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17] 음료섭취: 온전한 공유

아임 드리밍 [Ep. 17] 음료섭취: 온전한 공유

1: 오프닝

00:00:00-00:02:38

[Music: Sarah Kang – Make You Mine – Instrumental]

안녕하십니까? 이야기하는 자, 한아임입니다.

여러분은 지금 ‘특이 취향 불면자들을 위한 약간 이상한 꿈자리 수다,’ 아임 드리밍을 듣고 계십니다.

오늘은 저번 주에 원래 하려던 이야기를 일부 하려고 합니다. 네. 저번 주에 우리를 샛길로 새게 했던 일론이의 치명적 일론성 때문이 아니더라도, 건물주님의 꿈은 너무나 방대하여, 아직도 일부만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주 분량으로는 서울시 한복판에 있는 6층 빌딩의 꿈이 커버가 안 됩니다. 게다가 지하층도 있고, 꼭대기에 옥상도 있잖아요.

그래서 우리는 오늘 겨우 1층에 대해 얘기할 겁니다.

1층에 뭘 넣을 거냐면, 간단하게는 음료 제공처입니다. 그러나 진짜로 간단하게 아무 이유 없이 음료 제공처이기만 하면 한아임이 아니죠. 이 읆료… 음… 음.료. 제.공.처라는 것이 왜 의미롭고, 왜 아름다운지를 제가 이번 에피소드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럼 오늘의 수다, 시작할게요.

[Music FADES OUT.]


2: 어두육미

00:02:38-00:10:41

여러분. 어두육미라는 말을 들어보셨습니까?

어두육미란, 물고기는 머리, 짐승은 꼬리 쪽이 맛있다는 뜻입니다. 실제로도 이런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일단 제가 소고기 꼬리곰탕을 좋아하긴 합니다만, 생선 머리를 먹기 위해서는 상당히 귀찮은 과정을 거쳐야 하잖아요. 많은 생물이 그렇듯, 생선도 머리에 입이며 눈이며 아가미며 그런 기관들이 있는데, 따라서 그 맛있다고 하는 물고기의 머리를 먹기 위하여 많이 뭘 발라야 합니다. 반면 소고기 꼬리곰탕은, 소의 꼬리가 제법 두껍고 크기 때문에, 또한 그 고기를 잘 조리하면 살이 뼈에서 너무나 쉽게 발라져 나오기 때문에, 딱히 뭘 할 게 없습니다. 그래서 육미는 먹어봤는데 어두는 먹어보질 않았다.

네. 저는 뭔가를 먹을 때 귀차니즘을 중요시합니다. 제가 포도를 안 먹는 이유가 귀찮아서입니다. 씨를 하나씩 바르다니. 그 작은 걸 먹으려고.

그래서 저는 그… Earl of Sandwich의 마음이 이해가 갑니다. 샌드위치 백작. 이분이 카드 게임에 빠졌는데 중간에 밥을 먹기가 귀찮아서, 빵에다가 재료를 다 얹어 오라고 하인들에게 시켰다고 합니다. 그래서 샌드위치가 탄생했대요. 이분 마음이 십분 이해가 가요.

그러나 단, 샌드위치가 맛있어야 하겠죠. 맛없는 거 먹을 거면 뭐, 굳이 샌드위치 형태로 먹을 필요가 없으니까요.

또한, 샌드위치가 실제로 먹을 수 있는 두께여야 할 겁니다. 가끔 보면 샌드위치나 햄버거 같은 거가 너무 두꺼워서, 이건 그냥 관상용인 겁니다. 그냥 일단 그 거대한 탑을 눈으로 본 다음에 칼로 잘라서, 다 조각내서 먹으라는 구조의 샌드위치나 햄버거류가 있어요. 이럴 거면 그냥 빵 따로 고기 따로 야채 따로 먹지.

제가 전에도 저지 마이크스 샌드위치 얘기를 했잖아요. 아주 그냥, 두꺼우면서도 딱 적당하고 넘나 싱싱한 샌드위치의 표본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재료가 생생해요.

샌드위치가 맛있는 데는 정말 맛있습니다. 결국 재료가 맛있으니까요. 심지어 정말 한 끗 차이로, 포장도 잘해가지고, 그냥 들고 먹어도 뭐 하나 줄줄이 떨어지는 것도 없습니다.

그리고 저는 대부분 일품요리를 좋아합니다. 즉, 반찬이 많은 것보다, 다양한 재료가 하나에 들어간 걸 더 좋아해요. 반찬이 많으면 매번 입에 있던 걸 씹어 넘기고서 또 상을 둘러봐야 합니다. 그리고 선택해야 합니다. 뭐 먹나.

저는 결정을 못 하는 편은 아니기 때문에 이런 경우 어떤 전략을 취하냐면, 대개는, 그냥 번갈아 먹는 거예요. 반찬이 10개면 10개를 한 바퀴 돌아가면서 먹는 겁니다. 그런데 먹다 보면, 아니 내가 왜 밥을 이렇게까지 규칙성 있게 먹고 있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저는 일품요리. 즉, 짜장면이면 짜장면. 부대찌개면 부대찌개. 된장찌개도 웬만하면 된장찌개 하나랑 뭐, 반찬 하나랑 밥. 이런 식으로 먹는 걸 좋아하고요.

