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45] 목욕재계: 체온의 균형

안녕하십니까? 이야기하는 자, 한아임입니다.

여러분은 지금 ‘특이 취향 불면자들을 위한 약간 이상한 꿈자리 수다,’ 아임 드리밍을 듣고 계십니다.

여러분. 벌써 또 2월이 거의 지나가는 중입니다. 세상에 맙소사. 요즘에 제가 느끼는 게. 하루는 느리게 가는데 한 달은 빨리 간다는 거예요. 대체 이게 뭘까? 음. 아무튼, 지금으로부터 어언 3년 전, 2020년 초, 미국에서 코로나가 “시작”했다고 여겨지기 시작했던 그 시절, 한아임은 인생의 작은 위기를 맞았더랬습니다. 왜냐하면, 코로나 때문에 원래 다니던 찜질방이 휴업을 하게 되었었거든요.

웬만한 사람들에게 찜질방에 가지 못하는 건 별로 큰일이 아닐 수 있으나, 한아임에게는 큰일이었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큰일이라는 걸 알게 된 계기는 코로나 훨씬 전부터, 십 년, 길게 잡으면 이십 년 전부터 쭉 이어져 온, 참, 계기라고 부르기에도 애매하게 오랜 세월 동안 쌓여 온 스스로에 대한 자각이었습니다. 스스로의 몸의 패턴에 대한 자각.

오늘은 이 자각, 그리고 그것이 제가 아닌 다른 이들, 즉 여러분들에게도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가에 대해 얘기할 겁니다. 이 과정에서 약간… 투병기? 이런 얘기를 할 건데, 그게 좀 싫으신 분들이 계실 수도 있어요. 타인이 아플 수 있는 건 우리 모두가 알지만, 그 아픈 얘기를 별로 듣고 싶진 않을 수도 있잖아요? 인간의 몸이라는 게 마냥 산뜻하기만 한 것도 아니고. 그리고 타인의 몸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것이 너무 TMI다, 너무 과다 정보라고 여기시는 분들도 계실 수 있습니다.

그러니 아픔에 대한 얘기나 타인의 몸에 얽힌 의학적인 얘기를 별로 듣고 싶지 않은 분들은 이번 에피소드를 스킵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아픈 얘기를 한 다음에는 목욕에 대한 예찬을 좀 할 겁니다. 물이라는 것은 참말로 인간과 떼어 놓을 수 없는 물질이며, 그것을 우리가 원하는 때에 원하는 방식으로 이용한다는 것은 참으로 아름다운 것이니까요.


자신의 패턴에 대한 자각. 네. 메타인지의 일종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메타인지. 간단한 정의의 보고, 위키위키 나무위키에 이렇게 나와 있습니다. 메타인지는 ”자신의 생각에 대해 판단하는 능력”이다. 스스로 자기 자신에 대해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꼭 생각으로만 국한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머릿속에서 벌어지는 생각에만 국한되는 게 아니라, 자기 몸에 대한 인지도 여기 속하지 않느냔 말이죠. 자신의 몸을 관찰하고, 자신의 몸이 보내는 신호를 잘 해석할 줄 아는 것.

저는 예전에는 이걸 정말 잘 못 했습니다. 뭐, 물론, 추우면 춥다, 더우면 덥다 정도는 판단할 줄 알았지만, 내가 어떤 음식을 먹으면 이러저러한 기분이 든다, 내가 몇 시에 어떤 음료를 마시면 잠이 안 온다 혹은 잘 온다, 등등에 대한 의식적인 생각을 별로 안 했어요.

제가 순전히 어리기 때문에 건강해서 이런 의식적인 생각을 안 했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어렸을 때부터 고질적으로 앓는 병이 있었는데, 바로 아토피였습니다. 피부에 관련된 병이 항상 있었는데, 아토피 뜻이 원래 이거라면서요 atopic dermatitis. 여기서 atopic이 a랑 topic이 합쳐진 거래요. topic이 ‘흔한’이라는 그리스어에서 기원했다고 Merriam Webster에 나와 있고, a는 ‘아니다’라는 부정의 뜻이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atopic dermatitis는 한마디로, 흔하지 않다, 라는 뜻이 원래의 뜻이며, 현대 의학에서는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이라는 뜻으로 쓰인대요. 뭔가,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킬 필요가 없는데 일으킨다.

그리고 아토피의 특징은 완치가 안 된다는 겁니다.

