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39] 저녁사수: 꿈나라까지 가는 간헐적 단식과 일기

안녕하십니까? 이야기하는 자, 한아임입니다.

여러분은 지금 ‘특이 취향 불면자들을 위한 약간 이상한 꿈자리 수다,’ 아임 드리밍을 듣고 계십니다.

여러분? 제가 지금 코맹맹 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게다가 목도 약간 까끌까끌한 소리를 내고 있어요. 감기에 걸렸기 때문입니다. 네. 나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녹음을 하려고 했는데, 제때 안 나을 거 같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코맹맹 까끌까끌 소리로 녹음을 하고 있습니다. 새해부터 액땜 제대로 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액땜 이런 거 안 하셔도 되니까 감기 조심하시고, 저의 이 목소리, 양해 부탁드립니다.

지난주에 아침을 사수하면 좋은 점에 대해 얘기했었습니다. 그리고 오늘은 세트로다가 저녁을 사수하는 것에 대해 얘기할 거라고 말씀을 드렸었습니다.

네. 세트로 가야 하더라고요. 저 같은 경우에는 아침을 사수하려면 저녁을 사수하는 수밖에 없더이다. 이 둘을 분리해서 생각하려고도 해봤는데, 제가 별로 의지가 강하지가 않아서, 잠을 충분히 자지 않으면 아침에 절대 절대 일어나지 않더라고요. 이게, 일어나서 어디 학교라든지 출근해서 갈 데가 있으면 일어나요. 그래서 아무리 늦게 자도 새벽 대여섯 시에 집을 나선 적도 있었어요. 그런데 요즘에는 특정 장소에 특정 시간까지 도착해야 하는 게 아닌지라, 전날 늦게 취침해서 잠의 총량이 부족하면 그냥 늦게까지 자게 되고, 만약 일찍 일어난다 하더라도 그 여파로 인해 오히려 낮잠을 자는 바람에 지속적으로 잠 스케줄이 망하거나, 혹은 낮잠을 자지 않는다면 집중력이 너무 떨어져서, 뭣 하러 일찍 일어났나 싶은 생각이 들 지경입니다.

그러니까 굳이 이런 복잡한 상황을 만들지 않으려면 저 같은 경우에는 저녁을 사수함으로써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수밖에 없다. 의지가 강하신 분들은 잠을 적게 주무셔도 괜찮으실지 모르겠으나, 한아임은 그런 의지가 없다.

게다가 잠 그 자체가 중요하잖아요. 잠이란 것이 우리의 정신과 몸에 정확히 어떤 작용으로 인해 혜택을 주는 것인지 완벽히 밝혀진 건 아니지만, 그래도 2023년 현재, 요즘에는 무조건적으로 잠을 줄여서 열심히 사는 게 좋은 거라는 의식은 많이 사라진 것 같습니다. 잠을 자는 동안에 우리는 꿈도 꾸고, 우리가 의식적으로 몸을 힐링하려고 하지 않더라도 구석구석 알아서 몸이 수리를 해준다고 하니까요.

심지어 이 팟캐스트는 원래 불면증 팟캐스트니까 시작 툴키트에서 잠을 논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잠… 그 자체보다는, 잠까지 가는 저녁. 그리고 그 저녁을 사수하기 위한 노력. 그거에 대해 오늘 얘기할 건데, 어떤 식으로 얘기할 거냐면, 아주 실용적인 방법에 대해 얘기할 겁니다. 오늘은 정말 실용적이에요. 여러분, 제가 불면증이지 않습니까? 그런데 요 몇 주간은 불면증 팟캐스트의 호스트라는 저의 신분이 무색하게, 잠을 꽤 잘 자요. 놀랍죠? 완전 놀랍죠? 제가 무슨 수를 썼기에 갑자기 잠을 잘 자게 됐을까요?

제 경우에는 요겁니다. 바로. 간헐적 단식. 그중에서도 저녁을 거르는 간헐적 단식.


제가 요즘에 몸이 많이 바뀌고 있다고 했잖아요. 이것이 단순 노화는 아닌 것이, 제 생각에는 제가 예전보다 훨씬 건강하기 때문입니다. 객관적으로 그래요. 단순히 몸이 피곤하고 뭐 주름이 자글자글해지고, 그런 현상을 겪는 것이 아니란 말이죠. 오히려 덜 피곤하고, 주름은… 뭐 많아졌나 안 많아졌나 잘 모르겠는데, 아직 주름이 질 나이는 아닌 것 같아요. 아무튼 전반적으로 몸이 가볍고 건강한데, 그 이유는 제가 제 몸에 이 정도로 관심과 시간을 쓴 게 태어나서 처음이라 그런 것 같습니다. 뭐 굉장히 아름다운 몸을 만들려고 하지는 않았고요, 객관적으로 굉장히 아름다운 몸이라 볼 수는 없으나, 최근에 애정을 쏟은 만큼 지금의 제 몸이 10년 전보다 훨씬 더 건강한 것 같아요.

몸에 대해서는 다른 에피소드에서도 더 자세히 다룰 건데, 오늘 언급하는 몸 이야기의 핵심은 ‘몸이 변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변화는 단순히 일직선의 시간을 따르는 것이 아니다’입니다.

우리의 정신이 일직선의 시간을 따르지 않는다는 것은 그다지 새로운 개념이 아닙니다. 그런데 간혹 물리적 공간에 있기만 하면 잴 수 있고 어떤 특정 규칙을 따라 움직인다는 오해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물론 그런 측면도 있어요. 물리법칙을 지키는 측면. 중력이라든지. 그러나 중력조차도 거스르는 방법이 있잖아요. 비행기를 탄다든지 엘리베이터를 탄다든지. 이러니, 자연법칙도 아닌 것, 이를테면 통계 같은 것에 물리적 요소들이 제한을 받을 거라고 여기는 건 오해 같습니다.

