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1] 신장개업: 꿈의 아임

1: 안녕하십니까? 한아임입니다.

00:00:00-00:01:27

[음악: Sarah Kang – Make You Mine – Instrumental]

안녕하십니까?

한아임입니다.

여러분은 지금 ‘특이 취향 불면자들을 위한 약간 이상한 꿈자리 수다,’ 아임 드리밍을 듣고 계십니다.

이 에피소드가 이 팟캐스트의 첫 번째 에피소드고요, 오늘은 제가 대체 누구인지, 뭐 하는 사람인지, 저도 참 그 정답을 모르지만 최대한 다채롭게 얘기해 보겠습니다. 지금 이 에피소드를 들으시는 여러분이 앞으로도 이 팟캐스트를 계속 들을지 말지 45분에서 한 시간 정도의 시간 이내에 결정하실 수 있도록 말이죠.

[음악 fade out.]


2: 오프닝의 연장선

00:01:27-00:05:25

차후 에피소드에서는 오프닝이 좀 더 짧을 예정인데, 오늘은 첫 회니까 여러분의 시간과 에너지를 절약하기 위해 간단하게 설명부터 드릴게요.

일단 제일 중요한 건 이거 같아요.

잠이 들어야 된다는 생각은 굴뚝 같은데 잠 못 드시는 분들.

남들은 머리가 베개에 닿으면 잠이 든다는데 두세 시간 뒤척이는 건 기본이신 분들.

그리고 그중에서도 수면 명상, 그러니까 [에코 효과]‘여러분은 이제 잠이 듭니다’라고 말해주는 오디오 프로그램을 들어봤는데 효과가 없으셨던 분들.

그분들에게 이 팟캐스트가 도움이 될지도 몰라요.

왜냐면요. 저도 불면증이 좀 있는데요. 누가 자라고 해서 잠들 수 있었으면 애초에 문제가 없었을 거예요. 그리고 잠이 좋은 걸 몰라서 잠 안 드는 게 아닙니다.

그런데 저는 잠들어야지, 잠들어야지, 라고 생각하면 더 스트레스만 받고 잠은 안 들더라고요. 그렇다고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 것도 어렵고요.

그렇지만 제가 결국에는 잠들게 되는 데 조금은 도움이 된다고 여겨지는 환경에 대한 이론은 있어요. 그리고 이 이론은 랜덤성과 연관이 있습니다.

그래서 그 랜덤성을 이 팟캐스트에 십분 활용할 계획입니다. 그러니까 랜덤성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이 팟캐스트를 들으셨으면 좋겠어요.

이 팟캐스트에 없는 것은요.

교훈. 없고요.

전문성. 이것도 없어요.

그리고 상처를 치유하는 거. 없습니다. 위로, 긍정 주문. 없습니다.

이 팟캐스트에 있는 것은요. 랜덤성에서 피어나는 이상한 것, 약간 그로테스크한 것을 좋아하시는 분들에게 더욱 도움이 될 확률이 높은 것 같고요.

이 세상에 흩어져 있는 점들을 말도 안 되게 잇는 행위.

아주 얕고 드넓은 이것저것에 대한 관심.

또한 ‘정상’이라고 일컬어지는 것들에 대한 깊은 의문.

이런 것들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계속 들어주시면 이 팟캐스트를 좋아하실 수도 있습니다.

보장은 안 합니다.

그렇지만 지금껏 잽싸게 말씀드린 정보가 신속한 퇴장 혹은 체류에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3: 분노의 고속도로

00:05:25-00:14:55

[효과음: THE NIGHT OF THE BOWL, Mallets, F maj, lullaby, phrase – Artlist Original]

아무래도 저랑 공통점이 있거나 순간순간에 비슷한 상황에 있는 분들한테 제가 쓰는 불면증 민간요법(?)이 비슷하게 통할 것 같아서, 제가 언제 팟캐스트를 듣는지에 관해 먼저 얘기해 보겠습니다.

돌이켜 보면 저는 답답할 때 팟캐스트를 들었던 것 같아요. 다른 데로 가고 싶은데 다른 데를 못 가고, 눈으로도 다른 데 집중하지 못하고 귀로만 겨우 주의를 분산시킬 수 있을 때. 그때 팟캐스트를 듣습니다.

이를테면 운전할 때요. 왜냐하면. 라디오가. 아, 여러분, 제가 사는 곳은 미국입니다. 그래서 여기서 라디오라 함은 미국 라디오를 말하는 겁니다.

아무튼, 미국 라디오.

라디오의, 미국 라디오의 실제 내용은…… 잘 모르겠어요. 왜냐하면, 내용까지 가는 게 어렵습니다. 라디오 프로그램 중간중간에 광고가 너무 많거든요. 광적인 것 같아요.

광고를 안 듣기 위해 라디오 자체를 그냥 안 들으면 참 좋겠으나, 저는 옛날옛적에 듣고 말았습니다. 왜냐하면 머나먼 과거에 제가 정-말 길이 너-무 막히는 캘리포니아의 그 악명 높은 405번 고속도로를 타고 출퇴근을 했었기 때문입니다.

출퇴근 시간에 그 고속도로에 있게 되면 정말…… 화가……

[음악: Dusty Road – Falconer]

로드 레이지(road rage)라고 하죠. 공식적인 정의로는 구글에 대충 이렇게 나와 있습니다. ‘어려운 상황에서 차량을 운전함으로써 생겨나는 스트레스와 좌절로 인한 격한 분노.’

네. 이 격한 분노가 치밀어오르던 시절부터 저는. 저도 알았어요. 라디오가 어떨지. 그냥 한 번만 실수로라도 라디오 ON 버튼을 눌러보면 압니다. 광고가 얼마나 많은지.