저는 이게 어렸을 때부터 있었어요. 그리고 그 경중은 항상 왔다 갔다 했습니다. 정말 온몸이 미친 듯이 가려울 때도 있었고, 완전히 멀쩡한 때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증상은 성인이 되어서도 이렇게 왔다가 가곤 했습니다. 회사를 다니면서도 온몸 피부가 뒤집어져가지고, 이거는 그러니까, 이걸 아토피라고 불러야 하는 건지, 피부염이라고 불러야 하는 건지 알 수 없는, 그런 병이 평생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걸 물론, 음. 어렸을 때도 ‘아토피가 있다’라고 자각은 했지만, 그것은 메타인지는 아니었어요. 그냥 아토피가 있다고 병원에서 그러고, 내가 보기에도 내가 뭔가 문제가 있는 건 맞으니까, 그런가 보다, 한 거지, 스스로 나의 몸에 관심을 갖고 애정을 갖고 그걸 잘 관찰하진 않았거든요. 제가 몸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정말 최근입니다. 1년, 아무리 길게 잡아도 5년 정도밖에 안 돼요.

이렇긴 하지만, 그래도, 몸에 관심을 갖기 전에도 알고 있었던 건 뭐였냐면, ’스테로이드제 연고의 반복 사용은 절대 안 된다‘였습니다. 이거는 사람에 따라 너무 다르고, 제가 여러분 증상을 직접 보는 의사가 아니기 때문에 의학적 조언을 드리는 건 아닙니다. 제 경우에는 스테로이드제 연고를 반복해서 안 쓴 게 신의 한 수였어요. 정말정말정말 너무 가려워서 그걸 긁어서 아파서 죽을 것 같을 때 약간씩만 스테로이드제 연고를 썼고요, 그래도 거의 안 썼습니다. 차라리 진통제를 먹었지, 스테로이드제를 안 썼어요.

왜냐하면, 메타인지가 별로 없었던 초중고등학교 시절에조차 이것 하나는 알고 있었거든요. ‘현대 의학은 나의 증상을 약으로 고쳐줄 수 없다.’ 이건 그냥 사실이었으니까요. 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지만, 현대 의학 역시 모른다. 그래서 atopic dermatitis라는 너무나 광범위한 명칭으로 이 증상을 퉁치는 거고, 그래서 증상 완화를 위한 방법만 제시할 뿐이지, 근본적인 치료는 못 하는 겁니다. 스테로이드제 연고는 치료제가 아니에요. 가려운 거 아픈 거 덜 가렵고 덜 아프게 하는 것뿐입니다. 그리고 더 심한 문제는, 거기에 중독돼서 의존하게 된다는 거죠. 스테로이드제를 쓰다가 안 쓰면 통증이 더 심하게 느껴지니까. 가려움이 더 심하게 느껴지니까.

아무튼 이런 상태였다. 그리고 흔히들 이런 말을 해요. 나이가 들어가면서 아토피는 좀 좋아진다. 그리고 실제로 좀 좋아졌다고 볼 수도 있긴 합니다, 제 경우에는. 예를 들어, 팔이나 무릎 뒤, 살이 겹치는 부분을 늘 긁던 건 좀 사라졌어요. 그런데 이게 나이가 들어서 사라진 건지, 여름이 습하지 않은 지역으로 이사를 와서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문제는, 나이가 든다고 완치된 건 아니었어요.

이것이 왜 이런가. 음. 제가 지금 읽고 있는 책 중에 “Gut: The Inside Story of Our Body’s Most Underrated Organ”이라는 게 있습니다. 제목을 번역해 보자면, “소화기관: 우리 몸의 가장 과소평가된 기관의 속사정” 정도라고 볼 수 있겠는데, 여기 책 아주 시작 부분에 예시들이 몇 개 나와요. 기분이 매우 울적한데, 그것이 뇌 신경계의 문제가 아니라 내장과 관련된 경우가 있을 수 있지 않냐. 피부에 습진 같은 게 올라오는데, 그것이 피부의 문제가 아니라 내장에 관련된 경우가 아니냐.

이런 부분들이 아직 잘 연구가 안 되어 있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그리고 제가 이 내장 얘기를 왜 꺼내느냐 하면, 내장과 우울증이 연결되어 있을 수 있듯이, 그리고 내장과 피부 건강이 연결되어 있을 수 있듯이, 사실은 아토피나 기타 피부병도 겉으로 드러난 피부의 문제가 아니라 개개인의 속사정의 문제 때문일 수 있지 않느냐는 겁니다. 늘 그렇다는 게 아니라, 그런 케이스들이 있을 수 있지 않느냐는 거죠.

