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막사람 037_새해맞이 꼭지점 점검. (마음대로 돼서 희망참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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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막여친 말고, 고막남친 말고, 그냥 고막사람 둘이 고막을 울리는 모든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바다 건넌 펜팔.
[✍️ by 🐳프로듀서 오막 x 🍊작가 한아임]
💌 매달 1일, 15일에 발송 💌

오막아,

오막의 새로운 곡들을 들으면서 편지를 쓰고 있다.

한국처럼 겨울에 엄청 추워지는 곳에서는 꾸준히 밖에서 운동을 하기가 정말 어려울 것 같다. 나야 지금은 캘리포니아에 있으니까 긴팔 긴바지를 입기만 하면 뛸 때 춥지 않아서 (귀찮지 않아서…) 뛰는 것인데, 봄에 한국에 갔을 때는 머무는 곳과 가까운 러닝 루트를 찾지 못하면 그냥 안 뛸 확률이 높다… ^^ 봄에 날씨가 따뜻하든 말든, 그것은 아마 상관이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50분 뛰려고 30분 떨어진 곳을 찾아간다든지 하는 건 귀찮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원도 있고 할 테니 어딘가는 뛸 곳이 있겠지?

여하튼 음원 발매 때문에 바쁜데 고막사람을 잊지 않고 제시간에 전송하다니, 잘했꾸나!!! 곡들이 겨울겨울하고 좋구나. 역시 오막의 느낌적 느낌은 아련하다. 그는 고막사람 처음 시작할 때와 마찬가지로 여지껏 따뜻한 도시 남자인 것… 그리고 너 비 오는데 콘서트도 다니고 되게 부지런하다야…

그리고, 그래, 오막이 한아임의 한국 여행기를 사진 형태로 담아준다면야 너무 좋다. 작년에 나에 대해 알아낸 것 중 하나가 사진에 대한 망상이었다. (망상에 대한 한아임의 대략적 정의: ‘무엇무엇 때문에 이걸 못 하고 저걸 못 하고’ 하는 식으로 제한되면 망상임.) 사진을 찍히는 게 싫다는 게 핵심이었다. 그런데 나를 캐내보고(?) 최근에 ‘Faces, Places’라는 다큐를 보면서 든 생각이, “사진을 1장이 아니라 오히려 줠라 많이 찍히면 괜찮지 않을까?”였다.

아그네스 바르다가 JR과 함께 사진 트럭을 타고 프랑스 시골을 여행하며, 마주치는 사람들 사진을 찍어서 엄청 거대하게 현상해서 벽에다 붙이는 작업에 대한 기록이다. ‘사진 트럭’이라 함은, 트럭 옆구리에서 현상된 사진이 나오는, 말 그대로다가 사진 트럭인 트럭이다. 혹시 저 다큐 내용이 여행기 사진 작업에 영감이 될지도?

암튼 저 다큐 내용과 내가 캐낸 내용이 네가 지난 편지에서 한 말과도 통하는 것 같다. 뭐 하나만 거창하게 하려고 하면 그것은 부담이다. 이를테면 곡 발매를 아주 희귀하게 하거나, 글을 매우 가끔 쓰거나, 운동을 진짜 간만에 하거나 하면, 그 오랜만에 한 것이 대단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근데 같은 행위를 자주 많이 하면 그것은 루틴이 되고, 루틴으로서 가벼워진다고 해서 덜 의미로워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그 가벼움 안에서 귀찮음 없고 불편함 없는 자유가 생기는 것 같다. 즉, 망상이 없어지는 것 같다. ‘이거저거 때문에 저거이걸 못하고 어쩌고저쩌고 이건 이래서 안 되고 저건 저래서 안 되고 샬라샬라,’ 이게 사라진다.