그래서 직장생활 시절 초반에는 만반의 준비를 하고 다녔습니다. 스포티파이 같은 앱을 이용해서 음악을 참 많이도 들었어요. 돈을 내고 음악을 들으면 광고 없이 음악을 들을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플레이리스트를 아무리 만들어도 출퇴근을 주중에 매일 하면요, 그때 거리가 13마일, 왔다 갔다 하면 총 26마일이었거든요?

13마일이면 21킬로미터고요, 26마일이면 42킬로미터입니다. 정말 차로 운전해서 다니면 거리상으로는 전혀 멀지 않은 거리인데, 이 21킬로미터를 한 번 가는 데 90분이 걸렸었습니다. 그래서, 아침에 90분, 저녁에 90분, 해서 하루에 1시간 반을 42킬로미터를 가느라고 도로에 갇혀 있게 됐었어요.

[음악이 끝난다.]

그 상태로 1, 2년이 지나면 플레이리스트가 모자라요. 물론 새 노래는 하루에도 수천수만 곡이 나오지만, 그걸 갖고 또 머리 써서 플레이리스트 만들 생각을 하면 아주 슬퍼집니다. 일만도. 출퇴근 하는 것만도 스트레스인데. 스트레스 안 받을라고 또 일해야 돼.

그 당시에는 또 지금처럼 다채로운 플레이리스트 크리에이터들이 없었던 것 같아요. 요즘엔 여러 컨셉에 맞게, 분위기에 맞게 플레이리스트 고르기가 수월한데, 라떼는 그러지 않았다 이 말입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라디오를 막 들어요. 그러니까 막 듣는다는 게, 이 채널 듣다 저 채널 듣다…… 그런데 어떤 때는, 정말 돌리는 채널마다 다 광고야. 동시에. 대여섯 개가.

미국은 광고 빼면 시체라는 말이 진짜인 것 같습니다. 미제 자본주의의 꽃은 라디오, 티비 등등에 나오는 광고인가 봐요.

그런데 심지어 광고를 잘 못 만들어. 잘 빠진 광고가 안 통하나 봐요. 혹은 ‘잘 빠졌다’는 정의가 미국의 다양하게 뒤섞인 문화 사이에서 한두 개로 통일될 수가 없나 봐요. 그래서 그냥 포기하나 봐요. 공통분모적인 것은 바래잖아요. 색이 바래다는 거죠. 그런 바란 광고들이 계속 나와요.

그래서 또 채널 돌리고. 또 돌리고. 이런 트라우마가 라디오에 관해서 있습니다. 내용 때문이 아닙니다. 내용을 몰라요. 별로 들은 적이 없거든요.

광고. 내용 사이사이의 광고. 그것만 줄기차게 들었었습니다.

그런데 이때! 팟캐스트가! 처음으로!

저의 세상에 들어왔습니다. 그러니까, 저는 지금 역사나 통계를 말하는 게 아니고 제 상황에 대해 얘기하는 거예요. 팟캐스트는 아마 그전에도 있었을 거예요.

그런데 제가 사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접한 대히트 팟캐스트, 그것은 이 암울한 분노의 고속도로 시절에 나타났습니다.

제목이 Serial이라는 팟캐스트였습니다. 먹는 시리얼 말고요, 시리얼 드라마. 이어지는 무언가. 그걸 말할 때의 시리얼입니다.

이 팟캐스트를 그때 처음 듣고. 와. 정말. 출퇴근 시간이…… 솔직히 기다려지진 않았는데. 그래도 뭐, 그렇게 나쁘지도 않았던 적은 그때가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 시리얼 들을 때.

잠깐 동안은, 그걸 들을 때는 어딘가 다른 곳에 갈 수 없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어요. 오히려 차가 너무 막혀서, 팟캐스트를 정말 집중해서 들을 수 있었습니다.

차 브레이크에 대개 요렇게…… 발이 놓여 있습니다.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는 건 차가 한 땀 한 땀 겨우겨우 움직일 때뿐이었어요. 맨날 이 정도로 막혀서 아주 참. 그 팟캐스트를 끝내주게 집중해서 들었고, 그때는 정말 좋았습니다.

아 그리고, 미국 고속도로. 미국 도로의 좋은 점이 또 있습니다. 여기는 제대로 된 지하철도 없고 버스도 없어서 반드시 운전을 해야 어딜 갈 수 있긴 하지만, 구급차를 타면, 구급차가 어마무시하게 비싸긴 한데, 차들이 길을 비켜줍니다. 구급차 오는데 길 안 비키면 감옥 가요.

그리고 미국 감옥은 뭐 하는 곳이다? 죽을 수도 있는 곳이다.


4: 공포물은 아닌 비과학적 해결책

00:14:55-00:22:22

[효과음: Classic Toons—Classic Toons – Negative Ident, Xylophone Phrase, Descending – Ni Sounds]

이런 얘기를 하는 건요. 절대 운전하면서 들으시라는 얘기가 아닙니다.

운전하면서 이거 듣지 마세요. 이거 졸리라고 만든 팟캐스트예요. 운전하면서 듣지 마세요. 거대한 기계 조작하면서 듣지도 마세요.

집에서 앉아 있거나 누워 있을 때 들으세요.

아무튼. 교통 체증과 제가 팟캐스트를 듣게 된 이유에 대해 얘기를 한 이유는요. 교통 체증이란 게 마치 불면증이 있는 사람이 침대에 누워 있는 거랑 흡사한 것 같아요. 지금 잠을 자지 않으면 안 되는 걸 압니다. 내일까지 가려면 잠이라는 단계를 거쳐야 좋은 걸 알아요. 그래서 침대에 누워 있는 것 말고는 다른 옵션이 없고, 그래서 누워있지만, 잠은 안 와.

그런 거죠.

