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십니까? 이야기하는 자, 한아임입니다.
여러분은 지금 ‘특이 취향 불면자들을 위한 약간 이상한 꿈자리 수다,’ 아임 드리밍을 듣고 계십니다.
시즌 4, 시작 툴키트, 계속됩니다. 앞선 에피소드들에서 지나가는 말로 저의 몸이 최근에 많이 변했다, 몸에 예전보다 더 애정을 많이 쏟는다, 이런 얘기들을 했는데, 오늘은 정확히 어떤 식으로 애정을 쏟아서 몸이 변화하는지를 다루겠습니다.
하나 강조하고 싶은 점은, 제가 몸을 바꾸고, 특히나 가꾸는 목적이 체중 감량이나 눈에 보여지는 아름다움을 위해서는 아니라는 점입니다. 저번에 눈바디 얘기를 하긴 했지만, 그것도 뭔가, 외부에서 ‘이렇게 생긴 몸이 아름답다’고 정한 기준에 부합하기 위한 눈바디는 아닙니다. 바디 프로필을 찍으려고 운동하는 것도 아니고요. 하지만 그래도 사람이 딱 눈으로 봤을 때부터 건강하고 건강하지 않은 것은 차이가 있지 않습니까? 운동 전후에요. 특히나 운동 전에 건강하지 않았다면, 운동을 하고 나서의 변화가 더 드라마틱하게 눈에 띄겠죠.
저는 최근 1년? 2년? 정도 좀 더 의식적으로, 그리고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기 전까지는 건강하지 않은 건 아니었는데, 좀 애매했었습니다. 이를테면, 자세 같은 거 있잖아요. 자세가 나쁜 것이 결국에는 안 좋은 건강까지 이어질 수 있지만, 사실 사람이 잠깐 자세가 흐트러진다고 해서 죽을 정도로 아파지는 건 아니잖아요? 그래서 세월이 흐르면서 쌓이게 되는 좋거나 좋지 않은 자세의 효과가 더 무서운 거기도 하고요. 저는 막 병이 들어서 아픈 건 아니었는데, 이렇게 조금씩 쌓이는 습관들이 좋진 않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그런 것들을 없애고, 운동을 의식적으로, 규칙적으로 하니까, 외부 기준을 이용하지 않아도, 그냥 보기에, 눈바디로 보기에, 그냥 더 건강합니다, 옛날보다. 자세도 좀 좋아졌고, 운동하는 와중에도 눈에 띄는 점들이 있잖아요. 예를 들어, 1분만 뛰어도 숨이 찼는데 이제는 5분은 뛸 수 있다든지. 그러면 얼굴도 덜 빨개지고. 땀도 좀 덜 나고. 이렇게 바로 눈에 띄는 몸의 변화들이 있었단 말이죠. 그게 제가 말하는 눈바디입니다.
그러니 이번 에피소드를 통해 여러분이 어마어마하게 아름다운 바디 프로필을 찍을 순 없을 겁니다. 그렇지만, 저처럼 좀… 신체의 기본이 안 되어 있으셨던 분들. 책상머리에 앉아 있기만 해가지고 몸뚱아리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아예 모르셨던 분들. 이런 분들은 좀 도움이 되실 수도 있습니다.
그럼 오늘의 수다, 시작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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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바로 실용적인 얘기 하나를 할게요. 여러분. 흔히 운동할 때 ‘코어를 써라, 코어를 써라’ 이런 얘기를 하잖아요. 저는 그 코어를 쓰는 방법을 정말 최근에 알았습니다. 한… 3, 4개월밖에 안 된 것 같아요.
이것이 놀라운 이유는, 제가 오래전, 요가를 다닌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필라테스도 몇 회 했었어요. 그리고 뭐, 헬스클럽 등록해서 수업 들은 적도 있고, 그렇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그룹 수업이라고 해도 그렇지, 그 많은 곳들에서 단 한 군데도 제가 코어를 제대로 쓰고 있지 않다는 걸 가르쳐준 강사가 없었어요. 단 한 명도.
그런데 제가 코어를 쓰는 걸 어떻게 알게 됐냐면요, 심으뜸 님의 기초 필라테스 영상을 보고 나서입니다. 굉장히 간단하다고 여기실지도 모르는 영상이에요. 14분 33초짜리 영상이고요. 보고 ‘아니 이게 뭐 대단한 거라고’ 하실 수도 있어요. 그런데 저는 이 영상을 보고 난 전후 운동의 퀄리티가 너무 달라졌습니다.
항상 운동 느낌을 찾아야 한다, 느낌을 찾아야 한다, 이런 말을 들어도, 그게 와닿지가 않았거든요. 코어뿐만 아니라, 팔 운동을 해도, 등 운동을 해도, 다리 운동을 해도, 느낌이 안 오는 거야, 힘은 든데. 물론 운동이 아예 안 되진 않았겠죠. 그런데 운동해야 하는 그 부위를 운동을 못 하고 자꾸 엄한 데를 비효율적으로 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반면 이 영상을 보고서, 이 간단한 듯한 영상을 보고서, 코어를 쓰기 시작하자, 다른 모든 부위의 운동 느낌도 예전보다는 훨씬 잡히더라고요. 물론 지금도 잘 못 잡고 있는 것일 수도 있어요. 그게 함정이죠. 심으뜸 님이 저를 눈으로 보고 제 자세를 잡아주시는 건 아니니까. 그렇지만 그래도 제가 이 영상을 강추하는 이유는 뭐다? 한아임이 요가 학원도 다니고 필라테스도 몇 회 해보고 헬스클럽도 오프라인 세상에서 다 다녀봤는데, 그냥 심으뜸 님 영상을 온라인으로 보는 게 훨씬 더 직방이었더라.