그런데 이게 요즘에 이렇게 말을 하면, 우리는 유튜브에서 온갖 사람들의 증세를 접할 수 있고, 블로그 자료도 있고, 심지어 원한다면 의학 논문도 찾아볼 수 있는 시대에 살잖아요. 그런데 이 책의 저자, 내장 관련 이 책의 저자가 2018년에 개정판을 낸 모양인데, 음, 제가 보고 있는 사이트에는 2018년에 나왔다고 쓰여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8년에조차, 의학 연구가 이 내장 속사정에 대해서 많이 진행이 안 됐다고 저자가 말하고 있단 말이죠. 그러니 2008년에는 어땠겠어요? 그리고 1998년에는 어땠겠습니까? 라떼는, 정말이지 라떼는, 병원 잘못 가면 의사가 스테로이드제나 잔뜩 처방하고 그런 경우들이 있었을 거란 말이죠.

그렇지만 지금의 한아임은 옛날보다 메타인지가 발달했다. 이러한 내장 책이나 유튜브도 물론 도움이 되지만, 가장 중요하게는, 한아임의 인지 자체가 발달했다. 만약 제가 제 몸에 관심을 갖지 않았더라면, 제아무리 많은 책과 영상이 있었어도, 저는 그것들을 소화해서 제게 맞는 방식으로 쓰지를 못했을 겁니다.

그런데, 왜인지. 그냥 나이가 들어서인지. 나이가 들면 아토피가 진짜 없어질 줄 알았는데, 그리고 실제로 한동안 잠잠했는데, 또 뭔가 스트레스를 받거나 하면 가장 먼저 취약점이 드러나는 부분이 피부라는 점에서 진절머리가 난 것인지. 어느 시점이 되니까, 나에 대해서 더 잘 알아야겠더라고요.

저는 스트레스를 받아도 그게 뭔가… 내장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진 않거든요. 왜 그, 스트레스받으시면 소화가 안 되거나 생리주기가 불규칙해지거나 하는 분들 계시잖아요. 그런데 저는 크게 보면 딱 두 가지로 나타나요. 피부의 가려움, 그리고 불면증.

그리고 이 가려움이라는 게. 아토피 없으신 분들은 잘 상상이 안 가실 거라서 좀 징그럽고 슬픈 설명을 드리자면. 온몸이 가려워서 긁어서 그게 짓물러서 온몸에 거즈를 붙이고 다녀야 할 정도였어요. 성인이 되어서도. 그리고 ‘온몸’이라고 하면 과장이 아니라 진짜 온몸입니다. 팔, 다리 접히는 부분뿐만 아니라 그냥 평평한 면까지. 그리고 두피, 목, 얼굴까지 전부 다, 온몸이 화끈화끈거리고, 가렵고, 짓무른 그런 정말… 어… 그나마 LA지역에 살아서 다행이었던 게, 여기는 다 차 타고 다니잖아요. 대중교통을 어차피 안 타고. 여름이 습하지 않았다는 점. 이건 다행이었습니다만, 그러나, 어마어마한 아픔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스테로이드제 연고나 다른 어떤 현대에 유행하는, 가장 쉽다고, 간단하다고 여겨지는 방법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왜냐? 그런 케이스 듣지도 보지도 못했으니까. 제 사촌 중에도 아토피가 정말 심한 사촌들이 있거든요. 한국에 사는 사촌들. 그 중에서 병원에서 아토피 치료해준 경우 한 명도 없어요. 저보다 열 살 어린 사촌도 있어서 나름 뭐, 세대 차이, 심지어 시대 차이로 인해 의학 지식이 발달했을 법도 한데, 그렇지가 않았어요. 본인이 관리하고 본인이 자기 몸 관찰해서 아토피와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한 거지, 병원 가서 무슨 약을 먹었다? 연고를 처방받았다? 그렇게 해서 아토피 낫는 사람, 저는 한 번도 실제 생활에서 못 봤습니다. 들어보지도 못했어요.

아무튼, 이런 지경이었는데, 메타인지가 발달하게 된 나이가 좀 든 한아임이 관찰해낸 포인트는 무엇이었는가.

바로. 체온조절입니다.


체온조절.

우리 피부는 우리 신체의 가장 큰 기관이래요. 그렇지 않습니까? 표면적이 어마어마하죠. 피부는 장벽입니다. 물리적인 차원에서 극명하게, 우리의 내부와 외부를 분리해 줍니다. 이 장벽이 무너지면 어떻냐면요, 여러분, 수분이 어마어마하게 빨리 빠져나가요.

