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43] 테크근황: 마이너한 업계 업데이트

안녕하십니까? 이야기하는 자, 한아임입니다.

여러분은 지금 ‘특이 취향 불면자들을 위한 약간 이상한 꿈자리 수다,’ 아임 드리밍을 듣고 계십니다.

여러분. 이번 시즌이 구조 조정을 위한 시작 툴 키트에 관한 시즌이다 보니, 개인적인 관점이 특히나 많았던 것 같고, 사회 전반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해서는 별 얘기가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또, 각종 변화가 있었기에, 그중에서도 너무 마이너한 나머지 다른 데서 들을 수 없을 것 같은 소식들을 가져왔습니다. 특히 영어권에서조차 마이너해서 거기서도 별로 들을 수가 없는 소식을 오늘 잠깐 얘기해 보겠습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이번 시즌에 주로 변화에 대해 얘기하고 있는데, 우리가 일부러 선택하는 변화들도 있겠지만, 세상 풍파를 또 완전히 무시할 순 없지 않습니까? 그래서 음. 그렇다. 한아임은 세상 풍파를 무시 못 하고, 사실, 무시하고 싶지도 않은 것이, 너무 재밌어요. 별일이 다 일어나. 사람들이 참 열심히 살아요. 누군가는 계속 뭘 새로 만들고 있어요. 그러다 보면 또 만든 것이 죽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그것은 뭐, 자연스러운 삶의 현상이니까요.

이러한데, 저는 이야기하는 자이고, 특히나 주로 글을 쓰기 때문에 글쟁이들이 쓸 만한 툴에 대한 얘기를 할 것임을 염두에 두시기 바랍니다. 그렇지만 또, 모든 것이 점점 더 통합되고 있지 않습니까? 글쟁이도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리고, 사진 찍는 사람들도 글을 쓰고, 유튜버는 책을 내며, 영화 하는 사람들이 음악도 하고, 그런 세상입니다. 그러니, 이 에피소드에 새로 탄생한 툴에 대한 이야기도 있을 거고, 탄생한 지 얼마 안 됐는데 죽어버린 툴에 대한 이야기도 있을 텐데, 제발, 부디, 이거 들으시는 분들 중에 디벨로퍼시거나, 뭔가, 이런 쪽으로 야망이 있으시다. 나는 플랫폼을 만들겠다. 나는 세계를 정복할 거다. 이런 원대한 꿈이 있으신 분들은 부디 영감을 받으시어 제발 우리 모두를 위해 툴 좀 많이 만들어 주세요. 그러면 모두에게 좋을 것 같습니다.


안 좋은 소식을 듣고 나서 좋은 소식을 듣는 게 저는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 반대의 경우보다. 실제로, 지금 실험 출처가 기억은 안 나지만, 실험을 했었대요. 인간의 기억이란, 끝이 좋으면 다 좋은 거라고 실제로 착각을 하는 경향이 있다더라.

그래서 한아임이 참으로 기대했던 ‘코일‘이라는 도구의 사망 소식을 먼저 전해드리겠습니다.

그런데 그전에 설명이 좀 필요합니다.

여러분, 제가 예전에 마이크로페이먼트 얘기를 한 적이 있지 않습니까? 예를 들어 전자책을 읽고 싶다고 했을 때, 5천 원을 선불로 내고 책을 사는 방법이 있지만, 챕터별로 사는 방법도 있잖아요. 요 후자 쪽, 그러니까 5천 원을 쪼개고 쪼개서 챕터별로, 500원이면 500원, 700원이면 700원, 해서 내는 방법.

그런데 이렇게 엄청나게 마이크로한 페이먼트, 그러니까 소액 결제를 하고 싶을 때 현금이 아닌 카드 결제를 하면, 혹은 심지어 가상화폐를 쓰면 어떤 문제가 생기냐 하면, fee가 너무 높아집니다. 수수료가 너무 높아지는 거예요. 500원 결제하는데 막 수수료도 500원이야. 그러면 누가 그걸 쓰고 싶겠냔 말이죠.

그래서 대개는 플랫폼 측에서, 예를 들어 아마존의 킨들 벨라다, 하면… 어, 킨들 벨라는 아마존이 운영하는 웹소설 플랫폼입니다. 아마존의 킨들 벨라다, 하면, 결제는 한 뭉텅이로 하고, 지불은 소액을 하게끔 하는 방식을 택합니다. 예를 들어, 결제는 5천 원을 한 번에 하게 하되, 그 5천 원을 유저가 바로 쓰는 게 아니라 쟁여놓고 있다가, 챕터별로 500원씩 지불하게끔 하는 거예요. 그러면 500원을 따로따로 개별 결제를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500원 결제할 때마다 500원 수수료가 붙는 대신에 5천 원을 처음에 결제할 때만 500원 수수료가 붙는 거죠.

그런데 요것도 문제가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거대 플랫폼일수록 유리해요. 그렇지 않습니까? 만약에 어차피 플랫폼에 올라온 책이 단 한 권밖에 없으면, 굳이 5천 원 미리 결제하고 500원씩 나눠서 지불할 필요가 없는 겁니다. 그냥 있는 책이 그거 하나인데, 5천 원 선불 하는 게 편하지, 뭐. 책이든, 영화든, 음악이든, 엔터테인먼트 소스의 개수가 적으면 적을수록, 마이크로페이먼트를 해봤자 소용이 없는 거예요. 그래서 거대 플랫폼들에게 플레잉 필드가 더 유리해집니다. 아마존 킨들 벨라가 지금은 매우 마이너하지만, 그게 계속 존재하는 한 작가도 계속 모이고, 뭐, 언젠가는 독자도 많아질 가정하에 이런 뭉텅이 식의 마이크로페이먼트 시스템을 운영할 수 있는 겁니다. 말은 마이크로페이먼트인데 사실 별로 마이크로도 아닌 것. 왜냐하면, 엄밀히는 500원을 결제하는 게 아니라 5천 원을 결제하는 거니까. 그리고 그 5천 원을 결제하는 유저들은 그 5천 원을 수많은 이야기들에 분산해서 조금씩 쓸 수 있을 거라고 예상하고 결제하는 거니까.

