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20] 복부관리: 급격히 깨달은 바에 관한 속보

아임 드리밍 [Ep. 20] 복부관리: 급격히 깨달은 바에 관한 속보

1: 오프닝

00:00:00-00:02:48

[Music: Sarah Kang – Make You Mine – Instrumental]

안녕하십니까? 이야기하는 자, 한아임입니다.

여러분은 지금 ‘특이 취향 불면자들을 위한 약간 이상한 꿈자리 수다,’ 아임 드리밍을 듣고 계십니다.

여러분. 이 팟캐스트는 랜덤성을 추구하는 팟캐스트지만, 오늘 할 이야기는 특히나 좀 랜덤합니다. 게다가 약간은 그로테스크하게 랜덤해서, 이 얘기를 할까 말까 고민했습니다. 그러나 이건 제가 생각했을 때 너무 충격적인 깨달음이었기 때문에, 공유해야 한다, 이렇게 좋은 것은 나눠야 하는 게 약간 의무가 아닌가, 그런 결론을 내렸습니다.

뭐에 대한 이야기냐 하면, 복부에 대한 겁니다. 그러나, ‘복부’하면 자주 연관 짓게 되는 뱃살이 중점인 이야기가 아닙니다.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제가 뱃살인 줄 알았던 것이 뱃살이 아니었던 사건에 대하여.

그리고 이럴 수 있다는 확률조차 생각하지 못했던 과거의 저에 대하여.

또한, 이러한 확률을 전혀 어디서도 언급하지 않은 인터넷 세상의 수많은 복부 관련 조언에 대하여.

그럼 오늘의 수다, 시작할게요.

[Music FADES OUT.]


2: 신체의 그로테스크함

00:02:48-00:07:30

여러분. 신체란 어떻게 생각해도 분명 그로테스크한 측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일단 물리성에 제한을 받는다는 점이 그렇고, 아무리 신체가 아름다워도 그것이 언젠가는 썩어 없어진다는 유한한 특성을 가진다는 점이 그렇습니다.

또한, 그 무엇보다도, 우리가 이것을 마음대로 할 수 없으며, 이 안에서, 혹은 그 표면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도무지 알 수 없다는 점이 특히 그렇습니다.

아무리 내시경을 들이밀어도, 아무리 어마어마한 경험을 축적한 의사여도, 심지어 세상에서 제일 정밀하다는 AI 진단 기기여도, 사람의 몸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전부 다 이해하는 기능은 현재로서는 없습니다. 우리가 이 안에 있는데도, 우리는 우리 몸이 무엇을 말하는지 잘 알 수 없을 때가 많습니다.

피곤한데 피곤한 이유를 모르고.

아픈데 아픈 이유를 모르고.

이 모든 것이 유전은 물론이고 정신과 연결되어 있기도 하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신체에서 벌어지는 물리적 현상들이 마치 그 제한적 물성조차 잃는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물성이라 함은 왠지 만질 수 있어야 하고, 분명해야 할 것 같은데, 만질 수도 없고 불분명하기만 한 조화가 우리 몸에 관련하여 일어나고 있는 겁니다.

도무지가, 나는 나인데 내가 아니며, 마치 어떤 선박을 조종하는 선장 같습니다. 그 나아가는 방향을 어떻게든 조종하려고 노력이야 해보겠으나, 만약 어떤 엔진이 나간다거나, 갑판이 갑자기 무너진다거나 하면, 솔직히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단 말이죠. 내일 당장 갑자기 심장이 멈춰도, 예측불가능했다는 점에서 놀랍기는 하겠으나, 예측불가능한 것 그 자체는 예측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게 참, 이상한 기분이 듭니다.

물론. ‘그로테스크’라는 개념의 특성상, 신체라는 것의 반대적 특성들이 덜 그로테스크하지는 않습니다. 이를테면, 물성이 전혀 없어서 공기 중에 흩어져 있는 것은 그것대로 잡을 수 없어서 그로테스크하고, 썩어 없어지지 않고 영원히 존재하는 플라스틱은 또 그것대로 그로테스크하며, 우리가 완전하게 마음대로 할 수 있고 예측이 가능해서 전혀 일말의 호기심도 일어나지 않고 벗어날 방법도 없는, 뭐랄까, 운명? 정해진 숙명? 그런 것은 또 그것대로 그로테스크합니다.