종류가 많아질 것이다? 그러면 제가 스스로 코스화합니다. 부침개가 있고 회가 있으면 애피타이저로 부침개를 조금 먹고 회를 다 먹고, 그다음에 매운탕을 먹지, 매운탕 먹으면서 회도 먹다가 부침개도 먹다가 하지 않게 되더라고요.

전혀 뭐, 논리적인 이유는 없습니다. 그냥 제가 귀찮아서 이런다는 겁니다. 매번 선택하는 데에 에너지 쓰면서 추가로 얻어지는 맛이라든지 만족감이 없으니까 그냥 귀찮아요.

그런데 이런 귀차니즘을 약간 좀 극복을 했습니다. 왜냐하면, 예전에는 간장게장을 안 먹었어요. 하, 그 게가 아무리 토실토실해도 너무나 발라먹어야 하는 과정이 많잖아요. 그런데 요즘엔 먹거든요.

제 추측으로는, 점점 오래 살수록, 귀차니즘이라도 무릅쓰지 않으면 새로운 걸 경험할 수 없고, 맨날 똑같은 것만 먹어야 하기 때문에 극복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더 나이 들어서 포도를 씨 하나씩 발라가면서 먹게 될 수도 있어요. 생선 머릿살을 발라먹을 수도 있고.

이탈리아인가? 어느 나라에서는 엄청 큰 대구의 볼살을 조리해서 먹는다던데. 그런 경우에는 생선 머릿살을 바르는 보람이 좀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생선 머리가 왕따시만하니까, 살이 듬뿍듬뿍 나오니까.


3: 스테이크와 생선

00:10:41-00:15:26

[Music: After Dinner Investigation – Jakub Pietras]

이 어두육미 얘기를 왜 했느냐. 이처럼 덩어리 음식들에는 더 맛있다고 여겨지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언급하기 위함입니다. 덩어리 음식들. 잘라서 먹는 음식들. 분리가 가능한 음식들은 부위별로 그것을 먹는 사람이 달라집니다.

일단 그 음식을 아예 못 먹는 하층민이 있을 겁니다. 어두육미가 맛있고 육두어미가 약간 좀 별로라고 해서 옛날 옛적의 노비가 육두어미를 먹을 수 있었던 건 아니라는 거죠.

이렇게 아예 고기를 못 먹는 계층 다음에는 육두어미도 아닌, 육두어미와 어두육미를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잘려 나간 짜투리 물고기와 육고기를 먹을 수 있었던 계층이 있었을 겁니다. 그런데 이 계층이 엄청나게 컸으니까, 사람들 수가 많았으니까, 사람 하나당 먹을 수 있는 짜투리 고기의 양은 엄청 적었을 거예요. 그래서 큰 솥에다 국을 끓일 때 고기를 좀 넣고, 고기 국물 맛을 좀 보는 형식을 취했던 것 같습니다.

또 그다음에는 육두어미를 먹는 양반들이 있었을 겁니다. 또는, 양반들도 자기네 동네, 자기네 집에서 밥을 먹을 때는 그 구역의 실질적 왕이니까 어두육미를 먹을 수도 있었겠죠. 그리고 그 집안에서 일하는 머슴들은 그 집안과 관계가 없는 평민들보다 짜투리 고기를 더 많이 얻어먹었을 수도 있고. 그러면서 ‘머슴살이도 대감집에서 하라’는 말이 생겼을 수도 있고요.

아무튼 끝판왕, 옛날의 진짜 왕들은 어두육미만 먹었으려나요? 음. 먹고 싶은 걸 가능한 한 잘 먹고 살았을 것 같습니다.

이렇듯, 자를 수 있는 음식들, 덩어리 음식들은 분리가 됩니다. 계층이 다 나뉘어요. 너와 나는 언제나 분리가 됩니다.

굳이 계층이 아니더라도, 너와 내가 같은 양반이거나 같은 노비더라도, 아무리 같은 것을 똑같게 먹고 싶어도, 내가 먹는 이 고기 조각과 네가 먹는 그 고기 조각은 절대 같을 수 없다. 한 짐승한테서 나왔어도. 한 꼬리에서 나오고, 한 생선 머리에서 나왔어도.

[Music ends.]


4: 균등함

00:15:26-00:19:56

그런데 덩어리 음식보다 재료들이 압도적으로 균등하게 분배되어 있는 종류의 섭취물이 있습니다. 따라서, 계급을 나누고, 개인을 나누는 것이 아예 불가능해지는 섭취물이 있습니다. 바로, 음료입니다.

음료는 제조 과정의 최초에는, 즉, 처음에 만들어져서 ‘자, 이것을 음료로 만들기 시작해보자’라고 말할 때는, 하나의 통에 담겨 있습니다. 예를 들어, 소주가 병 단위로 팔린다고 하더라도, 마트에 진열된 여러 소주병 안의 소주들은 같습니다. 병 하나하나에 재료를 넣어서 만든 게 아니라, 큰 통에 넣어서 일단 많이 만든 다음 그것을 병에 집어넣은 거라서 그런 것이죠.