이런 이유들 때문에 플랫폼이 아닌 크리에이터가 정말로다가 500원 혹은 그보다도 더 적은 돈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 중 제가 생각했을 때 씀 직하다고 여겨지는 건 코일이 유일했었단 말이죠.

네. 이미 사망한 코일. 그런데 제가 코일을 발견한 건 작년, 2022년 6월인가, 7월인가, 이때일 거예요.

이때 코일을 발견하고서 저는 옳다구나, 했었습니다.

코일은 뭘 하게 해주냐 하면, 유저가 한 달에 5불을 냅니다. 그러니까, 유저 입장에서는 그게 딱히 마이크로가 아니죠. 그냥 구독제와 비슷합니다. 그런데 그 5불로 무슨 일이 일어나느냐 하면, 코일 시스템과 연동된 크리에이터들의 웹사이트에 유저가 접속하면, 1시간당 36센트 정도가 실시간으로 스트리밍되는 기술인 겁니다.

30분이면 18센트 정도.

15분이면 9센트 정도.

5분이면 3센트 정도.

이 정도까지도, 센트 단위까지도 쪼개되, 그 쪼개진 마이크로페이먼트가 크리에이터의 계정에 직방으로다가 들어오는 엄청나게 신박한 구조였어요.

제가 이러한 코일을 발견하고 왜 이렇게 좋아했느냐 하면요, 이러면 대형 플랫폼이 아닌 개인 크리에이터들이 잘만 하면 게임을 해볼 수 있다고 생각해서였습니다. 코일을 쓰는 크리에이터들이 만 명, 십만 명 모이면, 그렇게 해서 모인 우리가 곧 마치 플랫폼처럼 되는 거잖아요.

그런데 심지어 코일이 또 개인정보를 개 잘 보호해. 유저가 누군지 크리에이터는 알 길이 없어요. 정보를 수집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크리에이터 입장에서 세금 내거나 할 때도 훨씬 생각할 것도 없고. 왜냐하면. 하. 무슨 유럽 VAT 이런 거 계산하는 것 때문에, 그거 알아서 계산해주는 플랫폼 막 찾아가고 이래야 한단 말입니다. 그런데 유저가 어딨는지를 크리에이터가 아예 몰라. 알 방법도 없어. 그러면 오히려 잘된 거야. 그 와중에 이 센트 단위로 실시간 스트리밍되는 페이먼트에 대한 fee가 거의 없다시피 한 거예요.

그래서 정말 저는. 정말 정말 정말 이 코일 때문에, 코일이 너무 잘됐으면 좋겠어서, Vault라는 것을 만들었었습니다. 말하자면 이 금고에다가 제가 쓴 이야기들을 다 올렸어요. 인터넷으로 읽을 수 있는 겁니다. 폰으로. 코일 멤버십이 있으면 한 달에 5불 내고 제가 평생 쓴 거 전부 다 읽을 수 있는 구조였어요. 저는 완전히 너무 괜찮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니, 어떤 광적인 분이 제가 쓴 거 5불 내고 완전 합법으로 다 읽겠다고 하면 너무 감사하죠.

그런데 웬걸. 그러하던 코일이 사망했다. 그와 함께 한아임의 Vault도 사망했다.

정말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자세한 이유는 저도 몰라요. 그런데 코일이 사망함으로 해서, 제가 너무 기대했던 페이먼트 방식 자체가 그냥 죽은 거나 다름없어요, 저한테는. 제가 마이크로페이먼트 방식을 제공해주는 툴을 정말 오래 찾았거든요. 1년도 넘었어요. 2년 됐을 수도 있어요. 하. 그런데. 없어.

순 다 구독제밖에 없어. 완전 퓨어한 구독제. 퓨어한 구독제가 물론 강점이 있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실시간 마이크로페이먼트에 비할 바가 안 돼요. 일단 유저 입장에서는, 구독제는 구독제이긴 하면서도 그 구독제 하나로 마이크로페이먼트가 가능하기에 구독제 여럿을 가질 필요가 없어집니다. 제각각의 크리에이터가 운영하는 구독제에 개별적으로 가입할 필요가 없어요. 또한 크리에이터 입장에서는, 실시간 마이크로페이먼트는 진짜 초 단위로 지급이 돼요. 유저가 나의 웹사이트에 접속한 시간만큼 초 단위로, 돈으로 치자면 센트 단위로 지급이 돼요. 심지어 그 지급된 돈을 어떤 통화로 받을지도 내가 결정할 수 있었어요. US dollar로 받든, 비트코인으로 받든. 이거 코일 진짜 장난 아닌 도구라고 생각했는데.

사망했다. 사망했고. 한아임은 참… 슬프다.

무엇보다 좀 신기한 게 뭐냐면, 영미권 사람들은 정말로 폰으로 글을 읽는 걸 싫어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일너 툴이 더 많이 나오지 않는 게 아닌가. 한국, 일본, 중국 등등 아시아 국가에서는 웹소설이 흥행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왜인지, 영미권 사람들은 폰으로 글을 읽는다고 하면 대개 기겁하는 것 같아요. 유럽은 뭐, 말할 것도 없고. 유럽은 아직 전자책도 정착을 못 한 것 같아요. 아직도 인디펜던트 출판한다고 하면 기겁한다는 소리도 있던데. 뭐. 언제 적응할 건지.

아무튼 간에, 그래서 아마존 킨들 벨라도 아직도 마이너합니다. 아마존이 광고에 돈을 안 들이는 것도 있지만, 실제로 마켓이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아니, 네이버랑 카카오는 RadishWattpad를 샀던가? 해서 영어권 웹소설에 눈독을 들이는 것 같더만, 그 소식도 벌써 한참 됐습니다. 6개월 이상 됐어요. 그런데 그 이후로 제가 들은 다른 소식은 없습니다. 뭔가 새 플랫폼을 론치를 할 건지 말 건지.

실제로 마켓이 없는 건지. 영어 쓰는 사람들은 정말로 폰으로 읽는 걸 싫어하는지. 모르겠어요.