통계라는 것이 인구를 뭉뚱그려서 어떤 수치를 도출해내는 유용한 기능이 있긴 하지만, 우리 중 그 누구도 평균이 아닙니다. 평균은 그 뭉뚱그려짐의 결과로서 도출되는 수치에 불과하지, 평균이 존재한다고 해서 우리들이 그 평균에 부합하는 인간이 되는 건 아니란 말이죠.

그러니 나이를 열 살 더 먹으면 몸이 노화를 할 수는 있겠으나, 그 노화의 정도는 사람 나름이며, 사람에 따라 심지어 시간의 흐름에 따라 몸이 노화는 됐을지 몰라도 건강하긴 더 건강해질 수도 있는 겁니다.

그렇잖아요? 간단한 예로, 20대 초반에 술을 매일 같이 진탕 먹고 담배까지 펴가며 놀다가 40대 후반에 술이랑 담배를 끊는다면, 40대 후반의 몸이 노화는 더 됐을지언정 더 건강하지 않겠습니까? 20대 초반에 술담배를 해서 살아남는 건 건강한 건 아니죠. 그냥 말 그대로 살아남는다는 거지. 그래서 20대 중에서도 술담배에 찌든 사람의 룩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룩이 차이가 있잖아요. 건강하고 나이는 별개예요. 어리다고 해서 건강하지 않습니다. 어리다고 해서 자기 몸을 잘 간수할 수 있지 않고, 오히려 젊음을 탕진하는 경우들이 있어요. 그리고 어린 포유류들이 대체적으로 그렇듯, 움직임이 낭비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낭비해도 힘들지를 않으니까 마구마구 움직이는 거예요.

물론. 어렸을 때부터 자기 몸을 잘 간수하는 사람을 이길 수는 없습니다. 나이 많은 사람이 아무리 몸을 잘 간수해도, 어린 데다가 심지어 건강하게 자기 자신을 관리하기까지 해! 이런 사람과 경쟁할 수는 없는 것 같아요.

다만, 나이가 좀 들었다고 해서 몸 간수를 포기하면, 그러니까, 일직선의 시간이 좀 흘렀다고 해서 ‘나는 이제 글렀어!’ 하고 포기하면, 진짜로다가 망할 수가 있다. 몸이 망하고, 따라서 정신까지 망하는 수가 있다.

우리의 정신은… 몸에 담겨 있다고 해야 하나? 몸과 하나라고 해야 하나? 여하튼 몸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몸을 포기한다는 건 그냥 겉모습을 포기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내가 내 눈으로 볼 수 있는 가장 간단한 나 자신의 거울을 버린다는 의미예요. 남들이 보기에 멋져야 한다, 이런 게 아니고요. 적어도 내가 나를 간수한다, 돌본다, 애정을 쏟는다, 이런 데서 오는 각종 혜택을 버리게 된다는 뜻입니다.

아무튼. 이러한 몸인데.

제가 불면증을 겪으면서, 작년, 그리고 재작년, 그 이전에도, 뭐, 좋다는 건 당연히 이것저것 해봤습니다. 운동이 좋다길래 운동도 하고, 뭐 커피도 끊어보고, 기타 등등.

그런데 이게 정말 이상한 것이. 정말 정말 이상한 것이. 그 몇 년을 운동도 해보고 커피도 수시로 끊어보고 했단 말이죠. 술도 끊어보고. 그리고 그 끊은 기간이 일주일, 이랬던 것도 아니었고, 한 달씩 끊어보고 그랬어요. 그런데 부작용도 하나 없고 아무 효과도 없었거든요. 그, 왜, 만약 제가 알코올중독이었거나 카페인중독이었다면 부작용이 있을 거잖아요, 끊었을 때. 그런데 지난 2, 3년간에는 전혀 끊었을 때 그런 증상이 없었어요.

그러다가. 정말 이상한 것이. 2022년 중반에. 여름 즈음에. 이때 갑자기 모든 게 들어맞는 것처럼. 운동의 효과가 느껴지고. 커피를 마시지 않자 머리가 띵하게 어지러운 부작용이 생기고. 술을 한 잔만 마셔도 취기가 확 느껴지고. 이런 변화들이 생기는 거예요. 그와 동시에 그냥 저절로 잠을 잘 자는 거예요. 이때, 커피 끊고 부작용 한 이틀 겪고, 그 이후의 몇 주간, 잠을 진짜 잘 잤습니다. 막 하루에 10시간씩 엄청나게 푹 잤어요. 그래서 제가 커피를 한 달 넘게 아예 안 마시고 그랬었습니다.

그런데 또 여기다가 얹어서 정말 더 이상한 것이 뭐냐면, 그 엄청나게 잘 자던 시절이 또 지나갔어요. 10시간씩 푹 자지는 못합니다, 이제. 이게 왜 이런 변화가 생겼는지 저는 정말… 알 수가 없습니다. 운동도 원래 하던 대로 했고, 음식도 특별히 다르게 먹은 게 없고. 어디 시차 적응을 해야 했던 것도 아닌데. 그냥 지 혼자 몸이. 지 혼자 이렇게 바뀌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커피를 아예 안 마시는 게 너무 보람이 없어서. 왜냐하면, 커피 맛있으니까, 마시면 맛있으니까, 잠을 엄청 잘 잘 것도 아닌데 아예 안 마시면 보람이 없어서, 다시 마셔봤어요. 예전처럼 매일은 아니고, 처음에는 2주에 한 번씩 다시 마셔봤어요. 그런데 잠에 아무 지장이 없는 거예요, 마신 당일이나 그다음 날에도. 그래서 1주일에 한 번꼴로 마셔봤는데, 잠에 아무 영향이 없는 거야. 그러다가 요즘에는 뭐 2, 3일에 한 번, 아침에, 커피를 한 잔 정도씩 마시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는 2022년 중반 그 이전보다 평균적으로 잠을 더 잘 잡니다.

