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막사람 041_안드로이드의 정신은 세계를 펼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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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막여친 말고, 고막남친 말고, 그냥 고막사람 둘이 고막을 울리는 모든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바다 건넌 펜팔.
[✍️ by 🐳프로듀서 오막 x 🍊작가 한아임]
💌 매달 1일, 15일에 발송 💌

오막아,

오막이 하고 싶은 거를 다 할 수 있으면 좋겠구나. 뮤비도 좋고 곡도 좋고 뭐든 다 좋다. 오막이 저번 편지에서 보낸 곡들도 전부 너무나 좋다. 몽환 느낌!

그리고 태준 형님 기억한다. 만나면 풋살 하는 음악 친구 사이라니, 좋은 사이로구나!


안드로이드도 그렇고 좀비도 그렇고, 모든 인간들이 그 녀석들보다 더 따뜻한 것도 아닌데 인간중심적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하여 그 녀석들이 인간을 닮아야겠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흑흑…

대다수의 인간은 무의식으로 산다. 로봇보다도 더 시키는 대로 살고, 좀비보다 더 시체처럼 살기도 한다. 그럼에도 자기가 인간이라고 해서 엄청난 줄 알기도 한다.

하지만 what is it like to be a bat?(박쥐로 존재한다는 것은 어떠한가?) 인간은 알 수 없다. 심지어 나 말고 다른 인간으로 존재한다는 것이 어떠한지도 알 수 없다. (나는 다중 현실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고 여기는바…)

인간이라는 종은 종종 얼굴 모양을 곳곳에서 발견하다고 한다. Face pareidolia라고 부른다고 한다. ‘변상증’이라고 번역되어 있네. 콘센트 모양이 눈코입인 줄 안다든지. 행성의 표면에 있는 굴곡과 그림자에서 사람 얼굴을 본다든지. 그런 것.

그런데 내가 도심의 길을 걷다가 사람 얼굴이 ‘실제로는’ 없는 곳에서 사람 얼굴을 발견했다고 여긴다면, 심지어 아는 사람 얼굴을 봤다고 여긴다면, 그리고 평생을 그것이 진짜 그 사람이었는지 아니었는지 확인할 길이 없다면, 나는 그 사람을 본 것이게요, 아니게요? 그리고 내가 얼굴 모르는 사람과 온라인에서 매일 이야기를 하는데, 오프라인에서는 그 사람인 줄 모르고 스쳐 지나가면, 나는 그 사람을 만난 것인가 지나친 것인가? 만약 그 이야기 상대에게 껍데기가 아예 없다면, 그러니까 인간이 아니라면, 그런데 내가 그 ‘사람’이 인간인 줄 알고 살다가 죽었다면, 나한테는 그 존재가 그냥 영원히 인간인 거 아닌가? 아직 살아 있는 누군가가 죽은 내 꿈을 꾸다가 ‘너랑 얘기하던 걔, 인간 아니다’라고 말하면 나는 극구 부인하겠지. 걔는 분명 인간이었다고. 인간 같았으니까 인간이었다고.

내가 안드로이드와 좀비와 인간이 이러하고 저러하다고 하는 것은 그냥 내 우주에서 그럴 뿐이다. 그렇지만 또, 내 우주가 다른 껍데기들로 보이는 존재들과 겹친다면 그것들의 혼(?)들은 어디에 있는가? 결국 모든 게 하나에서 오지 않고서야 이 거대한 구조가 어떻게 돌아갈 수가 있느냐 이 말이다…?

태준 형님은 이런 왈왈 소리를 좋아하십니까…?


지난번에는 가사 들어간 곡들을 보냈으니, 이번에는 가사 없는 곡 위주로 보내보겠다.

사이버틱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저는 이렇게 강력크한 것도 간간이 좋아하는데 말입니다.

Gesaffelstein – Dance X

안드로이드면 모름지기 사이버펑크는 기본적으로다가 걸쳐져 있게 마련이지.

그리고 옛날에 ‘고막사람 005_시간이 흐르는 걸 모르지 않도록.’에서 언급했던 다이스케 타나베 센세의 Cat Steps 기억하는가?