즉, 늘 그렇듯, 그로테스크란 절대적인 개념이 아닙니다. 특히나 좋다 나쁘다의 개념이 아닙니다. 뭔가 이물감이 있는 것, 문득 생각해보면 늘 받아들이던 것만큼 당연하지는 않은 것. 그런 것들을 말합니다.


3: 복부에 관한 흔한 설명

00:07:30-00:12:43

[Music: Feel Free – Solar Body]

신체 중에서도 오늘 할 이야기는 복부에 관한 것이라고 했는데, 복부 하면 흔히 생각하게 되는 뱃살이 중점은 아니라고도 했습니다.

네. 여러분? 유튜브나 아무 포털 사이트에 가셔서 ‘복부’를 검색하시면, 복부 운동에 대한 내용도 나오고, 복부 비만에 대한 것도 나옵니다.

복부란 몸의 중심부에 있고, 따라서 건강에도 중요하거니와 미관에도 중요하기에, 저 역시 살면서 복부에 대한 검색을 몇 번 했었고, 항상 그런 내용들을 봐 왔습니다.

복부 비만은 조심해야 한다.

복부 운동을 해주면 복부 비만을 좀 피할 수 있다.

그리고 이와 연관된 식단 조절에 관한 내용도 많이 봤고, 스트레스에 관한 내용도 많이 봤습니다.

이 모든 게 다… 당연한 건 줄 알았습니다.

그리고 이 당연하다고 생각되는 것에 따라 행동했습니다. 꼭 복부만을 위해서는 아니었지만, 운동을 하고, 식단을 조절했습니다. 저는 최근 반년 정도는 일주일에 20시간가량 운동을 하고요, 그전에는 꽤 오랜 기간, 수년간, 일주일에 10시간을 운동했습니다. 운동을 더 했으면 더 건강이 좋았을까 싶기도 하지만, 제 생각에는 아마 여기서 운동을 더 했다면, 그 더 하는 동안 안 한 다른 일에 대한 스트레스 때문에 별로 더 좋지 않았을 겁니다.

그리고 저는 과식을 하는 편이 아니고, 야식을 잘 안 먹기 때문에, 평균 체중을 유지해왔습니다.

그래서 항상 의아했습니다. 왜 배에 이렇게 살이 많은가.

특히나 윗배가 아니라, 아랫배. 흔히 말하는 똥배.

이게… 정말 오랜 기간 동안 설명이 안 됐습니다, 인터넷이나 서적으로 흔히 접할 수 있는 설명들로는.

저는 코어 운동도 따로 하고, 밥도 골고루 잘 먹는데.

걸으면 좋다고 해서 걷기도 걷고. 스트레칭도 매일 하고. 수영도 자주 다닌 적도 있고. 뛰기도 하고. 다른 신체 부위의 근력 운동도 세게는 아니지만 꾸준히 해왔는데.

왜 똥배가 나왔냔 말인가.

오래도록 저는 이게 제 체질인 줄 알았습니다. 그냥 뭐… 어떤 이유에서든지 간에, 다른 데는 다 평균적인데 똥배가 나왔구나. 뭐 그렇다고 엄청나게 또 많이 나온 건 아니니까. 각도에 따라 똥배가 없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 그 정도이니까. 그냥 그러려니 했단 말이죠. 대단히 더 운동을 많이 해야만 이게 없어지는 거라면, 그냥 이렇게 살다가 죽겠다.

[Music ends.]


4: 사건의 발단

00:12:43-00:16:34

그러던 제가 지난주에. 정말 따끈따끈한 최근에. 제 아랫배를 만져봤는데. 이게… 너무나… 살이 아닌 겁니다. 너무나 딱딱한 거예요.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이것이 언제 어떤 상황에서 발생했느냐면요, 제가 두 시간 정도를 의자에 가만히 앉아서 타이핑을 엄청나게 하고서, 급격하게 머리가 뜨거워지고 피곤해져서 깜빡 낮잠이나 자야겠다, 하고 누웠을 때 발생했습니다.