아무튼…… 세상에서 정말 무서운 것 중 하나는, 여기가 너무 싫은데 다른 데로 옮겨갈 수 없는 상황입니다.

그렇지만, 이렇게 상당히 무서운 얘기가 나왔지만, 그리고 이상한 거나 그로테스크한 게 좋으신 분들에게 이 팟캐스트가 더 유용할 것 같다고 했지만, 이 팟캐스트는 공포물은 아닙니다.

그보다는, 생각보다 ‘정상’이라고 일컬어지는 것에 대한 정의가 각 국가마다는 물론이고 개개인마다도 다르기 때문에 그렇게 안내를 드린 겁니다.

제가 정말로 그로테스크하고 호러라고 생각하는 게 뭔지 아세요?

[음악: Dreamland – SPEARFISHER]

유니콘이에요. 유니콘이랑 무지개가 막 휘날리고 모두가 하하호호 이렇게 웃고 다니는 거 있잖아요. 막 그 행복해야 되는 압박감.

[에코 효과] 너는 왜 행복하지 않니? 우리는 다 행복한데. 왜 웃질 않니?

[음악이 갑자기 끝난다.]

이게 제가 생각하는 호러의 최고봉입니다. 실제로 이런 분위기가 호러의 한 장르이기도 하죠.

오히려 슬래셔나 귀신 나오는 호러는, 물론 그 상황에 제가 실제로 처한다면 무섭겠지만, 픽션이잖아요? 픽션인 경우에 그게 그렇게 호러로 와닿진 않아요. 적어도 슬래셔나 귀신 나오는 호러에서는 알잖아요, 캐릭터들이. 자신들이 처한 상황을.

근데 즐거운 유니콘의 나라 호러 장르에서는 뭔가 잘못됐는데 나 빼고 그게 다 정상이래. 뭐가 잘못됐는데도 웃는 게 정상이래. 그게 제가 생각했을 때 진정한 호러 같아요.

바로 그런 의미에서 이 팟캐스트가 호러가 아니라는 거랍니다. 심지어 전 귀여운 걸 좋아해요. 고양이 강아지 햄스터, 좋아합니다.

그런데 여러분. 이구아나도 귀여워요. 거북이도 귀엽고. 뱀도 귀여워요. 나름 다 귀엽습니다. 바퀴벌레 빼고. 다리가 많을수록 싫어요.

자, 이제 웜업을 좀 했으니까, 다시 불면증 해결책에 대한 저의 이론으로 돌아가 볼게요. 이게, 이론이라기보다는, 저한테는 사실 그냥 해결책이에요.

왜, 그런 거 있잖아요. ‘몸이 찌뿌둥할 때 가벼운 운동을 하면 기분이 좋아진다.’ 이걸 뭐. 누가 연구를 해야지 아나요. 그런 것과 비슷해요.

그러니까, 불면증 해결책에 대한 저의 자세한 이론은 의학적으로 전혀 전문적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어쨌든 그거 말고는 저한테 조금이나마 지속적으로 통했던 방법이 없습니다. 저의 경험상으로는, 누가 연구를 해줄 필요도 없이, 저의 가장 큰 문제는 이거예요.

침대에 누우면 하고 싶은 일, 해야 하는 일이 끝도 없이 머리에서 맴돌아요. 이건 걱정이 아니에요. 신난 거예요. 할 게 너무 많아서 신난 거예요. 누가 시키는 일이 아니라 제가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은데 그걸 잠 안 자고 했으면 좋겠는 거야.

그러니까 이걸 해결하면 되겠죠. 이 신나는 생각. 내지는, 끊임없는 생각.

저도 이론적으로도 실질적으로도 알아요, 잠을 자는 게 그 일들을 다음날 하는 데 가장 큰 도움이 된다는 걸. 근데 심장은 계속 두근거리고.

이걸 듣고 계신 분들도 저와 같은 상황이신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저의 이론으로는 저처럼 너무 업돼서 두근거리시는 분들도, 그리고 걱정 때문에 잠 못 이루시는 분들도, 그리고 신체적으로 아프셔서 잠이 드는 게 어려우신 분들도, 제가 이렇게 줄줄이 말하는 게 도움이 될 거라고 저는 생각하는 겁니다.

왜냐고요?

딴생각.

그것도 남의 딴생각이 핵심이거든요.


5: 딴생각의 조건

00:22:22-00:29:39

딴생각을 해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것도 다른 사람의 딴생각. 잠을 자려고 누웠는데 잠이 안 올 때, 남의 딴생각을 해야 해요.

잠 안 올 때 조용한 음악을 들으면 어떻게 되죠? 저 같은 경우에는 생각을 더 합니다.

그리고 또, ‘잠들어라, 잠들어라’ 하는 말을 들으면 어떻게 되죠? 저는 그러면 ‘싫은데? 잠자는 거 말고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 내가 지금 잠잘 형편이야?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늦었어!’ 이런 생각이 듭니다.

이거 아주…… 박명수 님이 하신 명언이 있습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늦었다.’

저는 이게 정말이지 맞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언제 한번 여행을 갔을 때 한 달 내내 거의 아무것도 안 하고 놀고먹고 잠을 기똥차게 잘 잔 적이 있었는데, 우울증이 오는 게 아주 온몸으로 느껴졌어요. 사실 마음속 깊이 저는 불면증인데도 잠을 잘 자고 싶지 않은 거예요. 그때 잠을 너무나 잘 잤을 당시의 제가 거의 아무것도 이룬 게 없어서 그때로 돌아갈 생각을 하면 너무 무서워요. 한 달만 그렇게 살았기에 망정이지, 평생을 그렇게 살아봐요.

그런 말이 있잖아요.

‘애는 건강해.’

응. 건강만 해.

무섭습니다. 건강이 아무리 중요해도 건강만 하긴 싫어요.

