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24] 고막사람: 시작하는 것과 끝나는 것

아임 드리밍 [Ep. 24] 고막사람: 시작하는 것과 끝나는 것

1: 오프닝

00:00:00-00:03:02

[Music: Sarah Kang – Make You Mine – Instrumental]

안녕하십니까? 한아임입니다.

여러분은 지금 ‘특이 취향 불면자들을 위한 약간 이상한 꿈자리 수다,’ 아임 드리밍을 듣고 계십니다.

오늘은 이번 시즌의 마지막 에피소드를 하는 날입니다. 시즌 2가 오늘 끝나요. 네. 열두 에피소드씩 하기로 했었습니다. 그래서 저번 시즌처럼 이번 시즌에도 열두 에피소드가 있었고, 저는 오늘 에피소드 이후 6주 치를 쉬고 8월 26일에 돌아올 겁니다.

다만 지난 시즌과 같게, 다음 주에는 짧은 안내 에피소드가 나갈 예정입니다. 시즌에 대한 안내 내용을 놓친 분들을 위해서요.

그러나. 그렇게 아임 드리밍의 시즌2가 끝나는 이 시점에 시작하는 다른 무언가가 있습니다. 바로, 제가 얼마 전에 했던 에피소드 19, “시간편집” 때 말씀드렸던 프로젝트입니다.

그 프로젝트의 이름이 확정됐고, 기타 등등 확정된 것이 여럿 있습니다.

이름이 뭐냐면요, 무려, 고막사람. 고막사람이에요. 음악에 대한 프로젝트라고 말씀드렸었는데, 그것의 이름이 고막사람이다.

그리하여 오늘은 아임 드리밍의 시즌2를 마무리하고, 고막사람의 꾸준했으면 좋겠으며 잔잔한 것은 확실한 시작에 대해 얘기해 보겠습니다.

그럼, 오늘의 수다, 시작할게요.

[Music FADES OUT.]


2: 고막사람

00:03:02-00:09:14

네, 여러분?

제 이름의 작명 이유에 대해 전에 얘기한 적이 있었습니다. 성은 엄마 성인 ‘한’을 딴 것이고, 이름은 I am. 영어의 ‘나는’이라는 뜻을 가져와서, 한마디로 ‘나는 나다,’ 해서 한아임입니다. 단순합니다.

그런데 마찬가지로 꽤 단순한 활동명을 가진 사람이 있으니, 바로 오막입니다. 오막이 기억나십니까? 한아임의 친구인, 음악하는 오막이. 오막이의 이름은 왜 오막이냐면, 오막이 미국에서 생활할 때 지냈던 동네 이름이 오막이라서 오막입니다. 심지어 오막의 인스타그램 핸들이 omak lived in omak이에요. 아주 정직한 작명입니다.

바로 이 오막이가 저와 함께 고막사람이라는 프로젝트를 할 사람입니다. 저는 음악을 좋아하지만, 음악을 직업적으로 하고 싶은 건 아니기 때문에, 혹시, 확실하진 않지만, 만약에 오막이가 저보다 음악에 대한 좀 고급스러운 태도를 기여해주지 않을까 싶어서 오막이한테 같이 하자고 했습니다.

고급스럽다고 함은요, 지식이 넘쳐난다든지, 어렵다든지, 그런 건 아닙니다. 그보다는, 저는 어떤 사람이 뭘 좋아하는 티가 팍팍 나는 그런 무언가들을 좋아합니다. 뭔가를 1차 창작한 작가의 경우에도 그렇고, 저희처럼 이미 만들어진 음악에 대해 얘기하는 경우에도 그렇습니다.

어찌 보면 제가 제일 좋아하고 중요시하는 게 그거예요. 작품도 작품으로서 물론 가치가 있지만, 그게 음악이든, 미술이든, 글이든, 음식이든, 그걸 만드는 사람이 그 만드는 행위를 사랑하고, 지금까지 사랑해왔고, 앞으로도 사랑해갈 것임을 느끼는 게 제가 창작물을 소비하는 큰 이유 중 하나입니다.

그래서 제가 저 자신을 관찰해 보면, 제가 팔로우하는 사람들은 다 뭔가를 오래 해 온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그 오래 했음 때문에 오히려 군더더기가 빠져 있는 경우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 추측으로는 힘을 오랫동안 주기란 힘들어서 뭔가를 오래 한 사람들은 힘이 빠져 있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힘이 빠져서 너덜너덜해졌다는 뜻의 ‘힘 빠졌다’가 아니고요. 힘이 빠져서 불필요한 긴장이 없다는 뜻입니다.

저는 제가 하는 일에 있어서 이렇게 되고 싶고, 이렇게 되어 가고 있는 듯… 하다고 스스로는 생각합니다. 지금 제가 하는 것 중에 제일 못하는 게 골프인데, 그걸 못하는 이유는 엄청나게 많지만 그중 하나가 어디다 힘주고 어디서 힘 뺄지를 모른다는 거거든요? 걔도 한 10년을 하면 군더더기가 빠질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다른 것들은. 음… 한 지가 꽤 됐고요. 내부적, 외부적으로 힘을 줘야 한다는 착각에서 벗어났거나 벗어나고 있는 중인 것 같거든요.