약간은 뭐가 영향이 있는 것 같냐면, 지금까지도 유저들이 자신들이 플랫폼에서 전자책을 ‘산다’고 하면 진짜로 ‘소유’를 한다고 오해한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유저들이 전자책을 ‘사고’ 싶어 하지, 누가 봐도 자기가 소유하지 않는 웹소설 형태로 읽기를 좀 싫어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어차피 아마존 같은 리테일러에서 책을 사면, 그게 말이 ‘산다’지만, ‘소유’가 아니거든요. 책을 읽을 권리만 사는 겁니다. 그게 이용 약관에 들어 있어요. 그런데 이용 약관 읽는 사람 별로 없지. 전자책을 ‘산다’고 해도 ‘소유’가 아니기 때문에 그거 되팔지 못하잖아요. 종이책은 사면 소유하기 때문에 되팔 수 있지만. 혹은 NFT 형태로 된 전자책을 사면 거기에 든 스마트 컨트랙트에 따라 2차 판매가 가능한 경우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아마존 같은 리테일러에서 사는 전자책은 소유하는 게 아닙니다. 그러니까 웹소설이랑 마찬가지로 그냥 아마존이 존재하는 동안에만 그 책을 읽을 수 있는 건데, 유저들이 그걸 잘 모르는 것 같아요. 뭔가… 전자책을 사는 게 DVD를 사는 것과 같다고 여기는 것 같은데, 대개는 아닙니다. DVD를 사는 게 아니라 넷플릭스 보는 것과 다름이 없어요. 소유하는 게 아니라 접근권 라이센스만 사는 거니까.

하여간에. 도무지 알 수 없는 이유로 영어권 사람들은 왠지 웹소설도 별로 안 좋아하는 것 같고, 폰으로 책 읽는 걸 정말 싫어하는 것 같다. 스마트폰이랑 리딩 디바이스가 거의 비슷한 시기에 미국 시장에 등장해서 그런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이폰이 등장한 시기와 킨들이 등장한 시기가 거의 같은지라. 그래서 처음부터 아이폰은 아이폰, 킨들은 킨들, 이렇게 생각을 한 건지. 반면 리딩 디바이스보다 스마트폰 보급이 훨씬 더 먼저 나타났으면 스마트폰으로 장문의 글을 읽는 데에 거부감이 없는 건지.

아무튼. 코일이 왜 문을 닫았는지 정확히는 모르지만, 하여간에 닫았다. 그리고 이제 대체 어쩌란 말이냐. 이제 남은 건 전통적인 방식의 리테일, 그러니까 예를 들자면 아마존에서 일정 금액을 주고 전자책을 ‘산다’고는 하지만 사실은 접근권 라이센스를 사든가, 아니면 종이책을 실제로 사는 방법. 요게 있고.

또 구독제가 있고.

마지막으로 NFT가 있습니다.

코일도. 코일 자체는 개별 회사이지만, 코일이 쓰는 기술은 코일만의 것이 아닙니다. 사실 다른 회사가 와서 비슷한 걸 만들 수도 있는 것으로 저는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누가 만들까? 과연?

이거 너무 우아한 서비스라고 저는 생각했는데. 왜 문을 닫았나. 하. 그러합니다. 그래서 이제 한아임과 그녀의 영어 필명 Ithaka O.가 쓴 이야기를 읽을 수 있는 방법은 애플이며 구글이며 그런 리테일러에서 전자책을 사는 거, 아니면 우리의 스토어에서 사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이 스토어에서 구매하시면 소유는 맞습니다. 제가 망해도 여러분들은 파일을 계속 보유하실 수 있어요. 실제 파일을 드립니다. 이펍이랑 pdf를. 그러나 재판매는 안 된다. 재판매권은 값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나중에 만약 NFT 형태의 이북을 만들게 된다면, 재판매권을 스마트 컨트랙트에 넣고 싶어요. 너무 좋지 뭐. 저는 너무 좋을 거 같은데.

약간 카더라 통신으로 도는 말로는, 종이책 하나가 사람 7명을 거쳐 간대요. 최초 구매자 말고도, 그 사람 가족이나 친구한테 전달되거나, 헌책방에 팔리는 형태로 말이죠.

저는 전자책도 이게 가능해지면 너무 좋을 것 같아요. 단, 그렇게 할 거라는 전제하에 가격도 조정되겠죠. 전자책 한 권 사서 무한대로 공유할 수 있게 하면, 심지어 거기에 얹어서 자기가 되팔아서 수익을 만들겠다고 하면, 뭐, 그건 그냥 도적이지. 해적보다도 뭔가… 도적, 하면… 진짜 양아치 같아요.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 바다가 멋있다고 생각해서 그런가? 하여간에 도적 같습니다, 그런 짓은.

아무튼, NFT. 이거라도 좀 한아임이 알아봐야 하나. 요것도 뭐, 툴은 이것저것 있습니다, 특히 출판계에서. 전자책 NFT화하기. 그런데 작가들이 대개 관심이 있는 거지, 대부분의 독자들은 전혀 별로 관심이 없다.

그리고 영어권은, 한국어권과 비교할 수 없게 기술 사용도에 대한 갭이 심하다고 저는 느껴집니다. 한국어권에서 웬만하면 다 스마트폰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영어권은 지금도, 특히 미국은, 다른 나라는 잘 모르겠지만 미국은, 여기는 정말, 드넓고요. 인터넷 안 터지는 데도 있고요. 인터넷 접속이 안 되는데 전자책 다운로드도 못 받고. 받고 싶지도 않아 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그런데 또 반대편 극단에는 우리의 테크 브로들이 있죠. 보통 테크 업계에 계신 분들이 남자라서 테크 브로라고 퉁쳐 부르던데. 테크 시스도 있겠지. 테크 퍼슨들이 있겠죠.

아무튼. 갭이 너무 심해가지고. 뭐랄까, NFT든 뭐든 이런 하입에 대한 기사만 계속 보거나 그 업계 사람들하고만 얘기하거나 하면, 오해하기가 너무 쉬워요. 사람들이 다 관심 있을 줄 아는데, 빅픽쳐에서 보자면, 사실 NFT에 대다수가 아직은 관심이 없습니다. 그러합니다.