물.론. 중간 지점을 찾으면 좋겠죠. 잠을 못 자지도 않고, 잠을 너무 많이 자지도 않는 중간 지점.

그걸 찾아보자는 거예요. 하고 싶은 것이 너무 많은 업된 상태, 그리고 잠을 너무 잘 자서 아무것도 안 하는 상태. 그 사이 어딘가에 중간 지점이 있을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그게 어려워서 저는 누워서 계속 딴생각을 해요. 그리고 문제는, 이 딴생각이 나 자신의 생각일 때, 이걸 멈추기가 너무 어려운 거예요. 내가 원하는 건 내가 아니까. 내가 하고 싶은 건 내가 너무 잘 아니까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요.

그래서 제가 이 팟캐스트를 시작했어요. 저랑 비슷한 사람들이 있을 것 같아서요.

자기 생각을 멈추기 위해서는 명상을 하며 도를 닦는 방법이 있는데, 그건 시간이 걸리니까, 저한테 통하는 생각을 멈추기 위한 직방 방법은 딱 하나. 다른 사람 얘기를 듣는 거예요.

이게 제가 말하는 ‘다른 사람의 딴생각’입니다. 그런데 여기다가 추가로 몇 가지 조건이 부합하면 더욱 효과가 좋더라고요.

어떤 조건이냐면, 일단 이 ‘다른 사람의 자기 생각’이라는 것이 랜덤하면 랜덤할수록 좋아요. 그러니까, 어떤 팟캐스트나 유튜브나 책이 있는데, 이것의 주제를 제가 명확히 알면, 효과가 좀 떨어지게 돼요. 왜냐하면, 나는 딴생각을 하고 싶은데, 책에 쓰여 있어. 제목에. 뭐, 예를 들어, ‘뇌과학 이론.’

그러면 나의 뇌는 눼가…… 뇌…… 뇌과학. 이거 봐요. 말도 못 하죠. 뇌.과.학에 대해 하나도 모르지만, ‘뇌과학 이론이구나.’ 뭐 그런 생각을 하겠죠. 그리고 그거에 따라 또 열심히 준비해요. ‘오. 뇌과학. 그렇다면 뇌와 과학과 이론에 대해 내가 이미 알고 있는 모든 것을 집대성해보리라.’ 이런 각오를 합니다.

그런데 좀 이리 튀었다가 저리 튀었다가 하는 무언가를 접하게 되면, 제 뇌가 예측을 못 하는 거죠. 그럼으로써 오히려 얘가…… 뭐랄까…… 포기? 비슷한 걸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아, 예측이 불가능하구나. 그렇다면 나는 그냥 예측을 포기해야겠다.

문제는 이거예요. 대개 콘텐츠를 만들 때 랜덤하려고 만들지는 않는다는 거죠. 수면 명상이면 수면 명상이고, 뇌과학 이론이면 뇌과학 이론인 거죠.

또한 만약 랜덤하다고 하더라도, 신나고 업된 분위기인 경우가 많아요.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불면증이 없으니까, 잠들려고 듣는 경우가 아니니까 그런 것 같아요.

그런데 우리는 잠들고 싶잖아요?

그래서 제가, 뭐, 여러분에게 효과가 있을지 없을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저한테 통하는 요소들을 결합해 본 거예요.

조용한 목소리로 말하되

랜덤한 주제에 대해서

45분 이상, 그러니까 불면증이 있는 사람한테 유용하려면 ‘이 정도는 되어야 한다’, 싶은 길이로

팟캐스트를 해야겠다.

그러면 혹시 걱정이 너무 많거나, 깨어 있는 게 너무 신나거나, 혹은 몸이 신체적으로 아프거나, 그래서 잠을 못 자는 사람들이 좀 잠시 자신의 생각을 쉴 수 있지 않을까? 라고 가정해봤습니다.

그리고. 소음에 둘러싸여서 잠을 못 주무시는 분들도 저의 이 목소리, 목소리를 이어폰으로 들으시면 혹시 도움이 되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6: 음악, 단어 선택, 시즌 계획

00:29:39-00:34:18

[효과음: THE NIGHT OF THE BOWL, Harp, F maj, full phrase – Artlist Original]

그래서 언제나, 아임 드리밍은, 랜덤성, 랜덤성을 목표로 삼을 겁니다. 음악도 너무 조용하진 않을 겁니다.

이것은 그런데, 제가 워낙 랜덤해서. 왠지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왕킹짱입니다.

아 그리고 가끔 제가 여러분은 철 지났다고 생각하는 유행어를 쓸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한국에 살고 있는, 특히나 어리신 분들, 즉 아직 이 지구에서 20년을 채 살지 않으신 분들하고 얘기를 할 기회가 별로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대체로 저와 나이가 비슷한 분들과 얘기를 하다 보면, 특히 일을 하다 보면, 유행어를 그렇게 많이 쓰지 않습니다. 시대의 테스트를 이겨낸, 살아남은 언어를 주로 쓰는데, 그 때문에 제가 쓰는 유행어……라기보다는 추임새 같은 것이 상당히 ‘이것은 출처가 없고 근본도 없는 말이다’라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그것이 아마 맞을 겁니다.

저는 그냥 실제로 제가 실생활에서 쓰는 말을 하는 것이랍니다. 킹왕짱, 왕킹짱, 짱왕킹, 이런 거 실제로 씁니다. 그냥 어감이 좋지 않나요?

킹 하나로도 모자라서.

왕 하나로도 모자라서.

짱 하나로도 모자라서.

왕킹짱. 이런 거 좋아합니다.

아무튼, 이 팟캐스트에 대한 현재의 계획은요. 1주일에 한 번, 45분 정도씩? 1시간? 정도를 시즌제로 운영하는 겁니다. 첫 시즌에는 12개의 에피소드가 있을 예정입니다. 시즌 사이의 간격은 아직 모르겠어요.

