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21] 암흑채광: 자기만의 방

아임 드리밍 [Ep. 21] 암흑채광: 자기만의 방

1: 오프닝

00:00:00-00:04:00

[Music: Sarah Kang – Make You Mine – Instrumental]

안녕하십니까? 이야기하는 자, 한아임입니다.

여러분은 지금 ‘특이 취향 불면자들을 위한 약간 이상한 꿈자리 수다,’ 아임 드리밍을 듣고 계십니다.

여러분, 저는 해리 포터를 읽으면서 자란 세대입니다. 일곱 권이 전부 다 나왔을 때 그 시리즈를 처음 읽은 세대가 아니고, 시리즈의 절반 이상을 한 땀 한 땀 기다리면서 자랐단 말이죠.

그래서 지금도 해리 포터 얘기가 나오면 반가운데, 저와 비슷한 사람들이 꽤 많은 것 같습니다. 해리 포터와 관련된 2차 저작물이 계속해서 만들어지고 있으니까요. 특히나 게임 분야에서 그러한 저작물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건, 사람들이 그 이야기를 읽거나 보고 싶을 뿐만 아니라, 직접 호그와츠의 세상으로 가고 싶어 한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도,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해리 포터 게임을 봤습니다. Hogwarts Legacy라는 제목의 게임인데, 2022년에 나왔대요. 제가 유튜브 영상을 하나 링크할 텐데, 그 영상이 2022년 3월 23일 것인 걸 보면, 게임이 2022년 1분기에 나온 것 같습니다. 게임이 나오고 한참 후에 영상을 만든 것 같진 않아요.

아무튼 저는 해리 포터는 좋아하지만 게임은 안 하는데, 이 영상에 나온 호그와츠는 너무나… 아름다운 겁니다.

그런데 또. 호그와츠에 나오는 각종 canon이 있지 않습니까? 마치 법으로 정해져 있듯이, 이 캐릭터는 이래야 하고, 이 장소는 이래야 하는 룰 같은 것들. 그것을 이 게임이 너무나 잘 지켜서, 우리 기숙사, 제가 속한 기숙사의 게임 디자인을 보았을 때 저는 늘 그렇듯 약간 슬프고 말았습니다.

오늘 그거에 대해 얘기할 겁니다. 학업 환경, 근무 환경, 각종 작업 환경이 인간의 정신에 미치는 영향에 대하여.

그럼 오늘의 수다, 시작할게요.

[Music FADES OUT.]


2. 선악 구도와 끝

00:04:00-00:09:37

전에도 여러 해리 포터 관련 게임들을 봐 왔었는데, 그중에서 얘가 제일 예쁩니다. 저처럼 해리 포터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영상만 보셔도 기분이 좋아지실 것 같습니다. 대왕오징어가 사는 호숫가라든지, 학교 외관이라든지, 이런 장소들의 디테일이 너무나 살아 있고요. 당장 영화 OST를 틀고 ‘딱히 무슨 미션을 완수하기보다는 그냥 저곳에 앉아 있고 싶다’ 하는 마음이 들게 합니다. 특히나 기숙사들의 묘사가 기똥찹니다.

혹시나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해리 포터 이야기 내에서의 기숙사들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네 개의 기숙사가 있고요, 모든 학생들은 입학할 때 이 네 개 중 하나의 기숙사로 배정받게 됩니다. 전교생이 보는 앞에서 신입생이 어느 마법의 모자를 쓰면, 그 모자가 신입생에게 속삭입니다. ‘어느 기숙사가 너에게 어울릴 것 같아?’ ‘너는 어떤 사람이야?’ 그리고 학생이 어떻게 대답하느냐와는 꽤나 무관하게, 이 마법의 모자가 어떠한 설명할 수 없는 마법적 과정으로 인하여 학생의 진정한 내면을 꿰뚫어 보고 기숙사를 배정해준다는, 그런 설정입니다.

해리 포터 이야기 전체에서 이 점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배정된 기숙사에 따라 애들 성격이 다르고, 관심사가 다르고, 행동도 다르다는 거. 지금 생각해보면 혈액형 나누기에 버금가는 단순화인데, 인기를 끄는 이야기에는 이런 약간의 단순화 과정이 필요합니다. 왜냐하면, 편 먹기와 편 나누기가 인류사의 핵심이기 때문입니다. 너 그리고 나. 우리 그리고 그들.

선악 구도 자체가 근본적으로 편 가르기입니다. 그리고 가장 상업적으로 히트를 치는 이야기들을 보면, 선악 구도가 안 들어가 있는 이야기가 거의 없습니다. 일단 모든 슈퍼히어로 이야기가 슈퍼빌런의 존재를 전재로 합니다. 그리고 모든 종류의 ‘우리 나라가 최고야’ 하는 영화 있죠? 그 나라가 어느 나라든 간에 상관없이, 하여간에 우리 나라가 최고고 남의 나라는 나쁘다고 나오는 영화. 그게 아무 부가 설명도 없이 가장 잘 팔리는 이야기 특유의 선악 구도입니다.