왜, 그, 화상 환자분들이 겪는 어려움 중 하나가, 화상으로 인한 직접적인 통증도 있지만, 피부가 장벽으로서의 기능을 하지 못함에 따라 탈수 증세가 쉽게 온대요. 그런데 그것만큼은 아니지만 비슷한 작용으로 인해, 아토피가 온몸에 번져서 온몸의 피부 장벽이 무너지면, 몸이 끝도 없이 건조해지고, 악순환이 계속됩니다.

그래서 제가 이때 애용했던 방법이 바세린입니다. 바세린이 원래 광부들이 화상을 입을 때 사용했던 거라고 해요. 그리고 바세린은 비교적 저렴합니다. 치덕치덕 발라도 경제적으로 비교적 무리가 없어요. 그런데 제 경우에는 웬만한 연고보다 훨씬 효과가 좋았습니다.

그리고 요 단계를 지나서 좀 증세가 호전되면, 목욕을 하기 시작합니다. 일단 집에서. 이 정도로 아프면 어차피 목욕을 길게 하기도 좀 힘들어요. 그래서 집 욕조에서 짧게 자주 목욕을 하거나, 욕조가 없다면, 그… 튜브처럼 불어서 쓸 수 있는 이동식 욕조 있잖아요? 그것을 하나 장만을 합니다. 그래서 목욕을 하는 거예요.

그런데 처음에는 제 경우에는 뜨거운 물로 목욕을 하면 증세가 악화했습니다. 피부 장벽이 없으니까.

그래서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은 물에 그냥 아무것도 안 넣고, 목욕제든 소금이든 아무것도 안 넣은 맹물에 전신을 담그고 있는 게 도움이 되더라고요.

이 상태에서 좀 더 호전되면 약간 더 따뜻한 물에 반신욕을 합니다.

이것. 반신욕부터 이제 체온조절의 정상화가 시작되는 것 같아요. 제 경우에는 그랬어요. 반신욕의 목적이 원래가 순환이잖아요. 상체는 물 밖에 두고, 하체는 따뜻한 물 안에 둬서, 순환이 되도록 하는 것. 망가진 몸에게 순환을 다시 가르쳐주는 과정 같은 겁니다.

이 와중에 음식은 뭘 먹었냐면요, 일단 밀가루, 우유 같은 걸 다 끊었습니다. 지금은 잘 먹어요. 그런데 아플 때는 일단 밀가루, 우유를 다 끊었고. 팥을 많이 먹었어요. 팥이 좀 몸의 열기를 가라앉혀준다고 해서, 팥을 먹었고. 채소 등등. 그런데 이게… 그러니까 이게 참, 평소에 이렇게 먹으면 아예 안 아플 것 같잖아요? 그런데 그것도 아니에요.

그래서 제가 목욕 얘기를 오늘 중점 테마로 잡은 겁니다. 외부에서 오는 음식 섭취보다, 내부의 순환 문제가 제 피부에는 더 큰 영향을 미쳤거든요.

아무튼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음식을 좀 깨끗하게 먹으면 나쁠 건 없다고 생각되어 밀가루, 우유는 안 먹었다.

집에서 이렇게 반신욕을 좀 해주다 보면 피부가 회복되기 시작합니다. 이게 한 달이 걸릴 수도 있고, 두 달이 걸릴 수도 있어요. 그러나 여러분. 정말. 이건 순전히 제 경험이지만, 스테로이드제를 쓰는 것보다 훨씬 장기적입니다. 저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아팠던 게… 5년 전? 그보다 더 오래됐던 것 같아요. 코로나보다 훨씬 전에 이렇게 아팠는데, 그때 왜 아팠냐면, 냉방 지지리 많이 하는 미국식 오피스에서 양말 제대로 안 신고 구두 신고 일하다가 아팠던 것 같아요. 진짜로.

아니. 백인들은. 진짜. 오피스에 거의 다 백인이었거든요. 이 사람들은 피부가 강철인가? 분명히 인종 간의 차이가 있잖아요. 백인들은 피부가 엄청 얇은 것 같으면서도 강철인가? 오피스에서 얼어 죽을 것 같아서 저는 어깨에 담요를 뒤집어쓰고 있는데, 이 사람들은 민소매를 입고 다녀요. 저는 정말로 이 물리적 환경 때문에 이때 전신이 아파졌다고 보거든요.