즉, 요약하자면, 2022년 중반까지 한아임은 완전히 불면증이었다. 그래서 간만에 커피 끊기 테스트를 해봤더니 예전과는 달리 효과가 확실하게 왔다. 잠을 10시간씩 엄청나게 잘 자던 구간이 있었다. 그런데 또 그 구간이 지나가더라. 그래서 커피를 다시 마셔봤는데, 이번에는 또 잠에 별로 지장이 없더라.

참고로 여기서 ‘잘 잔다’ 함은, 제가 원래 침대에 누운 상태로 두세 시간을 깨서 뒤척거렸는데, 이제는 침대에 누우면 30분 내로 잠이 든다는 뜻입니다.

누워서 잠드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을 어떻게 아냐면, 주변에서 일정하게 나는 소리들이 있기 때문에 아는 부분이 있고요. 이를테면 특정 시간대에 열리고 닫히는 차고 문 소리 같은 거. 그리고 나지 않는 소리 때문에 아는 부분도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 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는 고요한 시간대가 결국 찾아오니까요.

그러니까 예전 같았으면 차고 문 소리 들을 거 다 듣고, 다 고요해지고 나서도 한참 후에 잠이 들었는데, 이제는 차고 문은커녕 그냥 귀마개 정도만 하면 잠이 든다는 거죠.

아무튼. 요지는 이겁니다. 2022년 중반부터 현재, 2023년 초까지, 저는 운동을 꾸준히 했습니다. 커피를 마시던 때도 있었고 안 마시던 때도 있었습니다. 한때는 커피의 부재 때문에 잠을 더 잘 자는 것도 같았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커피가 제 삶에 존재한다고 해서 잠을 못 자는 건 아닙니다.

이게 대체 뭐냔 말이죠. 이러니까, 이 복잡스러운 얘기를 하는 이유는요. 암만 그 어떤 명의든 연구자든 전문가든 누가 와서 ‘커피를 마시면 잠에 안 좋다’라고 하거나 ‘운동을 하면 잠을 잘 잔다’라고 하거나, 뭐 기타 비슷한 말을 한다고 해도, 평균이 아니라 개개인인 우리들은 어차피 스스로 자기 몸에 실험을 해야 한다는 겁니다.

우리 자신의 몸을 관찰하고 통계를 내는 게 낫지, 남들 몸에 좋다는 게 우리 몸에 꼭 좋지 않고, 심지어 남들 몸에 안 좋다는 게 우리 몸에 꼭 안 좋은 것도 아니에요. 맨날 연구 내용이 바뀌잖아요. 커피 한 잔은 몸에 좋다. 커피 한 잔도 몸에 안 좋다. 와인 한 잔은 몸에 좋다. 와인 한 잔도 몸에 안 좋다. 어느 장단에 맞춰.

이걸 따라 하느니, 나의 몸을 내가 관찰하고, 더 중요하게는, 그 관찰 결과치가 오랜 기간에 걸쳐 지속적으로 적용되지 않을 수 있음을 알아야 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예전에는 술을 엄청 많이 마실 수 있었거든요? 그런데 이게 제가 건강하고 어렸어서 술을 잘 마셨던 게 아닌 거 같아요. 몸이 무뎌진 거야. 술이 마실수록 늘잖아요. 그걸 어마어마하게 마셔가지고, 그때 당시에 능력치가 어마어마하게 올라갔던 거였어요.

지금은 제가 와인 한 잔만 마셔도 취합니다. 이것도 그런데. 이것도 엄청 최근의 일이에요. 이 일도 2022년 하반기에 벌어졌어요, 와인 한 잔에 취하는 게. 그런데 이것도. 무슨 서서히 술이 약해진 게 아니라. 그냥 어느 날 갑자기 이렇게 됐고. 이제는 술을 한 달에 한 번 정도밖에 안 마시니까 내성이 생기지 않기도 하거니와. 마시고 싶지가 않아요.

그런데 그렇다고 이게 마냥 나이 때문이라고만 하기도 어려운 것이. 반세기 이상 사신 분들 중에서도 매일 술 드시는 분들 계시잖아요. 술을 매일 마시니까 능력치가 계속 유지되는 것일 수도 있고, 그냥 몸에 술이 잘 받는 것일 수도 있고, 뭐, 모르겠어요.

아무튼 간에. 사람마다 다르다.


이렇게. 하여튼 간에. 커피와 술, 그리고 운동이 저의 잠에 영향을 미친 듯하다가도 별로 그다지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 같진 않고, 그러나 하지만 또 우리의 몸들은 전부 다 다르기 때문에, 또한 한 개인 안에서도 몸이 오랜 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같은 양상을 보이는 건 아니기 때문에, 여러분에게는 혹시나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안 될 수도 있다.

게다가 커피, 술, 운동은 하루 중 어느 때나 접근할 수 있는 요소들이잖아요. 아침에 커피를 마실 수 있지만 저녁에도 마실 수 있고, 술도 마찬가지고, 운동도 아침에 할 수도 있고 저녁에 할 수도 있고. 저는 심지어 커피를 좀 오후 늦게 마셔도 잘 자는 기간에는 그냥 잘 자더라고요. 애초에 커피를 제가 그렇게 한꺼번에 많이 마시진 않아요. 많이 마셔봐야 두 잔이거든요. 그러니까 잘 자는 기간에는 아무리 오후에 커피를 마셔도, 오히려 그 따뜻함에 잠을 잘 자. 근데 못 자는 기간에는 커피를 아무리 안 마셔도 효과가 없더라.