‘통증은 아무 의미가 없다’는 얘기를 몇 번 한 것도 이 이유에서입니다. 힘준다고 더 잘 되는 게 아무것도 없어요. 힘이 들어가는 걸 마음대로 할 수 없을 수는 있지만, 적어도 힘을 줘야지만 잘 된다는 생각만 빼도 고통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 골프는 그게 안 되는데.

아무튼. 오막이는, 어… 누누이 말했듯이 제가 오막이를 잘 몰라요. 그러나 언뜻 보기에, 살짝 보기에 저보다 훨씬 군더더기가 없는 듯합니다. 그래서 같이 하면 좋을 거 같았습니다. 제가 음악을 좋아하긴 하지만, 음악을 진지하게 해봐야지, 한 건 아니라서, 또 갑자기 음악에 대한 프로젝트를 한다고 하면 힘 들어갈까 봐서. 그런데 들어가면 안 되니까. 힘이 안 들어가게 힘을 들여야 하니까, 이미 힘이 빠진 것 같은? 아니면 원래도 힘이 안 들어가 있는 애를 데려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3: 물고기 잡는 도구

00:09:14-00:21:24

[Music: Baby Making Beat – Puda Beats]

일단 지금 현재, 고막사람은 뉴스레터예요. 예전에 말씀드렸듯이, ‘음악 편지’가 주된 컨셉입니다. 그리고 현재로서의 메인 활동은 딱 뉴스레터와 인스타그램뿐입니다.

음악 편지의 제목이 왜 고막사람이냐. 태그라인이 이것이기 때문입니다. “고막여친 말고, 고막남친 말고, 그냥 고막사람 둘이 고막을 울리는 모든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바다 건넌 펜팔.”

사실 꿈은 장대해요. 뉴스레터와 인스타그램’만’ 계속 해야겠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란 말이죠. 저한테는 건물주의 꿈이 있지 않습니까? 거기 음악 감상실 같은 데에 고막사람 테마로 뭘 한다든지. 하, 그러면 정말 좋겠죠.

그리고 저는 막연하게 그런 꿈이 있거든요. 내가 돈을 벌면, 그러니까, 그냥 자잘하게 말고, 일을 벌여도 유지 보수가 가능한 돈을 벌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구조에 기여를 하고 싶다. 왜냐하면, 저는 단순 기부에 대해 회의가 있거든요. 단순 기부가 필요한 경우가 분명히 있지만, 그것으로 절대 해결 안 되는 게 많습니다. 물고기를 잡아다 줘야 하는 경우가 있지만, 물고기를 대신 잡아주는 것보다 낚싯대나 그물을 빌려주고, 빌려주는 사람도, 빌려 가는 사람도 수익을 보는 게 훨씬 좋다고 저는 생각하거든요.

제가 이렇게 생각하는 가운데, 얼마 전에, 2022년 3월 중순쯤에, Jack White님이 유튜브에다가 영상을 올렸습니다. 잭 화이트 님은 미국의 가수이자 작곡가, 악기 연주가, 그리고 프로듀서입니다. 1975년생이시고, 1994년부터 활동을 하셨대요. 지금이 2022년이니까, 28년을 활동하셨습니다. 일단 이것부터 멋있죠. 캬. 28년을 했대.

그런데 더 멋있는 건, 이분이 올린 영상 내용입니다. 이 세상에 지금 존재하는 세 개의 주요 레이블인 Sony, Universal, 그리고 Warner에 보내는 영상 편지 같은 거더라고요.

그리고 그걸 보낸 이유는요, 음, 지금 이 세상에 많은 생산과 유통이 막혀 있지 않습니까? 유가는 엄청나게 오르고, 종이 구하기가 어려워져서 종이책 만드는 비용도 올랐습니다.

게다가 제가 얼마 전에 혜원이 친구한테 소포를 받았는데, 그 소포가 도착하는 데에 두 달이 걸렸습니다. 90년대로 돌아간 줄 알았어요. 무슨 오지도 아니고, 서울에서 엘에이 지역까지 소포가 오는 데에 두 달이 걸렸다고요. 생산과 유통이 지금 이상하게 꼬여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에 이렇게 되기 훨씬 전부터, LP판에 대한 수요가 엄청나게 올라갔다고 합니다. 그 바람에, 이 영상 설명에 따르면, “엘피판을 찍는 데에 걸리는 시간이 인간의 임신 기간에 가까워지고 있다.” 즉, 9개월에서 10개월이 걸린다는 거죠, 판 하나 찍는 데에.

[Music ends.]

그래서 잭 화이트 님이 2017년에 자기 돈으로 LP판을 찍는 공장을 만들었대요. 그리고 당연히, 수요가 많으니까, 그 공장을 쓰려는 뮤지션들이 엄청 많다고 합니다. 거기다 지금의 유가 상승, 유통의 어려움까지 겹쳐 있겠죠.