이 영상이. 말하자면 그냥 숨쉬기 영상입니다. 숨 쉬면서 코어를 느끼는 영상이에요. 땀이 막 나고 숨이 헐떡이는 그런 운동 영상이 아니고, 느낌 찾는 영상인데. 심으뜸 님, 워낙에 잘 알려지셨어서 많은 분들이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그만큼 또 심으뜸 님 채널에 영상이 엄청 여러 가지지 않습니까? 그래서 요 영상을 따로 추천드립니다.
심으뜸 님이 설명하시는 방식이 저랑 잘 맞는 것 같아요. 이… 유튜브 채널에 운동 채널이 이렇게나 많을 수 있는 이유가, 게다가 이렇게나 다양한 언어로 많을 수 있는 이유가, 눈으로 보기에 동작이 다 비슷비슷하고, 원리도 같을지라도, 그 같은 원리를 나한테 맞게 설명해주는 채널주를 찾는 게 그리 간단하진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러한 채널주를 한 명 찾으면 그 설명을 계속 듣게 되는 것 같아요.
심으뜸 님이 저한테 딱 그런 케이스입니다. 저는 이분 영상을 골고루, 새로운 거 뜰 때마다 보는 게 아니고요, 몇 개를 계속 반복해서 봅니다. 그러니까, 새 콘텐츠를 찾는 게 아니라, 실제로 따라 운동할 영상을 몇 개 찾아서 몇 달이고 몇 년이고 그냥 계속 그거 하는 거예요, 질릴 때까지.
그런데 저는 질릴 이유가 별로 없어요. 왜냐하면 뭐, 운동을 그렇게 많이 하는 사람은 아니거든요. 그래서 영상 몇 개를 골라서 돌아가면서 하면, 거의 뭐… 다른 영상을 찾을 필요가 없어요.
아까 그 코어 영상에 이어서, 심으뜸 님의 또 다른 준비 영상을 공유하겠습니다. 준비, 그러니까 몸의 준비. 완전 막 운동, 이런 건 아니고, 몸을 준비하는 과정에 도움이 되는 영상.
이건 골반 교정 15분 영상인데, 저는 이걸 매일 합니다. 이거 정말 좋아요 여러분. 제가 골반이 비뚤어졌다는 게 느껴지거나 눈에 보일 정도는 아닌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이 앉아 있다 보니, 골반이 마냥 좋은 상태일 리는 없다고 생각이 되어, 이 스트레칭 영상을 처음 따라 해 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제목은 골반 스트레칭인데, 골반이 혼자 있는 게 아니잖아요. 다리가 골반에 달려 있죠? 허리랑 골반도 연결되어 있고. 그리고 또 코어가 그 모든 것의 중심에, 말 그대로, 코어로서 존재하고 있고. 사람이 코어 아래에 달린 다리를 움직이다 보면 균형을 잡기 위해 팔도 움직이게 되어 있고. 그래서 딱 골반에만 좋은 게 아니라, 제가 느끼기에는 전신에 너무 좋더라고요. 요걸 밤에 해 주고 자면, 정말정말 너무너무 좋더라.
그리고 이 골반 교정 스트레칭이랑 세트로 폼롤러를 해주면 하체 쪽이 정말 시원해집니다. 이 용도로는 에이핏 님의 하체 폼롤러 영상을 제가 따라 합니다. 요 영상은 이제 제가 아예 외웠어요. 외워가지고. 음악 들으면서도 하고, 멍때리면서도 하고, 그럽니다.
폼롤러를, 여러분. 혹시 처음 쓰시는 분들이면, 좀 긴 폼롤러, 그리고 너무 딱딱하지 않은, 약간 말랑한 폼롤러를 추천합니다. 왜냐하면, 폼롤러 길이가 다양한데, 처음부터 너무 짧은 걸 쓰면, 그걸 굴리면서 나의 몸이 자꾸 빗나가가지고, 잘못하다가는 마치 그… 차도에서 인도로 한 발을 내디딜 때 발 헛디뎌서 삐그덕하는 경우 있잖아요? 그것처럼 온몸의 체중이 실린 상태에서 삐그덕하게 됩니다. 그리고 딱딱하면 자세가 안 나와요. 폼롤러를 해 버릇하지 않은 사람이면 처음에 근육이 적응을 못 해서 매우 아플 수가 있거든요? 이 아픈 기간을 뭐, 참고 견딜 수도 있긴 하겠지만, 저는 아까 말했듯이 코어를 쓴다는 게 뭔 말인지도 이해를 못 한 상태였기 때문에, 아픈 걸 참고 느낌을 찾는 게 어떻게 하는 건지 자체를 이해를 못 하겠는 거예요.
그래서 이 영상에 나오는 것처럼 긴 폼롤러를 장만했습니다. 아마 제가 쓴 폼롤러는 요거보다 둘레는 좀 더 큰 녀석인 것 같아요. 폼롤러 사이즈와 길이가 ‘딱 이것이 좋다’는 건 아니고요, 자신의 몸에 맞는 폼롤러를 쓰시면 됩니다.