운동도, 오전에 하는 운동과 오후에 하는 운동이 잠에 별로 차이가 없었고요. 술은 밤에 너무 많이 마시면 확실히 잠에 안 좋은 것 같아요. 차라리 낮술을 마시고 술 다 깨고 자는 게 나은 것 같아요. 그런데 이조차도, 잠 잘 자는 구간이냐 못 자는 구간이냐라는 큰 틀이 더 중요하지, 술을 마시거나 안 마시거나 언제 마시느냐에 따라 잠의 큰 틀에 영향을 미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과 달리. 정말로다가 저녁에만 삶에 들일 수 있는 요소가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간헐적 단식, 그중에서도 저녁을 거르는 간헐적 단식입니다.

이걸 왜 했냐면, 처음에는 살을 좀 뺄까 싶어서 했어요. 제가 과체중은 아니지만 정상 체중의 높은 끝자락에 있거든요. 그리고 결론을 말씀드리자면, 실제로 살이 빠집니다. 저는 18시간 간헐적 단식을 한 지 1주 만에 2킬로가 빠졌는데, 뭐, 아무 노력도 안 하고 빠졌어요. 지금까지도 그냥 유지되고 있습니다. 지금 뭐… 그로부터 두 달은 지난 것 같은데, 처음에 단식을 시작한 지.

게다가 심지어 이 2킬로 빠진 거 갖고 너무 몸이 으슬으슬해져가지고, 저는 일부러 18시간 간헐적 단식에서 16시간으로 단식 시간을 줄였어요. 그리고 좀 적게 먹던 음식량을 다시 도로 늘리려고 노력 중입니다. 네. 몸무게가 확실히 줍니다, 여러분. 안 줄고 싶어도 줄더라고요. 아무리 많이 먹으려고 해도, 저는 배부르면 일단 그냥 안 먹거든요. 배부른데 뭘 일부러 먹을 수가 없어요. 그런데 식사 시간을 제한하니까, 암만 많이 먹으려고 해 봤자 섭취 총량이 어느 정도 줄어드는 건 어쩔 수 없더라고요.

그리고 무엇보다, 골고루 먹어야 합니다. 뭐, 살 빼려고 간헐적 단식 하시는 분들의 경우에는 아닐 수 있는데, 그냥 건강하려고 단식하시는 분들은, 골고루 드시지 않으면 저처럼 몸이 으슬으슬해지고 체온 조절이 안 돼서 깜짝 놀라실 수도 있습니다. 제가. 그. 음식 섭취 시간을 제한하니까, 그 제한된 시간 와중에 배불러 터지겠는데 많이 먹으려니까, 초반에 어떻게 했냐면요, ‘그래도 단백질이 좋겠지?’ 하고 단백질을 좀 더 많이 챙겨먹었어요. 닭가슴살, 이런 거. 그런데 그 와중에 탄수화물을 너무 안 먹은 거예요. 그런데 탄수화물을 안 먹으니까. 체온 조절이 안 되고. 특히 여자들은 탄수화물 꼭 먹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닭가슴살 먹고 근육 만들려는 게 아니면, 탄수화물을 꼭꼭 먹어야 한다.

그래서 아무튼. 지금은 매일 16시간 정도 단식을 하되, 오후 두 시? 세 시 정도 이후로는 아무것도 안 먹습니다. 커피나 녹차 같은 것도 안 마십니다. 그렇게 두 달 정도 해서 체중은 2킬로 정도 빠졌고, 초반에 단백질을 우선적으로 챙겨 먹었을 때는 몸이 으슬으슬했지만, 지금은 탄수화물도 와구와구 먹고, 지방도 와구와구 먹기 때문에, 체중 2킬로 빠진 것은 그대로 유지 중이되 몸이 으슬으슬한 건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건, 간헐적 단식으로 인한 변화가 여기서 끝이 아니라는 것. 체중 감량 겨우 2킬로가 끝이 아니라는 것.

제가 체중 좀 감량해보려다 겨우 2킬로 빠졌는데 으슬거리길래 겁을 먹고, ‘아 체중 빼지 말아야지’라고 결심하고 나서도 간헐적 단식을 계속하는 이유는, 이 물리적 음식 섭취의 제한을 통해 제 정신이 시원해지기 때문입니다. 이를 통해 잠을 잘 자는 구간이라는 큰 틀을 만들 수 있더라고요.


정신적 단식. 이것이 제가 신체적 간헐적 단식을 하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그리고 제가 간헐적 단식을 이러한 용도로 쓰기 때문에 저녁을 거르는 형태가 이렇게나 효과적인 거라고 추측해 봅니다.

만약 살을 빼기 위해 단식을 한다면, 아침을 거르든 저녁을 거르든 별로 상관이 없을 수도 있어요.

또한 만약 위장을 쉬게 해주는 것이 단식의 목표라면, 역시나 아침을 거르든 저녁을 거르든 별로 상관이 없을 것 같습니다. 무엇을 거르든지 간에 16시간, 18시간 위장을 쉬게 해주면 되니까.

심지어 아침 거르는 패턴과 저녁 거르는 패턴을 번갈아 단식 하는 것이 몸에 적당한 긴장감을 줘서 좋다는 말들도 있더라고요.

그러나. 한아임이 저녁을 거르는 이유. 살을 빼기 위해서도 아니고, 위장을 쉬게 해주기 위해서도 아니고, 몸에 적당한 긴장감을 주기 위해서도 아니다.

정신적 단식을 위해서다.

여러분. 밥도 하루 이틀 먹어야 말이지. 물론 밥은 맛있습니다만. 그래도 밥을 맨날 맨날 세 끼씩 뭐 먹을까 생각한다는 건 정말이지 귀찮습니다. 그래서 아침 점심 저녁 메뉴를 정해놓고 일정하게 먹는 방법도 있긴 한데, 그조차도 심심하고. 더 나아가, 심심한 그 와중에도. 귀찮아. 너무 귀찮아.