아무튼, 시즌1에서는 12개 에피소드 동안 계속해서, 지금처럼 아무거나에 대해서 아무렇게나 떠들 겁니다.

제 생각에는 이제 충분히 저의 특이점을 전달한 것 같아요. 팟캐스트 표지도 이렇게 만든 이유가. 약간 요상틱해야 요상하고 아름다운 도깨비 나라를 좋아하는 분들이 들어오실 것 같아서였어요.

저는 불면증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지만 제가 무슨 명의도 아니고, 모두의 불면증에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하진 않고요. 이 세상에 1명…… 아니, 1명보다는 많았으면 좋겠다. 이 온 세상에 천 명이 이 팟캐스트를 꾸준히 듣는다면 여한이 없습니다. 목표가 장대하죠? 목표는 언제나 장대합니다.

그리고 앞으로의 토픽은요, 랜덤성이 중요하니까 딱 정해놓은 것은 없지만, 제가 저인 이상 대략 마녀, 무속신앙, 초자연현상 같은 것들에 대해 얘기할 수 있습니다. 또한 남들이 아직 멀었다고 하는 거, 이를테면 화성에서의 생활, 날아다니는 집, 기타 등등 뭐 아무거나 다 됩니다. 그리고 더 생활에 밀착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밥 먹는 거, 옷 입는 거, 집 사는 거, 다 됩니다.


7: 아임스크림과 요리

00:34:18-00:40:44

[효과음: Classic Recalls–Playful Glockenspiel Chime – Selkor Studio]

아임 드리밍 말고 고려했던 다른 이름은 아임스크림인데. 그냥. 이름이 귀여워서 그걸 할까 했었어요. 아임이라는 필명하고 연결하기도 좋고.

아, 여러분? 한아임은 법적 이름이 아닙니다. 제가 만든 저의 부캐고요. 한아임은 이야기를 하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제가 이렇게 ‘아임’을 팟캐스트 제목에 넣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건, 한아임이 사람이자 캐릭터이자 일종의 브랜드이기 때문이에요. 제 머릿속에서, 한아임이 하는 것은 한아임의 뭔가가 들어가 있는 게 작업하기 편하기 때문에 이름과 연결을 지으려고 하는 편입니다.

그리고 이야기를 한다고 함은, 주로 글을 쓰는데, 글을 쓰는 사람이라고 소개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제 미래관 때문입니다. 저는 미래에 이야기가 텔레파시와 비슷한 형태로 뇌에 주입될 거라고 생각해요. 정말로. 그리고 제가 그 시대에도 이야기를 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글도 계속 쓸 것 같고요. 뭐냐면요, 저는 가장 많이 소비를 하는 형태로 생산도 하게 되더라고요. 글을 읽기 때문에 글을 쓰고요. 팟캐스트를 많이 들어서 팟캐스트를 하고 싶었던 겁니다. 만약 텔레파시형 스토리텔링? 그 방법이 생긴다면 소비하고 싶을 방법이기 때문에, 소비하고 싶은 만큼 그것도 많은 스토리텔링 방식 중 하나로 생산하기도 하고 싶을 것 같아요.

그러니까 저는 이야기가 어떤 형태를 띠든 이야기를 할 거기 때문에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니라 ‘이야기하는 사람’이라고 이렇게 말씀을 드립니다. 지금 이 팟캐스트도 이야기잖아요. 문자로 쓰인 글은 아니지만 가장 전형적이고 전통적인 이야기입니다. 잠자기 전에 해주는 이야기.

저는 이야기를 합니다.

아무튼 아임스크림으로 돌아가자면, 이게 약간 제가 좋아하는 괴기스러운 것과 관련이 있기도 해서 좋았던 거예요. 스크림이잖아요. 공포물.

그런데 또 ‘공포’라고 컨셉을 잡기에는, 공포에 대해서만 계속 얘기를 할 자신은 없더라고요. 그래서 이렇게 팟캐스트 이름이 ‘아임 드리밍’이 됐습니다.

그렇지만 지금도 제가 언젠가 정말 하고 싶은 것 중 하나가, 이벤트 같은 걸 했을 때 먹을 걸 나눠주는 거거든요. 그게 불을 사용해서 현장에서 만든 요리든, 사탕이나 아이스크림 같은 거든, 뭔가…… 어딘가에 뭘 보러 가면, 시각과 청각은 기본으로 그 콘텐츠에 의해 채워지는데, 미각 촉각 후각은 대체로 그렇지 않잖아요. 그래서 이 감각들을 채우고 싶은 거예요.

그런 의미에서 아이스크림, 아임스크림 컨셉으로 한여름 공포 파티를 하면서 아이스크림을 나눠주면 재밌을 것 같지 않나요?

저는 언젠가. 해보고 싶습니다.

요리가…… 너무 멋있어요. 요리는 오감을 터치하는 분야고, 즐겁지 않은 감각이 없고. 심지어 저희는 오감이 있다고 하지만 사실 오감은 오감이 아니잖아요. 일반적으로 오감이라고 하는 게 보는 것, 냄새 맡는 것, 맛이 느껴지는 것, 만지는 것, 그리고 듣는 것이라고 하는데, 이런 분류가 저희한테 익숙해서 그렇지, 사실은 세상이 그 다섯 개보다 더 많은 것으로 이루어져 있대요.

이를테면 밸런스. 중심 잡는 것.

그리고 시간 감각.

그리고 허기. 배고픔을 하나의 감각으로 분류해서 보기도 하더라고요.