선악 구도는 돈이 됩니다. 그리고 재미가 있습니다. 단순하니까. 저는 단순한 재미를 추구하는 게 그 자체로 나쁘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해리 포터 매우 좋아하고요, 재미는 재미로서 된 겁니다. 그 이상으로 더 무슨 가르침을 줘야 한다거나 의미로워야 한다고 여기지 않습니다. 특히나, 선악 구도의 큰 틀을 잡아놓고서, 클라이맥스에 가서 ‘알고 봤더니 그는 그렇게 나쁜 자가 아니었더라’ 하는 쇼크가 올 때의 그 희열이 있으려면, 초반에 단순한 선악 구도가 존재해야 합니다.

아무튼, 해리 포터라는 거대한 시리즈는 선악 구도를 기반으로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네 개로 나뉜 기숙사는 그 선악 구도의 미니어처, 모델, 혹은 어린 버전입니다. 사회로 나가기 전 아이들도 얼마나 선악 구도에 의해 좌지우지되는가.

해리 포터 속에서 ‘선’을 대변하는 사람들이 다니고 있거나 다니던 기숙사가 있고, ‘악’을 대변하는 사람들이 다니고 있거나 다니던 기숙사가 있습니다. 그래서 ‘선’ 기숙사에서 ‘악한’ 일을 하면 사람들이 놀라고. ‘악’ 기숙사에서 ‘선한’ 일을 하면 또 사람들이 놀라고.


3: 해리 포터의 기숙사들

00:09:37-00:16:38

[Music: Magic – C.K. Martin]

특히 재밌는 건, 해리 포터에 등장하는 네 개의 기숙사가 아예 물리적 공간에 박제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이 기숙사들이 각기 학교 건물, 즉, 호그와츠 성에서 차지하는 물리적 위치가 있단 말이죠. 네 개 중 두 개의 기숙사는 지하에 있고요. 나머지 두 개는 탑에 있습니다. 즉, 두 군데에는 햇볕이 어마어마하게 잘 들고, 두 군데에는 햇볕이 안 듭니다.

이 호그와츠 레거시 게임 내에서 이런 디테일들이 잘 살아 있습니다. 특히나 허플퍼프처럼, 해리 포터 책들 내에서나 영화에서 비중이 적었던 기숙사의 커먼 룸이 엄청나게 디테일합니다. 허플퍼프 커먼 룸은 호그와츠 주방에 인접해있던가? 입구를 공유하던가? 어… 우리 기숙사가 아니라서 정확히 모르겠는데요. 아무튼 그러니 지하에 있습니다. 왜냐하면 호그와츠 주방이 Great Hall 바로 아래에 있거든요. 전교생이 모여서 식사하는 강당 같은 곳 지하에 주방이 있고, 허플퍼프도 지하에 있다.

그런데 희한하게. 허플퍼프의 커먼 룸은 어둡진 않습니다. 이 커먼 룸을 보면 마치… 수프 냄새가 항시 짙게 공기 중에 머물러 있을 것 같은, 그런 디자인입니다. 그것도, 루 말입니다. 밀가루와 버터를 볶다가 우유를 넣어 만드는 루. 라자냐 같은 데에 들어가는 흰색 소스. 그것을 기반으로 한 각종 수프—양송이 수프라든지, 양파 수프라든지, 그런 게 느껴지는 따뜻한 노란색, 갈색, 녹색—즉, 땅의 색으로 이루어진 커먼 룸입니다.

[Music ends.]

또한 커먼 룸에 식물이 많습니다. 허플퍼프의 수장인 교수가 식물을 다루지 않습니까? 그리고 식물이 많다는 건 햇빛이 있다는 뜻인데. 이 커먼 룸에 대한 다양한 게임이나 그림을 보시면, 약간 반지하 같습니다. 눅눅하고 슬픈 반지하가 아니라, 왠지 그…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호빗들이 살 것 같은. 땅과 가깝고, 식물과 가깝기 때문에 반지하라고 부를 수 있는, 그런 느낌입니다. 제가 본 그림들에서는 대개 허플퍼프 커먼 룸의 창들이 천장에 가깝게 있습니다. 호그와츠 레가시 게임 내에서도 약간… 따스한 동굴 같은 그런 느낌이에요. 제가 링크한 이 유튜브 영상에서 말하는 사람도 호빗 집들과 흡사하다고 얘기를 합니다. 왜냐하면 또, 통로들이 네모가 아니라 둥그래요.

그리고 래번클로우 기숙사도 디테일이 살아 있습니다. 래번클로우도 해리 포터 본 시리즈 내에서는 비중이 크지 않은 기숙사인데, 게임에서는 다른 기숙사들과 똑같게 디테일하더라고요. 래번클로우는 탑에 있는 기숙사 중 하나라서 바람이 잘 들고, 햇빛도 잘 듭니다. 그것이 뭔가… 왜, 래번클로우는 똑똑한 사람들이 간다고 하지 않습니까? 그… 천문학. 하늘. 우주. 공기. 이런 것과 연관이 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 설도 있지 않습니까. 기숙사들이 4원소다.

공기. 땅. 물. 불.