그러면 잭 화이트 님은 이런 상황에서 Sony, Universal, 그리고 Warner한테 왜 영상 편지를 보내느냐. 그들에게 ‘너네는 이제 좀 너네 공장을 직접 지어라’라고 한 겁니다.

영상 설명에 따르면, ‘너네가 부자니까 너네는 꺼져라’라는 뜻은 아니라고 합니다. 하지만 잭 화이트 님 말이 맞죠. 소니, 유니버설, 워너 정도 사이즈면, 부자라서 이들이 싫으니까 꺼지라는 게 아니고, 이들이 찍고자 하는 판의 종류와 개수가 너무 많을 거잖아요. 그런데 얘네는 공장 지으려면 지을 수 있잖아요. 그러니까 지으라는 겁니다. 자기는 다른 인디 밴드들 도와줄 사람들 너무 많으니까.

캬. 이… 이 멋짐. 이 멋짐을 어떡하지. 이… 이것이 진정한 폼생폼사. 가오. 캬. 저는 잭 화이트 님에 대해서 더 아는 건 별로 없습니다. 음악만 가끔 듣는데, 아니, 자기 판도 찍고, 다른 소규모 펑크 밴드들의 판도 찍어주려고 공장을 지었다니. 그리고 이제는 앞장 서서 그 대형 레이블들한테 너네는 좀… 형님이면 좀 형님답게 해달라, 그런 영상 편지도 보내고 말이죠.

너무… 너무 멋있잖아요? 잭 화이트 형님. 나도 이렇게 되고 싶다.

캬. 그러니까. 아, 너무 멋있는 사례를 들어가지고 조금 위축되는데, 음… 고막사람은 뉴스레터예요. 귀엽죠? 저희는 공장이 없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작게 시작해야 한다고 저는 생각을 합니다. 지금 제가 판 찍는 공장을 짓는다면, 자금이 문제가 아닐 겁니다. 이 세상 모든 돈을 갖다 부어도, 제가 지금 공장 지으면 망해요.

그리고 제가 꼭 미래에 공장을 짓는다는 건 아닙니다. 그냥 예시예요. 잭 화이트 형님 너무 멋있다.

뭔가 이런… 이런 정도로 사업화할 수 있는 프로젝트가 있으면 좋겠다. 이렇게 막연하게 생각합니다.

언젠가. 혹시. 사람들이 막 고막사람을 다 알고. 모르는 사람끼리 길에서 음악 듣다가 갑자기 ‘저기 혹시… 당신도 고막사람?’ 막 이러고. 고막사람이 혼자서 잘 돌아갈 수 있게 될 때, 다른 일도 벌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날이 올지 안 올지는 모르겠어요.

그때까지는 음악 편지도 귀엽고 좋다. 완전히 극명하고도 군더더기가 없다.

네, 오막이랑 저는 일단 단순하게 시작하려고 합니다. 뭐가 복잡하게 많이 여러 가지 있어도, 하는 사람도 그렇고 보는 사람도 그렇고, 따라가기가 어려운 것 같습니다.

그리하여 저희는 이 뉴스레터를 둘이서 한 달에 두 번 전송할 예정입니다. 한아임 파트 하나, 오막 파트 하나, 번갈아 나갈 겁니다. 7월 15일에 시작하고요, 그 이후로 매달 1일과 15일에 번갈아 뉴스레터가 하나씩 전송되는 겁니다.

그리고 하나 특징적인 것은, 고막사람 인스타그램 계정에서 반말을 쓴다는 점입니다. 뉴스레터 자체가 한아임이 오막에게, 오막이 한아임에게 보내는 것이고, 저희가 서로 반말을 쓰거든요. 그 상태에서 저희만 서로 반말을 쓰고 갑자기 외부를 대할 때는 존댓말을 쓰면, 어… 제가 생각하는 분위기는 아닙니다.

그러면 벽이 생기게 됩니다. 그보다는 한아임과 오막도 고막사람이고, 그 뉴스레터를 받는 사람들도 다 같은 고막사람이고, 인스타에 댓글을 다는 사람들도 고막사람인 분위기가 좋을 것 같았습니다.

소리를 듣고 그것에 대해 얘기한다면 다 고막사람이다, 이런 분위기가 제가 추구하고자 하는 분위기입니다.

그 외에 또 뭘 얘기할까…

아, 귀 얘기를 해야겠습니다.


4: 내가 그린 귀 그림과 애플의 가성비

00:21:24-00:27:00

[Music: Air – Magiksolo]

‘내가 그린 기린 그림은 잘 그린 기린 그림이고

네가 그린 기린 그림은 잘 못 그린 기린 그림이다.’

이런 말이 있는데.

쇼노츠에 링크할 고막사람 인스타그램 및 뉴스레터 페이지에 가 보시면, 고막사람의 로고가 보입니다. 거기 있는 귀가 바로 제가 그린 귀 그림입니다.

캬, 정말, 여러분? 아이패드 쓰시는 분들은, 꼭, 반드시 프로크리에이트를 구매하시기 바랍니다. 제가 애플 시스템에 들어오고서 가장 킹 가성비 높은 프로그램으로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아이패드에서 애플 펜슬과 함께 쓸 수 있는 프로크리에이트 앱입니다.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앱인데, 단돈 10불, 10불에 평생토록, 영원히 이 앱을 쓸 수 있습니다.