이렇게 오감 이상의 것들의 감각이 사람에게 있는데, 요리는 심지어 그 모든 것을 다 터치한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게다가 음식은, 우리가 음식을 씹잖아요. 그러면서 귀에까지, 그러니까 귀로 음식 씹는 소리가 들리는 정도가 아니라, 중심을 잡는 데 쓰이는 귀 내부에 있는 시스템까지 건드린다는 거예요. 귀가 듣기만 하고 다른 건 아무것도 안 하는 게 아니라, 인체의 모든 것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거죠.

아 참고로 여러분, 밥을 잘 씹어야 되는 이유 중 하나가, 밥을 잘 씹으면 귀지가 귀에 안 박혀 있고 잘 나오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게, 귀지를 파지 말라고들 하잖아요. 그게 다 자연스럽게 나오게 되어 있는 거래요. 그러니까 밥을 꼭꼭 씹어먹으면 그 턱관절의 움직임이 귀까지 연결돼 귀지가 잘 나오게 하는 구조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우리 모두 밥을 꼭꼭 씹어먹고, 무병장수합시다.


8: 오디오 러버

00:40:44-00:44:09

[효과음: THE NIGHT OF THE BOWL, Harp, F maj, full phrase – Artlist Original]

감각 얘기가 나왔으니까.

다른 어떤 포맷이 아닌 팟캐스트를 선택한 이유도, 이, 뭐랄까. 감각을 채우려는 욕구와 관련이 있는 것 같아요. 세상이 일반적으로…… 움직이지 않습니까? 움직이는데. 그래서 실제 세상을 보다가 스크린에 있는 움직임까지 보면 시각적으로 과부하가 온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반면 오디오는 더 채워도 되겠다 싶은 거죠.

제가 개인적으로 이렇게 생각해서 그런지 제가 오디오 콘텐츠를 듣는 양이 비디오 콘텐츠를 보고 듣는 양보다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오디오라 함은, 팟캐스트도 되고, 음악도 됩니다. 또 유튜브에 비디오 형태로 올라와 있긴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제가 오디오로서 소비하는 콘텐츠도 여기에 해당됩니다. 화면을 안 봐도 되는 거면 저는 안 보거든요.

제가 실제로 비디오를 보면서, 그러니까 움직이는 평면 이미지의 형태로 콘텐츠를 소비하는 경우는 크게 두 경우뿐이더라고요.

1번은, 움직이는 이미지가 동반되어야만 하는 정보가 필요할 때. 예를 들어, 아이폰13프로 리뷰 영상을 유튜브에서 검색할 때.

2번은, 영화/드라마/애니 등 픽션일 때.

이 외에 논픽션 엔터테인먼트를 위해 비디오를 소비하는 경우도 있긴 한데, 압도적으로 적습니다. 하루에 10분이 될까 말까…… 합니다.

반면 저의 오디오 소비량은 문자 소비량과 비슷합니다. 책, 잡지, 온라인 기사 등등을 합친 문자 소비량과 맞먹는다는 겁니다.

특히 논픽션에서는 오디오가 문자를 넘어서더라고요. 새로운 것들에 대한 뉴스는 팟캐스트 형태로 듣는 것이 책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것보다 빨라서 그렇습니다.

지금 이 팟캐스트는…… 논픽션이죠. 제가 관심 있는 주제가 워낙 판타지성, 공상적이라서 그렇지, 팟캐스트 자체는 논픽션입니다.

저는 이렇더라고요. 오디오를 좋아하더라고요. 그리고 특히나, 마치 맥주 순수령처럼. 좀 간결한 게 좋아요. 말하는 사람. 말하는 내용. 그리고 오디오라는 미디엄. 이것만 있는 게 과부하를 막아주더라고요. 특히나 우리는 자고 싶은 상황이니까, 순수하게. 되도록이면 독일 맥주 순수주의자처럼. 팟캐스트를 해보겠습니다.


9: 영미권 오디오 시장과 알고리듬

00:44:09-00:52:33

[효과음: THE NIGHT OF THE BOWL, Harp, F major, singular ascent – Artlist Original]

그래서, 오디오를 좋아하는 제가 갑자기 시장 소식을 하나 전해드릴게요.

여러분, 스포티파이가 최근에 Findaway를 인수했다는 소식이 있었어요. 제가 본 건 11월 11일 자 공식 발표인데, ‘스포티파이가 Findaway를 acquire한다’ 그냥 말 그대로 요 소식이었어요.

Findaway는 뭐냐면요, 크리에이터가 오디오 상품을 올릴 수 있는 플랫폼 같은 거예요. 영미권에서는 오디오 플랫폼 중 가장 큰 게 아마존의 Audible인데, 이제 드디어 점점 대항마가 뚜렷히 성장하는 것 같아서 매우 기대가 큽니다.

Audible이 자기네 맘대로 상품을 할인하고 작가한테 돈을 안 주는 행태를 보여서 올해 굉장히 말이 많았는데, 스포티파이가 Findaway를 인수하다니 저는 매우 고무고무하다. 고무적이다. 라고 생각합니다.

스포티파이가 오디오 시장에 대해 진지한 것 같고. 저는 무엇보다 스포티파이의 알고리듬을 믿습니다. 저는 알고리듬이 제 인생을 편하게 해준다면 별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사상을 갖고 있습니다. 사생활, 뭐 인류 멸망 이런 거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게 아니라, 저는 개인적으로는 결국 저한테 이득이 되는 걸 쓰더라고요.

물론 그 이득이란 게 넓게 해석될 수가 있어서. 당장의 이득을 포기하고 미래의 이득을 취하는 게 말 그대로 이득인 상황도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돈을 포기하고 미래의 사회 정의를 취하는 상황이 있겠죠. 사람마다 사회 정의의 의미는 다르겠지만.