공기. 래번클로우.

땅. 허플퍼프.

물. 슬리데린.

불. 그리핀도르.

그리고 이 각각의 기숙사들이 아까 말했듯이 물리적 장소에 박제되어 있는 걸 생각하면, 4원소설이 괜히 나온 게 아닙니다. 래번클로우는 공기니까 공중에 있죠, 당연히. 허플퍼프는 땅이니까 당연히 지하에 있습니다. 그리고 불인 그리핀도르는 타오르듯 탑에 있고, 물인 슬리데린은 또 지하에 있더라.

슬리데린 커먼 룸 아트가 등장하는 ASMR
슬리데린 커먼 룸 아트가 등장하는 ASMR. 여기에는 “Dreams”라는 게임도 등장.

네. 슬리데린 기숙사는 지하에 있고, 호수와 맞닿아 있습니다. 그래서 허플퍼프 커먼 룸에 있는, 천장에 가까운 창을 통해서는 그냥 바깥, 지상이 보이는 반면에, 슬리데린의 경우에는 거대한 창을 통해 대왕오징어 및 각종 호수 거주자들이 지나가는 게 보입니다. 마치 아쿠아리움처럼.

그런데. 하. 제가 속한 기숙사 디자인을 보고서 제가 약간 슬퍼졌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이쯤에서 그 얘기를 하겠습니다.


4: 한아임의 기숙사

00:16:38-00:26:09

[Music: The Magic of Space – Jon Gegelman]

여러분? 저의 기숙사는 물의 기숙사입니다. 슬리데린. 단순한 선악 구도의 피해자. 그리고 제가… 스포일을 할 수 없으니까 참 답답한데. 그 선악 구도가 뒤집히는 클라이맥스의 희생양과 관련된 기숙사입니다.

그래도 요즘에는. 말포이를 좋아하시는 분들도 많더라고요. 이것이 마치, 어렸을 때는 둘리에 등장하는 고길동을 보고 ‘와 정말 나쁘다’라고 했지만, 좀 나이가 들고 보면 고길동이 다 맞는 말을 하고 둘리 이놈이 나쁜 놈인 것처럼. 아니 상식적으로. 남의 집에 들어와서 이게 뭐 하는 짓이야. 고길동 정도면 보살이지.

마치 그런 것처럼, 슬리데린 하우스에 대해서도 나중에 봤더니, 아니… 볼드모트는 맨날 죽이겠다고 협박하고. 받은 교육 자체가 볼드모트 편에서 살아야 한다는 거였고. 거기에 온 가족의 목숨이 걸려 있고. 무엇보다, 위자딩 월드 전반에서 슬리데린 출신들한테 별로 잘해주지도 않아요.

지금 생각해보면, 아니, 솔직히 ‘지금 생각해보면’도 아닙니다. 저는 어렸을 때, 해리 포터 시리즈를 읽었을 때도 해리네 삼인방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어요. 꼭 이… 주인공발 받는 캐릭터들이 있지 않습니까? 완전 앞뒤 없는 자인데, 그냥 주인공이라서 주인공인 자.

심지어 해리 포터의 핵심은 해리가 The chosen one이라는 그 클리셰잖아요. 해리 말고는 해낼 수 없다. 해리여야 한다.

그래서 저는 해리 삼인방이 평등과 자유를 부르짖는 게 어찌나 아이러니하던지. 어린 나이에도, ‘얘, 네가 왕관을 썼다는 게 핵심이잖아, 네가 왕이잖아,’ 이런 생각이 강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해리 포터를 읽으면서도 제가 슬리데린인 걸 알았고. 나중에 조앤 롤링 언니의 포터모어 웹사이트에 가서는 정말 수십 년에 걸쳐서 여러 번 확인을 했습니다. 가끔 생각나면 들어가서 다시 테스트해보거든요? 진짜 뭐… 2, 3년에 한 번. 그러면 대개는 슬리데린인데, 래번클로우일 때도 있습니다. 가장 최근에, 이 에피소드를 준비하면서 테스트를 다시 해봤더니 래번클로우더라고요. 마치 제 MBTI 테스트 결과처럼. 저의 기숙사 배정 결과도 보더라인에 걸려 있어요. 그래서 이런 테스트들이 절대적이지 않은 겁니다.

그런데 한번 슬리데린이면 영원히 슬리데린이지. 저는 그냥 슬리데린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래번클로우 학생들은 뭐… 억울할 게 없습니다. 그런데 슬리데린 애들은 억울할 게 많아. 그래서 슬리데린이 할 얘기가 더 많고, 슬리데린이고 싶습니다.

아무튼, 포터모어 웹사이트에 가시면 할 수 있는 기본 테스트 세 개가 있습니다. 기숙사, 파트로누스, 그리고 지팡이 테스트.

제 파트로누스는 꿩이래요. 쌩뚱맞습니다.

그리고 지팡이는 “Pine wood with a phoenix core 10″ and supple flexibility”? 뭐 그렇다고 합니다.