이게 정말… 어… 정말로 이런 프로그램들 때문에 애플이 가성비가 높게 돼요, 윈도우스보다. 말이 나온 김에 몇 가지 더 얘기해보자면, 지난주에 잠시 언급했던 벨룸 있죠. 얘는 맥OS에서만 쓸 수 있는 프로그램입니다. 픽사를 그만둔 브래드와 브래드가 운영하는 벨룸 프로그램. 전자책을 원클릭으로 만들 수 있게 해주고, 종이책도 돼요. 종이책도 너무 잘 만듭니다. 물론 프로그램이 수월하게 돌아가게 하기 위하여 모든 것을 자잘하게 디자인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소설책처럼 일반적으로 그림이나 그래프가 없고, 순전히 텍스트인 경우에는 정말 간편합니다.

그리고 Affinity 계열 프로그램들이 있습니다. 어도비 대체품들이에요. 저는 어도비가 월 구독제로 바뀐 이후로 어도비를 쓴다는 건 생각도 안 했습니다. 이게… 그들은 업데이트를 하는 데에 돈이 든다는 점을 이유로 들고 있는데, 저는 디자이너가 아니거든요. 그렇게 고도로 발달된 프로그램 여럿을, 뭐, 포토샵이며 인디자인이며 기타 등등을 월 50불씩 주고 쓸 이유가 없어요. 만약에 그들이 업데이트 없이 원타임 fee를 낼 수 있는 방법을 제시했다면 계속 어도비를 썼을 텐데, 그 옵션을 아예 안 줬었죠.

그래서 어떻게 했다? Affinity Photo, Affinity Designer, Affinity Publisher를 각각 50불 정도씩 주고 구매했다. 원타임 구매입니다, 여러분. 월 구독제가 아니고요, 한 번씩만 돈을 내면 됐다고요. 그런데 심지어 그게 단돈 50불이다.

제가 쓰는 기능들 측면에서는 Affinity가 전혀 지장이 없습니다. 게다가 Affnity는 프로그램 업데이트도 다 해줍니다. 한 번만 돈 내고 다시는 안 내는데도.

최근에는 어도비가 포토샵의 라이트 버전, 무료 버전을 만든다고 했다던데. 이미 만들었나? 뭐, 이러나저러나, 저한테는 이미 늦었습니다, 어도비. 저는 아마 다시 안 돌아갈 겁니다. 돌아갈 이유가 없거든요. 프로 디자이너이신 분들, 즉, 디자인으로 돈을 버시는 분들은 어도비를 써야 할지도 모르겠으나, 저는 Affinity에 매우 만족합니다.

[Music ends.]


5: 스크리브너 연가

00:27:00-00:38:44

그리고 마지막으로, 애플 생태계의 프로그램 측면에서, 스크리브너. 소설 쓰시는 분들. 논문 쓰시는 분들. 기타 등등 긴 글 작업하시는 분들은 스크리브너를 매우 좋아하실 것 같습니다.

스크리브너는 맥OS, iOS, 윈도우스가 다 있는데, 어… 윈도우스에서는 못생긴 걸 넘어서서, 쓸 수가 없을 정도로 디스플레이가 이상해요. 한 2년 전에는 이랬는데, 그때 찾아봤을 때는 윈도우스가 원래 그렇다 하더라고요. 뭔가… 아이콘 같은 걸 크게 하면 다른 부분들도 다 이상하게 크게 나오고, 아이콘을 작게 하면 다른 부분들도 도저히 글씨를 읽을 수 없을 정도로 작게 나오고, 이런 문제들이 있었어서, 스크리브너를 윈도우스에서 쓰는 건 비추예요. 저뿐만 아니라 다른 스크리브너 유저들도 스크리브너 포럼에 질문을 하더라고요. 윈도우스에서 디스플레이 왜 이렇게 슈방구냐고. 거기에 있는 답글들이 그러더라고요. 그건 아마 스크리브너의 잘못은 아닐 거라고.

반면 스크리브너의 맥OS 버전. 와우. 그리고 iOS. 따로따로 사야 하긴 하는데, 기기를 다섯 개까지 추가 가능하던가? 세 개인가? 하여간에 쓰는 데에 불편함이 없는 정도의 개수였고요. 이것을 드랍박스랑 연동하면 맥OS에 있는 글과 iOS에 있는 글을 전부 다 어디서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드랍박스의 경우에는 유료 플랜도 있지만, 스크리브너로는 뭔가… 그림이 엄청 들어가서 용량이 큰 글을 쓰는 게 아닌 한, 즉, 일반적인 텍스트인 경우, 드랍박스의 무료 플랜을 써도 전혀 지장이 없습니다.

저는 드랍박스 무료 플랜을 쓰고, 지금 당장 작업 중인 글의 스크리브너 파일만 드랍박스에 넣어둡니다. 그리고 작업을 완료한 스크리브너 파일은 각종 물리적 드라이브에 백업해 둡니다.