심리적 스트레스도 물론 받았지만, 돌이켜 생각해 보면, 이 물리적 환경 자체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은 부분이 없지 않아 있었을 것이고, 물리적 환경으로 인해 피부가 점점 무너져가면서 스트레스를 받은 부분도 있었을 거란 말입니다. 즉, 심리적 스트레스를 받아서 아파진 게 아니라, 아파서 신체 및 심리적 스트레스를 받은 것이고, 그로 인해 악순환이 시작된 것 같다.

아무튼 이렇게 아팠던 5년 전엔가, 스테로이드제 연고를 진짜 최소한으로만 쓰고, 거의 안 쓰다시피 하고, 한아임은 온몸이 짓무르던 걸 다 없앴고, 그로부터 지금까지 약간씩 피부가 문제가 생기긴 하지만, 이 정도로 아픈 일은 없이 유지를 하는 중이다.

다시 반신욕으로 돌아가자면. 반신욕을 해요. 그러면서 피부가 좀 더 호전되기 시작하면, 이제는 찜질방을 가도 되잖아요. 뭐, 찜질방 가는 다른 사람들이라고 해서 피부가 완벽한 건 아니니까.

이때 제가 찜질방에서 온냉탕을 하기 시작합니다. 여러분? 이게 진짜 직방이에요. 냉탕으로 시작해서 약 1분씩, 냉탕, 온탕, 냉탕, 온탕을 번갈아 해줍니다. 이건 집에서 못 하잖아요. 이걸 한 15회 정도 해줘요. 1: 냉탕. 2: 온탕. 3: 냉탕. 4: 온탕. 이렇게 해서 15회, 냉탕으로 시작해서 냉탕으로 끝냅니다.

저는 이걸 하면서 급격히 좋아졌어요. 얼마나 급격히 좋아졌냐 하면, 약 3년 전, 코로나 때문에 찜질방이 휴업했을 시점에는 다 나아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스스로의 몸을 관찰하면서 관리법을 터득한 덕분에 찜질방이 휴업하고 몇 달 후, 전혀 휴업이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자, 아까 말한 이동식 욕조 있죠? 그중에서도 물 온도 유지해주는 기능이 있는 욕조. 그런 걸 아예 장만했습니다. 그런 욕조가 좋은 게, 아무리 그, 화장실에 원래 있는 욕조 자체에 월풀 기능이나 이런 게 있어도, 화장실 욕조의 재질 자체가 일반적으로 대리석 같은 거잖아요. 차갑단 말이에요. 그런데 이런 이동식 욕조는 요즘에 무슨… 특수재질 천? 이런 걸로 되어 있어요. 방수 천 같은 거. 뜨거운 물을 받아 놓으면 30분 정도는 그 뜨거움이 그대로 유지됩니다. 시끄러운 월풀도 없고. 너무 좋아요.

그걸로 지금까지 한 달에 두세 번 정도 목욕 및 반신욕을 하고 있는데, 이 목욕 및 반신욕은 제가 가끔 방심할 때를 빼면 피부에 큰 문제 없이 잘 살 수 있게끔 저를 잘 도와주고 있습니다.

자. 저의 자각. 스스로의 몸에 대한 자각에 대해 말씀을 드렸는데. 음. 갑자기 웬 아토피 얘기냐 싶으실 수도 있을 거예요. 그런데 이… 아토피인의 고달픔은 아토피인들은 알 겁니다. 언젠가는 한번 좀 자세히 얘기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이어서 제가 지금까지도 간간이 하는 방심에 대해서 얘기해드릴 건데. 그 전에, 아토피인이 아닌 분들에게도 저의 경험이 어떻게 도움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해 얘기하겠습니다.


아토피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아마 하나씩은 다 취약점이 있을 거예요. 아까 예를 들었듯이, 스트레스를 받으면 소화가 안 된다든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생리주기가 불규칙해진다든가.

그런데 저도 그랬고, 꽤 많은 경우에, 안타깝게도, 몸의 주인 된 사람이 그러한 패턴을 안다고 해서 행동을 바꾸진 않습니다. 왜냐하면, 패턴은 아는데 그 원인을 자각할 정도로 관찰은 하지 않은 경우들이 있거든요.

막연하게 알 순 있어요. 그런데 여러분, ‘스트레스’라는 단어가 뜻하는 게 대체 뭡니까? 너무 막연하잖아요. 직장 상사가 나한테 소리 질러서 스트레스를 받는 건가? 돈이 없어서 스트레스를 받는 건가? 애인한테 차여서 스트레스를 받는 건가? 잠을 못 자서? 일의 양이 너무 많아서?