그런데 제 말은, 사회 정의도 이득이란 거예요. 사회 정의를 논하면서 희생만 언급할 필요가 없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아무튼. 저는 어떤 식으로든 결국 저한테 이득이 되는 걸 씁니다. 그 이득이 돈일 수도 있고, 시간일 수도 있고, 유흥일 수도 있고, 사회 정의일 수도 있고, 보람찬 마음일 수도 있고, 뿌듯함, 성취감, 이런 것일 수도 있어요.

그것이 무엇이든. 의식적이든 의식적이지 않든.

그런데 마치 이득을 원치 않는다는 듯이, 이 세상이 대체적으로 말은 참 잘합니다.

“알고리듬 나빴어.”

근데 뭐. 그 많은 사람들이 쓰는데.

개인적으로는 만약 알고리듬이 그렇게 문제가 되는 거라면 알고리듬 중 진짜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거, 이것도 개인적입니다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만 안 해도 큰 이득이라고 생각해요. 만약 하더라도, 너무 의존하지 않는 거죠.

저는 페이스북은 안 쓴 지 진짜 오래됐는데, 스팸성, 그 클러터, 그…… 막 기능은 많은데 조잡스럽게 모여있는 어지러움 때문에, 그 자체만으로도 시간을 잡아먹는다고 생각하고요.

인스타그램 알고리듬은 알고리듬인지도 모르겠어요. 인스타그램을 제가 이 한아임 이름, 한국어 필명으로 하고 있긴 하지만, 그건 딱히 대안이 없어서예요. 한국에 있는 것 중에 제가 못 쓰는 것 정말 많거든요. 글로벌하게 한국까지 닿아 있는 것 중 인스타그램처럼 손쉽게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그걸 씁니다.

일단 제가 느낀 페이스북 계열사의 알고리듬의 가장 큰 문제점은, 계정이 여러 개면 그게 분리도 안 된다는 거예요. 제가 최근까지도 영어 계정하고 한국어 계정이 있었는데, 그 두 개를 막 섞어버리는 거예요. 페이스북 특유의 그 ‘친구’라는 개념 있잖아요. ‘너의 영어 필명이랑 너의 한국어 필명이 친구 내지는 동일 인물이니까 계정이 두 개든 말든 너네는 아마 같은 걸 원할걸?’ 이 가정하에 움직이는 거예요. 이 멍청구리 알고리듬이. 근데 사람이 계정을 두 개를 만든 이유가 있을 거 아니겠어요? 그런데 페이스북은. 이걸 무시해. 좋지도 않은 알고리듬이. 나를.

반면 유튜브, 너무 좋죠. 유튜브는 자기 채널을 만들 때도 브랜드 계정을 만들면 개인 채널하고 완전히 분리를 시켜주더라고요. 저는 아직 채널을 운영하지는 않는데, 유튜브에 가서 한번 테스트를 해봤어요. 그랬더니 역시…… 구글…… 와우. 정말 구글은. 무서워요. 너무 좋아요.

구글이 제 수많은 구글 계정이 다 한 사람의 것인 것을 몰라서 저한테 각 계정마다 다른 걸 보여주는 거겠어요? 그럴 리가 없죠. 구글도 다 알아요. 아니, 페이스북보다 구글이 더 많이 알 거예요. 근데 페이스북은 어마어마하게 답정너인 반면에 구글은 제가 원하는 걸 원하는 시간에 정말 무섭도록 추천해주더라고요.

한번은 제가 엄마랑 콘센트에 대해 얘기했어요. 콘센트, 볼트 있잖아요. 나라별로 몇 볼트냐, 모양이 다르다, 뭐 이런 얘기를 핸드폰 옆에서 정말 3분인가? 딱 3분. 딱 1번 했는데. 다음날 사물궁이 채널에서 콘센트 얘기하는 게 제 유튜브 추천에 딱 뜨는 거예요.

진짜 소름이 돋았었는데, 인스타그램을 겪어보니까 저는 차라리 유튜브가 낫다는 주의가 되었어요. 차라리 그게 낫다고 봐요. 인스타그램이 답정너면서도 알고리듬인 척하면서 저한테 던져준 것들의 그 개연성 없음의 정도는 솔직히 2021년 알고리듬의 결과물이라고 믿기가 힘들 정도였어요. 너무 저질이었어요.

아무튼. 그래서 저는 유튜브와 비슷하게 오디오계에서 가장 추천을 잘해주는 스포티파이를 정말 좋아합니다. 그 시스템 덕분에 많은 좋은 음악을 찾고 있고, 유튜브로도 음악을 참 많이 듣기도 하고요. 만약 알고리듬이 나쁘다면, 그리고 계속 나쁠 거라면, 저는 잘 나쁘기라도 한 걸 최대한 쓰자는 주의입니다.

아무튼 스포티파이가 Findaway를 산 것과, 구글에서도 개발하고 있는 AI 오토 내래이션 [그리고 추가 링크], 그리고 스포티파이와 구글이 이미 갖고 있는 어마어마한 알고리듬, 그것들이 제가 미래에 대해 낙관적인 이유입니다.

페이스북 망해라.


10: 얼굴, 뇌

00:52:33-00:59:03

[효과음: ILAN POST-THE NIGHT OF THE BALL Track 1 – Fairy Dreams – Mallets.A1 F maj.01 LOGO – Artlist Original]

오. 이거 보세요. 벌써 이렇게, 이런 식으로 녹음을 했는데 분량이…… 많습니다. 별로 내용이 없는데, 이게 혼자 하는 거다 보니까, 누가 질문을 하길 해, 자기 말을 하기를 해, 그냥 저 혼자서 이렇게 말하면 진짜 끝도 없이 말해요.

그래서 이런 식으로 앞으로도 잡다한데 좀 이상한 얘기를 하려고 해요. 그런데 뭐 사실, 그렇게 이상하지도 않아요.

여러분 얼굴 있잖아요, 얼굴?