그리고 갑자기 난데없이 생각나는 노래는:

Avril Lavigne – Anything but Ordinary

그냥 생각이 나는구먼. 저 앨범 중에서 버릴 노래가 한 개도 없었어. 캬. 무려 2002년 앨범인데, 지금도 저 앨범에 있는 노래가 나오면 가사를 얼핏얼핏 흥얼거릴 수 있을 정도로 당시에 많이 들었었다. CD의 시대였다 이 말이지… 오막도 저 앨범을 들었는가? 맑고 경쾌하다. 봄/여름 앨범 분위기스럽지 않은가?


자연스러운 노력에 대한 오막의 생각 역시 내가 연말연시에 하고 있는 생각과 통한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연결된 의미에서, 꼭지점에 대해 생각하는 중이다. 꼭지점은 내가 ‘궁극 도착점’ 비스무리한 것을 가리킬 때 쓰는 단어다. 꼭지점은 단어가 짧고, 기하학이 떠올라서 느낌적으로 합당하다.

단기적으로는, 타인이 관찰 가능한 외부 현상과 스스로의 내면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 별로 상관이 없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장기적으로는, 결국에는 내면에 따라 외부 현상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간단하게, ‘나는 망한다’고 깊게 믿고 있으면, 단기적으로 그 어떤 행동을 해도 결국에는 망하게 됨… ㅎㅎ… 반대로 ‘나는 흥한다’고 깊게 믿고 있으면, 잠깐 망하는 거 같아도 결국엔 흥함. 예외를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아무튼 그렇게 생각을 하다가, 나는 지금까지 살면서 단 한 번도 내 꼭지점들을 놓친 적이 없다는 걸 눈치채고 소름이 돋았다. 이것은 잘된 꼭지점들만 포함하는 게 아니라 소위 ‘잘 안된’ 꼭지점들도 포함한다. 그게 핵심이다. 잘된 것만 내 마음이라고 하면 세상이 내 마음대로 안 되는 것 같다. 그런데 안 된 것도 내 마음인 걸 눈치채면 내 마음대로 안 되는 게 하나도 없다.

세상은 진짜로 마음대로 되는 거더라고. 다시 말하지만, 망한 것도 ‘내 마음대로’에 포함된다는 것이 핵심이다. 즉, 나는 내가 망하길 바라는 때들이 있었던 것이다. 이것은 충격적인 눈치챔이었다.

실패를 두려워하는 현상에 대해서는 많이들 말하는데, 성공을 두려워하는 현상에 대해서는 비교적 덜 말하는 것 같다. 그런데 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실패보다 성공을 두려워한다고 생각한다. 실패하면 살던 대로 살면 되는데, 성공하면 킹 변화한 삶을 살아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일단은 귀찮고, 무서우며, 불확실하다.

심지어 나는 내가 성공을 두려워한다는 걸 머리로는 알고 있었는데, 대체 얼마나 몸으로 두려워하는지는 최근에야 알았다. ‘망한’ 꼭지점들조차 딱 내 마음대로 망한 것임을 이제 알았단 말이지. 한편, 정말로다가 진짜로 진정으로 레알 참트루 ‘이렇게 될 수밖에 없다’고 여겼던 꼭지점들은 ‘잘’ 됐다. 겉으로 드러난 목표가 모든 차원의 나와 완벽하게 포개져서, 우리는 모두 다 함께 꼭지점으로 갔다.

그렇게 되면 일이 엄청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던 기억이 있다. 그게 오막이 말하는 자연스러운 노력 아닌가? 그러한 꼭지점으로 향해 갈 때, 노력을 안 한 게 아니라 그 노력은 너무 당연했고, 고통스럽지 않았다. 고통을 미화한 게 아니고, 진짜로 고통스럽지가 않았어. 힘이 안 든 게 아니었다. 그저 마치 어디를 다치면 다친 곳만 아프고, 다른 서러움은 없는 것과 같았다. 반면 자연스러운 노력이 아닐 경우에, 다친 곳만 아픈 게 아니라 엉뚱한 게 서러울 수가 있다. (“왜 나한테만 이런 일이 벌어지나. 세상은 불공평해” 기타 등등의 망상.)