다음으로는 살짝 좋은 소식입니다. 제가 얼마 전에 Laterpress라는 새로운 출판 툴에 대해 알게 됐습니다. Laterpress의 참말로 기똥찬 점이 뭐냐 하면요, 전자책을 올리면 시스템이 이걸 챕터별로 분리를 해주어서, 챕터 단위로 판매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입니다. 업로더가 수동으로 챕터를 분리해야 하는 게 아니고, 시스템이 알아서 분리를 해준다.

그런데 거기다 얹어서, 꼭 챕터 단위로 판매해야 하는 게 아니고, 일반 리테일러나 개인 스토어에서와 마찬가지로, 책 통째 단위로도 판매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러니까 아마존에서 전자책을 5천 원에 팔면, Laterpress에서도 그냥 5천 원에 팔 수 있는 겁니다.

그런데 심지어 또 여기다 얹어서, 구독제 옵션을 걸어둘 수 있어요. 연간 50불을 내면 이 작가가 쓴 걸 모조리 다 볼 수 있게 하는 식으로요.

그리고 궁극적으로 가장 좋은 게 뭐냐면, 이 모든 것들을 작가 내지는 출판자가 커스텀 도메인을 통해 진행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러니까, Laterpress라는 이름이 URL에 아예 들어가질 않아요. 작가나 출판자가 자기 브랜딩을 우선시할 수 있는 겁니다. 제가 확인한 바로는 간략하게 ‘이것은 Laterpress라는 도구를 통해 운영되고 있어요’라는 형식의 메시지가 곳곳에 들어가긴 하지만, URL만 그대로여도. 나중에 Laterpress를 안 쓰고 다른 툴을 썼을 때 URL 안 바꾸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이득인데요. 책이 100권인데 커스텀 URL이 안 되면, Laterpress를 쓰다가 다른 서비스로 옮겨탔을 때 URL을 100번 바꿔야 하는 겁니다. 개귀찮죠. 그런데 그렇지 않다. 예를 들어 한아임이 올린 책인데 책 제목이 ’아임 드리밍‘이다. 하면 URL이 이런 식일 수 있는 겁니다. ’아임드리밍.한아임.컴.‘ 여기 어디에도 Laterpress가 들어가지 않는 겁니다. URL에 언급이 안 돼요. 너무 좋죠.

그리고 현재는 아니지만 미래에 킹궁극으로 좋을 게 뭐냐면요. 이 플랫폼이 포부가 상당하더라고요. 지금까지 나열한 것만 Laterpress에서 제공한다면, 여러 스토어들보다 약간 기능이 좀 다양하긴 하지만 그리 특별할 게 없잖아요. 그런데 여기에 AI 내레이션 기능을 얹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더라고요. 그러니까 여기에 올린 전자책이 있다면, 그리고 작가 내지는 출판자가 ’이 책을 독자가 에이아이로 듣는 걸 허락하겠어요‘라는 체크박스를 체크한다면, 에이아이로 들을 수 있는. 그런 시스템을 생각하고 있다고 하고.

거기에 얹어서 수동으로 오디오북을 올릴 수 있는 것까지 생각하고 있대요. 그러니까, 아무래도 에이아이가 아닌, 우리가 현재 일반적으로 듣고 있는, 인간 내레이터가 읽은 오디오북이 있다면, 그것을 작가 내지는 출판자가 올릴 수 있도록. 즉, 꼭 에이아이를 강요하는 건 또 아니라는 거죠.

심지어 거기다 또 얹어서, 이 시스템 내부에서 커뮤니티 기능들을 넣는대요. 이 안에서 유저들이 추천도 하고, 그럴 수 있게 하려나 봐요.

만약 여기다가 Laterpress가 스마트폰 앱까지 만든다면. 심지어 만약 여기다가 댓글 기능까지 추가한다면. 그러면 거의 뭐냐면… 어… 다른 게 필요가 없어요. 출판하는 데 다른 게 필요가 없습니다.

요즘에는 특히나, 여러분, 이게… 제가 거의 한 주 걸러 한 번씩은 듣는 얘기가 뭐냐면, 아마존이 막무가내로 계정 정지했다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누가 이런 얘기를 포럼이나 레딧이나 어디 작가 커뮤니티에다가 공유하면, 아직도 ’아마존이 잘못했을 리가 없다, 분명 네가 이용 약관을 위배했을 것이다‘ 이러는 사람들이 있어요. 물론 그런 사람들도 있겠죠, 이용 약관 위배한 사람들.

그런데 아마존의 ’audiblegate’라고 검색해보시면요 여러분, 얘네가 대단해요. 로열티 떼먹고 안 준 전력이 있고요. 애시당초에 오디오북 가격 설정을 마음대로 하지도 못하고요. 아주 최근에도 오디오북 가격을 낮춘 걸 작가 내지는 출판자들에게 그냥 통보 형식으로 이메일을 보내가지고 사람들이 화가 나 있다고요. 그런데 더 문제는 뭐냐면, 아마존은 이럴 권리가 있어요. 이용 약관을 위배했든 하지 않았든, 계정을 마음대로 정지할 권리도 있고, 오디오북 가격을 마음대로 할 권리도 있습니다. 물론 로열티 떼어 갈 권리는 없습니다만.

그런데 아마존이 너무 거대한 공룡이라 작가 내지는 출판자들이 거기다 올리는 겁니다. 저의 의견으로는, 아마존에 올리는 건 어쩔 수가 없고, 어쩌면 당연해요. 아마존에서 책을 읽거나 듣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데 아마존에만 올린다? 이거는 대개는 미친 일이다. 아마존 직원도 아닌데 왜 아마존에 몰빵을 합니까? 그런데 실제로 아마존에 몰빵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렇게 해야지 돈 벌기 유리하다는 게 그 이유입니다.

