이 요즘 사람들의 퍼포먼스를 추천해 주는 걸 보면서 나는 에너지를 얻는다. 아뉘 이 사람들 왜케 애기애기해. 볼살 왜케 오동통해 너무 귀엽다. 분명 멋진 아티스트들이지만 한아임은 이제 이분들의 귀여움부터 보이는 인간 개체가 된 것이다…

근데 난 강아지 똥 봉투라는 가사가 왜케 좋지 ㅋㅋㅋ 영상 시작부터 몰입이 확 되네. 강아지 키워본 적은 없지만, 가사의 디테일함에 무브됨.

갑자기 생각나는데, 우리 집 건너편에 풀과 수풀이 자란 곳이 있다. 그곳이 온 동네 강아지들의 배변 장소다. 완전 핫플레이스야. 다들 산책하다가 거기서 꼭 멈춘다. 자기네 친구들의 살림살이는 요즘 어떤지 알아볼 수 있는 장소가 바로 거기인가 보더라. 그들은 직접 마주치지 않더라도 향기로운 메시지로 소통하지… 그래서 그쪽으로 난 우리 집 창문을 내다보면, 온갖 사이즈의 강아지들이 킁킁댄 후 몇 바퀴를 제자리에서 돈 다음 볼일 보는 모습과 함께, 그 강아지 소유의 인간이 그 볼일을 치우는 모습을 때때로 구경할 수 있다.

그건 그렇고, 우리가 미래에 떠날 여행 말이다. 많은 부분이 혜원사마의 스케줄에 달려 있는 것 같다. 오막과 나는 직장인이 아니지 않은가.

올해 말부터 내년 초까지는 혜원사마의 각종 인생 변화와 함께 그녀의 생업 패턴에도 변화가 있지 않을까, 한다. 혜원사마도 여행을, 특히나 작업을 염두에 둔 여행을 원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혜원사마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의 가장 바쁜 시기는 9월에 끝나는 걸로 알고 있다. 그 이후에 오막과 내가 카톡으로 그녀를 급습(!)하여, 여행 계획에 대해 물어보면 좋겠다.


한편, 이 편지를 쓰고 있는 9월 초, 남부 캘리포니아의 날씨는 급격하게 서늘해졌다. 그러나 불과 1주일 전까지만 해도 낯선 끈적끈적함과 더위가 지배적이었다. 이것이 기후변화란 것인가 보다. 10년 전에는 여름이 이렇게 끈적한 느낌이 들지 않았었는데, 요즘에는 끈적하다.

나는 심으뜸 님이 유튜브에 수년 전에 올린 코어 운동 영상에 나오는 말을 상기했다. 이렇게 습하고 끈적한 여름날에는 땀 난 김에 코어 루틴 한 번씩 해주고 샤워하면 쌈빡하다는 취지의, 그런 말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 말을 실천하고자 이번 여름에 운동도 열심히 하고 스트레칭도 열심히 했다. 특히나 스트레칭을 할 때 이열치열의 정신과 흡사하게, 끈적함을 거부하는 대신 그것을 맥시멈으로 포용하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은 듯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왜냐하면 끈적함에 저항해봤자 그것은 너무나 막강한 힘이기 때문이다. 한낱 인간인 나는 여름을 막을 수 없다. 선풍기나 에어컨 트는 것도 잠깐이지, 아무리 작은 소리로 그 애들이 돌아가도 시간이 좀 지나면 머리가 멍-해진다. 그래서 잘 안 튼다. 차라리 물샤워를 여러 번 하는 게 낫지.

그런 측면에서, 삭발의 타이밍이 매우 절묘했다고 하겠다. 머리가 길었으면 하루에 여러 번 감는 건 엄두도 못 냈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아주 자신 있게! 마구마구! 물샤워를 하루에도 여러 번 할 수 있었다.

아무튼 그래도 전반적인 하루 중에는 끈적함이 지배적이기 때문에, 걔를 받아들이고자 끈적한 노래를 찾아 듣게 됐다.

Mama Saturn – Tanerélle

이 뮤직비디오는 정말이지 끈적하다. 나에게는 너무 끈적해서 비주얼까지 감상하기에는 투머치다. 기본적으로 나는 살색이 너무 많은 걸 별로 안 좋아하는 것 같다. 이것은 넷플릭스 드라마 같은 걸 볼 때도 마찬가지인데, 내 살도 아니고 내 사람 살도 아닌 웬 다른 사람들의 살을 굳이 오래 쳐다보고 싶지가 않다, 이 말이다