이뤄질 거라고 믿는 걸 넘어서서, 참트루 ‘알고’ 있는 꼭지점으로 갈 때는 그런 잡스러운 망상이 없었다. 이런 꼭지점이 있으면 통계가 나랑 상관없는 일이 된다. 아니, 그보다는, 정확히는, ‘백만 분의 1의 확률’이라는 말을 들을 때 아무 의심 없이 “어? 내가 그 1인데?” 하는 생각이 든다. 이것은 망상이 아니다. 왜냐? 사는 데 아무 지장 없고, 심지어 도움만 되기 때문이다.

마치 이 노래 가사 같다:

Panic! At the Disco – High Hopes

나는 패닉앳더디스코의 목소리를 좋아한다. 너무 많이 들으면 조금 힘겹지만 (어떻게 저렇게 목소리가 끝도 없이 올라가는가?) 이 목소리를 너무너무 듣고 싶을 때가 있다. 특히 이 노래는 가사가 무척 희망적인 데다가, 심지어 “Mama said” 하면서 나오는 부분은 감동적이다. 이 가사에 나오는 엄마가 애한테 엄청난 꿈을 줬더라고. 이게 유산이 아니고 뭐냐.

이 기사에 따르면 (https://oldtimemusic.com/the-meaning-behind-the-song-high-hopes-by-panic-at-the-disco/) 리드 싱어인 브랜든 유리가 레이블 대표인 피트 웬츠와의 대화에서 곡에 대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웬츠가 유리더러 패닉앳더디스코의 새 앨범에 대해 꿈을 크게 가지라고 조언했는데, 그 ‘큰 꿈(high hopes)’에 대한 아이디어가 유리의 마음속에 남아서 곡을 만들었대. 이런 얘기를 들으면 가사 속 화자가 유리 본인이거나 가사 속 엄마가 유리의 어머니인 것 같진 않다만, 그래도 어쨌든 감동적.

우주소녀 – 이루리

밝고 희망찬 거 하면 케이팝 아니겠는가? 소녀시대의 ‘소원을 말해봐’가 우리 시대의 희망송인 것 같은데, 희망송은 그전에도 꾸준히 나왔고 앞으로도 영원히 꾸준히 나올 것이다.

앞에서 언급한 High Hopes도 그렇고… 오막아. 우리는 이제 아주 아기는 아니잖니? 너무 비非아기란 말이지. 그래서 그런지, 내가 나름 아기였을 때는 ‘희망송이 있으면 뭐 하나’ 싶었는데, 지금은 희망송을 만들어주는 어른들이 고마울 지경이다. 아니 그럼 아이돌 노래를 한창 들을 나이대의 애들한테 희망송을 들려주지 뭘 들려주겠어… 케이팝 듣는 동안에라도 ‘넌 됨. 넌 원하는 거 다 됨.’이라고 말해주면 얼마나 다행이야. 설사 단기적 반창고 역할밖에 못하더라도 말이야. 그런 희망송을 천만 번 들음으로써 다른 데서 들었던 망상과 함께 플러스마이너스 해가지고 0으로 돌아갈 수만 있어도 성공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의미에서:

보수동쿨러 – 0308

삶은 누구에게나 실험이고
중독의 연속이다.
그 중독으로부터 조금
멀어지는 실험을 해보자.
무언가를 깨트리는 것은 경계를
부풀리는 새로움을 전해줄 것이다.
익숙함으로부터 멀리 벗어나는 건
쉽지 않겠지만, 인정하자
살아가며 우리가 배운 건
영원한 것은 없다는 거, 아닌가?