저는 그렇게 처음에는 길고 말랑한 폼롤러로 시작해서, 약 3개월 후에, 어… 요거 말고 더 작고 단단한 폼롤러가 이미 집에 있었거든요? 그 작고 단단한 애랑 길고 말랑한 애가 두 개가 다 나와서 굴러다니는 게 보기 싫어가지고, 폼롤러를 쓴 지 3개월 만에 길고 말랑한 애를 옷장에 집어넣고 작고 단단한 애로 갈아타 봤어요. 그랬더니, 웬걸. 처음에 폼롤러를 규칙적으로 시작할 때는 그 작고 단단한 애가 너무 아프고, 작으니까 마사지를 하느라 다리를 굴릴 때마다 몸이 막 어긋나고 빗나가고 그랬었는데, 3개월 후에 다시 해 보니까 제가 그걸 잘 이용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더라고요.
이렇게, 여러분. 습관이 중요합니다. 제가 완전한 몸치. 정말 폼롤러도 제대로 쓸 줄 모르는 인간이었는데, 3개월 후에 마스터 폼롤러가 됐다.
이 에이핏 님 영상을 따라 해 보시면요. 어… 보기엔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일 수 있어요. 왜냐하면 에이핏 님이 너무 우아하게 이 동작들을 하시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처음에 따라 할 때 저는 땀이 뻘뻘 났습니다. 세상에 맙소사. 폼롤러 길고 말랑한 걸 장만해서 하는데도 그거 돌돌 굴리는 게 왜 이렇게 힘든지. 이 영상이 14분 23초짜리인데, 그거 따라 거 자체가 운동 같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멍때리면서 해도. 음악 들으면서 해도. 루틴도 외운 데다가. 작고 단단한 폼롤러로 해도. 한아임은 멀쩡하다.
그러합니다. 정말. 이… 운동에 종류가 있잖아요, 여러분. 뭔가 운동신경이 필요할 것 같은 구기 종목 같은 게 있는가 하면, 제가 한 운동들은 전부 다 수영, 요가, 걷기, 달리기, 이런 것들이었어요. 물론 좋은 운동들입니다만, 사실 수영… 너무 어렸을 때 배워가지고, 물에 뜨는 건 문제였던 적이 없거든요? 그리고 뭐 수영 속도로 기록을 세우려고 수영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물에 떠 있으면 기분 좋고 앞으로 나가긴 나가니까, 운동이 안 되는 건 아니니까 수영도 하고 걷기도 달리기도 그런 식으로 한 거였는데.
이런 운동들의 특징이 뭐냐면. 기록 세우고 열심히 하시는 분들은 이러시지 않겠지만, 저처럼 그냥 운동하는 사람들인 경우 어떤 현상이 발생할 수 있냐면, 내가 왜 몸을 움직이고 있는지 까먹는 수가 있어요.
이런 때가 있거든요, 수영하다 보면. 내가 팔과 다리를 무의식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자각이 들 때가 있어요. 그러니까, 내가 A 지점에서 출발해서 B 지점으로 열심히 헤엄쳐 가야 된다는 걸 까먹는 거예요. 그러면 속도가 더 날 수 있는 게 안 나요. 내가 노력을 더 안 해도, 힘을 더 안 써도, A에서 B까지 가야 한다는 것만 기억해도 속도도 더 나고 오히려 힘도 안 들고 노력도 안 해도 되는데, 그걸 까먹어가지고, 멍때리고 수영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할 때가 있습니다. 집중을 하나도 안 하는 거예요.
달리기도 마찬가지예요. 물론 멍때리고 달리면 머리가 시원하다는 장점이 있을 수 있습니다만, 그래도 멍을 너무 때리느라 지금 달리고 있는 나 자신의 움직이는 몸뚱아리를 망각한 나를 자각할 때 약간… 약간 현타가 와요.
그런데 요 심으뜸 님 코어 영상, 그리고 심으뜸 님 골반 교정 루틴 영상, 그리고 에이핏 님 하체 폼롤러 영상을 제가 좀 꾸준히 한 이후로, 몸을 완전 망각해서 이 물리적 몸뚱아리가 대체 뭘 하는 녀석인지, 그것이 전혀 정신과 연결이 안 된 상태는 좀… 줄어든 것 같아요.
그렇다고 해서 뇌가 쉬지를 못해서 스트레스를 더 받거나, 하는 건 아니고요, 몸이랑 더 친해진 느낌입니다. 이 세 영상이 다 운동 영상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별로 요란하지가 않은 영상들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서부터 시작해보시면. 좋으실 거라고. 저는. 생각해요.
그리고 하나 더 추가로, 또 심으뜸 님의 견갑골 안정화 운동 영상이 있습니다. 10분 47초짜리 영상인데, 이것도 코어 활성화 영상처럼 ‘이게 무슨 운동이야?’ 싶으실 수도 있어요. 왜냐하면 그냥 보기에 전혀 힘들지 않은 듯 보이고, 실제로 뭐, 힘이 든 게 핵심이 아닙니다. 그런데 저처럼 스스로의 몸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전혀 모르셨던 분들에게는 다른 운동을 하는 데에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습니다. 나의 몸에 어깨가 있고 등이 있고 팔이 거기에 어찌저찌 달려 있긴 한데, 그 작용의 느낌이 전혀 안 오셨던 분들, 요 영상을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정녕 중요한 몸 관리가 있었으니, 바로 걷기 방법입니다.