또한 와인처럼 좀 더 수공예로 만들어지는 음료라고 해도 그렇습니다. 와이너리 투어를 가보시면 어마어마하게 큰 통에다가 와인을 만들고, 좀 더 작은 통에다가 숙성시키고, 그걸 더 작은 병에다가 담아서 팝니다. 그렇게 최초에 같은 큰 통에서부터 시작한 그 와인은 같은 와인이라고 보게 되고요.

대신 와인은 매해 포도가 같지 않으니까 ‘몇 년도산’이라는 말을 씁니다. 하지만, 같은 해에 같이 만든 와인은 병이 따로따로여도 ‘같은 와인’이라고 불린다는 거죠.

그리고 이렇게 같은 소주, 같은 와인을 마시는 사람들은 머리 부분의 소주나 와인, 꼬리 부분의 소주나 와인을 분리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다 같은 음료를 마신다고 보게 되는 겁니다.

그래서 음료는 생선이나 스테이크와는 다릅니다. 아무리 거대한 잔치, 파티, 회식 자리에서, 그 모임에서 가장 높다고들 하는 자와 가장 낮다고들 하는 자가 서로 가장 먼 식탁의 한 끝과 다른 끝에 자리하고 있다고 할지라도, 또한 좋은 고기가 높다고들 하는 자의 자리에 가깝게 놓일 순 있어도, 만약 음료를, 병을 하나를 일단 땄으면, 모두가 동등하게 같은 음료를 마시게 되는 겁니다.

그래서 어떤 의식. 모임. 뭔가 의미를 부여하는 자리에는, 전 세계적으로, 음료를 나눠 마시는 행위가 포함이 됩니다. 각종 종교의식. 성인식. 탄생. 죽음.

그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밖에서는 전혀 동등한 위치에 있지 않지만, 그 음료를 나눠마시는 순간만큼은 어떤… 동일선상에 놓여있다는 상징적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이 만남의 계기 바깥에서 그 사람이 가지는 배경의 중요성을 떨쳐내고, 이 만남 자체가 중요해진다는 상징.


5: 1층

00:19:56-00:26:50

[Music: Berthe’s Lullaby – Luc Allieres]

음료의 균등함. 분리할 수 없음. 그 상징.

이것을 의식적으로 생각하기 시작하자, 전 세계 많은 나라의 1층에 카페며 바며 펍이 있는 것이 말이 될 뿐만 아니라 아름답기까지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신분 제도가 더 공고하던 시절. 달리 보자면 맥주, 위스키, 커피, 차, 심지어 깨끗한 물까지도 귀하던 시절에는 한 통에 담긴 음료를 나눠마시는 행위가 얼마나 드물게 그 시공간 바깥에서 적용되는 규칙들을 파괴하는 계기를 제공했는가.

이 상징적 의미가 지금까지도 전해져오고 있는 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술 한잔하자’라든지 ‘커피 한잔하자’라는 말들이 예전처럼 ‘전사여, 전쟁에서 승리했으니 이 투구에 든 적들의 피를 나와 함께 나눠 마시며 승리를 기념하세’, 뭐 이런 의미를 더는 갖지 않게 되었지만, 한 명은 참이슬을 마시고 한 명은 처음처럼을 마실지언정, 일단 앉아서 같이 뭘 마시는 게, 지금도 상징적이라는 말입니다.

물론 음식도 상징적이긴 합니다. 그렇지만 음식 마시면서 건배는 안 합니다. 이 점에서 커피도 각종 술과는 다르네요. 커피 마시면서 건배하진 않으니까요.

이… 건배가. 나라마다 좀 다르지만. 기본 의미는 결국 이거 아니겠습니까? 네 잔에 든 그것과 내 잔에 든 그것을 마주해서, 말 그대로 같은 위치에서 접촉을 하자꾸나.

네. 그렇습니다.

요즘에는 이러한 음료 제공처들이 루프탑에도 많고 지하에도 들어가게 되는 경우도 있긴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실 것을 파는 장소는 1층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 같아요. 이거에 대한 세계 통계가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건물 자체가 통으로 상가 건물인 게 아니면, 일반적으로 사무실을 2층부터 탑층까지 들여놓고 1층에 외부인들이 오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들지 않나요?

1층이란 그 자체로 상징적입니다. 1층은 울타리를 쳐놓지 않는 이상, 혹은 창을 하나도 안 만들어놓지 않는 이상, 길을 가다가 건물에 가까이 다가가면 안을 들여다볼 수 있는 위치입니다. 또한, 사회의 ‘평균’이라고 여기는 신체 구조를 갖고 있지 않은 개인들도 다른 층보다는 훨씬 수월하게 접근할 수 있는 위치입니다.

이를테면 다리가 불편하신 분들이라든지, 너무나 키가 작아서 계단을 오르기가 힘든 어린이라든지. 이런 분들이 다. 1층까지 가는 문이 아무리 요상하고 복잡해도, 그래도 10층까지 가는 것보다야 훨씬 수월하단 말이죠.