우리는
서로를 비춰봐
우리는
끝이 없을 거야
우리는
끝이 없을 거야
우리는
끝이 없을 거야

그들은 청.량.
빨간 바지 파란 바지 알록달록. 뻘쭘하게 귀여우심…

그리고 강력크:

라이프 앤 타임 – 정점

라이프 앤 타임의 가사는 대체적으로 짧고 명확하더라고. 이 곡의 경우, 계속 이 말의 반복이다:

난 지금 내 인생에

가장 높은 곳에 서서 너를 본다

내가 나를 바라본다고 생각하고 들으면 쾌감 있음. ‘너’가 남이 아니고, ‘다른 나’인 거지!

그리고 악기 소리가 너무나 좋다. 손구락구락 부러질 것 같은 쾌활함! 캬. 이것은 시원! 뮤직비디오도 쾌청! 구름과 산맥의 기운이여…! 저 높은 곳까지 드럼을 어떻게 옮기셨을꼬…


하여간에 12월 말부터 1월 중순인 지금까지, 지금 나의 꼭지점은 뭔가 살펴봤다.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거대 순환자’다. 한아임은 언제나 꿈이 크지 ㅎㅎㅎ

장기형 꼭지점이 애매한 단기형 목표보다 확고하다. 이것은 마치 강남역에서 서울역까지 가려면 정확한 정보가 필요해서 자칫하면 잡스러운 디테일에 집중하게 되는 반면, 부산역에서 서울역까지 가려면 얼추 북쪽으로 가기만 하면 되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어차피 중간 언저리 어디까지 가면 또 새로운 것들이 보여서, 그때 새로운 장기 꼭지점을 설정하고 가다보면 신경 쓸 새도 없이 서울역에 저절로 와 있는, 그러한 현상을 경험했었다. (이것은 잘된 꼭지점의 경우…)

윤하 – 나는 계획이 있다

이 노래의 제목은 마치 한아임의 주제가인가…? 언젠가부터 윤하 님의 노래에 웅장함이 깃들었고, 그것은 그녀의 목소리와 너무 잘 어울리는 것이고, 나는 그것이 너무 좋은 것이고…

꼭지점과 내려놓음은 100% 공존할 수 있다. 한아임은 언제나 계획이 있다…!

아무튼, 나는 처음에 저 노래를 들었을 때 ‘기대어도 괜찮아’가 ‘기대해도 괜찮아’로 들렸었다. 이쪽도 저쪽도 좋은 것 같다. 아무튼, 기대하지 않음이 마음 편해지는 길이라고 여기지 말아야지… 나는 기대하며 살 거다. 킹기대 왕기대 개기대 줠라기대.

그런데도 불구하고, 내가 근래에 상식에 굴복한 듯하더군? 음? 이것이 무슨 일이지? 이것은 본래의 나가 아닌데?

좀 더 비상식적으로 살아야겠다. 상식이 업데이트되길 기다렸다가는 늙어 죽겠어.


일단 3월에 얼른 오막과 친구들을 만나면 좋겠구나. 그래야 오막이 여행기 사진을 구상할 수 있지 않겠는가? 그래야 3개월 동안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재밌지 않겠는가? 그러나 그냥 무계획으로 사진을 찍는다고 해도 나는 상관없다. 왜냐하면 정말이지, 사진을 줠라 많이 찍히면 이로울 수도 있다. 그렇게 된다면 오막은 외국인관광복지부일 뿐만 아니라 망상타파장려부, 뭐 그런 새로운 타이틀을 거머쥐어도 좋을 것 같다. 무엇보다, 오막과 친구들이 궁금하구나.

끝으로 클래식한 뮤즈 노래:

Starlight – Muse

작년에 들어도 명곡이고 재작년에 들어도 명곡이고 10년 전에 들어도 명곡인데, 죽기 전에 들어도 또 명곡이겠지.

그러하다.

고막사람들은 모두 2024년에 반짝거리지.

이것은 남의 얘기가 아니고, 이론이 아니고, 진정 진실.

아임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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