네. 걷기. 이게. 특별한 병이 없다면, 인간이라는 종은 대부분의 경우에는 태어나서 아무리 늦어도 몇 년 내로 걷지 않습니까? 그러고서 그 어릴 적 배운 걷기라는 동작을 평생 갖고 살아갑니다. 신체의 변화에 따라 걷기 동작이 약간약간 변할 순 있지만, ‘내가 걷기를 다시 배워야 한다’고 여기진 않는단 말이죠.
그런데. 웬걸. 제가 2022년에 깨달은 것 중 하나가, 바로 제가 걷는 법을 모른다는 거였습니다. 정확히는, 제대로 걷는 법을 몰랐어요.
뭐 그런 멍청한 경우가 다 있나, 싶으실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여러분? 유튜브에 ‘걷는 방법’ 혹은 ‘제대로 걷기‘ 뭐 이런 검색어를 넣어 보시면, 영상이 어마어마하게 나옵니다. 그리고 그러한 영상 아무거에나 들어가 보시면, 댓글에 이런 내용들이 나옵니다. ‘나는 지금까지 헛살았다.’ ‘지금껏 나의 걸음걸이는 걸음걸이가 아니었다.’ ‘이제서야 통증 없이 걸을 수 있게 됐다.‘
네. 이러한 댓글을 제가 직접 쓴 적은 없으나, 속으로 그렇게 생각한 사람 중 하나가 저입니다.
저는 규칙적으로 걷고 뛰는 운동을 한 지 한참이 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사실 걷는 방법을 잘 몰랐어요. 그리고 어떤 분들은 유튜브 영상이 도움이 됐다고 하시는데, 제 경우에는 영상이 직접적인 도움이 되진 않았고요, 앞서 말씀드린 모든 기본 영상들 있죠. 운동 같진 않은데 운동을 하기 위해 필요한 코어 쓰는 방법, 견갑골 쓰는 방법, 골반 비뚤어지지 않게 하는 스트레칭, 그리고 하체에 뭉친 걸 빼 주는 폼롤러 마사지. 이것들을 병행하면서 걸으니까 걷는 느낌을 잡을 수 있게 되더라고요.
이게 그렇더라고요. 걷기에도 느낌이 있습니다. 기본적으로는 그러니까, 종아리로 걷기보다는 허벅지랑 엉덩이로 걷는 거라고 하더라고요. 종아리 근육도 물론 아예 안 쓰는 건 아니지만, 허벅지랑 엉덩이 근육이 크고, 코어에 더 가깝잖아요. 막대기의 한쪽 끝에 무게가 달렸다고 가정해 봅시다. 이때 우리가 막대기의 반대쪽 끝을 잡아서 무게와 막대기를 한꺼번에 들어 올린다고 해볼게요. 그러면 막대기가 길수록 들기가 쉬울까요, 짧을수록 들기가 쉬울까요?
짧을수록 들기가 쉽겠죠. 그것처럼, 신체의 모든 힘이 말 그대로 핵심, 코어에서 나오는데, 엄하게 코어에서 먼 부분에 힘주지 말고, 엉덩이랑 허벅지에… 힘을 준다기보다는, 그 부분들을 더 효과적으로 이용해서 걷는 것이 무릎이나 발목 같은 곳의 통증을 줄여준다는 원리로 저는 이해했습니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어… 사실 지금도 제가 잘못 걷고 있을 확률도 있습니다. 제가 걷기 선생님한테 가서 확인받은 것 아니기 때문에. 그렇지만 옛날보다 무릎이 덜 아픈 건 맞아요. 저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왼쪽 무릎이 살짝 아팠거든요, 무슨 험한 스포츠를 한 것도 아닌데? 그런데 그 원인이 잘못 걸은 데에 있지 않을까 싶어요. 게다가 몸이 비뚤어져 있었는데, 왼쪽이 전반적으로 약해요. 뭐, 오른손잡이니까 왼쪽이 살짝 약한 건 당연할 수 있는데, 그 정도가 좀 심했던 것 같습니다.
왼발을 디딜 때 왼발에 대한 신뢰가 없었어요. 이상하죠? 왼발이 오른발만큼 제 무게를 지탱할 순 없을 거라고 여겼던 것 같고요, 그렇게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왼쪽이 전반적으로 약해지고, 오른쪽에 힘이 들어갔는데, 오른쪽이 아파진 게 아니라 오히려 오른쪽은 강해지고, 왼쪽이 무너졌던 것 같아요.
그런데 전체적으로 몸에 더 관심을 갖게 되면서 왼쪽 오른쪽 균형이 예전보다는 좀 맞게 된 것 같습니다.
좀 더 수년에 걸쳐서 해야지 균형이 완전히 잡힐지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하루 이틀짜리 습관을 고치는 게 아니니까 말이죠. 수십 년 동안 해왔던 행동 습관을 고치는 거니까, 앞으로 뭐, 십 년이 더 걸리더라도 저는 해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다른 운동은 안 하더라도 걷기는 너무나 중요한 행위인 것이, 우리의 몸과 마음이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드는 거, 맞습니다.