하루에 세 끼를 먹는 것이 어려워서 중요하게 여겨지던 시대도 물론 있었죠. 제가 예전에 언급한 적이 있나 모르겠는데. 돌아가신 저의 할아버지가 남기신 명언이 있습니다. “오늘 점심은 오늘 점심에만 먹을 수 있다.” 할아버지 말이 맞죠. 맞지, 당연히. 오늘 점심은 오늘 점심에만 먹을 수 있지. 내일 점심이 되면 내일 점심만 먹지 오늘 점심은 지나가고 없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할아버지 말이 맞긴 한데. 저는 운 좋게도 오늘 밥을 먹지 않더라도 내일 먹으면 되는 시절에만 살아서 그런지 오늘 점심을 안 먹는 것에 대해… 이것이 억울하지가 않고… 오히려 해방 같아요.

저는 음식은 물론이고 모든 것이 과부화된 상태만 살아봤거든요. 2023년 현재, 흔히들 스마트폰의 폐해에 대해 얘기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휴대폰 디톡스, 소셜 미디어 디톡스 같은 것에 대해서도 얘기하고. 번아웃에 대해서도 많이 얘기하고. 이… ‘쉴 수 없음’이 지속되는 상태에 대해 많은 이야기들이 나오는데. 정말 운 좋게도 저한테는 음식도 여기에 포함되는 거예요.

저는 음식 먹는 걸 좋아해요. 전혀 뭐… 기름진 음식을 먹음으로써 스트레스를 받는다거나, 채소만 먹는 스타일도 아니고. 살 빼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는 것도 아니고. 체중 감량 좀 해볼까 했던 것도 좀 더 몸이 가벼워지고 건강해지지 않을까 싶어서 하려고 했던 건데, 그마저도 너무 금방 2킬로가 빠져버려서 으슬으슬해지니까 겁먹고 안 하잖아요.

그런데 이… 몸이 가벼워진다기보다는 정신이 가벼워진다는 것. 이것은. 너무 좋더라고요. 제 생각에 이것이 간헐적 단식의 최대 장점입니다.

몸이 아무리 객관적으로 가벼워도 정신이 무거우면 몸이 무거운 거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하거든요. 성인의 몸이 40킬로로 뼈밖에 안 남아도, 그 몸이 무거워서 침대에서 못 나오는 경우가 있잖아요. 정신적으로 힘이 들어서. 그런데 그렇게 되기 전에. 훨씬 전에. 간헐적 단식을 해준다면. 정신적으로 좀 가벼워지는 효과가 있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저는 효과를 많이 봤습니다.

일단 오후 두, 세시만 돼도 더는 먹는 것 생각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자체가 해방이에요. 저는 개인적으로. 배고파서 괴로웠던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단식하고 나서. 원래도 야식을 안 먹는 스타일이기도 하고, 원래도 저녁 5시면 저녁을 먹어요, 대개. 그래서 그렇게 힘들지 않았던 부분도 있는데. 단식을 한다고 생각하지 않은 상태에서 그냥 2, 3시에 밥을 먹었다면, 아마 생각을 계속 하게 됐을 거예요. ‘아… 애매하긴 한데, 배가 안 고파도 5시에 저녁을 먹을까? 7시에라도 먹을까?’

그런데 이제는 그냥 ‘나는 단식을 한다’가 디폴트 모드니까, 3시 넘어가면 확실히 그냥 안 먹는 겁니다.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서 아침 사수 과정, 즉, 스트레칭이며 명상 아닌 명상이며를 하고 나서까지 아무것도 안 먹는 거예요. 요즘에 16시간 정도 단식을 하니까 아침 7시 정도에 첫 끼를 먹게 되는 거죠.

그러면 오후 3시부터 아침 7시라는 이 시간 동안 저는 음식에 대해 전혀 생각을 안 하는 겁니다. 오늘 먹을 거 다 먹었고. 단백질뿐만 아니라 탄수화물 지방도 와구와구 먹었고. 심지어 커피나 술이나 녹차나 아몬드 우유, 두유, 이런 음료수들. 걔네도 다 먹은 거예요. 이제 오후 3시부터 아침 7시까지는 물 말고는 아무 옵션이 없는 겁니다.

이… 옵션의 제거. 제 생각에는 이것 덕분에 간헐적 단식이 제 수면에 도움이 되는 부분이 큰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제가 테스트를 해봤어요. 저녁을 먹되 아침을 거르는 형태의 간헐적 단식을 하면 잠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

일단. 물리적으로 엄청 배부릅니다, 저녁에. 그런데 이게 단순 물리적인 것뿐만 아니라, 느낌인 것 같아요. 저녁에 위장에 뭘 이만큼 안고 침대에 눕는 게 너무 무거워.

그리고 또한, 아침을 거르니까 아침에 글을 못 쓰더라고요. 아니 뭐, 쓸 수는 있는데, 팟캐스트 대본, 이런 건 쓸 수 있어요. 이런 대본. 그런데 소설 못 씁니다.

물론 사람마다 다를 겁니다, 공복 상태에서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저는 요즘에… 하… 가뜩이나 소설을 너무 안 써서. 진짜. 구조 조정 해야 해요. 저의 첫 계기, 첫 꼭지점, 첫 뮤즈가 소설인데. 얘를 유지해야지. 얘를 버리면 나는 이제 나가 아닌데. 얘를 데리고 두 번째 계기, 꼭지점, 뮤즈로 향해 가야 한단 말입니다.