누웠는데. 이때 배가 엄청 고팠거든요? 너무 고파서 꼬르륵 소리가 들릴 정도였어요. 그래서 윗배가 그냥 나와 있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홀쭉하게 들어가 있는 상태였단 말이죠. 그런데 이 상태에서 손을 그냥 턱. 자연스럽게. 아랫배에 올리고 누워 있는데, 이게… 이 녀석이… 너무나 그로테스크하게… 딱딱한 겁니다.

저는. 정말 깜짝 놀라서. 아니 이게 뭔가.

똥배라면, 흔히 말하는 그런 똥배라면, 물렁해야 하는 게 아닌가. 살이어야 하는 게 아닌가.

그런데 이 순간에 제가 만진 제 배는 완전 무슨… 저는 무슨 종양인가? 순간 생각했습니다. 아니, 이렇게 딱딱할 게 뭐야. 갑자기 배 근육 운동을 두 시간 한 것도 아니고 책상 앞에 두 시간 앉아 있었던 건데.

그래서 제가 눌러봤습니다, 제 배를. 종양 같은 거라면 누르면 아플 거라고 생각해서였습니다.

그런데 아프기는커녕, 너무 딱딱해서 거의 느낌이 안 나는 거예요. 심지어 약간 시원한 느낌? 그런 쪽에 더 가까웠습니다.

그렇게 이 미스테리의 딱딱한 신체 부위를 누르고 또 누르고, 문지르고, 또 문지르고. 계속해서 안 아프고. 분명 살은 아니고.

이것을 한 삼십 분 반복했습니다.

그랬더니 여러분. 무슨 일이 벌어졌는 줄 아십니까?

이 딱딱함이 풀리더라고요. 근육이 맞았던 겁니다.

그러나 단, 복부 근육 운동의 결과가 아니었습니다. 무엇으로 인한 근육이었는가? 바로. 두 시간 동안 책상 앞에 앉아 있어서 배 근육이 뭉친 겁니다. 제가 지금껏 뱃살, 똥배인 줄 알았던 그것이 정반대나 다름없는 것, 근육이었단 말이죠.


5: 나만 몰랐나

00:16:34-00:23:42

[Music: Beyond Limits – Solar Body]

여러분. 어이가 없으십니까?

저도 어이가 없습니다.

일단, 만약 저를 제외한 이 세상 모두가 좌식 생활이 배 근육을 뭉치게 할 수 있다는 걸 알았다면, 어떻게 저는 지금까지 이 정보를 단 한 번도 인터넷 세상에서 발견하지 못했을까요? 저는 이 사건 이전에는 똥배가 뱃살이 아니라 근육이 뭉친 것일 수도 있다는 확률조차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반면, 만약 이 세상 대부분의 사람들도 저처럼 뱃살로 이루어지지 않은 똥배를 가지고서 뱃살 빼는 유튜브를 보고는 ‘왜 뱃살이 안 빠질까?’를 의아해하고 있는 거라면, 참 그것도 어이가 없지 않습니까? 우리 중 많은 사람들이 속고 있었을 수도 있다고요! 고의로 속였는지, 정보를 제공하는 쪽도 몰라서 본의 아니게 속였는지는 알 수 없지만, 여하튼 속았단 말입니다.

그래서 어이가 없지만, 뱃살에 관한 속보 에피소드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많은 경우에 우리가 어린 나이부터 책상에 오래 앉을 일이 많지 않습니까? 직장 생활까지도 이 패턴이 쭉 이어지는 경우가 많고요. 그리고 그것을 보상하기 위해 운동을 따로 합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저도 운동을 다 따로 하고, 스트레칭도 다 따로 했어요. 과식도 안 하고, 야식도 잘 안 먹고. 야식 뭐… 한 달에 한 번도 안 먹는 것 같습니다.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기 시작하고서도 수 시간이 흐른 후에, 꼬르륵거리기를 배가 포기한 이후에 잠을 잡니다. 왜냐하면, 야식 먹는 것도 일이거든요. 자기 전에 그 모든 일을 벌이고 자고 싶지 않아서 야식을 잘 안 먹습니다.

그런데도. 그 모든 걸 다 했는데도. 오래 앉아 있으면 아랫배가 돌처럼 딱딱해지는 경우는 정말… 처음. 완전.