물론 이조차, 그 당사자에게 뭔가 전략이 있으면 이렇게 하는 게 이득일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글을 써서 먹고살려는 게 아니라서 아마존 수익이 없어져도 전혀 상관이 없다든지. 아니면 글을 써서 먹고살고는 싶은데 그 먹고살고 싶은 기간이 딱 3년이야. 3년만 쓰고, 난 치고 빠질래. 그러면 굳이 여러 군데에 다 책 올릴 필요 없어요. 사실 안 올리는 게 나을지도 몰라요. 왜냐하면 아마존 시스템이 효율적이긴 해서, 업데이트 같은 건 빠르거든요. 어떤 다른 사이트들은 완전 다른 의미의 공룡. 어. 개느리고 개구리고 왜 멸종하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들어서 공룡 같은 사이트들이 있어요. 그런 데는 파일 업데이트 하려고 해도 업데이트 안 돼요. 저 지금 옛날 필명으로 된 책들, 거의 뭐, 1년 반? 2년 전에 내렸던 책들 아직도 그런 사이트들에 올라가 있어요. 아무리 컨택해도 알겠다고만 하고, 업데이트 안 합니다. 특히 유럽권에 있는 어떤 리테일러들은 그냥 또라이라고 보시면 돼요. 솔직히 또라이가 맞아요. 이게 무슨 경우야. 남의 책 가져가서 이게 뭐 하는 짓이야.

그런데 워낙 그런 사이트들이 개구리고 어차피 아무도 신경도 안 쓰니까 저나 다른 작가들 입장에서도 귀찮으니까 그냥 두는 겁니다. 얘네가 업데이트를 제대로 하는 시스템을 기다리는 것보다 그냥 망하길 기다리는 게 더 빠를 것 같아서.

이런 지경이니까, 아마존에 작가도 몰리고 출판자도 몰리고 독자도 몰리는 게 비논리적인 건 아니에요. 얘네가 일을 잘했거든요. 그래서 3년만 글 쓰고 빠질 거면, 그리고 그 책이 영어야. 심지어 내가 미국인이야. 아니면 영국인이야. 하여간에 아마존이 서비스하는 국가에 있어. 그러면 아마존만 쓰는 게 말이 됩니다.

그런데 아마존이 잘하는 걸 넘어서서 이제 기고만장해지니까. 로열티를 떼가니까. 그게 너무 심각해서 작가들이 연대해서 항의하고 막 이런 사건들이 있었습니다. 아마존 쓰지 말라는 얘기 아닙니다. 아마존이 잘못한 거 얘기하면 무슨 아마존을 아예 쓰지 말라는 얘기인 줄 아는 사람들이 있어요. 당연히 아닙니다. 별개예요. 가장 큰 이유는, 아마존이 도덕적으로 뭔가를 잘못한다고 해서 다른 기업들이 뭐 그리 더 도덕적으로 잘난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아마존 이름만 안 달았을 뿐이지, 아마존 소유인 기업들도 많고요. 그걸 다 일일이 다 찾아서 아마존을 아예 불매하란 얘기 하는 거 아닙니다.

아무튼 이런 로열티 상황이 있었기 때문에, 그리고 유튜브의 부상, 틱톡의 부상, 등등의 크리에이터라는 직업군 전반의 부상 때문에 일각에서는 ‘아, 작가들도 이제 시대에 좀 적응해야 한다. 우리도 우리 스토어에서 팔아야 한다. 더욱더 독자랑 1대1로 가야 한다’라는 주장들이 나오고 있고, 저는 여기에 십분 동의하는 바입니다. 유튜브에서 유튜버들한테 ‘shut up and take my money’ 하는 거랑 똑같게, 작가들의 팬들 중에서도 중간맨을 거치지 않길 바라는 팬들이 예전보다 많아졌어요. 아무래도 세대교체가 일어나고 있는 이유도 있겠죠. 이제 인터넷이 없는 시대는 기억조차 못 하는 사람들이 성인이 되고 있잖아요. 그들을 수수료를 경멸하고 블록체인을 무서워하지 않습니다. 자기가 책값으로 5불을 냈으면 최소한 4.5불은 작가한테 가야지, 3불도 작가한테 안 간단 말을 들으면 치를 떤다고요.

그래서 Laterpress 같은 도구들이 계속 나오는 것 같고요. 지금은 Laterpress를 쓰는 사람들이 그것만 쓰기보다는 아마도 대개는 아마존도 쓰고, 애플도 쓰고, 구글도 쓰고, 기타 등등 여러 플랫폼들을 쓰겠지만, 조만간에는 Laterpress 같은 도구만 쓰는 날도 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과연 지금과 같은 대기업 구조가 계속될까? 왜냐하면, 대기업이 존재하면서도 1대1이 공존할 수 있긴 하니까. 그렇지만 1대1이 없어지진 않을 것 같아요. 왜냐하면. 잘 생각해보면, 지구의 역사상 1대1이 없는 것처럼 보였던 시대는 짧았습니다. 원래가 1대1의 물물교환이라는 게 시장의 최초 시작이었을 거잖아요. 그러다가 20세기 중후반부터 20세기 초반까지는 매스 미디어, 말 그대로 거대 군중을 겨냥한 매체들이 너무 압도적이었어서, 1대1이 좀 어색하게 느껴지는 겁니다. 그런데 그 이후에 인터넷이 보편화되면서 오히려 1대1이 다시 가능해졌어요. 그리고 이제 블록체인이 상용화되면 더욱더 매니징이 쉬워질 겁니다. 판매자 입장에서도 그렇고, 구매자 입장에서도 그럴 거예요.

누가 그러더라고요. 지금 블록체인이 사기네 뭐네 하는 사람들, 90년대에 인터넷에다가 신용카드 정보 넣으면 미친 짓이라고 주장했던 사람들이랑 똑같다고. 이거 맞아요. 90년대에 인터넷에서 신용카드 정보 넣으면 사기 치는 사람들 물론 있었겠죠. 하지만 사기꾼이 존재한다고 해서 인터넷에 신용카드 정보를 넣는 행위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게 됩니까? 아니죠.