그러니 제가 저의 빌딩에서 음료 제공처를 만든다면 루프탑이 아닌, 지하가 아닌, 1층에 넣고 싶습니다.

[Music ends.]


6: 생명과 상징

00:26:50-00:35:30

그.런.데.

이 음료 제공처를 불특정 다수에게 개방할지는 모르겠습니다.

이것이 음료의 오래된, 또 다른 특징입니다. 음료를 나눠마시는 사람들은 균등한 그 섭취물을 통해서 하나가 되지만, 그 집단 외부에 있는 사람들하고도 나눠 마시는 건 아니거든요.

제가 저번 주에 언급했듯이, 제가 빌딩을 갖고 싶은 이유는 아지트성 때문입니다. 그냥 빌딩을 구매해서 시세차익을 보고 돈을 벌려고 하는 거면 지금 하는 이 생각들을 할 필요도 없습니다. 저번 주에 언급했듯이, 그런 사업은 제가 아니어도, 사장이 아니어도, 어떤 직원이라도, 누가 관리해도, 누가 설계해도, 아무 상관이 없잖아요. 그냥 돈이 들어갔다가 더 많이 불어서 나오는 겁니다.

제가 하고 싶은 건 그게 아니란 말이죠. 그게 아닌, 아지트. 우리가 들어가 있기에 그 공간이 의미를 갖게 되는 그런 빌딩. 그게 갖고 싶습니다.

그러니, 음료를 외부인과 나눠마신다?

상상을 해보십시오. 회식을 하는데 갑자기 옆 테이블에서 나도 너희와 같은 인간이니까, 술 한잔 달라고 하면 이상하잖아요.

음료란 어떤 집단에 속한 사람들의 결속력을 다져주는 기능이 있어서, 이걸 아무나랑 마시는 건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제 생각에, 저라면. 생판 모르는 사람이 저한테 어떤 섭취물을 달라고 했을 때 음식을 줄 순 있을 것 같아요.

제가 식당에서 된장찌개를 먹고 있는데 생판 모르는 사람이 너무 배고픈 얼굴로 ‘저… 밥 한 숟갈만…’라고 한다면 줄 것 같아요. 다는 못 줍니다. 저도 배고프니까 식당에 왔을 거잖아요. 그런데 어… 그 사람의 배고픔에 따라서 3분의 1까지는 줄 수 있습니다.

또는 스테이크를 먹고 있어도 생판 모르는 사람이 너무너무 배고픈 얼굴로 한 조각 달라고 하면 줄 것 같아요. 배가 고픈 건 너무나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들고, 그 배고픔을 더는 못 참겠다고 여긴 그 타이밍과 장소에 마침 스테이크집이 눈에 띄었을 수도 있잖아요. 그렇다면 그 배고픈 사람의 기관들이 아무리 쇠퇴해서 스테이크가 소화가 안 될 위험이 있다 하더라도 스테이크를 줄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엄청 힘들어 보이는 사람이 물이 아닌 음료를 달라고 하면 안 줄 것 같습니다. 깨끗한 물 외의 모든 음료는 럭셔리입니다. 기호 식품. 그리고 깨끗한 물 외의 이러한 기호 식품은 정말 탈수 증세가 있는 사람에게 주면 위험합니다.

커피. 안 먹어도 사는데, 더는 못 살지도 모르는 지경까지 간 사람에게 주면 위험해요.

술. 물론 안 먹어도 살고, 더는 못 살지도 모르는 지경까지 간 사람에게 주면 이것도 위험하죠.

물 빼고는, 안 먹어도 사는 것들이며, 심지어 살고 싶으면 안 먹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게다가 커피를 파는 곳에는 반드시 물이 있을 테니까, 커피를 달라고 해도 커피를 주는 게 아니라 물을 마실 수 있게 할 것 같아요.

술을 파는 곳은… 혹시나 물이 없을 수도 있긴 하겠어요. 왜냐하면 바로 그 자리에서 만드는 게 아니니까. 그러나 차라리 편의점을 가서 생수 한 병을 사주는 게 술을 주는 것보다는 나을 것 같습니다.

아무튼 이렇듯, 음식은 골고루 먹으면 살아남는 데에 실질적으로 좋지만, 기호 식품으로서 팔리는 음료들은 안 먹어도 되거든요. 특히나 현대에, 미국이나 대한민국처럼 비교적 깨끗한 물을 구하기가 수월한 나라에서는요. 옛날 옛적에야 유럽의 어린이들이 맥주를 마시고 그랬다면서요. 수질이 너무 나빠서.

그런데 지금 우리의 시공간에서는 이 안 먹어도 되는 기호 식품으로서의 음료를 왜 마시냐. 일단 맛있으니까 마시기도 하겠지만, 그렇다면 집에서 혼자 마시지 왜 굳이 나와서 마시냐. 다른 사람이랑 나눠 마시는 것 그 자체가 상징적이니까요.

상징성이 덜한 경우는 어떤 경우냐 하면, 상업적 목적을 가진 음료 제공처입니다. 이 가게들에서는 불특정 다수에게 음료를 제공합니다. 아까 언급한, 1층에 많은 카페, 바, 펍 같은 곳에서는.