그러니까 제가 두 시간이나 거의 옴짝달싹 안 하고 앉아 있는 경우는 지금까지 잘 없었던 겁니다. 일부러 일어나서 좀 걸어 다니고 그래요. 그런데 오히려 그렇게 중간중간에 몸을 어정쩡하게 풀어주니까, 이번 사건만큼 심각성을 명확하게 깨달을 계기가 없었던 겁니다.

그런데 이렇게 이번에, 최근에, 아주 배고파서 윗배는 극히 들어가 있는 가운데에 아랫배만 너무 딱딱하니까. 와 진짜, 지구에 수십 년을 살았는데. 이걸 저는 이제서야 알았습니다.

이거는 그러니까, 아무리 많은 운동을 해도 이 계기가 없었으면 깨닫지 못했을 점인 겁니다. 운동을 많이 해서 근육을 많이 만들어도, 이 아랫배를 따로 풀어줘야 한다는 생각은 못 했을 거란 말이죠.

그리고 아무리 식단 조절을 해도, 식단이랑 아무런 상관이 없으니까 이 똥배 근육을 없애지도, 그 원인을 알아채지도 못했을 거고요.

그래서 여러분. 제가 이 복부를 꾸준히, 너무 세지는 않게, 슬슬 마사지를 해줬더니, 한두 시간 내로 눈에 띄게 들어가고, 부드러워지더라고요. 아니, 똥배가. 물론 뱃살인 경우도 있지만. 아무 살이 없는데 다만 근육이 뭉쳐서 이렇게 딱딱하게, 마치 무슨… 정말 중력으로 인하여, 여기에 근육이 몰려서 굳어 있을 수가 있다니.

이걸 저만 몰랐던 건지.

하. 정말 아무도 말해준 적이 없습니다.


6: 의사의 조언

00:23:42-00:30:16

이쯤 되니 또 급격히 생각이 납니다.

저에게 어떤 친구가 있는데, 이 친구는 술이 정말 약한 친구입니다. 옆에서 술을 마시면 그 술 마시는 사람들이 말만 해도 그 과정에서 공기 중에 떠돌게 되는 알코올 분자에 취할 정도로 술이 약하고요. 술을 많이 안 마십니다. 어떤 때는 술을 마시면 좀 아파지기도 할 정도로 그… 효과가 급격해요.

그래서 이 친구가 술을 잘 안 마시는데, 하루는 정기 검진을 하러 병원에 갔대요. 그러면 의사가 물어보지 않습니까? 담배를 피우냐. 잠은 잘 자냐. 술은 얼마나 자주 마시냐.

그래서 이 친구가 대답을 했대요, 술을 마시는 양과 빈도에 관하여. 무슨. 말도 안 되는 수치였습니다. 한 달에 막걸리 한 잔을 마신다나. 제가 그 얘기를 듣고, ‘와, 요즘에 한국에서 정말 술 잘 안 마시는구나. 직장에서 뭐 회식한다고 억지로 마시게 하고 그런 게 정말 없구나’ 이런 생각이 들게 하는, 정말 건강한, 와, 이 정도의 술은 정말 보약일 수도 있겠다, 싶은, 그런 수치였다고요. 한 달에 막걸리 한 잔, 그런 엄청나게 귀여운 양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얘기를 듣고 이 의사가 이 친구한테 뭐하고 했는 줄 아세요?

“술을 좀 줄이세요.” 이랬다는 겁니다.

아니, 진짜 솔직히… 너무 대충 하는 거지… 뭐 어떻게 더 줄이란 거야… 그냥 마시지 말란 것도 아니고… 이 친구가 무슨 비만도 아니고 담배 피우는 사람도 아니고. 그런데 뭘 해결하겠다고 술을 줄이라는 거야.

이 얘기가 갑자기 생각나는 이유는 아마 제가 지금껏 복부에 관해 들었던 조언이 실제 제 문제 해결 방안과 하등 상관이 없었다는 현타 때문일 겁니다. 그 많은 복부 운동 및 식단 조절 동영상과 서적이 있는데, 많이 앉아 있는 사람들이 그저 뭉쳐 있는 아랫배 근육을 풀어주면 똥배가 상당 부분 사라진다는 사실을 저는 진짜… 못 들었습니다. 한 번도.