이러한 감정은 무슨 보수적인 비섹스주의 같은 사상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남들이 얼마든지 살을 드러내든지 말든지, 섹스를 하든지 말든지, 둘이서 하든지, 셋이서 하든지, 여럿이서 파티를 벌이든지, 나로서는 상관이 없다. (예외는, 대중교통 같은 공공장소에서 살이 의자 같은 곳에 닿을 정도로 노출이 심한 경우다. 그쯤 되면, 나는 그 사람 땀도 싫은데 심지어 병이 옮을까 봐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그들이 뭘 하든지 간에, 별로 내가 보고 싶진 않단 말. 일반적으로 길을 가다 보면 옷을 훌렁훌렁 벗다시피 입은 사람들을 볼 수 있는데 (this is California), 그런 경우에는 그냥 지나쳐 가면 그만이다. 그러나 스토리가 있는 영상 매체에서 살이 덩어리덩어리로 나올 경우, 난처하다 이 말이지. 나는 살을 소비하러 온 것인가? 아니라고 생각했으나 살이 너무 많다면?

이를테면 넷플릭스에 가면, 썸네일이 살 반 옷 반인 것 같다. 심지어 스페인어 공부를 좀 해볼까 하고 드라마를 이것저것 보기 시작했는데, 드라마 안에서도 내용 자체가 살 반 옷 반이다. 이것은 비주얼적으로도 그렇고, 스토리적으로도 그렇다. 스페인어 공부할라고 드라마를 보는데 인간들이 섹스하느라 말을 안 한다. (…) 아니, 살 반 옷 반이면 다행이지. 살 80 옷 20인 때도 많은 것 같다.
파레토 법칙을 떠올리게 한다. 위키피디아 왈: “전체 결과의 80%가 전체 원인의 20%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가리킨다. 예를 들어, 20%의 고객이 백화점 전체 매출의 80%에 해당하는 만큼 쇼핑하는 현상을 설명할 때 이 용어를 사용한다. 2 대 8 법칙이라고도 한다.”

살과 옷이 8 대 2라면, 전체 드라마 결과의 80%가 원인의 20%인 옷으로부터 비롯되는가? 이 경우에는 아닌 것 같은데… 80%의 살이 드라마의 전부인 것 같다. 그렇지만 2:8은 2:8이네…
가르마도 생각난다.

영어 드라마도 2:8의 비율이 꽤 되는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어 드라마는 참 한국어 공부하기에 유용할 것으로 여겨진다. 그렇지 않은가? 아무리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에서 키스신이 나와도 키스는 웬만해선 5초면 끝난다. 나머지는 다 한국어를 공부할 수 있는 기회다.

그러나 영어와 스페인어는 어떠한가… 그들은 말 따위는 중요치 않다고 여기는 것 같다.

그냥 야동을 보면 되지 왜 굳이 넷플릭스에서 드라마를 찾아보는가? 야동의 스토리텔링이 별로라서인가? 야동을 원한다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인가? 다 벗는 건 싫고 20%는 남기길 원해서인가?

살이 목적이 아닌 듯한데도 살이 주인공처럼 나올 경우, 나는 혼란스럽다. 야동은 혼란스럽지 않다. 행위예술에 나체가 나오는 것도 혼란스럽지 않다. 사우나의 나체도 혼란스럽지 않다. 그러나 넷플릭스 드라마의 8:2는 혼란스럽다.

끈적거리는 여름 얘기를 하다가 별 얘기를 다 한다. 아무튼 이 곡의 가수분의 목소리가 참 매력적이다. 중성적인 목소리, 멋지다. 이분의 다른 곡들도 비슷한 분위기를 풍기는데, 헤어스타일이며 옷까지, 자신이 나타내고자 하는 느낌의 현현이다.


다음 곡도 적당 끈적이 참말로 적절하다.

Joanna – Séduction

내가 뭔 뜻인지 못 알아듣는 프랑스어 가사라는 점도 플러스다. 그렇지만 제목이 뭔 뜻인지는 알겠다.

프랑스어는 참 오래도록 “아, 무슨 뜻인지는 몰라도 발음을 그럴싸하게 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여겨왔던 언어인데, 계속 그렇게 여기기만 할 뿐, 실천에 옮기진 않았다.

근데 요즘 다시 외국어를 좀 잘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아까 말한 스페인어 (완전 초급), 그리고 독일어를 다시 파고 있다.

세상은 넓고 재밌는 건 너무 많다. 휴. 요즘 급격히, “우왕 신난다”와 “나는 절대 이걸 다 하고 죽을 수 없어” 사이를 오간다. 그러한 왔다 갔다함이 옛날보다는 좀 더 멀찍이서 바라보는 느낌이라서 침착스럽긴 하다만, 그래도 그렇다.

게다가 “나는 절대 이걸 다 하고 죽을 수 없어”는 나의 제한적인 관념인가? 그런 생각도 든다. 사실 나는 한국어 영어 독일어 스페인어 프랑스어 일본어 기타 등등을 유창하게 할 수 있는 사람인데, 내가 그럴 수 없다고 생각해서 못 하는 거 아닌가? 그럴 수 없다고 생각할 시간에 살 반 옷 반 나오는 스페인어 넷플릭스 드라마의 살 말고 옷 나오는 부분을 골라서 5분이라도 더 봤으면 벌써 스페인어 장인이 되어 있을 수 있었던 거 아닌가?