대체로 스트레스라는 단어를 심리적인 상황과 엮는 경우가 많은데, 스트레스에는 물리적인 상황도 포함됩니다. 제 경우에는 체온조절이 무너지는 것이었는데, 여러분의 경우에는 특정 음식일 수도 있고, 지금 바르고 있는 로션일 수도 있고, 심지어 애인이 바르는 로션 때문일 수도 있고, 자주 가는 어떤 식당의 환기 문제 때문일 수도 있고, 반려동물 때문일 수도 있어요. 별별 이유가 다 있을 수 있단 말이죠.

그런데 너무나 대체로 ‘스트레스받아서다’라는 원인으로 귀결되는 경향이 있으며, 저 역시 그러한, 뭐랄까, 게으른 결론에 머물러 있었던 시절이 길었습니다. 네. 저는 의사들이 ‘스트레스 때문이다’ 이런 말을 하면, 아니, 알겠어. 병의 원인을 전부 다 알아낼 수 없다는 건 알겠는데, 스트레스 때문인 건 환자도 알지 않겠어요? 그러면 스트레스 때문이지 뭐 때문이겠어. 하등 도움이 안 된단 말이죠.

그리고 의사가 나를 쫓아다니면서 내 삶을 관찰해줄 순 없기 때문에, 우리에게 특정 패턴으로 계속해서 나타나는 병의 증세가 있다면, 우리가 직접 그것을 해석해야 합니다. 각종 시도를 하고, 기록을 해봐야 해요. 그리고 저의 생각으로는, 그렇게 일단 시도와 기록을 하는 것만으로도, 행동으로 연결되기가 쉬워집니다.

무슨 말이냐 하면, 그냥 ’스트레스받아서 불면증인 거다‘라고 의사가 말하면, 당장 직장을 때려치우면 불면증이 없어질 것 같잖아요. 뭐, 그런 경우도 있겠죠. 그런데 아닌 경우도 있을 수 있거든요. 직장에서 받는 스트레스 때문이 아닐 수도 있어요, 불면증이. 베개가 불편해서일 수도 있고, 같이 자는 배우자가 갑자기 체중이 불어서 침대에 내 자리가 부족해서 그런 것일 수도 있다고요. 이걸 의사가 어떻게 알겠습니까. 어차피 알 수가 없습니다.

저의 불면증에 대한 관찰, 기록, 그리고 행동은 아직 심히 부족한 것 같아요. 요즘 잠을 좀 잘 자는가 싶었더니 또 못 자더라고요. 그래도 이에 대해 몇 가지 가설이 생겼습니다. 이게 왜 이제서야 가설이 생겼느냐 하면, 제가 제대로 불면증인지를 납득한지도 얼마 안 되어서예요. 아임 드리밍 시작하기 전 몇 년? 길어야 몇 년? 이때 불면증이 지속적으로 왔다가 간다는 걸 받아들였습니다. 그 이전에는 그냥 어떤 특정 외부 원인 때문이라고 생각을 했었어요. 그리고 실제로 그랬을 수도 있어요. 그런데 그 외부 원인이 지속되었기 때문이든, 원래 좀 제가 취약했기 때문이든, 불면증이 만성이 되어가지고, 마치 아토피처럼, 완치가 안 되는 병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최근에 들더라고요.

이게 좀. 이것도 우리가 해야 할지도 모르는 자각의 일부입니다. 이 병이 완치가 안 될 수도 있다는 것. 소화 예를 다시 들어보자면, 스트레스받을 때 소화가 안 되시는 분들은 그게 완치가 안 됩니다. 그냥 소화계가 좀 취약하게 태어난 건데 어떻게 완치를 해요. 온몸이 다 강철 슈퍼맨이 아닌 한, 우리 몸의 가장 약한 부분으로 증상이 몰리지 않겠냔 말이죠.

그거랑 똑같게, 제 피부 컨디션도, 완치를 할 생각을 해야 하는 게 아니라, 저는 피부가 가장 취약점인 거예요. 아무리 스트레스받아도 저는 소화에 지장이 없거든요. 소화 킹 잘해. 완전 잘해. 근데 피부가 불타올라요, 정말로.