소설을 안 쓰면 머리에 뭐가 낀 거 같아요. 미치겠어요 지금. 이 상태가 너무 오래되어가지고. 애가. 하. 하여간 그래서 저는 이 과부하를 제거해야 하고, 간헐적 단식이 거기에 어마어마하게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저는 특별한 이유가 없으면 그냥 간헐적 단식을 계속해보려고 해요. 특별한 이유란, 이를테면 제가 만약 여행을 간다면, 아무래도 동행자들과 저녁을 먹을 일이 생길 것 같거든요. 그런데 그런 상황에서는 아마 책상에 계속 붙어서 일을 하는 게 아닐 거기 때문에, 즉, 활동량이 좀 증가할 거기 때문에, 저녁을 먹어도 괜찮을지도 모를 것 같아요. 게다가 그런 특별 상황에서는 아침 사수도 안 할 것 같거든요. 저녁을 먹고 밤까지 수다 떨다가 아침에 늦게 일어날 수도 있는 거니까요. 그런 상황에서까지 아침 사수와 저녁 사수를 할 것 같진 않습니다.

하지만 평소에. 디폴트 모드로 간헐적 단식을 계속 하고 싶다.

이 정신의 맑음으로 인하여 어찌나 저녁 시간이 여유로워지는지. 너무너무 진짜 신기합니다 여러분. 2, 3시 이후로 밥이며 음료수를 먹고 마신다는 옵션을 제거함으로써, 아침에 이어 저녁까지도 시간 부자의 느낌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제가 옛날 옛적에는 음식으로 스트레스를 풀던 시절도 있었는데. 참. 장족의 발전이에요. 이러니까. 진심으로 저는 십 년 전보다, 심지어 십오 년 전보다, 지금이 훨씬 몸이 건강하고, 심지어. 객관적으로 어릴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왜냐면 그때 당시에는 너무 많이 책상에 앉아 있는 건 똑같았는데 운동도 안 했고, 탄수화물을 일부러 챙겨 먹기는커녕, 챙겨 먹지 않아도 그걸로 스트레스를 푸는 바람에 살이 정상 체중 이상으로 뒤룩뒤룩했거든요.

지금 현재 살이 2킬로 이상으로 빠지지 않는 이유가, 살이 안 빠져서라기보다는 근육량이 좀 늘어서 그런 걸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요즘에는 운동을 지속적으로 하기 때문에. 그… 왜… 요즘에… 눈바디라고 하나요? 네. 체중계가 뭐라 하든지 간에. 그냥 눈으로 보기에. 예전보다 나아요. 뭐. 대단히 객관적으로 뛰어난 건 아니지만. 아무튼 간에, 옛날보다는 장족의 발전이다. 신체적 공복뿐만 아니라, 그로 인한 정신적 공복을 즐길 줄 아는 인간이 됐다.


그래서 이렇게 덜게 된 정신적 짐으로 인하여 저녁을 사수할 수 있게 됩니다. 아침 때와 비슷하게 스트레칭을 하는데, 저는 저녁에는 좀 더 길게 해줍니다.

그런데 아침사수 때와 마찬가지로 저녁사수를 하면서도 제가 더 잘해야 할 점은. 역시나. 휴대폰. 망할 휴대폰. 진짜. 하. 저 자신이 너무 한심해요. 이 손바닥 안에 들어오는 기기 하나를 어떻게 마음대로 못 하니까 다른 것도 마음대로 안 되지. 저는 왜 이럴까요? 리프레시를 계속해요. 이거에 대해서 에피소드를 하나 할까 봐요. 리프레시는 전혀 리프레싱하지 않다.

휴대폰에 음악 듣는 앱이 있어서 문제인 것 같아요. 아이패드로 듣는 것보다 그냥 폰이 압도적으로 더 편해서. 음악을 안 듣는 습관을 들여야 하는지? 그렇지만 음악은 너무 좋은데.

아무튼. 스트레칭을 하고, 다음날 계획을… 하긴 합니다. 지난 에피소드에서 언급했듯이, 저녁에 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일은 잠을 자는 준비라고 생각하긴 하지만, 다음날 해야 하는 일을 간단하게 정리하는 데는 뭐, 5분도 안 걸려요. 왜냐하면 그냥 쌩으로 저녁에 할 일들을 다 결정하는 게 아니라, 이미 플래너에 계획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플래너는 하루 중 특정 시간대에 채우는 게 아니라, 수시로 채워집니다. 필요에 따라서. 약속이 잡히면 그 잡히는 순간에 플래너에 써 놓되, 매일 저녁 다음날 뭘 해야 하나 확인하는 식으로.

그래서 저녁에 딱히 다음 날을 계획하고 준비하고 잘 살아야지 하는 건 아니고요, 이미 해 놓은 계획을 확인하는 정도입니다. 예를 들어, 여권 사진을 찍으러 간다, 하면 그 전날에 뭐 입을까 생각 정도는 해두는 게 좋으니까.

그러나, 다음날을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자, 이런 것은 저녁에 생각하진 않습니다. 저녁에는 그보다는 저녁의 일들을 생각하려고 제가 요즘에 노력 중입니다. 저녁의 일들이라 함은, 좀 더 거대한 꼭지점. 그리고 제가 그날 밤 꿈에 꿨으면 좋겠는 거.

루시드 드리밍, 이런 건 아닙니다. 저는 루시드 드리밍을 해본 적이 없어요. 왜, 그. 원하는 대로 꿈을 조종하는 거. 저는 그걸 해본 적이 없고, 심지어 꿈을 잘 기억 못 해요. 그러나 뭐가 됐든지 간에 제가 자기 전에 집중을 쏟는 것이 잠자는 도중에 영향을 미칠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제 경우에는 자기 전에 너무 가까운 미래에 대해 집중을 쏟으면 너무 애가… 신나 하더라고요. 아니면 아예 그냥 막 걱정을 하거나. 그러면 너무 멍청하잖아요. 내일 일은 내일 벌어질 건데 오늘의 잠을 내일이면 벌어질 일로 낭비하다니. 그래서 차라리 좀 비현실적인 거 있잖아요. 막. 10년 후. 50년 후. 거대 비전. 이런 거를 생각하려고 하거나, 아예 추상적인 것. 예를 들면 뭐… 거대한 초원인데, 밤인데, 은하수가 쏟아진다. 이런 거.