그 얼굴이 맨날 보니까 그냥 얼굴인가 보다 하는 거지, 이것도……

이것도 얼굴이, 우리가 생각하는 우리 얼굴이, 우리가 진짜라고 생각하는 모든 것이 사실은, 진짜가 아닌 건 아니지만 그것이 한 가지가 아닌 거잖아요.

이를테면 뇌를 다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있죠. 그중에서 정말 자주 논의되는 책. 올리버 색스의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저는 그 책을 읽어보진 않았는데 너무 얘기를 많이 들어가지고 그 책 제목을 알아요. 그 책을 보면 나온다고 합니다. 머리를 다쳐서 세상의 한쪽이 없는 것처럼 된 사람 이야기가 나온대요.

그런데 누군가는 그 사람한테 ‘세상은 양쪽 다 있어’라고 말하고, 그 사람에게 ‘너는 반쪽을 잃었어’라고 말하지만, 그 사람 본인이 느끼기에는 반쪽을 잃은 게 아니라 그냥 그게 그 자체로 세상인 거예요.

그렇게 생각을 해보면은 진짜라는 게, 그러니까 나에겐 진짜지만 모두에게 진짜인 게 얼마나 될까 생각이 들면서, 다시 얼굴로 돌아가자면.

나 자신의 얼굴을 거울에서 보는데 그것이… 상당히 괴상해 보일 때가 있다는 거죠.

프랭크라는, Frank, F-r-a-n-k, 그런 영화가 있어요. 이 프랭크라는 사람이 가면을 계속 쓰고 다니는, 가수였나? 밴드에 있는 사람이었는데, 자기는 자기 얼굴이 너무 이상하다는 거예요. 그래서 가리고 다니는 거예요.

왜 얼굴이 이렇게 생겨먹었는지, 왜 눈이 두 개고, 코가 하나고, 입이 하나고, 대부분 그런 경우가 많은데, 왜 그렇게 생겨먹은 거냐고. 그래서 얼굴 모양을 한 탈을 쓰고 다녀요. 거대한 탈을.

그런데 그 정도로. 뭐랄까. ‘이상하다’라는 개념 자체가 너무나, 어……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러니까, 이상하다는 게 도대체 뭔지, 알 수 없다. 그것은 알 수 없고. 제가 이상한 얘기를 한다고 하지만, 사실 별로 안 이상한 걸 수도 있어요. 왜냐하면, 아니, 나의 얼굴이 지금도 이렇게 입을 움직이면서 말을 하고 있는데, 그것도 자꾸 거울에서 보다 보면 정말 이상하게 생겼어요.

사람이, 왜, 그런 말이 있지 않습니까? 아니, 사람이, 얼굴이, 머리 크기가 크다 작다 하지만 다 거기서 거기고, 비슷비슷한 사람들이, 눈 두 개, 코 하나, 입 하나가 있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흔한 케이스에 속하는 사람들이 그렇게나 많아도 왜 불과 몇 미리 차이로 김태희는 김태희고 나는 나냐.

저는 그 말을 언젠가 어디서 댓글에서 보고, ‘참 그러네’ 생각했습니다.

김태희 님과 저는 정말…… 말하기가 너무 웃긴데, 한 끗 차이예요. 오해는 하지 마시고요. 제 말은, 보통은 얼굴에, 일반적으로 눈이 턱에 달려 있지 않잖아요. 눈은 대개 눈이 있어야 한다고 하는 자리에 있고, 그 자리가 그렇게 크지가 않아요. 몇 센티미터 구간에서 몇 미리씩밖에 차이가 안 나는 눈이 사람마다 있는 경우가 많은 거예요.

근데 그 한 끗들이 다 모여서 엄청난 차이를 만들어 냈네요. 저는 얼굴을 공개할 생각이 없지만, 양심이 있으니까, 말씀드릴게요.

김태희 님과 저는 한 끗 차이지만, 그 한 끗이 엄청납니다. 자로 재 보면 그분의 눈과 저의 눈의 위치라든지, 입술의 크기라든지, 뭐 그런 게 정말 밀리미터 단위로밖에 차이가 안 날 텐데, 그걸 다 합쳐놓으면, 김태희는 김태희고 한아임은 한아임이 된다는 그런……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말하고자 했던 건, ‘김태희 님은 예쁘다,’ 그리고 ‘이상하다는 개념은 그 자체로 이상하다.’


11: 마무리

00:59:03-01:01:17

[음악: To the Moon and Back – Ty Simon]

그런 말씀을 드리면서 오늘은 여기서 마무리할게요.

얘기가, 하다 보니까 재밌고, 길어지네요.

이 소개 및 오버뷰 에피소드가 여러분이 ‘아임 드리밍’을 계속 들을지 말지 결정하는 데 유용했길 바랍니다.

오늘 에피소드에서 언급된 각종 토픽들 중 링크할 수 있는 것이 있으면 전부 쇼노츠에 올려놓을 거고요, 제 홈페이지에 가시면 녹취록을 보실 수 있는데, 그 링크 역시 쇼노츠에 올려놓겠습니다.

이 팟캐스트가 처음이라서… 이걸 저는 지금 앵커라는 플랫폼에다가 올려서 모든 곳, 아이튠스, 구글 팟캐스트, 스포티파이 등등에다가 뿌리려고 하는데… 뭐… 쇼노츠 기능이 잘 되겠죠? 쉽게 사용하라고 만든 플랫폼이니까요.

아무튼, 최대한, 쇼노츠에다 올려놓겠습니다.

그럼, 아직 깨어 계신 분들도, 잠드신 분들도, 좋은 꿈 꾸시길 바랍니다. 지금까지, 한아임이었습니다.

[음악 끝까지 계속되다가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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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하는 모든 일은 여기에 정리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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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 한아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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