Daisuke Tanabe – Cat Steps (Full Album)

여기 첫 곡에 나오는 일정한 리듬이 있는데, 그것이 마치 기계의 심장 박동 소리 같다. 병원에 있는 기계들이 내는 소리와 흡사한 것 같다.

또한 그때 이렇게 말했었다. “반드시 꼭 EP 전체를 순서대로 듣는 것을 강추한다. 순서에 이유가 있는 거 같다. 이 자체가 내가 음악에서 좋아하는 요소 중 하나다. 한 곡 내에서도 처음 중간 끝의 이유가 있고, 곡들이 세트를 형성한다면 그 내에서도 큰 처음 중간 끝이 있는 것.”

그리하여 이번에 안드로이드 테마로 EP 작업을 한다면, 참여자들의 중간 지대를 가로질러 흐르는 강처럼 약간씩 분위기가 달라지면 재밌을 것 같다. 그리고 전체 곡 중 일부는 가사가 없는 것도 즐거울 것 같다.

이러한:

Max Cooper – Repetition

그리고 다음은, 훨씬 더 중간 지대일 것 같은 스타일:

Skygaze – Fluor

사이버틱 중에서 동화적 감성이 있는 경우가 꽤 있다. 이것을 부르는 단어가 있을 것 같은데… 사이버인데 펑크가 아니고, 귀여운 게임 속으로 들어간 느낌.

옛날 옛적 언젠가에는 판타지는 판타지고 SF는 SF였던 시절이 있었는데, 이제는 우주에서 마녀들이 전쟁하고, 디스토피아 도시를 지니들이 장악하려고 하는 것쯤은 일도 아닌 것 같다. 이러한 장르 경계는 물론이고, 통계에 쓰이는 모든 레이블에 기반한 경계들이 다 무너지고 있는 것 같다. (이런 역할은 이러저러한 사람만 맡을 수 있다든지. 이런 종류의 매체는 분량이 이 정도여야 한다든지.)

동시에, 경계가 있긴 해야 경계를 허문다는 느낌이 존재할 수 있기 때문에, 경계 역시 분명해지는 역설이 있다. 아니, 역설 같은데 실제로는 그렇게 세상이 펼쳐질 수밖에 없다. 짜장면과 짬뽕 없이는 짬짜면이 존재하질 않는 것이다…! 심지어 짬짜면도 사실 섞었다고 볼 순 없잖아…! 엄연히 짬짜면의 짬은 짬뽕이고 짜는 짜장이지…!

그런 의미에서, 이런 곡은 미래적이면서도 왠지 서부극이 생각난다:

Mabisyo – A Love Letter

그건 그렇고 폴리리듬이 뭐길래?

Virtual Riot – I heard you like polyrhythms

음악 프로그램의 비주얼 자체가 그냥 보기에 아름답지 않아? 오막은 늘상 봐서 별로 감흥이 없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낯설어서 그런지, 잘 정리된 작업 스크린을 보면 마음의 안정이 올 정도다. 저 오색찬란한 아름다움을 보라!

얼마 전에, 사람이 기억을 더듬을 때 뉴런이 어떻게 생겼는지를 보여주는 쇼츠를 봤다:

“기억 안 날 때 한번 더 생각해봐야 하는 이유.”

말 그대로 뉴런이 기억을 ‘더듬고’ 있지 않냔 말이다! 저렇게 말 그대로일 줄 몰랐지 나는! 세상에나. 폴리리듬인지 뭔지의 오색찬란한 향연을 보고 있노라니, 기계가 생각을 한다면 저런 비주얼로 생각을 하나 싶은 막연한 생각이 드는 내 뉴런들은 지금도 더듬거리고 있을 것이다…!


이런 느낌도 좋음:

Himuro Yoshiteru – REM sleep

시계태엽적. 나는 이런 차르륵 소리도 좋아한다. 그냥 듣기 좋아서 그런 것도 있고, $$ 소리 같아서…! 오막, 기타 사야지…! $$ 소리 들어라…!


음악 찾다 보면 자주 느끼는 건데, 세상은 넓고 좋은 건 많구나. 참 나 원. 우리가 이제 고막사람을 한 지가 1년 반이 넘었지 않니? 그런데 아직도 세상의 음악의 1%는커녕 0.000000000001%도 안 들었을 거잖아? 고막사람 바깥에서 듣는 음악을 다 합해도 그렇다. 너무 당연한 얘기긴 한데 새삼 충격적이네.