왜냐하면. 아임 드리밍의 이번 시즌의 대주제가 시작 툴 키트잖아요. 그리고 뭘 시작한다? 구조 조정. 왜? 새로운 꼭지점으로 가려고. 두 번째 계기뮤즈로 향해 가려고. 그런데 그러한 꼭지점은 어떻다? 현재, 과거, 미래가 하나가 되는 지점이다. 왜냐? 시공간을 초월하니까.

그래서 자기 전에, 저녁에, 거대 우주적인 것. 그러니까 말 그대로 행성이 있는 그런 물리적 우주라기보다는, 내 안의 거대 우주. 이 느낌. 그거를 좀 더 생각하려고 요즘에 의식적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 어떤 형태로든 일기를 씁니다. 그냥 종이에 끄적거릴 때도 있고, 실제 일기장에 쓸 때도 있고요. 리스트 형식일 때도 있고, 떠오르는 의식의 흐름대로 쓸 때도 있고, 다양합니다. 이러나저러나 뭘 조금 쓰고 자요. 모닝 페이지보다 이브닝 페이지가 효과가 있는 것 같기도 해요. 모닝 페이지, 저는 지난 에피소드 이후에 이틀 해보고. 하. 아침에 별로. 저는 안 맞더라고요. 혹시 다른 글을 안 쓰는 분들에게 맞으실지도 몰라요. 저는 모닝 페이지가 어떤 기분이냐면, 제가 운동선수인데 경기 전에 몸 푸는 것 이상으로 운동을 해서 진을 다 빼는 느낌입니다. 반면 저녁에 좀 끄적이는 건, 경기 이후에 몸풀기 운동하는 느낌? 그런 느낌이에요.

그러나 언제 쓰든지 간에 뭔가를 좀 쓰면, 특히 손으로 종이에 쓰면, 머리가 좀 시원해지는 감각은 확실히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한아임의 문제는. 아시죠. 종이 노트를 분해한다. 그런데 제가 예전에 시즌 1에서 이 한아임의 종이 노트 분해 습성에 대해 언급했을 때는, 이런 식으로 말했어요. 저 자신을 인용할게요. Quote, “예쁘고 고급진 다이어리였을 수록 실수가 용납이 안 됩니다. 그냥 제 마음속에서만 용납이 안 되는 정도가 아니라, 이 다이어리의 예쁨과 저의 못생긴 글씨 자체가 안 맞는 거예요.” End quote.

이렇게 말했고, 이런 이유로 다이어리 내지는 노트를 쓰다가 도중에 분해한다고 말을 했었어요. 제가 예전 에피소드를 전부 다 훑어보진 않았는데, 하여간에 요런 부분이 있었단 말이죠.

그런데 그 예전 에피소드 당시부터 지금까지 이걸 다시 생각해 보니. 그냥 예쁜 노트만 이런 게 아니에요. 제가 예쁜 노트로 이런다는 걸 알고, 예쁜 건 예쁜데 실용적인 노트. 간단한 노트들로 갈아탔거든요. 근데. 걔네도 분해하는 거야. 세상 제일 못생긴 노트를 써도 분해할 걸요? 글씨 때문이 아니야, 이건. 이건 물리적인 게 아니에요, 한아임의 이 분해 습성은. 정신적인 거예요.

제가 이… 예전 에피소드로부터 1년 정도 흐른 지금 이 시점에 수정해서 내린 잠정적 결론, 내지는 이론이 뭐냐면요, 이겁니다.

한아임이 노트를 다 채우지 않고 중간에 분해해서 남은 페이지들은 그냥 scrap paper로 쓰고, 이미 쓴 부분은 버리는 이유는, 이 노트를 채워봤자 보관하지 않을 거라는 자각이 있기 때문이다.

네. 저는 이 물리적 노트들을 어디에 둘지를 모르겠어요. 어떤 절대적 공간 부족 때문은 아닙니다. 사실, 일기 형태의 보관용 노트를 1년에 10권씩 쓴다 쳐도, 10년은 써야 100권이잖아요. 100권이 그렇게 부피가 크진 않거든요? 이거 놓을 자리가 물리적으로, 절대적으로는 있어요. 저도 알아요. 근데도 일기를 보관을 못 해. 일기뿐만 아니라, 다른 것도 무슨… 법적으로 보관해야 하는 세금 문서라든가, 이런 게 아니면, 별로 보관을… 보관을 안 해요.

그냥. ‘나는 여기 있지 않을 것이다’라는 생각이 항상 있고요. 그래서 제가 간헐적 단식이 이렇게 잘 맞는 것일지도 몰라요. 가벼운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딱히 신체적인 가벼움이 아니라, 정신적 가벼움. 그리고 가벼워서 영향력이 없는, 그런 가벼움이 아니라, 언제든 다 버릴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있어요.

이거 왜 이런 건지. 저보다 훨씬 여행도 많이 다니고 이사도 많이 다닌 사람들도 많은데. 그 사람들이 다 저 같진 않은데. 그리고 반대인 경우들도 있잖아요. 여행과 이사를 많이 다녀서 물리적인 물건들을 더 아끼고 보관하는 경우. 그런데 저는. 그렇지가 않습니다.

아… 올해에 다이어리 하나를 그래도 채워서 보관하면 좋겠다, 싶은데. 올해의 목표라고 하자면 그게 목표인데.

이것 때문에라도 구조 조정이 시급하다. 한아임이 쓴 종이 일기 중에 남아 있는 게 없다는 건 그저 양상입니다. 그 자체가 문제가 아니고, 양상이에요. 한아임이 구조 조정을 해야, 그리고 구조 조정을 위한 일련의 결정들을 해야, 즉, 아침을 사수하고, 저녁을 사수하는 등등의 행동들을 하기로 결정하고 이행해야 이 양상이 사라질 것 같아요.