그러나 이때는 손님들이 그 제공처와 상징성을 공유하는 게 아닐 뿐입니다. 즉, 스타벅스에서 커피 마시면서 스타벅스 CEO랑 상징적 연결고리를 만든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만 손님들은 아마 그 제공처에 함께 모이기로 약속한 그 그룹의 일원이라는 생각으로 뭔가를 마시고 있을 거예요. 그 그룹에 속한 개인들이 택한 커피 종류가 꼭 동일하진 않아도 되지만, 그 자리에서 같이 음료를 마시기로 했다는 그 자체만으로 상징적으로 공존하고 있는 것이죠.


7: 방문의 이유

00:35:30-00:43:44

[Music: The Valley – Aquartos]

모든 공간에는 방문의 이유가 있습니다. 이 이유는 또한 사람마다 다를 수도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지하철역에 가는 것이 지하철을 타기 위함인데, 지하철역에서 일하시는 분들은 말 그대로 일하러 가시는 거겠죠.

또한 대형 공원 같은 곳은 자전거를 타러 오는 사람, 달리러 오는 사람, 그냥 앉아 있으러 오는 사람, 기타 등등, 아주 여러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방문합니다.

이렇게 공간의 의미란 다 다른데, 사람들이 서울시의 수많은 음료 제공처들 대신에 하필이면 한아임이 수십억 들여서 꾸민 빌딩 내부의 음료 제공처를 방문한다면, 그것은 왜일까?

일단 저의 음료 제공처에서 어떤 음료를 팔든—커피, 술, 차, 뭐든지 간에—그 음료 자체 때문은 아닐 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리고 아니어야 할 것 같아요.

왜냐하면, 저는 커피나 술을 마시기는 하지만, 그것에 대해 엄청난 지식이 있거나, 엄청난 경험이 있는 건 아닙니다. 또한, 엄청난 지식과 경험을 쌓을 의향이 없습니다.

저는 어떤 식으로 마시냐 하면요.

술 중에서는 레드와인을 제일 좋아하는데, 이걸 빈티지 읊어 가며 마시는 게 아니고, 그냥 있는 와인 마십니다. 우리 동네 와인 괜찮아요, 캘리포니아 와인. 블라인드 테이스팅 하면 캘리포니아 와인이 잘만 프랑스 와인 이긴다면서요. 물론 프랑스 사람들은 아니라고 하겠지만.

저는 캘리포니아 와인. 그다음으로 이탈리아 와인. 가끔 스페인 와인을 마십니다.

또한 단 와인을 싫어합니다. 음식도 단 음식을 싫어해요. 초콜릿은 좋아하는데, 달지 않아야 할 것에서 설탕 맛이 나는 것을 싫어합니다. 그래서 집에서 하는 음식에는 설탕을 안 넣습니다. 소금도 별로 안 넣는 편이에요.

딱 여기까지가 제 와인 취향인 겁니다. 그러니 이건 뭐… 이걸 갖다가 와인 바를 한다든지, 혹은 제가 커피를 매일 마시는 걸 갖다가 카페를 창업한다든지 할 정도의 수준이 아니라는 말이죠.

따라서 만약 불특정 다수가 오로지 음료만을 보고 방문할 음료 제공처를 연다면 외부인을 고용해야 합니다. 그것도 엄청난 전문가여야 하겠죠? 게다가 저는 음료를 좀 두루두루 제공하고 싶거든요. 아니, 한아임이 특이 취향 불면자들을 위한 꿈자리 수다를 팟캐스트로 하는 사람인데 커피만 팔면 커피 못 마시는 사람들은 아예 안 올 거잖아요. 술만 팔면 술 못 마시는 사람들이 안 올 것이고. 술도 종류가 엄청 많고.

이게, 모든 면에서 모두를 위한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할 순 없지만, 음료의 상징성 때문에, 음료의 종류를 다채롭게 하는 것 그 자체는 정말 적은 투자로 많은 상징성, 다양성, 커뮤니티의 조화 기타 등등을 가져오는 투자일 것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이 다양한 음료들을 음료로서 팔려면 대체 몇 명의 전문가를 고용해야 하는가. 게다가 이미 들어간 빌딩값 수십억에 얹어서 그분들께 드리는 월급값이 보람 있으려면 불특정 다수가 그냥 몇 명이 아니라 정말 많이 오지 않고서야, 즉, 정말로 이 음료 제공처를 수익을 위한 사업장으로 돌리지 않고서야 패가망신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빌딩은 아지트이지 않게 되겠죠.

[Music ends.]


8: 커피하우스

00:43:44-00:47:19

제가 생각하는 아지트성을 가진 음료 제공처란 커피하우스스러운 공간입니다. 커피하우스란 옛날 옛적부터, 아랍권 나라들이나 유럽에서, 주제로 나뉜 공간이었습니다.

이를테면 보험 파는 사람들끼리 모이는 커피하우스.

주식중개인끼리 모이는 커피하우스.

변호사끼리 모이기.

시인들끼리 모이기. 기타 등등.