제가 늘 얘기하는 게 이거예요. 칼이 있습니다. 칼로 사람을 죽일 수도 있지만 칼로 사람을 살릴 수도 있어요. 칼로 요리도 하고 수술도 합니다. 칼을 나무라는 건 바보짓이에요. 칼로 누가 사람 죽였다고 칼 쓰기를 거부하면, 말 그대로 굶어 죽는 수가 있습니다.

아무튼, 이러한 여러 가지 이유로 Laterpress가 등장한 것이 좀 고무고무합니다. 툴 하나가 늘면 좋은 거니까요.

다만, 약간 귀찮은 점은 있는 것이, 챕터 1, 2, 3, 이런 식이면, 그 1, 2, 3이 챕터의 본문 가장 첫 부분에 들어간다는 점입니다. 그게 워낙 일정해서 독자가 헷갈리진 않겠지만, 그래도 미관상 좋진 않은 것 같습니다. 이게 버그인지? 의도한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업로더 입장에서, 제 생각에, 챕터 본문 자체를 이 시스템이 자동으로 분리만 해준다면야, 수동으로 들어가서 1, 2, 3, 4, 이런 숫자만 빼주는 건 할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좀 말 그대로 수동적이긴 하지만, 못 할 것도 없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지금으로서는 챕터당 가격을 다르게 하는 기능은 없는 것 같습니다.

또한, 책 통째 단위로도 판매하고 챕터당으로도 판매하는 기능은 없습니다.

그러나 구독제와 책 통째 단위 판매를 동시에 하거나, 구독제와 챕터당 판매를 동시에 할 수는 있어요.

그러나 또 구독제는 연간 구독제만 현재 가능한 것 같고, 월간 구독제는 불가능한 것 같다. 제가 썼을 땐 그랬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자잘한 것들은 Laterpress 개발자들이 점점 더 수정해 나가면 되는 거니까, 크게 문제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한아임은 Laterpress를 적극적으로 쓰고 있진 않아요. 왜냐하면, 이분들이 작가들을 모으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너무 본인들 돈을 안 버시는 것 같은데, 그렇다면 돈이 어디서 나오는 건지 모르겠어서요.

일반적으로 영미권에서 이런 도구들은 10% 정도를 떼어 갑니다. Payhip처럼 개인이 간단하게 스토어를 셋업하게 해주는 도구도 그렇고, Draft2Digital 같은 aggregator도 그렇습니다. Aggregator란, 이 온 세상에 스토어가 너무 많으니까, Draft2Digital처럼 그곳 한 군데에 파일을 올리고, 각 스토어에 올릴지 말지 체크박스만 체크하면, 수십 군데에 파일을 배포해주는, 그런 서비스를 말합니다. 이런 aggregator들도 대개 10% 정도를 떼어 가요.

그런데 Laterpress가 5%를 떼어 가겠다는 겁니다. 그런데 심지어 그 5%를 Laterpress가 킵하는 게 아니라, 커뮤니티를 통한 작가들의 affiliate link 공유 시에 발생하는 수익 지불금으로 쓰겠다는 거예요. 그러면 Laterpress는 돈을 안 버는 건데.

이게 어떻게 된 거냐.

Laterpress가 살아남을지가 미지수라서 제가 아직 이 툴을 안 씁니다. 옛날에, 뭐, 5년 전? 그보다 더 오래됐나? 그때 Pronoun이라는 aggregator가 있었습니다. 이들이 무료로 서비스를 하다가, 맥밀런에 팔렸어요. 그런데 무료 서비스니까 돈이 안 되잖아요? 그래서 맥밀런 측에서 그냥 닫아버렸어요. 그래서 Pronoun 쓰던 작가들이 대거 다 다른 aggregator로 옮겨 가야 했던 때가 있었습니다. 제가 직접 겪은 일은 아니지만, 이 일을 겪은 작가들이 ’무료라고 주장하며, 이를 통해 좋은 일 하는 척하는 도구를 믿지 마라‘라는 cautionary tale로 좀… 이 pronoun 얘기가 돌아다닙니다.

네. 일단 자기가 먹고 살아야지. 왜냐하면 특히나, 데이터 가져가서 데이터 장사하려는 플랫폼이 아니면, 유저한테 직접 돈을 요구하는 수밖에 없거든요. 그런데 선불로 돈 내라고도 안 해. 수익의 일정 퍼센트도 안 떼어 가. 그러면 어떻게 살아남을 건지.

요 점 때문에 좀 아직은 그렇다. 그렇지만 도구 자체는 좋은 것 같다.


마지막으로, 지금은 마이너한 듯하지만 조만간에 메이저가 될 게 아닌가 싶은 도구에 대한 소식입니다.

스포티파이가 소유한 앵커에프엠을 통한 광고 시스템이 좀 더… 크리에이터 입장에서 쓰기에 좋아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팟캐스팅계에서는 아직 유튜브 광고 같은 시스템이 정립되진 않은 것 같은데, 앵커가 요걸 좀 시험하고 있나 봐요. 그런데 좀 베타 프로그램 같은 건지, 약간 앵커 QnA 시스템에 숨겨져 있는 듯한 그런 페이지에 들어가면 양식을 작성해서 지원을 할 수 있습니다. 아니면 제 팟캐스트들이 너무 작아서 저한테 자동 승인이 안 떨어지는 것인지도 모르겠어요. 아무튼 저는 따로 지원은 안 했고요. 지금 아임 드리밍은 한국어로 진행되니까, 어차피 아직은 이 광고 시스템에 참여하는 해당 사항이 아니지 않을까, 추측을 합니다. 그리고 영어 팟캐스트는 아임 드리밍보다 더 마이너해요.

여러분? 영어권에서는 팟캐스트가 너무 많아서 사람들이 발견을 못 해요. 아예 발견을 하지를 못 해. 아임 드리밍은 그래도 아이튠즈 세부 카테고리에 들어가면 가끔 보이거든요? 막 200위, 150위, 요런 데에서 있어요. 시즌이냐 비시즌이냐에 따라 좀 왔다 갔다 하더라고요.