막 그런 생각이 든다. 뭘 막 열심히 엄청 힘들게 더 해야 한다는 느낌보다는, 그냥 당연히 자연스럽게 할 수 있었을 것을 괜히 내가 못 한다고 제한한 게 아닌가.


다음 노래는 뭔가 마녀스러운? 종교 의식적 리듬? (영상이나 리듬으로 느껴지기에는 미국 남부 느낌?) 그런 느낌이 있어서, 요것도 끈적함을 맥시마이즈 하기에 좋다.

Greentea Peng – Spells

그런데 찾아봤더니, 이 가수분은 영국인이시라고 한다. 뮤직비디오도 런던에서 촬영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위의 곡들과는 달리 완전히 끈적한 분위기는 아닌 데다가 가사가 없는 곡이지만, 제목부터 Night Heat이며 넘나 좋은 곡이 있다:

Night Heat – Skygaze

이 사람 곡을 전에 인스타 스토리에선가 공유했던 것 같은데, Artlist에서 우연히 찾은 사람이었다. 그 이후에 스포티파이로도 찾아서 듣는데, 나는 너무 좋아… 도시 열대야의 느낌이다. 이것이 도시인가…!

그러하다. 오막은 요즘 기타를 배운다고 했었지? 그것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 재미진가? 좋은가?

우리 엄마가 자주 하는 말 중에 이런 말이 있다. 지금 엄마가 뭔가 새로운 것을 배우기 시작해서 죽을 때까지 한다면, 엄마가 평균 수명(80대?)까지 살다 죽는다고 가정할 때, 적어도 20년 이상은 그 새로운 것을 하다 죽을 수 있다는 얘기다. 그 말을 들으면 “와우, 새로운 것을 할 기회는 엄청 많다!”고 생각이 들면서도, 아찔하다. 나는 엄마 나이의 절반 정도인데, 엄마보다 더 많은 새로운 걸 할 수 있을 시간에 무엇을 하고 있는가? 예전보다 시간을 덜 절대적으로 해석하기에 부담이 줄어들긴 했다만, 그래도. 주어진 하루로 난 뭘 하고 있냐 이 말이야.

이 균형을 잘 맞춰야 할 것 같은데 말이지. “할 수 있는 게 어마어마하게 많아서 좋다”와 “부담스럽다” 사이의 균형을. 균형을 맞춘다 함이 대개는 그냥 별다른 생각을 안 하는 것과 같아지는 것 같은데…

어떤 때는 양 극단을 왔다 갔다 함으로써, 그 둘의 평균이 곧 균형점이 되는 느낌이랄까. 그런데 극단을 그렇게까지 갈 필요가 없는데 그런단 말이지. 그냥 플러스마이너스 1정도를 유지하면 되는데, 플러스마이너스 10을 왔다 갔다 해서, 그 평균은 균형점인 0이긴 하지만, 쓸데없이 더 부담스러운? 그런 느낌이 든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이 느낌을 무시하기에는 이것은 내게 너무나 실존하는 느낌이다. 무시하는 것은 없어지질 않더라고. 억눌려서 더 커질 뿐이다. 그래서 요즘에 계속 이 느낌을 관찰하다 보니 잠깐 더 크게 느껴지는 것일 수도 있다. 좀 지나면 알아서 사그라들지도. 그런데 또 사그라드는 게 좋은 건가? 싶기도 하고. 왜냐하면 플러스마이너스 10이면 부담이 큰 만큼 큰 기쁨도 누릴 수 있다.

명상하는 사람 중에 그러한 극단의 감정들을 악으로 생각해서, 소위 말하는 ‘평화로운 좀비’가 되는 사람들이 있는데, 난 그렇게 되고 싶진 않다. 그들은 늘 0점에 있어서 평화로워 보일 수는 있겠지만, 사실은 양 극단으로 안 가는 게 아니라 못 가는 것이거나, 그 극단들을 극도로 두려워하며 저항하는 것일 뿐인, 큰 기쁨과 큰 슬픔을 느낄 수 없는 좀비 상태다. 이분법을 극복한 척하면서 이분법에 극도로 저항함으로써 이분법의 현현이 된 케이스다.

아무튼 우리는 지금 뭔가 새로운 걸 시작하면 적어도 50년 이상은 할 수 있잖아. 놀랍지 않냐… 세상에 맙소사. 우리가 살아온 세월보다 더 길게 그 새로운 것을 진행할 수 있다.

그러니까 잘 살아보자…! 급마무리.

-아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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