아무튼. 실제 세계에서는 기숙사도 종종 바뀌고, 파트로누스는 진짜 자주 바뀐 거 같고요. 지팡이는 키, 눈동자 색 이런 걸 물어보기 때문에, 크게 변하진 않는 것 같습니다. 하여간에, 절대적인 게 아니라는 점.

그리고 해리 포터 시리즈 내에서도 조앤 롤링 언니가 이 점을 안 꼬집은 게 아닙니다. 이 절대적이지 않은, 변화가 가능한 점을. 해리가 슬리데린이 될 뻔했었고, 볼드모트도 해리와 자신의 공통점을 강조합니다. 해리가 이렇게 추앙받는 게 볼드모트와 한 끗 차이라는 것을요.

또한 해리 포터 스토리 외부적 분석이 꽤 많습니다. 예를 들어, 영국인인 해리가 왜 중국계인 초 챙과 인도계인 파바티 패틸과 사귀느냐에 대한 분석을 본 적이 있습니다. 출처가 기억이 안 나는데. 그것을 영국의 제국주의에 빗대어 해석하더라고요. 별별 게 다 있습니다. 이게 다 재밌으니까 거기서 해석이 나오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무튼 제가 처음 테스트를 했을 때는 분명히 슬리데린이었는데. 참 나 원. 그런데 하나 분명한 건, 그리핀도르랑 허플퍼프는 절대 안 나오더라고요.

아무튼. 우리 자랑스러운 슬리데린. 초록과 은색이 상징적인 기숙사인데. 지하에 있고. 물의 기운이 얼마나 심각하게 많으냐 하면, 호수와 맞닿아 있다. 대왕오징어가 창문으로 보인다. 심지어 바닥은 회색깔 돌로 만들어져 있고. 허플퍼프처럼 창이 바깥 공기를 향해 있는 게 아니라서,  호수를 통해, 즉 물을 통해 필터되어 들어오는 빛이 자연광의 전부인 것 같다고요.

그런데 그러니까. 약간. 화가 나는 겁니다. 이 호그와츠 레가시 게임이 너무 예쁘긴 하고, 역대 슬리데린 기숙사 중에서도 제일 예쁜 것 같긴 합니다만, 그래도 화가 난다고요. 우리한테 이딴 학업 환경을 줘 놓고서, 악이라고 부른다고?

[Music ends.]


5: 환경의 결과물

00:26:09-00:34:44

여러분? 제가 몇 번 언급했듯이 저는 존버 정신을 좀 좋아하는 편입니다. 사람 수명은 점점 길어지고 사망률은 낮아지는데, 그 사이에서 무언가를 10년, 20년도 안 한다면, 밀리게 될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굳이 경쟁 사회를 탓할 필요도 없습니다. 만약 현대 사회가 아니라 무슨… 중세 시대 길드끼리 운영하던 시장이라고 치더라도, 그럼 50년 경험을 쌓은 장인한테 가지, 애송이 조수한테 가겠습니까?

산수가 그렇습니다. 오래 했다고 해서 더 잘하는 건 아니지만, 오래 했는데 잘하기까지 하는 사람들이 수두룩합니다.

그러나. 요즘에 능력주의, 즉, 잘해서 잘된 거다. 못해서 못한 거다. 라고 믿는 그 사상에 대하여 회의를 느끼는 사람들이 있고, 저도 그중 한명입니다. 존버가 필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고 해서 존버를 하면 잘될거라고 생각하는 게 아닙니다. 이게 좀 슬픈 부분인데, 존버를 해도, 50년을 뭔가를 해도, 잘 안될 수도 있습니다.

공부를 잘해도 돈이 없어서 대학에 못 갈 수 있습니다.

운동을 잘해도 부상을 입고 다시는 그 운동 못 할 수도 있어요.

하여간에 뭐든지 간에, 노력 혹은 그에 수반되는 통증은 그 자체로서 의미가 없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존버는 정말 가늘고 얇게, 안 아프게, 영원히 하는 겁니다. 그러지 않으면 50년, 심지어 뭐, 수명이 계속 길어진다면, 100년까지 못 버팁니다.

즉, 딱 억울하지 않을 정도, 어차피 했을 정도가 제가 생각하는 존버의 선입니다. 그러지 않으면 이… 가짜 능력주의가 판을 치는 세상에서 너무 현실과 괴리를 느끼다가 미쳐버릴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마치 해리 포터에 나오는 선악 구도가 진짜인 줄 알고 믿다가, 실제로 봤더니 선악 구도는 개뿔, 가장 선한 척하는 자들이 사실 악이라는 걸 알았을 때의 그 쇼크처럼. 존버도 그렇단 말이죠. 존버하면 될 줄 알았는데 안 됐을 때의 그 쇼크.

이런 이유들 때문에 제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환경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존버는 환경을 만드는 겁니다. 내가 도저히 그만둘 수 없는, 그만두지 않아도 되는 환경.

그리고 그 환경을 어느 정도는 본인이 만들 수 있지만, 정말 만들기 어려운 환경 중 하나는 건물입니다. 건물을 다시 짓는다는 것은 정말 말도 안 되게 돈과 시간과 에너지가 많이 드는 일이란 말이죠. 인력. 보험. 장비. 그리고 축적된 경험. 이것들이 전부 다 필요한 일입니다.