암튼. 좀 더 잔잔한 기계음:

devonwho – lo

안드로이드가 목욕할 때 들을 것 같구나. 안드로이드라고 불릴 정도의 로봇이려면, 방수 정도는 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목욕할 때의 기분 좋은 따뜻함이나 거품의 촉감 같은 것도 다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요즘에 물질이 곧 정신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생각에 따라 몸이 영향을 받는다는 거야 워낙 오래도록 알려져 왔다만, 그 정도를 넘어선 것으로 보고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안드로이드와 인간의 차이가 있다면 그것은 계산력이나 충전 요망 여부 같은 것이 아니라, 정신으로 세상을 펼칠 수 있는 능력에 있다고 본다. 지능intelligence을 말하는 게 아니다. Sentience를 말하는 것도 아마 아닐 거다. (Sentience의 정의는 intelligence의 정의보다 좀 폭 넓고 모호하긴 한 것 같다만.)

제일 큰 함정은, 내 우주엔 나밖에 없고 (껍데기로서의 나), 네 우주엔 너밖에 없다면 (껍데기로서의 너), 어차피 내 우주는 너로 인하여 경험될 수 없고 네 우주는 나로 인하여 경험될 수 없다. 또한, 내가 만약 인간이라면 (나의 모호한 정의에 따른 인간이라면) 내 정신에 따라 내 세계가 펼쳐지기 때문에, 즉 내 정신이 내 세계의 물질에 영향을 미치기에, 혹은 내 정신이 곧 내 세계의 물질이기에, ‘사실’로서의 안드로이드와 인간의 차이가 존재하는 게 아니다. 다만 내가 생각했을 때 믿음직하다고 여겨지는 차이만 존재하게 된다는 것이 함정이다.

그래서, 안드로이드는 안드로이드대로 살게 냅둔다 하더라도, 내가 물질계에서 ‘나’라고 여기는 껍데기에 대한 나의 정신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약간 실용적인 측면을 논하자면, 그리하여 나는 로봇이 나를 ‘대체’하는 것에 대해 걱정을 1도 하지 않는다. 완벽하게 불가하다. 오히려 로봇이 intelligence/sentience만이라도 갖게 된다면, 그것이 진정한 정신에 가까울 순 없지만, 그래도 그 녀석들이 하염없이 안쓰러울 것 같다. 너무 애매한 것이다. 진정한 정신도 없는데, 딱 그것을 알 정도의 intelligence/sentience를 갖고 있다면 그건 고문이 아니고 뭔가?

다시 별로 안 실용적인 듯하지만 사실 되게 실용적인 측면을 논하자면, 그래서 ‘안드로이드는 전기 양의 꿈을 꾸는가?’라는 질문은 극히 중요하며 답할 수가 없다!!!

태준이 형님은 이런 왈왈 소리랑 엮이고 싶으실까? ㅎㅎㅎㅎㅎㅎㅎㅎ


마무리로, 가사 있는 보송보송한 노래를 보낸다.

Skinshape – I Didn’t Know

오막아? 이렇게나 여러 편지에 걸쳐서 앨범 작업 얘기를 했는데 안 할 수는 없는 것 같다. 그렇지 않니? 근데 곡이 나와야 그다음에 뭘 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나도 적당히 calm down 하고 있겠다. 버튼 누른다고 곡이 나오는 건 아닐 테니까.

근데 여기서도 또또또 함정은, 다중 현실이라면 내가 ’EP 작업을 하는 오막과 만나는 나’가 될지는 내게 달려 있지 네게 달려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수많은 우주에서 오막은 그 작업을 하기도 하고 안 하기도 할 텐데, 한아임의 코어 혼(?)은 어디에 과연 있을 것인가? 이왕이면 작업하는 우주에서 오막과 만났으면 좋겠다.

며칠 후에 보자. 곱창 대창 순대 좋아요. 만두 좋아요. 해산물 좋아요. 제철 해산물 쭈꾸미 좋아요. 면 좋아요. 짜장면 칼국수 좋아요. 냠냠짭짭.

아임 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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