스크리브너 맥 데스크탑 버전은 현재 49불이라고 그들의 웹사이트에 나오고요, 윈도우스도 같은 가격이며, iOS 버전은 단돈 19.99불입니다.

여러분? 이거 글 쓰시는 분들 정말로다가 본전 뽑아요. 지적 재산을 만들려면 맥 데스크탑 버전 49불하고 iOS 버전 19.99불을 투자할 만하다. 윈도우스 쓰면서 쌓일 구독제를 생각하면 결코 비싸지 않다.

구독제 글 소프트웨어가 제법 나와 있긴 하거든요. 최근에, 즉, 뭐, 한, 3년 정도에, 온라인으로 글을 쓸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많이 나왔습니다.

대표적으로 율리시스가 있는데, 율리시스는 월 구독제예요. 그래서 저는 쓰기가 싫었습니다. 게다가 저는 오프라인 작업이 안정적인 프로그램을 원했습니다.

그리고, 하, 스크리브너는, 그 기능을 설명하는 코스로 돈을 버는 강사들이 있을 정도로 기능이 어마어마해요. 글 내에 이미지를 쉽게 넣을 수 있는 건 물론이고, 각 부분들의 버전을 저장해놓을 수 있어요. 그러고서 지금 버전과 비교할 수도 있고. 수정 버전마다 글씨색을 다르게 할 수도 있고. 기타 등등.

저는 이 기능들의 100분의 1도 안 씁니다.

제가 가장 많이 쓰는 건 진짜 간단한 것들인데, 어느 정도로 간단하냐면요, 이를테면 씬 순서를 바꾸는 기능입니다. 그런데 이 기능이 은근히 잘 없어요. 이게 깨끗하고 안 무섭게 되는 경우가 잘 없습니다. 안 무섭다 함은, 어… 이 순서를 바꾸다가 뭐가 뒤죽박죽되고 다 날아갈 수도 있다는 무서움이 없게끔, 정말 안정적이고 간단하고 예쁘게 씬 순서를 바꿔주는 기능이 일단 워드나 구글 닥스에는 없잖아요.

그래서 제가 스크리브너를 알기 전까지는, 시나리오 작업 소프트웨어를 써야 하나, 했었거든요. 왜냐하면 Celtx, 이런 프로그램에는 씬 순서 바꾸는 기능이 있어서. 아마 영화계에서는 워낙 변동이 많아서 씬 순서 바꾸는 기능이 시나리오 집필 소프트웨어에 당연하게 들어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왜 소설가들은 씬 순서를 안 바꿀 거라고 생각하는지.

아무튼 그 씬 순서 바꾸는 기능이 스크리브너에는 있다. 챕터 넘버링을 보여줄 수도 있고, 안 보여줄 수도 있는데, 보여줄 시, 바뀐 챕터 순서를 잘 적용해서 보여준다.

그리고 저는 label 기능을 가장 많이 씁니다. 이 챕터가 first draft인지 second draft인지. 맞춤법 검사를 했는지. 모든 작업이 다 끝난 챕터인지. 그리고 아임 드리밍 대본 작업 같은 경우에는 녹음을 했는지. 녹음본 편집을 했는지. 그런 걸 레이블 색으로 표시를 합니다.

이런, 뭔가, 자잘한 것 같지만 생명과도 같은 기능들이 스크리브너에 있다.

그리고 iOS 버전이 데스크탑 버전보다 훨씬 간결한데, 저는 이 이유에서 아이패드로 글을 씁니다. 에디팅 말고 글을 실제로 쓸 때는, 필요한 기능만 있되 어차피 안 쓸 기능은 없는 게 집중에 좋더라고요.

그리고 뭐. 다크모드 되죠.

메인 글 에디터 외부에 메모하는 기능도 있죠. 글씨체 엄청 다채롭게 바꿀 수 있죠.

어마어마해요, 스크리브너.

아, 심지어. 스크리브너에서 곧장 Vellum이 좋아하는 .docx 포맷으로 export를 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영어권에서 스크리브너랑 Vellum 프로그램을 같이 활용하는 소설가들이 많아요. 우리는 글 쓰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기기가 엄청 최신일 필요는 없잖아요. 그래서 중고 맥을 하나 장만해서 Scrivener 깔고, Vellum 깔고 글 쓰고 출판까지 하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스크리브너에서 Vellum용으로 export한 파일을 Vellum에다가 떨구면, 웬만하면 다른 걸 터치하지 않아도 예쁜 Epub이 나옵니다. 물론 확인 작업은 하면 좋겠지만요.

여러분? 스크리브너는 정말, 백만 번 칭찬해도 모자란 킹왕짱 프로그램입니다. 이 사람들이 어도비처럼 마음먹었으면, 저는 한 달에 10불씩은 낼 의향이 있었을 것 같아요. 그러면 3년이면 36개월, 해서 360불이 들었을 거잖아요.

그러나 저는 단돈 70불 정도만 내고 지금까지 데스크탑 버전과 iOS 버전을 쓰고 있고, 심지어 앞으로도 영원히, 별일이 없는 한, 추가 비용 없이 계속 스크리브너를 쓸 거다.