또한 이것과 똑같게, 제 불면증도, 뭔가 타고났거나 만성이 되어 버린 저의 일부인 게 아닌가. 왜냐하면, 스트레스 아무리 받아도 킹 잘 자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이런 사람들은 스트레스받아도 피부도 멀쩡하고 잠도 잘 자. 그런데 왜 한아임은 하필이면 스트레스라는 그 막연한 단어의 공격을 받으면 피부가 불타오르고 잠을 못 자는가? 소화는 잘하면서? 그것은 그냥 한아임이 그런 인간이라서 그렇다. 이것이 한아임의 취약점인 걸 받아들이고, 그걸 관리해주며 살아야지, 완치라는 건 없다. 없을 수도 있다.

이걸 깨닫는 데 수십 년이 걸렸어요. 진짜 어이없죠? 저보다 지혜로우신 분들은 훨씬 빨리 깨달으실 겁니다. 그러나 한아임은 그렇지 않았다. 수십 년이 걸렸다.

아무튼. 불면증에 대한 한아임의 관찰, 기록, 그리고 자각 가설에 대해서는 다음 주에 얘기하겠고요.

일단은 피부와 관련된 한아임의 자각의 역사, 이… 기나긴 trial & error의 예시가 여러분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 같다, 이 말입니다. 아토피가 아니신 분들도, 뭔가는 하나씩 취약점이 있으실 거예요. 사람이 완벽 방탄 인간일 수는 없거든요.

그러니 자신의 취약점을 없앨 수는 없겠지만, 그것을 관찰하고, 여러 시도를 하고, 그에 대한 기록을 남겨서, 내가 나를 잘 돌볼 수 있는 토대를 만들면 좋지 않은가, 이런 취지의 에피소드입니다.


저한테 방심하는 패턴이 있다고 했잖아요. 이 모든 걸 자각했는데도 불구하고 또 방심하는, 대단한 한아임의 패턴이 있다.

뭐냐 하면, 목욕을 게을리하는 것. 목욕이 좋은 걸 알면서도. 피부가 좀 괜찮아졌다 싶으면, 바쁠 때 목욕을 안 한다. 이것은, 멍충구리적인 행동입니다. 그런데 한아임은 간간이 이런 멍충구리적인 행동을 한다.

그리고 운동을 게을리하는 것. 네. 맞아요. 목욕에 집중하느라 운동 얘기를 까먹었네. 아토피 있으신 분들, 몸이 아무리 불타오르는 것 같아도, 그래서 수분이 다 빠져나가는 것 같아도, 땀을 빼는 거랑은 또 다르잖아요. 아토피가 신기한 게, 엄청 불타오르는 것 같은데 땀이 안 나거든요? 그러니까, 체온이 높은 건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체온조절의 문제, 순환의 문제인 것 같단 말이죠. 그래서 제 경우에는 가벼운 운동이 도움이 됐습니다. 피부가 그 지경이니까 격한 운동은 못 하고요, 좀 빠른 산책? 어둑어둑할 때. 사람들 없을 때. 나의 이 컨디션이 잘 안 보일 때. 요 때라도 좀 산책을 하면 좋다. 어차피 태양빛을 많이 받는 건 좀 피하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아토피가 이 정도면 썬블록 바르기도 어려우니까요. 저녁 시간 때에 30분에서 1시간 정도 빠른 산책으로 살짝 땀을 빼고, 물샤워를 하는 게 좋다.

그러나 피부가 좀 나아지기 시작하면 운동을 늘리는 게 저한테는 도움이 됐습니다. 왜. 그. 운동을 안 해도 전혀 즉각적으로 아무 증세가 나타나지 않는 분들이 계세요. 이런 분들은 사실 운동을 안 하는 게, 제가 이해가 가요. 할 일이 얼마나 많아, 운동 말고도. 그런데 저는 운동을 아예 안 하면 증세가 나타나요. 바로 쓰러져 죽을 것 같은 증세는 아니지만, 다시 돌이키려면 수개월이 걸리는 피부 증세들이 나타나고, 불면증도 확실히 더 심해지는 것 같고. 그래서 운동을 반드시 해야 한다.

그리고 한아임의 방심 패턴 세 번째. 수분 섭취. 이것도… 어… 이것도 제 몸의 특징인 것 같은데, 물을 그냥 마시면 그게 잘 머금어지지가 않아요. 그냥 그대로 나오는 것 같아요, 거의. 그래서 제가 시도했던 것들이 술이나 커피를 좀 장기간 끊는 거였는데, 이것은 별로 효과가 없는 것 같아요. 즉, 술이나 커피로 인한 탈수는 아니었던 거죠. 그리고 저는 탄산음료는 원래 거의 안 마십니다. 1년에 콜라를 마시는 게 한두 번 정도예요. 그래서 탄산음료로 인한 수분 유지 문제도 아닌 것 같아요.