따라서, 건물을 슈방구처럼 짓는다는 건… 이게 악입니다.

해리 포터 건물이 악하다는 건 아닙니다. 왜냐하면, 마법이 있는 세계니까. 슬리데린 애들은 스네이프 교수가 빡세게 공부시키니까. 무슨 그. 인공 태양열 램프 비슷한 걸 설치해서 돌아가면서 쓰든지. 마법약을 만들어서 비타민 디를 보충하든지 하겠죠.

그러나 픽션이란 상징의 세계이고, 따라서 이 픽션에서 사용된 설정들의 상징성을 현실 세계의 우리가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관해 논하고 있는 겁니다.

호그와츠 성이 악한 건 아니지만, 이 이야기를 읽는 우리들은 왜 슬리데린들이 지하 벙커 같은 곳에, 물 가까이에서, 햇빛도 잘 못 받고, 통풍도 잘 안되는 상황에 있자, 그들이 그것에 대해 어떻게 할 수 없는데도 불구하고, 그 환경이 그 자체로 마치 무언가를 의미하는 듯이 해석을 하게 되는가.

더 요즘 예로 들자면. 기생충은 왜 반지하 설정을 가져오는가.

어째서 무서운 영화에서는 어두운 골목들이 등장하는가.

그리고 독자나 관객, 받아들이는 사람들은 왜 그 어둡고 습하고 바람이 통하지 않는 공간에 있는 캐릭터들이 악하거나, 무능하거나, 심지어 자기들이 자초해서 그리 갔다고 생각하는가.

왜냐하면, 흔히 있는 일이지 않습니까? 공포 영화에서. 꼭 초반에. 호기심을 못 이기고 제 죽을 길을 찾아서 가는 캐릭터가 있잖아요? 그런 캐릭터 설정을 쓰는 이유가 있는 겁니다. 그걸 보면서 관객들이 그 순간에 “와 정말 안됐다”보다는 “멍청이, 저래도 싸지” 이런 생각을 하니까.

이러니까. 호그와츠 건물의 선악을 논하는 건 아니지만. 현실 세계가 이렇다는 걸 고려해본다면. 현실에서 만약에 해리 포터 창립자들처럼 슬리데린 기숙사를 이따위로 지어놓고서. 애들을 이렇게 햇빛 없는 데에서 공부하게 해놓고서, 얘네가 커서 볼드모트 쫓아다니는 게 그렇게 신기하다고 주장하면. 이 현실 세계의 머글들이 마법약을 달여 먹을 줄 알 리가 없는데 그들을 탓한다면. 멍청한 상황이 아니겠느냐고요.

현실 세계에서는 우리가 무슨 뛰어난 마법적 능력을 지닌 게 아니기 때문에, 개개인이 건물을 어떻게 할 수가 없습니다. 건물을 슈방구로 지어 놓으면 그냥 거기 사는 사람들은 다 슈방구가 되는 겁니다. 그 건물을 헐고 다시 지을 때까지.

그런데도. 픽션은 현실을 담기에. 현실의 그 슈방구 건물들에 사는 사람들이 우리 불쌍한 슬리데린 어린이들처럼 억울한 취급을 당하고 있는 게 아닌가.


6: 빛과 상징

00:34:44-00:39:31

[Music: Magic – KOLA]

빛이란 인간에게 정말 필요합니다. 저는 인간이 살아 있는 동안에 신체와 정신을 완전히 분리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데, 빛만 봐도 그렇습니다. 빛을 받는 자와 받지 않는 자의 정신 상태가 달라요. 빛을 못 받는 자의 정신이 나약해서가 아니고, 노력을 안 해서가 아니고, 존버를 안 하려고 해서가 아니고, 그냥 이 사람이 머리를 굴리기가 생화학적으로 너무 힘든 겁니다.

그런데 어둠, 습함, 텁텁함에 대한 인간의 본능적 느낌이 얼마나 뿌리박혀 있는가 하면, 이 모든 걸 알아도 의식적으로 이 본능을 이겨내기가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내가 저 어둠에 있다면, 습함에 있다면, 텁텁함에 있다면. 이런 생각을 인간은 떨쳐낼 수가 없는 겁니다. 미러 뉴런이 극히 모자란 경우가 아니면 모를까. 그리고 북극곰에 대해 생각하지 말라고 하면 북극곰을 떠올리게 되는 것처럼, 기생충의 반지하 같은 세팅을 보면, 거기에 마치 내가 있는 것처럼 상상하게 된다고요.

그것이 인간의 힘이자 한계 아니겠습니까? 그 상상을 할 수 있으니까 과거도 회상하고 미래도 계획할 수 있는 것이지만, 또한 그 상상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가 현실 세계에서 보는 반지하나 지하는 현실 세계에서 우리가 지금 당장 느끼거나, 언젠가 느낄지도 모르는 그 공간이기도 하지만, 지금껏 봐왔던 모든 논픽션과 픽션의 총집합체이기도 합니다. 많은 개념들이 그래요.