머리가 안 돌아갈 때는, 뭐, 짧은 시간 동안은 그 해결되지 않는 문제를 붙잡고 있는 게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그다음 단계에 가서는, 그러니까 그렇게 붙잡고 있어도 해결이 안 되는 문제를 다루려면, 몸을 움직여야 합니다. 그리고 살면서 중요한 문제들은 거의 다 후자예요. 잠깐 앉아서 머리 굴려서 해결될 문제는 대개 문제라고 부르지도 않습니다. 그냥 잠깐 생각할 거리가 있었던 거지.
살면서 생기는 거대한 문제들은 하루 안에 해결할 방법 자체가 없어서, 사이사이에 밥도 먹고, 잠도 자고, 몸을 움직여야 해결이 됩니다. 이때 이왕이면 몸을 잘 움직이면 좋겠죠.
산책 습관을 갖고 있었던 능력자들이 이 세상에는 매우 많습니다. 버지니아 울프, 아인슈타인, 베토벤, 기타 등등. 뭐, 너무 많아서 걷는 걸 좋아하지 않았던 능력자를 찾는 게 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들어본 적이 없어요. 어떤 능력자가, 분야를 막론하고, 예술이든, 과학이든, 경영이든, 뭔가 인터뷰를 하거나 자기가 회고록을 쓸 때 ‘나는 걷는 걸 정말 안 좋아해서, 걷지 않음으로써 나의 위대한 발견들을 이룰 수 있었다’라고 하는 걸 태어나서 본 적이 없습니다. 전부 다 ‘나는 머릿속이 복잡할 때 걷는다.’ 심지어 ‘나는 머릿속이 안 복잡해도 그냥 습관적으로 걷는다’ 이러지. 정말 단 한 명도, 걷는 걸 싫어한다고 말한 사람을 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좀 더 힘을 쓰거나, 머리를 쓰거나 해야 하는 운동보다도 가장 기본 중의 기본인 것 같은, 어찌 보면 운동 같지도 않은 걷기를 이렇게 많은 능력자들이 좋아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을 겁니다. 의학적 연구도 많이 있을 거예요. 그런데 의학적 연구는 샘플의 중간치에 대한 이론일 수밖에 없으니까, 이 에피소드에서는 한아임의 이론을 다뤄 보겠습니다. 굉장히 새로운 이론은 아닙니다. 많은 개인들이 경험한 이론과 비슷합니다.
걷기란 힘을 많이 쓰거나 머리를 많이 써야 하는 움직임이 아니라서 그 일정함 속에서 뇌가 쉬면서도 쉬지 않는 최면 상태를 만드는 것 같습니다. 트랜스 상태. 무아지경.
저한테는 가만히 앉아서 멍때리거나, 집중해서 명상을 하는 것보다, 걷기를 하면서, 그러니까, 걷기를 하려면 밖에 나갈 거잖아요? 밖에 나가서 은근히 방대한 양의 정보를 처리하는 와중에 생겨나는 그 무아지경의 상태에 빠지는 게 머리를 푸는 데에 더 효과적이더라고요.
여기서 ‘은근히 방대한 양의 정보’라 함은, 아주 사소한 것처럼 느껴지는 자극들을 말합니다. 내가 인도를 걸을 때 차도에 차량이 여럿 지나갈 수도 있고, 경적 소리가 울릴 수도 있고, 다른 사람들도 지나갈 것이고. 또 바람이 불거나, 꽃 냄새가 나거나, 다람쥐가 지나가거나. 도시라면, 매연이 있을 수도 있고, 밤에 화려한 조명이 빛날 수도 있고, 심지어 누가 부딪히고 지나갈 수도 있고.
이런 자극들이 소소하면서도 은근히 뇌를 가동시키는 와중에, 그 와중에 내가 나라고 의식하는 자아는 멍때리는 것. 요 상태가 아주. 아주 근사한 상태 같아요. 그러니까 이건 아까 앞서 말한, 수영하는데 수영하는 걸 까먹고 달리는데 달리는 걸 까먹는 것과는 좀 다른 멍때리기입니다. 앞서 말한 경우는 내가 이걸 왜 하는지를 아예 까먹은, 좀 멍충한 케이스고요. 지금 말하는, “은근히 뇌를 가동시키는 와중에, 그 와중에 내가 나라고 의식하는 자아는 멍때리는 것”은 좀 다릅니다. 아는데 모르는 거. 모르는데 아는 거. 약간 그 사이. 그런 상태예요. 그리고 무엇보다, 수영이나 달리기를 정신없이 하는 것보다 걷기는 약간 경계 상태에서 진행해도 안전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특히 수영은 진짜. 잘못 정신 놓고 있다가 벽에 부딪히면 어떡해. 저는 뭐. 그렇게까지 정신을 놓은 적은 없지만. 그럴 수도 있잖아요. 정신 놓고 있다가.
아무튼. 걷기는 그런 정신 놓는 것과는 다르다. 걷기의 요 상태에서 특별히 내 마음을 괴롭히는 문제에 대해 생각하지 않더라도,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 어딘가에서 아이디어가 샘솟는 것 같단 말이죠.
그래서 사실 제가 2023년에 들이고 싶은 습관 중 하나가 걷거나 뛰면서 음악이나 오디오물을 듣지 않는 겁니다. 네. 이게. 아마 사람에 따라 다를 것 같아요. ‘시간이 아깝다’는 것의 정의가 무엇인지는 사람마다 다릅니다.