즉, 커피하우스란 공간은 원래가 아지트성을 갖고 있었어요. 꽤 오랜 세월 동안, 커피가 주가 된다기보다는, 커피를 함께 같은 공간에서 마신다는 데에 의의를 두며, 특정 주제에 대해 얘기하는 공간이 커피하우스였습니다. 커피가 계몽주의 사상과도 맞물려서, 뭔가, 커피를 마신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 그 당시의 우리는 약간, 깨인. 킹 멋진. 왕 앞선. 그런 느낌도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 클럽하우스 같은 문화가 있어서, 커피하우스에 아무나 못 갔대요. 특정 직업인들의 커피하우스에는 그 직업인들만 갔다고 합니다. 그러니 여자는 당연히 못 들어갔대요. 직업을 못 갖게 했으니까.

한아임은 특이 취향 불면자들을 위한 팟캐스트를 하고, 원래 괴한 이야기를 하는 작가고 번역가니까. 한아임이 빌딩에다가 음료 제공처를 만든다면 전체적인 테마가 그런 방향성을 띠면 좋을 것 같습니다. 물론, 주식 중개인들이 주식 얘기만 하고 정치나 사회 경제 얘기를 안 했던 건 아닐 거잖아요? 그것처럼, 우리의 음료 제공처에서도 뭐… 당신 취향은 너무 평범하고 특이하지 않으니까 입장이 불가하다, 이런 형태가 되진 않을 겁니다. 특이 취향에 관심을 갖고 지향한다는 의미가 더 클 것 같고.

음… 네, 이미 특정 주제, 스타일, 느낌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모여서 하는 대화는 두서없이 모인 사람들의 대화보다 훨씬 고퀄리티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고 봅니다. 만약 제가 음료 제공처를 연다면, 음료로 승부하는 것보다는 이 주제, 스타일, 느낌으로 승부하는 게 제 주머니 사정에도, 여러분의 생활에도 훨씬 이득일 것 같단 말이죠.


9: 판매, 구실, 머피의 법칙

00:47:19-00:54:55

[Music: Rebuild the City – Russo]

네. 한아임의 음료 제공처에서 음료란 판매의 목적보다는 구실이 될 것 같습니다. 와인을 빈티지별로, 국가별로 수백 병 들여놓을 정도로의 스케일은 아닌. 커피콩을 지역별로 수십 개 들여놓을 정도로의 스케일은 아닌. 그저 이런 음료들의 상징성. 너무나 맛짐. 그것을 구실로 삼아, 취향자들을 모으는 계기로 삼겠다는 겁니다.

그렇다고 그러면 음료를 공짜로 주느냐? 그럴 순 없습니다. 왜냐하면 한아임이 패가망신하면 빌딩을 팔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럴 거면 빌딩을 안 사는 게 낫겠죠.

이게… 저는 항상 이렇게 생각합니다. 계획은 늘 세워야 된다. 계획대로 안 돼도 계획을 세우고 수정해야 한다.

왜냐하면. 머피의 법칙이 있지 않습니까? 잘못될 수 있는 모든 건 잘못된다.

이 말을 들었을 때의 사람들 반응이 다양합니다. 엄청 스트레스받는 사람도 있고. 엄청 슬퍼하는 사람도 있고. 또한 해탈의 광적 웃음을 터뜨리는 사람들이 있는데 저는 이 세 번째 부류입니다.

이 말이… ‘잘못될 수 있는 모든 것이 잘못된다’는 말이 저에게는 마치 ‘우리는 모두 죽는다’는 말과 비슷한 효과를 줍니다. 저는 죽는다는 말을 들으면 그 자체로는 스트레스 안 받습니다. 슬프지도 않아요.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Music ends.]

죽기라도 하니까 얼마나 다행이야. 이 모든 것에 끝이 있어서. 저는 진심 제가 죽을 날을 알았으면 좋겠어요. 나에게 시간과 장소를 알려줘라. 그거에 맞게 계획을 할게. 내가 약속 장소에 나타날 거니까.

아무튼, 잘못될 수 있는 게 잘못이 딱 되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다행입니까. 질질 끄는 게 최악의 상태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도 저도 아닌 거. 딱 ‘잘못됐군’ 이렇게 하면 해결하면 돼요. 이렇게 못 하면, 해결도 못 해요. 잘못된 게 아니면 어떡해? 그냥 잘되고 있는 거 괜히 건드려서 망가뜨리는 거면 어떡해? 그런데 잘못이 딱 됐다고 하면, 해결을 하면 됩니다. 그뿐이에요.

물론 그렇다고 해서 좋은 건 아니니까 해탈의 광적 웃음이 나오는 겁니다.

아무튼 여기서, 제 경우에, 진짜 문제는 잘못될 수 있는 모든 게 잘못되는 게 아닙니다. 그보다는 제 귀차니즘이 문제예요. 잘못될 수 있는 모든 게 잘못될 것인데, 그것을 포도씨도 안 발라먹는 한아임이, 맛있다고들 하는 어두를 먹기 귀찮은 한아임이 과연 다 해결할 것인가?