그래서 아무리 해리 포터가 픽션이라고 해도 그냥 애들 얘기로 치부할 수 없는 겁니다. 사실 픽션에서 이런 상징성이 가장 두드러집니다. 실제로 존재하지도 않는 이야기에서 왜 하필 이 요소들이 마치 가장 빠른 지름길처럼 사용되는가.

그래서 제가 하고자 하는 말은, 슬리데린 기숙사를 위층으로 옮겨달라는 게 아니고요. 현실 세계에서 지하 공간에 인간이 오래도록 머무르는 일을 없애야 한단 겁니다. 그게 지하에 있는 사람들을 지상에 있는 사람들과 똑같이 대하기를 기대하는 것보다 더 빠르게 지하와 관련된 불안하고 무서운 이미지들을 중화시키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Music ends.]


7: 자기만의 방

00:39:31-00:47:09

우리가 어떤 일을 이루기 위해 100가지 노력을 해야 한다고 했을 때, 환경 하나를 바꾸면 나머지 99개의 노력은 전부 다, 저절로, 훨씬 하기 쉬워진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어두운 방에서 집중을 하려고 노력하는 것보다, 밝은 데로 가는 게 훨씬 이득이라고요.

그래서 법적 제재가 필요한 것인데, 저는 그 어느 나라에서도 돈을 받고 건축 관련 규제를 관리하는 공무원이 아니기 때문에, 상상이나 하겠습니다.

6층 빌딩. 이번 시즌 후반부의 축이 되고 있는 아지트 빌딩의 1층, 지하, 그리고 2층을 음료 제공처, 그리고 음악과 전시가 존재하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고 했었습니다. 여기서 지하 공간을 이렇게 쓰는 게 가능한 이유는, 지하에서 아무렇게나 1층으로 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사람이 거주하는 게 아니니까요. 잠깐 지하에 들어갔다가 나온다고 해서 사람이 음침해지고 그러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슬리데린 기숙사의 경우를 보더라도, 지하 공간을 상상만 해도 약간… 마음이 아늑해지는 느낌이 있습니다. 여기서 벗어날 수 있다는 걸 알면 아무 문제가 없어요.

그래서 지하나 어두운 골목 같은 환경이 이야기 속에서 나올 때 “벗어날 수 없음”이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는 것도 주목해볼 만합니다. 즉. 내가 지금 연쇄살인마한테 쫓기고 있는데, 얼른 달려가서 도망칠 수 있으면, 거기가 어둡든 밝든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그리고 반지하에 사는데, 취미로 살러 온 거면, 아무 문제가 없어요. 벗어날 수 없는 와중에 지금껏 쌓여온 반지하 혹은 지하에 대한 상징의 총집합체적 무게에 짓눌리니까, 그게 도저히 그 환경에서 벗어나기를 더욱더 힘들게 만드는 겁니다.

반면. 잠깐은 괜찮다.

아무튼 그러면 3층, 4층, 5층, 6층이 비는데. 그걸 다 하나씩 채우려면 팟캐스트 분량이 너무 많이 들고, 실질적으로 제가 이 빌딩을 지을 게 아니기 때문에 지금 정할 수 없는 사항도 많으니까, 이 네 개의 층들에 넣으면 좋겠는 것 딱 하나만 꼽아보자면, 자기만의 방입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자기만의 방들의 모임입니다.

자기만의 방. 버지니아 울프 님이 이 책을 쓰신 이후로, ‘자기만의 방’은 여기저기에서 많이 쓰이는 말이 되었습니다. 자기만의 방이란 창작을 하려는 사람에게 필요한 최소한의 존버 조건입니다. 여기서 창작은… 아무래도 책상 하나를 두고 작업할 수 있는 종류여야 할 것 같은데, 그 작업이 뭐인지는 별로 상관이 없는 것 같습니다. 소설을 쓰는 사람이든, 만화를 그리는 사람이든, 아니면 뭐, 사업 계획서를 쓰는 사람이든.

책상 하나, 그리고 그 주변의 움직일 공간으로 작업이 해결되어야 ‘자기만의 방’ 개념이 성립되는 이유는, 제 생각에 이겁니다. 만약 그 이상의 공간이 필요하다면, 그 방이 자기 것인지, 남들도 쓰는 것인지가 포인트가 아니게 될 것 같습니다. 공간의 확보, 그 자체가 더 문제가 되겠죠.

예를 들어 안무 연습실이 필요하다면, 그 안무 연습실이 내 공간인가 아닌가의 문제보다는 그 공간의 사이즈 자체가 더 포인트가 될 것 같거든요. 또한 방음이 되는가. 쿵쾅거려도 되는가. 이런 게 더 중요하지. 그 공간이 내 것이 아니라고 해서 대여를 거부했다가는 평생 안무 연습을 못 할 수도 있을 겁니다.

반면 ‘자기만의 방’ 개념이 통하는 경우는, 예를 들어 소설 작가면, 방이 얼마나 크든 별로 상관없습니다. 벽지가 럭셔리한지 아닌지도 상관이 없어요. 심지어 아주 정말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면, 햇빛이 안 들고 통풍이 안 돼도, 그래도, 내 방인 게 남들도 같이 쓰는 방인 것보다 백만 배 좋은 것 같습니다.