아. 스크리브너에 대해 한 가지만 더.

스크리브너의 트라이얼 정책이 엄청 관대합니다. 실제로 돈을 지불하기 전에 프로그램을 사용해볼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정책이 관대하단 말이죠.

총 30일의 시간을 주는데, 이 30일이 프로그램 트라이얼을 시작한 시점부터 쭉 이어지는 게 아닙니다. 만약 30일간 프로그램을 매일 쓴다면 그렇게 딱 30일 트라이얼을 하게 되는 게 맞는데, 일주일에 이틀씩만 스크리브너 트라이얼을 쓴다면 총 15주간 쓸 수 있습니다.

즉, 스크리브너 트라이얼 30일 중, ‘네가 안 쓰는 그 기간은 우리가 빼 줄게. 나는 관대해. 나는 보살이야.’ 이런. 너무 좋은. 어쩌면 이렇게 관대할까.

이러니. 스크리브너 얘기를 아예 안 하면 모를까, 한 번 하면, 스크리브너 좋은 점을 아주 그냥. 끝도 없이 말하게 됩니다.

스크리브너 쓰세요. 여러분 스크리브너 꼭 쓰세요. 주변에도 소문내세요. 그런 너무나 자비로운 프로그램입니다.

스크리브너를 만든 사람들은 적게 일하고 많이 벌어야 한다.

삼대가 흥해야 한다.

그들이 가는 길에 꽃길만 펼쳐져야 한다.

긴 글 작업하시는 분들, 특히 그중에서도 애플 생태계에 이미 계시거나 들어올 의향이 있으신 분들은 꼭, 꼭, 꼭! 스크리브너를 장만하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여러분의 지적 재산 생산에 엄청난 부스트가 붙을 겁니다.


6: 노트를 잃어버린다는 것

00:38:44-00:44:20

[Music: Elm St – Duffmusiq]

이렇게 제가 휴대폰을 안드로이드에서 아이폰으로 갈아탄 이유는 스크리브너 글 작업 때문이었지만, 데스크탑을 윈도우스에서 맥으로 갈아탄 결정적인 이유는 뭐였냐면요, 어도비 때문이 아니었고요, 윈도우스가 언젠가부터 업데이트를 개떡같이 하면서 제 작업 파일이 다 날아간 적이 있었습니다. 백업을 해두긴 해두었지만 그래도 그때 너무 깜짝 놀랐습니다. 그리고 물론 그런 일이 살다 보면 있을 수 있긴 한데, 그 이후로도 윈도우스가 업데이트에 대해 막무가내더라고요.

윈도우스가 강제 업데이트 해서 파일 날아갔다는 사람들이 인터넷에 많더만. 게다가 제가 무슨 어제 태어나서 컴퓨터 업데이트 처음 해보는 사람도 아니고. 윈도우스가 이상해요. 요즘에도 그래요. 발전이 없고 점점 후퇴되는 것 같습니다. 윈도우스는 뭔가 쓸데없는 걸 자꾸 귀찮게 하는 능력이 있습니다. 애플은 안 그러거든요.

그 파일 날아간 사건 이후로 맥으로 갈아탔고, 맥의 그 안정성에 감동했습니다.

안정성. 이것이 장비를 선택하는 데에 있어서 저한테 매우 중요한 요소 중 하나입니다. 뭐, 많은 사람들이 그럴 텐데, 제 경우에는 신체적으로 심각한 반응이 옵니다. 노트만 잃어버려도 손발이 덜덜 떨리고 식은땀이 나요.

전에 한 번 이런 적이 있었거든요. 종이 노트를 잃어버린 거예요. 당최가 얘를 어디에 놨는지를 모르겠는 거야. 그래서 한 시간 정도를 찾았나? 온 집을 다 뒤졌는데. 안 찾아지더라고요.

이때 뒷골이 땡기면서. 식은땀 나고. 손발 차가워지고.

그런데 결론을 말하자면 결국에 그 노트를 찾긴 찾았어요. 어디 이상한 구석탱이에 넣어뒀더라고요. 마치 핸드폰을 냉장고에 넣는 것과 같은 짓을 한 거예요, 제가.

그런데 그 노트를 찾기 전까지는 정말로, 진짜 아득하더라고요. 거기에 다 있는데.

하여간에, 윈도우스. 저는 이제 윈도우스를 외부 번역 작업을 할 때만 씁니다. 외부 번역이란, 한아임 이름 말고 제가 다른 이름으로, 법적 이름이라고들 부르는 그 이름으로 하는 번역들을 할 때를 말합니다.

제가 중요시하는 거. 한아임 이름으로 하는 거. 그리고 이타카 이름으로 하는 거. 날아가면 안 되는 거. 그것들은 다 맥, 아이패드, 아이폰에 있습니다.

그리고 지난 3년에서 5년간 애플은 저를 배신한 적이 없어요. 뭐 하다가 정전이 나도 다 저장되어 있고. 싱크 에러가 좀 있어도 장비 중 하나에는 저장이 되어 있고. 그렇습니다.