몇 개의 문제는 해결할 수 있겠지만 계속 문제가 생기면 해탈의 광적 웃음을 지으며 때려치는 수가 있습니다. 특히나, 처음부터 구조 디자인을 잘못했다는 결론에 도달한다면, 때려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데 빌딩은 그냥 때려치기에 너무 큰 투자잖아요. 그러니 더욱더 잘못될 수 있는 모든 것을 생각해내서 최초 구조 디자인, 물리적 건물 자체뿐만 아니라 건물의 존재 이유, 운영 방식 등 만질 수 없는 구조에 대한 디자인도 미리 결정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모든 종류의 문제가 저한테 같은 임팩트가 있는 건 아닙니다. 이게 사람마다 뭔가를 그만두는 이유가 다 다르잖아요. 그걸 얘기하는 겁니다. 제 취약점이 있어요. 그것만 커버해도. 잘못될 수 있는 모든 게 잘못될지언정, 그만두진 않을 거란 얘깁니다.

그리고 여러분. 하. 그만두지 않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그냥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1, 2년으로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왜냐? 50년 한 사람이 있으니까. 그 하는 일이 무엇이든. 50년 했다고 그 자체로 대단해지는 건 아니지만, 50년의 세월을 거치면 1, 2년으로는 절대 예측도 못 하는, 정말 너무 웃긴, 어이없는, 허탈한, 잘못될 수 있는 모든 것이 잘못되는 시나리오를 알게 된다고요.

그래서 일단 그만두지 않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습니다.


10: 참을성과 존버 정신

00:54:55-01:05:07

[Music: Amazing – Red City Hero]

제가 참을성이 없는 건 아닙니다. 지구력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여러분? 직장생활이든, 유튜브든, 팟캐스트든, 글쓰기든, 영화 만들기든, 음악 만들기든, 인스타그램 관리든, 틱톡이든, 뭔가를 10년 했으면, 참을성 없다고 하기엔 좀 무리가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저는 저 스스로, 객관적으로, 절대적 참을성이 없는 건 아니라고 봅니다. 참았다는 증거가 너무 많아요. 존버. 저는 분명 존버정신이 있어요.

그런데 제 기준에서 부질없는 것이 있습니다. 거기서 참을성, 존버가 발현되느냐 발현되지 않느냐가 결정됩니다.

그리고 제가 지금까지의 저를 관찰해본 결과에 따르면, 스피드, 효율, 그리고 지속 가능성이 존버에 영향을 많이 미치더라고요.

스피드와 효율은 묶어서 생각할 수도 있는데, 이런 겁니다. 만약 머저리 같은 결정권자들한테 결제받으려고 빨빨거리고 돌아다녀야 하는 일이면 저는 안 합니다. 그런 중간자들은 사회에 해악이에요.

이렇게 말하면 제가 상사 말을 안 들을 것 같겠지만, 아닙니다. 제가 직장에 다닐 때 정말 유능한 상사를 만난 적이 딱 한 번 있는데, 좋았습니다.

[Music ends.]

저한테 분명 이런 측면이 있습니다. 뭔가 빛나는, 뛰어난, 천재적인 누구를 발견했을 때 불나방처럼 혹합니다. 이 상사가 왜 유능했었냐면요, 본인도 머리가 빠른데 심지어 아랫사람들이 머저리 결정권자들한테 시간낭비를 하지 않고 일할 수 있게 해줬어요. 결제받으려고 빨빨 안 해도 됐어요.

그런데 이 상사가 중간 매니저였거든요. 그러니까 그 개인의 역량이 뛰어난 것도 뛰어난 거였지만, 중간 관리자로서, 말 그대로 관리 능력이 뛰어났던 겁니다. 사실 굉장히 어려운 일이잖아요. 중간에서 위와 아래의 모든 플로우를 관리한다는 게.

특히나, 플로우를 관리한다는 건, 플로우를 하나로 만드는 것. 회사가 하나인 이상, 나아가는 방향이 하나이도록.

가장 무용한 상사가 누구냐면, 애매하게 자기가 평등한 줄 아는 상사입니다.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어요. 이런 상사 밑에서 일하면 권위적인 상사 밑에서 일할 때보다 기분이 좋을 것 같겠지만, 오히려 엄청나게 에너지 까먹습니다. 자기가 책임은 안 지겠다 이거죠. 자기는 평등주의자니까. 그러면 이자는 저보다 왜 돈을 더 받죠? 돈도 n분의 1을 해야지, 책임을 똑같게 질 거면.

상사가 상사다운 게 좋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수직 구조 자체에 대한 이의가 없어요. 이상한 자가 수직 구조 안에 있으면서 필요할 때만 평등한 척하거나, 그 수직 구조가 돌아가야 하는 길목에 버티고 서서 무용한 일을 벌이는 것을 싫어할 뿐입니다.

회사의 사장은 하나. 세트의 감독은 하나. 소설의 작가는 하나. 이게 제가 지향하는 바입니다.