집이 아무리 넓어도 누가 계속 불쑥불쑥 들어오면 자기만의 방이 아닙니다. 돈이 아무리 많아도 소용이 없고. 부모가 무슨 대단한 힘을 가져도 소용없고. 노크하고 대답을 안 기다리고 들어오는 자가 있으면 또 아무 소용 없습니다.

노크를 하면 대답을 기다리고 들어오는 겁니다. 그냥 불쑥 들어올 거면 노크를 하지 말든가.

하여간에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어떤 특정 창작의 경우에는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 자기만의 방이다. 그리고 이왕이면 햇빛이 잘 들고 통풍이 잘되는 곳이 좋다.

왜냐하면, 어둠과 습함이 주는 신체적 영향. 그리고 그것들이 지금껏 우리의 머릿속에서, 역사 속에서, 논픽션과 픽션 속에서 형성해온 그 상징의 총집합체가 너무나 거대하기 때문에, 아무리 무딘 인간이라도 최대치의 역량을 발휘하기가 어려우니까.


8: 우리들의 방

00:47:09-00:52:30

[Music: Moon – Alon Peretz]

그래서 문이 중요합니다. 문이 달려 있어야 자기만의 방이 됩니다. 그래서 독서실 중에서도 문 달려 있는 방이 있는 독서실이라면, 그리고 내가 일정 기간 동안 일정 금액을 내고 그 방을 혼자 쓴다면, 그게 자기만의 방이 될 수 있을 겁니다.

그렇지만 일반적으로 독서실에서 내 옆 방에 있는 사람이 어떤 맥락에서 그 독서실을 쓰게 된 사람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물론 독서실 특성상, 근처에 있는 학교를 다니는 학생이라고 추측을 할 수는 있겠으나, 또 학교라는 것의 특성상, 학생들의 취향에 따라 다니는 데가 아닙니다. 공립학교면 뺑뺑이로 가는 거고. 사립학교더라도 공부해서 들어가는 데면 공부로 들어가는 거고. 예체능 계열 학교라 하더라도, 취향으로 들어가는 건 아니잖아요.

게다가 만약 같은 독서실에 다니는 사람이 성인이라면, 그 사람이 어떤 배경을 갖고 있는지를 알기가 더욱더 어려워집니다.

그런데 만약 그런 것을 알 수 있는 독서실 비슷한 공간이라면? 또한, 그곳을 쓰는 사람들이 자기들이 원하는 만큼만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곳이라면?

거기서 제가 이번 시즌에 계속해서 얘기하고 있는 멤버십 구조의 공간 운영이 또 빛을 발하는 겁니다, 여러분. 제가 여러분의 실명을 원하는 게 아닙니다. 아이디 쓰셔도 돼요. 어차피 수많은 예술 종사자들이 활동명을 씁니다.

그렇지만 자신이 하려는 작업에 대해서는. 자신이 서울시의 수많은 도서관, 독서실, 작업실, 기타 등등의 공간이 아닌 바로 아지트로 온 이유에 대해서는. 공유를 하고. 문이 달린 자기만의 방에 있을 때는 자신이 중요시하는 그 작업을 하고. 그 문 달린 자기만의 방을 벗어나서는 문이 없는 ‘우리들의 방’에서 비슷한 목적을 가진 개인들과 함께할 수 있는 공간이라면.

왕킹짱일 것이다.

자기만의 방에 있을 때는 절대적 고요함, 적당한 채광, 그리고 통풍이 작업 효율을 극대화하고, 그 문밖을 나서면 우리들의 방에서는 적당한 소음이 있는 곳. 이 소음에는 음악이 포함될 수도 있고, 대화가 포함될 수도 있습니다.

[Music ends.]


9: 스마트 컨트랙트에 대한 첨언

00:52:30-00:57:51

멤버십과 관련하여 스마트 컨트랙트에 대한 첨언을 잠시 하겠습니다. 지지난 주에 이에 대해 얘기했을 때, 일반 계약서에 비해 스마트 컨트랙트가 왜 좋은지에 관한 설명이 부족했던 것 같아서요.

그때 말했듯이, 틀이 정해진 상태에서 그 외의 것은 마음대로 할 수 있으면 좋다고 보거든요. 그리고 이 ‘마음대로 한다’에는 어마어마하게 시간과 에너지를 절약하는 것이 포함이 됩니다.

보험 계약을 예로 들겠습니다.

이렇다고 쳐봅시다. ‘너무나 가뭄이 심하면 농사를 지을 수 없으니 보험사에서 돈을 지불하겠다.’ 이때 ‘너무나 가뭄이 심하다’의 기준을 분명히 정하는 건 일반 계약이든 스마트 컨트랙트든 둘 다 할 수 있을 겁니다.

예를 들어, 10일 연속으로 특정 지방의 기온이 41도가 넘으면 보험금이 지급된다고 계약을 해봅시다.