글처럼 용량을 차지하지 않는 것을 만드는 저도 이럴진대, 음악하는 사람들이나 영상 작업하시는 분들이 왜 애플을 쓰는지 조금 짐작이 갑니다.

[Music ends.]


7: 간만에 통계

00:44:20-00:52:03

애플 생태계 얘기를 하다가 한참을 딴 길로 샜네요. 애플이란 현실 세계의 기업인지라 문제가 있기도 하지만, 실질적으로 저한테 너무나 돈을 아껴주었고, 돈을 벌어주었다. 심지어 마음의 안정. 마음의 평화. 이런 것도 가져다주었다. 아임 드리밍을 들으시는 분들의 무려 61%가 애플 팟캐스트에서 들어주시기 때문에, 동의하시는 분들이 꽤 계실 거라고 짐작이 됩니다.

그리고 통계 얘기가 나온 김에, 시즌 마무리를 기념하며 오랜만에 청취자 거주지 얘기를 하겠습니다. 이 얘기가 너무 반복적이다, 싶으신 분들은 다음 섹션으로 점프해 주시기 바랍니다. 쇼노츠에 항상 각 섹션이 몇 시 몇 분 몇 초에 시작하는지 안내가 되어 있습니다. 듣고 싶은 부분만 골라 들어도 돼요.

아무튼, 아임 드리밍은 어마어마하게 유명한 팟캐스트는 아닌 소수정예 팟캐스트입니다. 그런데 참… 다른 팟캐스트도 그런 건지, 대체 왜 이렇게 다양한 건지 그 이유를 알 수 없을 만큼 청취자층의 지리적 위치가 아주 드넓습니다. 그래서 이 주제를 다루기가 재밌습니다.

몇 주 사이에 터키, 남아프리카 공화국, 네덜란드, 이스라엘, 멕시코, 그리고 핀란드가 합류했습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이 합류함으로써 우리 이제 뭐… 아프리카 대륙에 닿았습니다. 네, 세계 정복 거의 다 됐어요. 완전히 놀랍지 않습니까, 여러분?

이분들 중에 몇몇 분은 한 에피소드만 듣고 다시 안 들으시더라도, 그래도 저는 신기합니다. 제가 이 통계는 확실하게 알 수가 없습니다. 누가 뭘 들었는가. 그렇게까지 알려주는 건 개인정보 침해니까 알 수가 없고요, 앵커에프엠 사이트에서 팟캐스트 통계가 나오는 곳에 가면 전체 통계만 뭉뚱그려서 보여줍니다.

국가별로 청취 횟수를 말해주지 않고 전체 청취 횟수에 대한 퍼센트를 말해줘요. 즉,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듣는 사람들이 전체 청취 횟수의 1% 미만이다. 이런 식으로 나옵니다. 그런데 그러면, 1% 미만이면 너무나… 그것이 1회 청취인지, 10회 청취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5%다, 라고 하면 전체 청취 횟수의 %로서 계산이 수월한데 말이죠.

그래도 1% 미만이라고 나올 때 청취 횟수가 1회는 아닐 것이라고 짐작이 가능하게끔 하는 상황이 있는데, 이는 새로 합류한 국가에서 순위를 치고 올라올 때입니다.

처음에 새로운 국가가 합류하면 다 국가 순위의 가장 밑에서부터 시작할 거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거기서부터 갑자기 그 나라의 국기가 치고 올라오는 거예요. 그러면 ‘청취율 1% 미만’이라고 나오더라도 청취 횟수가 10 이상은 될 것이다, 이런 짐작이 가능해집니다.

가장 최근에 이렇게 하신 분이 멕시코 대표님과 핀란드 대표님입니다. 국기가 막. 엄청 빠른 속도로 순위를 오르더라고요.

네, 저는 이거 보려고 앵커 통계를 확인하러 갑니다. 신나거든요.

멕시코 대표님과 핀란드 대표님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이렇게 전체 횟수의 1% 미만인 국가의 경우 아마도 청취자님이 각 국가에서 한 분 혹은 두 분이실 것 같기 때문입니다. 지금 들으시는 분들은 웬만하면 국가대표세요.

그리고 여러분, 제가 어… 이 국가 언급을 한 시즌당 한 번만 하려고 해요, 앞으로는. 왜냐하면, 저는 재밌지만, 들으시는 분들한테는 너무 반복적일 수 있을 것 같으니까. 그런데 또 국가 리스트 언급을 시작했는데 아예 얘기를 안 하면 나중에 합류하시는 분들이 섭섭하잖아요.

그리고 이… 저는 지금 한국 음식도 많고 한국 사람도 많아서 가끔은 영어보다 한국말이 더 많이 들리는 미국의 엘에이 지역에서 살아서 그런 느낌이 좀 덜하긴 한데, 독일에서 살 때는 그 동네에 사는 한국어 사용자들이 정말 적었거든요. 그래서 외국에서 살 때 같은 언어를 쓰는 사람이 이렇게 시공간을 넘어서나마 ‘할로,’ 해주면 기분이 좋을 거라고 짐작을 합니다.