제 생각에, 제 경우에는, 걸으면서 혹은 뛰면서 아무것도 듣지 않는 것은 시간이 아까운 행위가 아닌 것 같아요. 사실, 일부러라도 그 무아지경의 상태로 들어가려고 노력할 판인데, 걷거나 뛰면서 적당히 멍때리면 그 무아지경으로 쉽게 진입할 수 있으니, 이걸 이용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안에는 시간을 굉장히 아까워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보기에 이 경향은 실제로 시간을 아끼는 데 하등 쓸모가 없어요. 시간을 자꾸 아까워하고, 시간이 자꾸 모자랄 거라고 생각하니까 실제로 시간이 모자란 것 같아요. 이게 좀 아이러니하게 들릴 수 있으나, 정말 그렇습니다.
시간을 아까워할 시간에 시간을 그냥 쓰면 되는데, 시간을 아까워하느라 시간을 낭비하고 있습니다. 정말. 한아임은 왜 그럴까. 아니, 왜 그랬을까. 과거형으로 말하는 습관이라도 들이려고요. 자꾸 현재형으로 말하면 계속 현재형으로 멍청할까 봐. 한아임은 멍청하다가 아니라, 한아임은 멍청했다. 음. 과거형으로.
멍청했었어가지고. 뭐 자꾸 그렇게 시간이 아까워. 뇌가 쉴 때 쉬게 해줘야 하는데. 사실 엄밀히 말하자면 쉬는 것도 아닌데. 계속해서 뒷배경에서 무의식이든 뭐든, 뭐라고 불러야 할지 모르는 그 힘이 계속해서 정보 처리를 하고 있는데.
네. 꼭 이걸 무의식이라고 부를 필요는 없어요. 무의식이라는 것은 하나의 레이블에 불과합니다. 근대에 들어와 유행한 레이블이고, 이걸 뭐라고 부르는지는 크게 상관이 없습니다. 종교적으로 해석할 수도 있을 거고, 뉴에이지적으로 해석할 수도 있을 거고, 심리학적으로도 해석할 수 있을 거고. 크게 상관이 없어요. 중요한 건, 이겁니다.
우리의 생각으로 통제할 수 없는 일들이 우리 마음에서 벌어집니다. 그리고 그 일들은 몸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몸이 책상 앞에 갇혀 있으면, 본디 통제할 수 없기에 통제하려 해선 안 될 그것들 역시 갇혀 있게 됩니다. 반면 몸이 책상 앞을 벗어나 밖에 나온다면, 특히나 굉장한 집중력을 요하진 않되 살짝 반복적이라서 나를 트랜스 상태, 무아지경으로 인도해주는 걷기 같은 행위를 한다면, 설명될 수 없고 완전히 이해될 수 없는 우리 안의 무언가가 알아서 자유롭게 우리의 문제들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한단 말입니다.
이것이. 저는 이것을 픽션을 쓰면서 많이 겪었습니다. 그래서 이것에 대한 신뢰가 있는지도 모릅니다. 저는 제 왼쪽 몸뚱아리보다 제 안의 이 설명할 수 없고 이해될 수 없는 무언가를 더 신뢰합니다. 무의식이든. 내 안의 우주든. 뭐, 뭐라 부르든지 간에. 얘를 신뢰해요. 얘는 사실 나를 저버린 적이 없어. 얘는 항상 내가 부르면, 그러니까 부른다기보다는, 얘를 있게 두면, 얘는 항상 해답을 줬어요. 그런데 계속 시간을 아까워하고, 뭘 많이 해야 한다고 여기고, 분주하게 돌아다니는 ‘나,‘ 즉, 내가 통제할 수 있는 나 때문에 얘가 설 자리가 없는 거예요. 얘가 설 틈새가 없어서, 통제할 수 있는 내가 아무리 분주하게 돌아다녀도 근본적인 핵의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 겁니다. 특히나 실제 삶에서.
많은 작가들이, 작업 분야를 막론하고, 이런 팁을 공유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글이 안 풀릴 땐 낮잠을 자라. 글이 안 풀릴 땐 산책을 가라. 글이 안 풀릴 땐 그냥 내일 써라.
이거 맞아요. 물론 너무 자주 포기하면 글을 평생 못 쓰겠죠. 그런데 해봐도 안 될 땐 붙잡고 있는다고 해서 해결이 안 되니까, 다른 일 하다가 돌아오라는 팁입니다.
그런데 요걸. 인생에도 좀 적용해야 하는데. 그러면 상당히 도움이 될 것 같은데.
실제로. 어. 인생은 아니고. 제가 글을 쓰는 방법을 바꾸고서 글 외적인 정신 건강에도 도움이 됐습니다. 저는 글을 어떻게 쓰냐면, 소설을 어떻게 쓰냐면, 아무것도 계획하지 않고 씁니다. 그냥 받아 적는 거예요. 아웃라인 없어요. 캐릭터 계획, 이런 거 안 합니다. 그냥 받아 적어요. 글을 어떻게 써야 한다 말아야 한다에 대해서는 이 세상에서 워낙 말이 많기 때문에, 여기까지만 말하겠습니다. 이 팟캐스트는 글 어떻게 쓰는지에 대한 팟캐스트가 아니니까요. 그리고 근본적으로 저는 각자 알아서 쓰고 싶은 대로 쓰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글 쓰는 방법에 대해 누가 공유를 하면 ’아 그런가 보다‘ 하고요. 특별히 따라 하거나 반대하지 않습니다. 각자 알아서 하면 돼요.