그리고 지속 가능성이란. 버티기를 논할 거면 당연히 지속 가능해야 되는 거 아니냐고 물으실 수도 있는데, 은근히 지속 불가능한 걸 존버하거나, 존버하라고 시키는 경우가 있어요. 아픈 거. 버는 것보다 돈 더 나가는 거. 그냥 모든 플러스보다 마이너스가 많아서 산수 계산만 해도 지속이 불가한 경우들.

그런데 또, 이 경우에도, 잘못될 수 있는 모든 게 잘못되니까, 처음에는 지속 가능할 것 같았는데 나중에 보니 안 가능한 경우들도 생긴단 말이죠. 나의 계산 미쓰, 혹은 세계의 변화로 인하여.

아무튼 추측건대, 음료 제공처 및 이 빌딩 전체에도 저의 이러한 버티기 기준들이 적용될 것 같습니다. 스피드. 효율. 지속 가능성.

스피드와 효율은, 어차피 빌딩이란 제가 혼자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팀을 꾸리든가 아웃소싱을 하는 측면이 많을 것 같습니다. 저는 설계를 못 합니다. 설계할 지식이 있는 분이 오셔야겠죠. 그리고 법률 자문. 주류 면허. 건물 관리자. 이런 분들이 합류하심으로써 스피드와 효율을 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속 가능성. 이것은 처음에 빌딩의 목적을 정할 때부터 의식적으로 방향성을 정하지 않으면 나중에 얼마나 많은 외부 인력이 와도 절대로 돌이킬 수 없을 겁니다. 마치 이미 망가져 가는 신체를 그 어떤 뛰어난 의사와 의료 기기로도 돌이킬 수 없는 것과 같습니다.

그래서 잘못될 수 있는 모든 잘못되는 길을 생각해야 한다. 특히나 지속 가능성을 해하는 잘못된 길. 아무리 세계가 변하고 나의 계산 미쓰의 가능성이 있을지라도, 지속 가능하기만 하면 잘못되어도 방향을 수정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속 불가하면 뭐… 더 할 게 없습니다. 그냥 게임 오버. 끝이에요.

그러나 한아임은 언젠가 게임 오버가 될지언정, 게임 오버가 될 게 뻔한 게임은 피하고 싶다.


11: 마무리

01:05:07-01:10:32

[Music: To the Moon and Back – Ty Simon]

마무리할 시간입니다.

여러분. 우리는 다음 문제들을 해결해야 합니다.

음료 제공처는 불특정 다수에게가 아니라 어떤 식으로든 필터된 소수에게 열려 있을 것이다. 음료 그 자체로 수익성 승부를 볼 순 없다. 그러나 음료를 공짜로 줬다가는 불 보듯 뻔하게 게임 오버다. 그냥 패가망신한다.

또한, 문제는 아니고 핵심 방향인 점이 있습니다. ‘한아임은 특이 취향자 공동체를 만들고 싶다.’ 아지트. 공간과 그곳에 있는 사람들이 동떨어져 있는 구조가 아닌, 그 사람들이 거기 있어서 그 공간이 그 공간이게 되는 그 구조.

이 핵심 방향을 늘 염두에 두고, 음료 제공처의 스피드와 효율, 그리고 지속 가능성을 최대한 보장할 수 있는 구조를, 잘못될 수도 있지만 그래도 잘못될 수 있는 모든 걸 생각해본 구조를 만들 수 있다면 짱왕킹일 것 같지 않습니까?

서울시 한복판에 우리의 아지트가 있다. 그곳에 가면 커피가 그냥 커피이고 와인이 그냥 와인이 되는 게 아니라 한아임도 여러분도 특이 취향의 거대한 바다에 발을 담글 수 있게 된다.

아, 너무 더러운가. 마실 거에 발을 담그는 거 같으니까. 발 말고 손가락을 살짝 담글 수 있게 된다. 손 씻고.

아무튼 이… 모든 집단이 집단이려면 이런 점이 있습니다. 아무리 열려 있는 집단이라 하더라도 집단이려면 외부와 내부는 별개예요. 그래야 집단이 존재할 수 있습니다.

그 집단만을 위한 음료 제공처. 그곳에서는 불특정 다수가 접근 가능한 공간에서보다 오히려, 우리끼리는, 훨씬 더 대화와 정신이 풍요로울 겁니다.

이것을 위하여 다음주, 우리는 좀 더 실현 가능성이 있는 미래로 갑니다. 한아임이 빌딩을 갖든 말든 써먹을 수 있는 너무나 얕지만 잡다해서 유용할지도 모르는 지식, NFT에 대한 얘기. 다음주에 할 거예요. 이 기술로 음료 제공처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제가 하는 모든 일에 대한 기록과 이번 에피소드의 녹취록은 제 웹사이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한 링크 및 오늘 에피소드에서 언급된 각종 토픽들에 관한 링크들을 전부 쇼노츠에 올려놓겠습니다.

여러분에게 특이 취향 친구가 있으시면, 이 팟캐스트에 대해 얘기해주세요.

그럼, 아직 깨어 계신 분들도, 잠드신 분들도, 좋은 꿈 꾸시길 바랍니다. 지금까지, 한아임이었습니다.

[Music ends.]


모든 링크

제가 하는 모든 일은 여기에 정리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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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 한아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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