그런데 이 일이 실제로 벌어졌다. 10일 연속으로 특정 지방의 기온이 41도가 넘었다. 이때 농부가 보험금을 받으려면, 일반 계약에서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일단 보험사에 연락을 하겠죠. 그러면 보험사는 어떻게 하죠? 확인을 하겠죠. 뭐, 어떻게 확인하는지 모르겠어요. 데이터베이스를 조회하는지, 사람을 보내는지. 여하튼 간에 사람의 손길이 필요할 겁니다. 그리고 시간이 필요할 겁니다, 확인 작업에.

그러면 농부는 기다리겠죠. 하염없이 기다립니다. 농사는 망했는데 보험사는 대체 언제 연락을 해주는 건지. 보험금을 탈 수 있긴 한 건지. 이러고 있겠죠.

그러나 스마트 컨트랙트의 경우에는 다를 수도 있다는 겁니다. 실제로 이걸 쓰는 경우는 아직 없는 것 같은데, 이론상, 특정 지방의 기온을 측정하는 어떤 기구가 있고, 그 결과치에 대한 데이터베이스가 있다면, 거기에 이 컨트랙트를 연결해서 보험금 지불이 자동으로 되게 할 수 있습니다.

즉, 특정 지방에서 10일 연속으로 41도가 넘으면 단박에 보험금이 농부의 계좌에 안착할 수 있도록 스마트 컨트랙트를 설정해 놓을 수 있대요.

이러면 시간도 안 들고. 사람 손길도 안 듭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불쌍한 이 농부에게 불확실성의 스트레스가 없습니다.

이렇듯, 디지털 세계와 외부 세계를 연결한 스마트 컨트랙트가 충분히 가능합니다. 측정 가능한 기준이 있으면 됩니다. 온도. 공기 중의 구성 물질 퍼센테이지. 소음의 정도. 방문 횟수. 노쇼 횟수. 이런 것들. 하기로 한 것들이 지켜지는지를 확인할 수 있게 됩니다.

즉, 제가 현재 스마트 컨트랙트계를 관찰하고, 관심을 두는 가장 큰 목적은 중간자의 제거입니다. 모든 종류의 서류 작업에서 관료를 최대로 제거하고, 필요한 사람만 남기는 것.

이게 자기만의 방을 유지시키는 데에도 좋을 것 같습니다. 관리자가 계속 들락날락거리고 확인해야 하면 인건비가 많이 들고요. 무엇보다 성인이면 계약을 한 이상 공유 공간에 와서 알아서 해야 합니다. 하기로 한 걸 하고, 안 하기로 한 걸 안 하는 것. 그게 안 된다면 베이비시터가 필요한 것이고, 그렇다면, ‘자기만의 방’이 아닌 ‘누가 관리 감독해주는 방’만 가질 수 있는 경우일 겁니다.


10: 마무리

00:57:51-01:02:12

[Music: To the Moon and Back – Ty Simon]

마무리할 시간입니다.

네. 여러분? 자랑스러운 슬리데린 사람, 그러나 가끔은 래번클로우 사람인 한아임이 봤을 때, 애초에 우리 애들한테 햇빛만 좀 쐬어줬더라면, 문제가 많은 부분 해결됐을 것이다. 해리 포터는 픽션이지만, 만약 현실과 같다면, 볼드모트도 없을 수도 있고. 하여간에 해리 포터 시리즈 자체가 없을 수도 있다.

비타민이 부족해서 화가 나지 그럼 안 나겠냐고. 그리고 사람이 계속 물을 보면 울적해집니다. 제가 컴퓨터 바탕화면에 한강 사진을 해놓은 적이 있었는데, 일주일 만에 울적해져서 숲 사진으로 바꿨었습니다.

그런 걸 생각하면, 우리 슬리데린 애들, 얘네 사실… 규칙 진짜 잘 지키지 않습니까? 햇빛도 제대로 안 드는 지하 공간으로 꺼지란다고 해서 꺼졌어, 애들이. 참… 이걸 순하다고 해야 할지 바보 같다고 해야 할지. 사람을 이렇게 지하 구석탱이로 내몰고서 사회에서 말하는 ‘선함’을 지키지 않는다고 해서 나무라면 안 되는 건데.

픽션은 픽션이지만, 현실과 관련이 없는 상징이 아닌 만큼, 현실에서는 지하 공간에 원하지 않는데 있어야 하는 상황. 벗어날 수 없는 상황. 이런 일이 없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제가 하는 모든 일에 대한 기록과 이번 에피소드의 녹취록은 제 웹사이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한 링크 및 오늘 에피소드에서 언급된 각종 토픽들에 관한 링크들을 전부 쇼노츠에 올려놓겠습니다.

여러분에게 특이 취향 친구가 있으시면, 이 팟캐스트에 대해 얘기해주세요.

그럼, 아직 깨어 계신 분들도, 잠드신 분들도, 좋은 꿈 꾸시길 바랍니다. 지금까지, 한아임이었습니다.

[Music ends.]


모든 링크

제가 하는 모든 일은 여기에 정리되어 있습니다.

https://hanaim.imaginariumkim.com/

© 2022 한아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