다만. 이건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쓰고 나서 인생이 달라졌어요. 글 쓰는 방법이 곧 인생에 영향을 주고, 인생을 사는 방식이 글에 영향을 주고, 인생의 일부에 걷기가 있기에 걷기도 글에 영향을 주고, 글은 또 걷기에 영향을 줍니다.
지금도 한아임은 시간이 아깝다고 여기는 때가 많은 편이고, 뭔가 계속 계획하려고 하는 편이긴 하지만, 그나마 지금이 나아요. 이게 나아진 거예요. 왜냐? 픽션 글, 소설조차도 계획해서 쓰던 때가 있었는데, 이제 안 그러니까. 정신 건강에 완전 좋고요. 장담컨대, 제가 이렇게 말 안 했으면 제가 어떻게 글 쓰는지 읽는 분들은 모르실걸요? 글은, 읽는 이가 쓰는 이의 속을 알 길이 없습니다. 글 쓰면서 제가 기분이 좋았는지, 감기에 걸렸었는지, 잠이 부족했는지, 시차가 있었는지, 숙면 이후에 썼는지, 전혀, 절대 알 길이 없습니다. 제 나이도 알 길이 없고, 성별도 알 길이 없어요.
글은 음악을 녹음하는 보컬의 목소리처럼 그날의 컨디션을 알려주지 않고, 그림을 그리는 화가의 손처럼 컨디션에 따라 떨리거나 안정적이지 않습니다. 글은 그냥 백지에 수놓아진 검은 무늬들이에요.
그래서 저는 만약 작가의 컨디션에서 중요한 게 있다면, 그것은 하나하나의 글보다는 지속적으로 글을 써낼 수 있는 총체적 상태를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거기에 이… 걷기. 그리고 너무 계획하지 않는 것. 무아지경의 상태. 통제할 수 없는 내 안의 나더러 알아서 하게 두는 것. 걔를 신뢰하는 것. 이것들이 전부 작용합니다.
물론, 이 얘기는 관심 있으신 분들만 관심을 두시면 되고, 다른 방식으로 글을 잘 쓰고 계신 분들은, 무시하시면 됩니다.
그런데 인생은 우리가 모두 살고 있는 거니까. 글은 모두가 안 쓸 수 있지만, 이 팟캐스트를 듣고 있는 한 우리는 모두 인생을 살고 있는 거니까. 한아임의 이론은 이거예요. 인생에도 좀 계획을 덜 하는 게 필요하다. 아니다, 그보다는, 정확히는, 계획이 있든 말든 별로 상관은 없어. 그런데 계획하는 데 스트레스받는 건 정말 멍청하다. 솔직히 멍청하지 않습니까? 스트레스는 엄밀히 따져 보면 정말 멍청해요. 그런데 한아임은 시간에 관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단 말이죠. 아니, 받았단 말이죠. 앞으로 좀 안 그러려고요. 그거 스트레스받을 시간에 차라리 잠을 자지. 아니면 걷든가. 아니면 실제로 일을 하든가.
’통제할 수 있는 나‘가 하는 거예요, 이 스트레스받는 일은. 사실 ’통제할 수 없는 나‘는 근본적으로 스트레스가 뭔지 모르는 것 같아요. 얘는. 생각을. 이해할 수 없는 존재니까, 얘의 생각을 저는 어차피 이해를 못 하는 데다가, 얘는… 그런 걸 넘어선 뭔가가 우리 안에 있는 것 같단 말이죠. 우리가 잠을 잘 때, 계산하지 않아도 손톱과 머리카락이 길어지게 하고, 심장이 계속 뛰게 하며, 꿈을 꾸게 하는 그 무언가가. 얘는 스트레스가 뭔지를 모르는 것 같아요. 얘가 아니라, ‘통제할 수 있는 나’가 계속해서 집착해 온 생각의 패턴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겁니다.
그런데 이 패턴을, 즉, 습관을 한순간에 바꾸기란 좀 어렵잖아요. 그래서 차라리 무아지경의 상태로 들어가면 무의식과 의식의 그 경계에서 내 안의 무한한 무언가가 좀 나를 지탱해주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걷기라는 행위를 할 때 꽤 잦은 빈도로 일어난다. 그래서 걷기가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나를 놓되 완전히 놓을 필요는 없는, 그래서 무서울 건 없으나 머리가 시원하고 몸도 시원한 행위다.
그런 것 같아요.
네. 몸과 마음. 제가 2022년 후반에 가장 많이 생각했던 주제 중 하나가 몸과 마음입니다. 몸이 먼저냐, 마음이 먼저냐. 사람은 몸이 주는 신호에 따라 마음이 움직이느냐, 아니면 마음이 이미 알고 있으니 그를 통해 몸을 움직이게 되느냐.