사라졌으면 좋겠긴 하거든요. 일기를 보관한다는 건 상당히 낙관적인 행위 아닙니까? 그것을 나중에 볼 거라고 여긴다든지. 나 말고 다른 누가 그 내용을 보고 따지지 않을 거라고 여긴다든지. 꽤나 낙관적인 행위라서, 하면 좋을 것 같긴 합니다.

제가 일기장을 또 샀어요. 미도리.

만년필 쓰시는 분들. 미도리 MD 노트. 이거 진짜 말로만 듣던 노트인데, 샀더니, 웬걸. 진짜 좋아. 어쩜 좋아. 이 노트 너무 스무스해가지고. 요거 혹시 올해 다 채우려나 싶어요. 채우고 계속 갖고 있을지는 또 다른 문제겠지만. 그래도. 채울 수 있을 것 같은 좋은 예감이 들기도 해요.

만년필은 노트가 안 맞으면 다 번지고 흐릿하게 글씨가 흩어지거든요. 몰스킨 필요없어요. 몰스킨보다 무지 노트가 나아요. 무지 노트 필기감이 그렇게 좋진 않아도, 적어도 만년필이 번지진 않아요. 게다가 무지 노트는 가격도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고요.

미도리 노트는 좀 비싼 감이 있지만, 그만큼 값을 해서 제가 너무 흡족해하는 중입니다. 근데 표지가 너무 얄팍해가지고. 아주 그냥. 마구 접혀요. 코너가 다 구겨져요. 구겨진 채로 왔어요. 배달하신 분이 아무리 열심히 조심히 배달했어도 구겨질 수밖에 없는 종이였어요. 표지가 좀 너무해요. 그래서 표지를 위한 표지를 따로 사는 분들도 계시더라고요. 그런데 그 표지를 위한 표지가 노트 하나 값에 맞먹어요. 그래서 저는 빈정 상해가지고, 아 이 표지를 위한 표지는 내가 절대 돈 주고 안 산다. 해서. 어떻게 했냐면, 미도리 노트 테두리에다가 마스킹 테이프를 둘렀어요. 그러면 좀 그래도 그냥 표지만 있는 것보다는 두께가 두꺼워지잖아요? 그렇게 해서 보호 차원으로다가 좀. 음. 너무 쉽게 접히지 않게. 그렇게 세팅을 했습니다.

그런데 노트 내부에 있는 종이 자체는 매우 좋다.

어쨌든 저녁 사수의 수단으로서의 일기 쓰기는 하고 있다. 어떤 형식으로든 저녁에 뭔가를 쓰고 자고, 당장 내일 이것저것 해야 할 구체적인 일에 대해 생각하기보다는, 잠자면서 꿈꾸기 위한 준비로서 좀 거대 비전에 대해 생각한다.

그러면 간헐적 단식과 마찬가지로 이 일기를 통해서도 머리가 좀 시원해집니다. 그리고 생각은 물리적 공간을 차지하지 않고, 여러분이 가는 어디든 따라갈 수 있는 무언가니까. 너무 좋죠? 물리적 일기장을 보관하지 않더라도, 그 생각은 꿈나라까지 우리를 따라옵니다. 우리가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아무튼 그러합니다.

음. 제가 최근에 저에 대해 알게 된 게 이거예요. 저는 영원한 걸 너무 좋아하는데, 세상의 대부분의 것들이 영원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영원하지 않은데 내 옆에 있겠다고 하는 것들이 너무 무서워요. 그래서 일기장도 안 가지려 하는 것 갖고. 심지어 사람이 와도. 가뜩이나 ‘어차피 갈 거 아니야?’ 하는 생각을 갖고 있는데 그런 저를 계속 떠올리게 하는 말들이 언급되거나 상황들이 나오면 차라리 빨리 끊으려고 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여기에 대처하는 방법이 크게 두 갈래가 있겠죠. 이런 경향을 고치는 방법이 하나고, 이런 경향의 양상이 드러나지 않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또 하나입니다. 둘 다 하는 게 가장 좋을 거예요.

경향을 고칠 수 있는지는 모르겠어요. 그런데 환경을 조성하는 건 제가 좀 더 사랑하는 물리적 환경에 있으면 좋아질 것 같은데. 음… 그 물리적 환경에 대한 얘기도 언젠가 차차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아무튼. 여러분은 저처럼 이상한 양상이 안 나타나고, 낙관성을 유지할 수 있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 앞에 일기를 보관할 수 있는 낙관적인 삶이 펼쳐지길 바랍니다. 저녁을 음식의 압박으로부터 비우면, 즉, 메뉴 선택, 정리, 소화 등등의 압박으로부터 비우면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아도 잠을 더 잘 자게 되며, 일기를 쓰고 스트레칭을 할 시간도 생기게 됩니다. 오후가 아주 여유로워져요. 아침을 누리듯 오후도 누립시다.

그럼, 아직 깨어 계신 분들도, 잠드신 분들도, 좋은 꿈 꾸시길 바랍니다. 지금까지, 한아임이었습니다.


모든 링크

  • 이번 에피소드 링크 없음!

모든 음악

Opening

  • All Things Fade – Jameson Nathan Jones

Within episode

  • Lalinea – Aperitif
  • Mansij – Life with Myself
  • Notize – Come Closer – Instrumental Version

Closing

  • Sugar Colours – Crazy Paris

제가 하는 모든 일은 여기에 정리되어 있습니다.

https://hanaim.imaginariumkim.com

© 2023 한아임

소개

✨ 한아임입니다. 제가 하는 모든 일에 대한 기록은 여기에 있습니다.

최근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