그러니, 앞으로 청취자 통계 언급은 한 시즌당 한 번만 하겠다. 그러면 내용이 너무 반복적인 것과 한국어가 너무 고픈 것 사이에 밸런스를 맞출 수 있을 것 같다.

지금의 국가 리스트는 다음과 같습니다. 많이 들은 국가부터 적게 들은 국가 순서입니다. 총 28개국으로:

대한민국, 미국, 베트남, 슬로바키아, 독일, 브라질, 캐나다, 대만, 중국, 스웨덴, 러시아, 멕시코, 핀란드, 일본, 로마니아, 영국, 폴란드, 인도, 호주, 덴마크, 인도네시아, 우즈베키스탄, 아일랜드, 태국, 터키, 남아프리카 공화국, 네덜란드, 이스라엘.

이렇습니다. 요 스샷을 마치 졸업 사진처럼 기념으로다가 녹취록에 올려놓겠습니다.

아임 드리밍 시즌 2 졸업 사진.

여러분?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잔잔한 세계 정복을 계속해 봅시다. 어디서 듣고 계시든, 언제 듣고 계시든, 우리가 일단 이렇게 인터넷으로 이어졌으니, 여러분의 앞길에 부귀영화가 가득하길 바랍니다.


8: 마무리

00:52:03-00:58:32

[음악: To the Moon and Back – Ty Simon]

마무리할 시간입니다.

음악에 관심 있으신 분들, 고막사람 구독해 주세요. 혹은 주변에 고막사람, 음악 및 소리 전반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있다면, 고막사람 뉴스레터에 대한 소문을 퍼뜨려 주세요.

고막이. 오막이랑도 라임이 되고, 음악이랑도 라임이 되더라고요. 그러려고 지은 건 아니지만, 역시 꿈보다 해몽입니다.

해몽 하니까 생각이 나는데, 이… 아무래도 뉴스레터 그 자체에는 텍스트가 훨씬 더 많을 예정이고, 지금은 인스타에 휑함방지를 위해 9개의 포스트로 나뉜 거대 사진이 올라가 있거든요. 제가 그린 귀 그림.

이 그림을 이루고 있는 주황색과 파란색 테마를 오막이가 제안했습니다. 그대로 하고 보니 좋더라고요. 게다가 이 귀가 떠다니는 형태가 약간… 장기 같아요. 사람 장기. 그래서 제 그로테스크한 취향에 잘 맞습니다.

원래는 심지어 이 귀 뒤에 음반을 상징하는 동그라미 같은 것을 넣으려고 했었어요. 그런데 그러고 나서 보니까 너무… 제가 생각하기에도 너무 그로테스크한 겁니다. 귀가 음반 위에 놓여 있는 게 아니라 쟁반에 놓여 있는 것 같아서. 먹으라고. 무슨 호러 영화처럼.

그런데 이 고막사람 프로젝트가 모던 그로테스크 타임스 프로젝트는 아니지 않습니까? 두 오디언스가 겹칠 수도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굳이 귀를 먹으라는 것처럼 대령할 필요가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들어서, 음반 내지는 쟁반은 빼고, 그냥 동동 떠다니는 귀로 단순화했습니다.

그리고 이 로고는 뭔가. 자꾸 보니까 발자국 같기도 하고. 어디로 걸어갈 것 같기도 하고. 동그래서 귀엽습니다.

네. 저는 어… 귀가 예쁜 게 좋더라고요. 심지어 여러분, 귀의 모양이란 것이 사람마다 다 제각각이라서 지문에 버금간대요. 그런데 지문을 우리가 육안으로 식별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반면, 귀 모양은 지나가다가도 딱 볼 수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귀의 예쁜 모양을 좋아하는 것이 음… 저 스스로는 전혀 이상한 게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고… 네, 그렇게 생각하고 싶습니다. 귀. 예쁜 귀 모양이 있는데. 동그란 귀. 아주 그냥 귀여운 귀. 고막을 그리기에는 너무 어려우니까 귀를 그렸다. 내가 그린 귀 그림.

그렇습니다. 이번 시즌은 여기서 마무리하겠습니다. 다시 정리해 드리자면, 저는 6주 치를 쉴 건데, 다만 다음 주에는 안내 에피소드가 짧게 나갈 겁니다. 제가 시즌 3으로 돌아오는 날짜는 8월 26일입니다.

아임 드리밍의 이번 시즌에 등장했던 음악이 궁금하셨던 분들은, 제가 만든 스포티파이 플레이리스트에서 그것을 들으실 수 있습니다.

오늘 에피소드에서 언급된 각종 토픽들 중 링크할 수 있는 것이 있으면 전부 쇼노츠에 올려놓을 거고요, 제 홈페이지에 가시면 녹취록을 보실 수 있는데, 그 링크 역시 쇼노츠에 올려놓겠습니다.

그럼, 아직 깨어 계신 분들도, 잠드신 분들도, 부디 좋은 꿈 꾸시길 바랍니다. 지금까지, 한아임이었습니다.

[Music en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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