물론 이런 이야기에 정답은 없지만, 지금으로서 제가 내린 결론은, ’몸과 마음은 결국 하나고, 아마 둘을 나누는 건 부질없을 것이다‘입니다. 어디서부터 몸이 끝나고 어디서부터 마음이 시작하는지 모르겠고, 그 반대도 모르겠습니다. 그 경계가 어딘지 모르겠어요. 사실 몸과 마음뿐만 아니라, 이 세상의 많은 것의 경계가 우리가 습관적으로 듣거나 생각하는 방식과는 달리, 딱히가 경계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게 이번 시즌의 핵심이잖아요. 현재, 과거, 미래는 하나다.
이거에 대해서, 어, 오늘 이미 유튜브 영상 추천 에피소드가 되었으니, 영상 하나를 더 추천하겠습니다. 1분과학 님의 영상이에요. 과거, 현재, 미래라는 시간 개념이 허상이라는 걸, 그저 3차원에 살고 있는 우리의 한계일 뿐이라는 걸 과학적으로 설명해 주시더라고요. 영상이 재미있습니다.
그런데 이 영상이나 다른 영상들을 통해 이 개념을 꼭 현대 과학적으로 이해할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과거, 현재, 미래가 하나라는 것에 대한 앎 자체는, 훨씬 고대의 것이에요. 고대로부터 이어져 온 종교나 문화를 믿고 안 믿고의 문제가 아닙니다. 과학을 믿고 안 믿고의 문제가 아닌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이 앎이 오래됐다는 건… 이건 부인할 수 없지 않나?
네. 이것은. 누가 설명하지 않아도 인간 안에 있는 거대 진리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 인공조명이 없는 곳에서 별을 본 적이 있으십니까? 저는 살면서 두 번 그런 모습을 봤습니다. 둘 다 캘리포니아에서 봤고요. 주변에 아무 불도 켜져 있지 않은. 차 조명까지 끄면 그냥 완전한 흑이어야 했을 그 가운데에서 별이 하늘에서 정말, 말 그대로, 쏟아지는 걸 봤습니다. 별이 하늘에서 쏟아진다는 표현을 누가 가장 먼저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정말 그 말 그대로 별이 하늘에서 쏟아져요. 나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나이가 많은 오래된 별들이, 심지어 지금 이미 죽었을지도 모르며, 나는 죽은 그 별이 마지막으로 내뿜은 빛을 보고 있을지도 모르는 그러한 별들이 흑색 하늘에, 그것이 흑색임을 겨우 알 수 있을 정도의 공간만을 남기고, 아주 촘촘히 박혀 있어요.
그걸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그나마 내가 흑색이라는 무언가를 인지하는 것은 다만 내 시력이 부족해서라고. 내 눈이, 인간 몸뚱아리에 달린 내 두 눈이 더 좋았더라면, 흑색이 없었을 거란 말입니다. 그 정도로 별이 많고, 겹겹이고, 층층이고 너무 밝아서, 그 흑색인 와중에 눈이 부셔요. 말이 안 되잖아요, 흑색인 와중에 눈이 부시다는 게.
그렇지만 가능하다. 말이 안 되지만 된다.
이런 경험을 해보면 어떤 과학자가 와서 시간이 허상이라는 걸 굳이 증명을 안 해줘도, 물론, 뭐, 증명했다는 얘기를 듣는 건 재밌지만, 그걸 증명을 안 해줘도, 왜 종교가 생겨났는지 알 법합니다. 심지어 종교보다 훨씬 이전에도 인간 개개인들이 그 밤하늘을 보며 무한함을 느꼈을 게 너무… 너무 당연해요. 인간이 인간이었을 순간부터, 뭐, 그게 정확히 언제였는지, 어느 순간부터 인간이 “짠! 인간이다!”하고 인간화되었는지는 우리가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인간이 인간인 한 그러한 밤하늘을 보고 무한함을 생각하지 않기가 더 어려울걸요.
그런데 그게 항시 우리 위에 있다는 거. 그 하늘이. 낮에 별이 안 보일 뿐이고. 밤에 조명에 가려 안 보일 뿐이지, 항시 있고. 그것을 바라볼 수 있는 정신이 항시 있고, 그것에 전율을 느낄 몸도 항시 있다는 거.
밤하늘에서 별이 쏟아지는 걸 보면 경계가 참 부질없게 느껴져요. 몸이 마음이고 마음이 몸이다.
뭔 얘기 하다가 여기까지 왔냐. 뭔 얘기 하고 있었는지 모르겠어요. 경계가 불분명해서 그런가 봐요.
아무튼 여러분? 이 이야기에 결론이 있다면, 대강 이런 것일 겁니다. 2023년, 여러 가지를 이루기 위해 마음을 돌아볼 때, 몸도 꼭 돌아봐야 한다. 그리고 돌봐야 한다. 우리가 3차원 세상에 존재하는 건 맞으니까. 정신으로서 무한함을 느껴본다 한들, 몸이 3차원에 존재하니까. 그 세상을 잘 돌아다니기 위하여, 격한 운동은 안 하더라도, 몸의 조화를 챙길 수 있는 기본적인 관심을 가져 보자. 이런 겁니다.
그럼, 아직 깨어 계신 분들도, 잠드신 분들도, 좋은 꿈 꾸시길 바랍니다. 지금까지, 한아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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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ning
- All Things Fade – Jameson Nathan Jones
Within episode
- ATELLER – Bag Check – Instrumental Version
- Tomer Baruch – The Girl with the Cat
- Magiksolo – Itabashi
Closing
- Sugar Colours – Crazy Paris
제가 하는 모든 일은 여기에 정리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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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 한아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