맨날 똑같은 얘기만 들었습니다. 진짜 그냥 대충. 이 가뜩이나 술 약하고 술 안 마시는 친구한테 “술 줄이세요”라고 말하는 거랑 버금가는, 정말 정석적이고 실질적으로 효과가 없었던 말만 들었습니다. 술 마시지 마라, 운동해라, 잠을 푹 자라.

물론 술을 안 마시면 좋겠죠? 그리고 운동을 하면 살을 빼는 것 말고도 혜택이 많고요. 그런데 솔직히 똥배 없애는 데에는 정말 하나도 쓸모가 없었거든요.

그런데 답이 여기 있네. 이거였습니다. 여러분의 똥배도 뱃살이 아닐 수도 있어요. 근육일 수도 있습니다.

제가 하루에 10시간을 넘게 앉아 있거든요? 많은 사람들이 그럴 겁니다. 이때 저는 어… 허리는 안 아픕니다. 이게 통증의 문제가 아니에요, 저한테는. 저는 아픈 데가 없고, 다만 아랫배가 항상 미스테리였는데… 그것이 근육 뭉침이었다니. 마치 제가 앉아 있는 동안 제 아랫배는 운동을 한 거나 다름없나 봅니다. 상체의 모든 하중을 이 아랫배가 지탱하나 봐요.

그래서 이것을 알게 된 그날, 지속적으로 아랫배를 풀어줬더니 절반쯤 들어가고, 그 이후로도 의식적으로 계속 얘를 마사지하고 풀어줬습니다. 또한, 일하다가 중간중간에 일어날 때 목이나 어깨만 스트레칭하는 게 아니라, 아랫배를 스트레칭 해줬어요. 그리고 막 문질러줬어요. 그랬더니 조금씩 들어가는 거예요, 얘가. 완전히 다 없어진 건 아니지만, 뭐, 제가 앉아서 보낸 세월이 너무 기니까.

그리고 이 신체 부위의 근육이 풀리니까, 전체적으로 배가 좀 따뜻해진 느낌입니다. 이것이 다만 제가 손으로 이 부위를 문질러서가 아니라, 이 부위에 혈액순환이 잘 되는 느낌? 저는 뭔가… 건강에 문제가 있었던 건 아닙니다. 모든 신체 기능이 잠자는 거 빼고는 신기하게 잘 돌아가는 편입니다. 그런데 배 근육을 풀어줬더니 더욱더 배가 따뜻해지고 잘 돌아가는 느낌이 정말로다가 며칠 만에 들었습니다.

이걸 지금껏 몰랐던 게 좀 약간. 억울한 마음이 드네요. 참말로.


7: 비상식적 상식

00:30:16-00:40:08

[Music: Thinking About Your Body – Tomer Ben Ari]

이런 일이 가끔 인생에서 일어나는 것 같습니다. 지금껏 상식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내 상황에서 그것이 전혀 소용이 없었고, 뭔가… 상식 밖의 해결책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실제 해결책인 경우.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우리는 우리가 모르는 것을 모른다는 점입니다. 그야말로, 알아야 뭘 찾지. 모르는데 어떻게 찾아요.

그 와중에 알고리듬은 가장 인기 있는 것을 우선으로 추천해줍니다. 이러면 알고리듬이나 의사나 유튜버나 그 누가 무슨 악의를 품어서가 아니라, 신박하고 처음 듣는 얘기를 들을 수 있는 확률이 계속해서 적어집니다. 그냥 사이클입니다, 이것이. 계속해서 아는 것만 아는 사이클. 검색하는 것만 검색하고, 그래서 검색을 안 해도 검색함 직한 것만 추천 피드에 뜨는 현상.

그리고 솔직히 약간은, 일부러 안 말해주거나, 알고리듬이 아닌 인간인데도 불구하고 관성에 의존하는 경향도 있는 것 같습니다. 제 개인의 똥배를 유지시킴으로써 어떤 암흑의 세력이 이득을 본다는 게 아니고요, 저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에게 가장 간단한 실질적인 해결책보다는 늘 하던 말이나 읊는 경우가 있지 않느냐는 겁니다.