그런데 제 영어 팟캐스트는 제목이 스펀지(Sponge)거든요? 제가 흡수한 것들에 대해 얘기하는 팟캐스트라 스펀지예요. 뭐, 영화가 될 수도 있고, 뉴스 기사가 될 수도 있고, 기타 등등을 흡수하고 소화해서 다시 내놓는 그런 형태의 팟캐스트라 스펀지인데. 얘는. 발견을 할 수가 없어. 제가 생각해도 발견을 할 수가 없어요.

그렇다고 해서 뭐 유튜브에 검색해보면 이런 말들을 해요. 팟캐스트를 홍보하려면 인스타 계정을 만들어라. 틱톡을 만들어라. 심지어 유튜브를 하래. 팟캐스트 홍보를 하라고. 그러면 만들었다 쳐봐요. 그러면 또 그 인스타 틱톡 유튜브 계정을 홍보해야 하잖아요. 그러면 그 홍보 방법으로 꼭 뭐가 나오는지 아십니까? 팟캐스트를 만들으래.

이게 무슨. 돌려막기야 뭐야. 팟캐스트를 홍보하려면 인스타를 만드는데 인스타를 홍보하려면 유튜브를 만들고 유튜브를 홍보하려면 팟캐스트를 만들고… 하여간에 말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스펀지는 지금 완전한 입소문으로만 전파되고 있습니다.

여러분 혹시 영어 팟캐스트에 관심이 있으시면 제발 스펀지 좀 들어주세요. 그리고 영어 하는 친구 있으시면 제발 스펀지 좀 들으라고 해주세요.

오디오 플랫폼들은 심지어 검색 기능이 너무 구려가지고, 검색을 해도 안 나와요. 진짜 스펀지 에피소드 제목으로 검색해도 안 나오고. 설명란에 있는 걸로 검색하면 더더욱 안 나오고. 충격적이에요 정말.

제발 좀 들어주세요.

아무튼 다시 스포티파이랑 앵커에프엠에서 더 열심히 만들고 있는 듯한 광고 시스템으로 돌아가자면.

저는 광고 자체가 나쁘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유튜브가 이렇게 크게 된 게 저는 크리에이터들에게 광고 수익을 나눠주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유튜버들에게 수익을 더 줘야 한다’는 주장은 늘 있어 왔지만, 유튜브 이전의 세상이 크리에이터한테 돈을 줘야 한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은 세상이었던 걸 감안하면, 유튜브가 이렇게 커진 게 그리 신기하지도 않습니다. 사람은 먹고살아야 하니까요.

그리고 먹고사는 걸 넘어서서, 자기가 뭔가 액션을 취했을 때, 원하는 리액션이 나오면 인간은 당연히 좋아합니다. 노력에 대한 보상이 있으니까요. 이게 돈일 수도 있고, 댓글일 수도 있고, 구독자일 수도 있고, 전부 다일 수도 있겠죠. 그런데 이런 전부 다인 시스템을 만든 유튜브가 있으니, 거기에 뭔가 창작적인 마인드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모여서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고, 광고주를 끌어들이고, 그를 통해서 그 창작자도 돈을 벌고 유튜브도 돈을 버는 선순환이 생긴 건 너무 너무 당연한 것 같아요. 물론 그 당연한 걸 남들은 안 하고 있으니까 유튜브가 계속 이렇게 강자로 남는 것이고.

그런데 그걸 또 훨씬 더 넘어서서, 다양한 유튜버들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 이득을 줍니까? 유튜브는 이제 세계의 학교입니다. 그 어떤 대학이나 기관보다도 많은 사람이 교육을 받는 곳이 유튜브예요. 거기다 무한한 엔터테인먼트. 엔터테인먼트는 어마어마한 가치가 있는 분야입니다. 사람을 즐겁게 하는데 어떻게 가치가 없겠습니까? 이러한 가치를 제공해주는 당사자들이 유튜버들이 이미 먹고살 만하다고 한들, 어떻게 추가 보상을 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무슨 공산주의도 아니고.

네. 한아임은 자본주의 미제라서, 먹고살 만큼 가졌으면 고마운 줄 알고 쪼그라들어야 한다는 식의 사상을 정말 싫어합니다. 이렇게 많은 즐거움과 배움을 준 사람들은 마땅히 보상을 받아야 하고, 그 보상이 불공평하다는 사상이 제한된 생각입니다.

세상이 제로섬 게임이 아닌데 제로섬이라고 주장하며, 유튜버가 돈을 많이 벌면 자기 돈을 뺏어가는 줄 아는 경우가 있는데, 제 말은, 그 유튜버가 돈을 안 벌어도 그 돈이 유튜버가 자기 돈 뺏어간다고 주장하는 사람한테 가진 않는다는 겁니다. ‘저 사람만 저렇게 잘되지 않았으면 내가 더 잘 살았을 텐데’ 같은 생각을 하면 본인한테 좋을 게 하나도 없어요. 이런 사람 많잖아요. 유튜버가 돈을 쉽게 번다는 둥, 연예인 운동선수 등등이 돈을 쉽게 번다는 둥.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다. 그렇게 쉬워보이면 네가 해. 그런데 현실은 어떻다? 유튜브는커녕 블로그도 안 하잖아요. 블로그는커녕 인스타그램에 매일 사진 한 장도 못 올리면서. 인스타에 정기적으로 뭐 올리시는 분들 엄청난 겁니다. 그거 끈기 있게 하는 건 쉬운 줄 아나. 있는 도구 갖고 자기 꺼 잘할 생각을 하면 되지 왜 돈 버는 다른 사람 돈을 자기가 없애려고 해. 가져가라고 해도 가져가지도 못할 거면서.

이래서 이런 밑도 끝도 없는 반대자들이나 일부 유튜버들이 보상을 원하지 않는다 한들, 보상 시스템이 있긴 할 수밖에 없는 겁니다. 만약 유튜버가 돈을 안 가져간다고 해도 그게 저절로 타인에게 가는 게 아니고요, 그냥 유튜브가 가져갈 테니까. 차라리 유튜버가 가져가서 그걸 자기 쓰고 싶은 대로, 뭐, 정 본인이 갖기 싫으면 기부를 하거나, 현금으로 인출해서 윌리스 타워 정상에서 뿌리든가, 헬기를 타고 돌아다니면서 전 세계에 뿌리든가, 그러는 게 낫지. 이걸 유튜브가 그냥 갖게 해서 좋을 게 뭐가 있습니까?