아까 제가 예로 든 그 친구 말입니다. 막걸리를 한 달에 한 잔 마시는데 술을 뭘 줄이라는 거야. 그 친구도 자기 건강에 아무 문제가 없으니까, 의사가 당시에 이상을 발견하지 못했으니까, 어이가 없어서 저한테 얘기를 한 겁니다.

그렇다면 지금껏 내가 인터넷 세상에서 맞닥뜨렸던 각종 조언 중 대체 얼마나 많은 부분이 그저 여태껏 읊조리던 관성적 생각을 존속시키기 위한 수단이었는가.

그러니까 저는 혹시나 뱃살을 검색하실 분들을 위해 이 에피소드를 하는 겁니다. 물론 여러분의 똥배가 근육보다는 살로 더 많이 이루어졌을 확률도 있습니다. 그러나 혹시나 저처럼 오래 앉아 계신 분들이라면, 그저 뭉친 근육일 수도 있다고요. 운동을 더 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반대로 풀어줘야 하는 근육.

검색에 잘 뜨도록 하기 위하여 제가 계속 말을 하는 겁니다.

여러분? 이제 음성 검색이 대세가 된다고 하지 않습니까? 이제는 “복부 비만 해결 방법” 이렇게 검색창에 검색하는 것이 아니라, “알렉사, 뱃살 빼는 법 좀 알려줘.” 이렇게 검색을 한대요.

그래서 인위적인 말투로 콘텐츠를 만드는 것보다 자연스럽게, 사람이 쓸 만한 말투를 쓰는 것이 점점 더 검색에 유리해질 거라고 합니다. 저는 좋은 현상이라고 봅니다. 뭐든지, 기계를 우선시하는 건 좀 바보 같습니다. 기계가 사람보다 질적으로 못해서라기보다는, 기계를 위해 만든 시스템이 아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한마디로, 뭣이 중헌디.

[Music ends.]

아무튼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음성 검색이 많아지는 시대인데도 불구하고, 검색이라는 도구 자체가 어느 정도 양에 의해 결정되는 것은 피할 수가 없단 말이죠. 이 세상에 검색함 직한 것들이 너무 많으니까, 그중에서 어떤 양적 조건을 충족시킨 아이템을 가장 먼저 보여주는 겁니다.

그래서 새로운 사실이 상식이 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너무 긴 것 같습니다. 특히나 새로운 사실들이 너무나 빨리 생겨나는 걸 감안했을 때, 일반적인 검색을 통해 그것을 접할 수 있는 때가 생각보다 늦게 옵니다.

유튜브는 이 현상이 좀 덜한데, 구글은 확실히 그렇습니다. 십 년 전에 썼던 글이 아직도 순위권에 올라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 사이트의 힘이 너무 큰 겁니다. 제가 에피소드 13, 모던범절에서 링크 주스에 대해 얘기한 적이 있지 않습니까? 이 링크 주스를 많이, 냠냠 먹고 쑥쑥 무럭무럭 자란 10살짜리 사이트들이 신생아 사이트들보다 검색 엔진 랭킹에 더 유리합니다.

그래서 정작 지금 당장, 요즘에 유용한 정보는 묻히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것을 소셜 미디어를 통해 퍼뜨리거나 해야지만 그걸로 링크 주스를 얻어서 힘이 세지는 과정을 거치고, 그제서야 구글 같은 곳에서 검색 상위 결과에 뜰 수 있습니다.

워낙에 웹사이트가 많으니까, 어떤 식으로든 검색 엔진이 랭킹을 결정해야 하는 것이야, 나무랄 수가 없습니다. 모두가 페이지 1에 나올 순 없으니까요. 그런데 문제는, 어느 웹사이트가 자신의 존속 자체를 위하여 일부러 특정 정보를 제공하거나 다른 특정 정보는 감출 수도 있다는 걸 구글이 감안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아주 옛날 시대에 구글이 있어서, 말을 빌려주는 기업을 운영하는 사람이 웹사이트를 만들어서 말에 대한 온갖 좋은 설명을 해놨다고 쳐봅시다. 그런데 갑자기 자동차가 개발된 겁니다. 그러면 자동차가 장기적으로 봤을 때 사람들의 이동 능력에 훨씬 더 이득인데도, 이 말 빌려주는 기업의 웹사이트 운영자는 말이 얼마나 좋은지에 대해서만 계속 쓸 거라고요. 심지어 자동차가 얼마나 위험한지에 대해서도 쓸 수 있겠죠?

지금 우리야 자동차가 말을 이동 수단 측면에서 이긴 시대에 사니까, ‘딱 봐도 자동차가 말보다 좋지’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당시 사람들은 아니었을 겁니다.

그런데 과거에 구글이 있었더라면, 상당 기간 자동차 관련 글보다는 말 빌려주는 기업의 글을 검색 결과 상위에 보여줬을 것이다.


8: 의문생활과 와식생활

00:40:08-00:45:04

[Music: Possible Water – David Benedict]

그래서 저는 복부 관리에 대한 제 깨달음을 계기로, 의문을 더 생활화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아무것도 믿지 않겠어! 상식이라고 주장되는 거라면 특히!

그리고 또 하나 결심을 했습니다. 더 많이 누워야겠다.

왜 그… 이런 스타일의 사람이 있지 않습니까? 잘 누워 있는 스타일. 그리고 그만 누우라고 하면 이런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죠? “누울 수 있는데 왜 앉아.”

저는 이 말을 처음 들었을 때가 어… 인터넷 어딘가에서 들었는데. “누울 수 있는데 왜 앉아”라니. “앉을 수 있는데 왜 누워”가 지금까지의 제 생각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와식생활에 지혜가 담겨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앞으로 누울 수 있으면 반드시 누워야겠다. 절대 앉지 않으리라. 저는 이미 충분히 많이 앉으니까.

그리고 전반적으로 뭔가, 제가 요즘 생각하는 게 이겁니다. 노력을 하지 않아도 되는 것에 노력하지 말아야겠다.

[Music ends.]

사실 그게 답인 것 같아요. 막걸리를 한 달에 한 잔 마시는 데에 신경 쓸 필요가 없는데 의사가 관성적으로 하는 말을 듣지 말자. 누울 수 있는데 앉지 말자. 하여간에 뭔가. 안 해도 되는 걸 하지 말자. 대충 살자.

뭔가. 이것이 존버와 관련이 있는 것 같습니다. 실질적으로 존버를 하려면 그것이 무엇이 됐든 반복을 할 수 있어야 하고, 그러려면 아주 어마어마한 노력이 들면 안 됩니다. 지속이 불가해요.

그러니, 저는 오늘도 많이 빨리 오래 작업할 수 있는 방법을 택할 거고. 술은 마실 만큼 마시다가 죽을 거고.

반드시 누우리라.


9: 마무리

00:45:04-00:48:21

[Music: To the Moon and Back – Ty Simon]

마무리할 시간입니다.

여러분? 제가 저의 배를 보여드릴 순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건 정말 참말로 너무 그로테스크하잖아요? 그게 뭐야. 랜덤한 사람들한테 배를 보여주는 게.

그렇지만, 이 에피소드를 함으로써 저는 혹시 이걸 듣고 있는 분들을 나중에 만날 때를 대비해서 지금의 반쯤 없어진 아랫배 상태를 유지하려고 합니다. 만나서 배를 보여드린다는 게 아니고요. 어쨌든 옷을 입고 있어도 배 모양은 볼 수 있지 않습니까? 그것을 대비하여 아랫배를 관리해보겠습니다.

많이 앉아 계신 분들, 꼭 일어나셔서 움직이시고, 그뿐 아니라 아랫배 근육을 마사지해서 풀어주세요.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제가 하는 모든 일에 대한 기록과 이번 에피소드의 녹취록은 제 웹사이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한 링크 및 오늘 에피소드에서 언급된 각종 토픽들에 관한 링크들을 전부 쇼노츠에 올려놓겠습니다.

여러분에게 특이 취향 친구가 있으시면, 이 팟캐스트에 대해 얘기해주세요.

그럼, 아직 깨어 계신 분들도, 잠드신 분들도, 좋은 꿈 꾸시길 바랍니다. 지금까지, 한아임이었습니다.

[Music ends.]


모든 링크

제가 하는 모든 일은 여기에 정리되어 있습니다.

https://hanaim.imaginariumkim.com/

© 2022 한아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