하여간에. 다행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세상을 제로섬 게임으로 보지 않고, 남이 잘된다고 배 아파하지도 않는지라. 유튜브를 시청하는 많은 사람들 중에 자신이 애정하는 유튜버를 위해 광고를 시청한다는 경우, 꽤 있죠. 이거 굉장한 거잖아요. 나의 주의력을 30초 정도 써서, 내가 좋아하는 누군가에게 현금은 한 푼도 안 들이고 돈을 벌게 해줄 수 있다는 게.

암만 주의력이 가장 가치 있다, 시간이 가장 가치 있다, 이런 말들을 해도, 현실은, 많은 사람들의 시간이 돈보다 가치 있지 않습니다. 저도 지금 현재 많은 부분 이렇습니다. 저의 시간이 그렇게 비싸지가 않아요. 무슨 제프 베조스 같은 사람이야 1초가 십만 불의 가치를 갖고 있겠지만, 제 1초는 그렇게 비싸지가 않거든요. 그러니까 광고 시스템이 계속 돌아가는 겁니다.

이게. 아무리 광고를 욕해도. 그래도 모두에게 꽤 이득이거든요. 유튜브에도 이득이고, 유튜버에게도 이득이고, 심지어 구독자에게도 이득이다.

구독자에게 이득인 이유는, 이 시스템으로 인하여 조금이라도 돈을 벌 수 있게 된 유튜버들이 더 많아지고, 더 오래 활동하고, 더 자주 활동할 테니까. 광고 시스템이 아니었으면 유튜브가, 그리고 이를 통해 세계가 이렇게나 풍성해졌을까,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마 아니었을 것 같아요. 구독제로 이렇게 성장할 수 없었을 겁니다. 구독제 돈 낼 형편 되는 사람들만 유튜브로 교육을 받을 수 있었을 거고, 엔터테인먼트를 즐길 수 있었을 것이며, 그 교육이나 엔터테인먼트조차도 지금과는 비교가 안 되게 협소한 종류의 것이었을 거라고 봅니다.

그런데 만약 이런 비슷한 시스템이 팟캐스트계에 들어온다면 팟캐스트계가 더 부흥하지 않을까.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팟캐스트란 원래가 좀 중앙화되지 않은 경향을 띠고 있는데, 앵커가 광고 시스템을 장착하기 시작하면 시장이 더욱 스포티파이 위주로 돌아가게 될까. 아직까지는 아이튠즈가 가장 강자인 것 같은데 말이죠.

그리고 예전에 이런 얘기를 한 적 있는 거 같아요. 제가 스포티파이 유료 구독자인데, 광고가 나와서 화난다. 요게 근데 생각해 보면, 음악처럼 원래 유료인 데에 광고가 붙은 게 아니라, 팟캐스트처럼 워낙에 무료인 데에 붙은 광고였거든요? 그러니까 제가 유료 구독자이든 아니든은 상관이 없고, 팟캐스트는 원래 유료 구독자든 무료 구독자든 완전히 무료로 제공되니까, 거기다 광고가 붙었던 거였나 봐요.

이건 말이 되죠. 제가 유료 구독자이긴 하지만 유료 구독에 포함 안 된 무료 콘텐츠에 광고가 붙은 거니까. 이 무료 콘텐츠는 스포티파이에서만 제공되는 콘텐츠가 아니라 아이튠즈며 구글 팟캐스트며 다른 곳에서도 제공되고, 거기에서도 다 무료 콘텐츠라서 거기에서도 광고가 붙으니까. 그 어떤 곳의 유료 구독제랑도 별 상관이 없는 콘텐츠라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제가 제일 짜증 나는 건 사실 스포티파이가 특정 아티스트를 광고하는 겁니다. 이거 좀 안 했으면 좋겠는데. 아님 좀 예쁘게 보여주든가. 그걸 그냥 스포티파이 앱을 열자마자 뙇! 이렇게 있는데, 너무 구리니까.

그런데 이게 실제로 효력이 있대요, 이런 팝업 광고가. 웹사이트들에 들어가면 뉴스레터 사인업하라고 맨날 팝업 뜨잖아요, 귀찮게. 저는 이러면 절대 구독 안 하는데, 정작 전체적인 통계를 보면, 이렇게 귀찮게 해야지 사람들이 구독을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아마 팝업 광고는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참고로 한아임은 전생에. 어. 그러니까 이번 생인데 전생처럼 느껴지는 오래전에, 디지털 마케팅 에이전시에 다녔었습니다. 그 이전의 전생에는 티스토리 블로그로 구글 애드센스 수익을 내려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광고나 검색 엔진 최적화나 검색 그 자체에 관심을 가졌던 세월은 어언 10년을 훌쩍 넘었고, 지금도, 참, 아이러니한 것이. 그때 알게 됐던 것들을 써먹고 있다. 역시나 글은 버릴 게 없습니다. 글쟁이는 글 안에서도 밖에서도 살면서 겪은 모든 일을 다 쓸 수 있습니다. 여러분? 글쓰기는 가성비가 정말 높아요. 강추합니다.

아무튼 이리하여. 참말로 마이너하지만 살다 보면 우리의 계기 혹은 뮤즈에 유용할지도 모르는 기술계 근황 토크를 마무리하겠습니다.

그럼, 아직 깨어 계신 분들도, 잠드신 분들도, 좋은 꿈 꾸시길 바랍니다. 지금까지, 한아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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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음악

Opening

  • All Things Fade – Jameson Nathan Jones

Within episode

  • Kooma – Butterfly
  • Lalinea – Ballerina – Lalinea Remix

Closing

  • Sugar Colours – Crazy Paris

제가 하는 모든 일은 여기에 정리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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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 한아임

소개

✨ 한아임입니다. 제가 하는 모든 일에 대한 기록은 여기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