수분 유지를 위해 제가 요즘에 새로이 시도하고 있는 게 소금을 약간 타서 물을 마시는 겁니다. 이게 단식을 좀 장기간 하시는 분들이 쓰는 방법이래요. 뭔가… 신체의 농도와 물의 농도를 맞추는 원리인가 봐요. 그래서 저는 장기간 단식자는 아니지만, 약간 소금을 타서 물을 마셔보고 있는데, 어… 좋은 것 같아요.

제가 좀 염분을 안 먹거든요. 계란후라이 같은 거 해 먹을 때 소금 쳐서 드시는 분들 계시잖아요. 그런데 저는 그냥 계란후라이만 먹어도 짠맛이 느껴져요. 염분이 부족해서 소금을 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데, 이제는 일부러라도 소금을 좀 쳐서 먹어야 하나. 염분이 부족해서 수분을 못 머금었나? 그런 생각이 좀 듭니다.

소금을 너무 많이 섭취해서 붓는 경우도 있다고 하는데, 저는 물을 마시면… 진짜 거의 그대로 나오는 것 같아서, 당분간 살짝 염분을 탄 물을 계속 마시려고 해요.

왜냐하면, 특히나 요즘에 뭔가 급격하게 몸에서 수분이 빠져나가는 것 같은데, 제가 1월에 심한 감기에 걸린 이후로 이러더라고요? 이게 뭔지. 감기 한 번 걸렸다고 수분이 빠져나간 건지, 아니면 원래 빠져나갈 수분이었는지. 늙은 건지? 아픈 건지?

그래도 예전에 비해 이렇게 자신에 대해 관찰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저는 고무고무하다고 스스로를… 음. 스스로를 칭찬해. 자기 몸에 대해 관심이 없었던 시절이 있었어요. 이게 계속됐다면 좀 위험했을 것 같아요.

우리의 시즌 테마, 시작 툴 키트 아닙니까? 암만 구조 조정을 하려고 하면 뭐 해. 그거 끝날 때 살아있지도 않을 텐데. 아파가지고. 그것도 무슨 어쩔 수 없는 병이 아니라, 스스로를 관찰을 못 해가지고 단명하면, 그건 그냥 내 잘못이니까.

여러분? 꿈을 크게 꾸려면 제일 중요한 건 건강인 것 같습니다. 내 한 몸을 건사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은 돈을 많이 벌거나 사회적 인정을 받거나 그런 외부적 기준이 아니라, 내가 내 몸을 사랑하는 데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닌가. 내가 내 몸을 모르면, 그 어떤 의사도 나를 도와줄 수 없습니다. 음… 그 의사를 내 개인 주치의로 고용해서 나를 365일 24시간 관찰하게 하면 모를까. 아무도 나를 나만큼 좋아해주지 않아요. 그리고 나는 나를 조건적으로 사랑하는 게 아니라, 무조건적으로 사랑해줘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는 우리 제각각의 꼭지점으로 갈 수 있어요.

물론, 말하는 건 쉽고, 실천하기는 어렵습니다. 저는 자꾸 까먹어요, 내가 나를 좋아해야 한다는 걸.

가끔 유튜브에서 들리는 얘기가 있는데, ‘Would you date yourself?’라는 질문을 던지더라고요.

그런데 이게 단순히 표면적으로, 상대가 너를 매력 있다고 여기느냐라는 질문을 넘어선 의미를 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뭔가 단순히 성적으로, 너라면 너랑 잘래?라는 게 아니잖아요. 그리고 상당히 복잡스러운 사회, 경제적 이유 때문에 발생하는 경우도 있는 결혼에 대한 질문도 아닙니다. 너라면 너랑 결혼할래? 이 질문이 아니에요.

너라면 너랑 데이트할래?

데이트는 진짜. 좋아하지 않으면 안 하지 않나요? 이것도 차이가 있잖아요, 좋아하는 거랑 사랑하는 거. 일각에서는 좋아함 다음에 사랑함이 있다고 여기기도 하지만, 제 생각엔 아닌 것 같아요. 사랑하는데 좋아하진 않을 수도 있어요. 그러니까 좋아함 다음 단계로서의 사랑이 아닌 겁니다. 이런 경우 은근히 흔하다고 저는 생각해요. 사랑은 하는데, 내가 너를 사랑만 하지 않았으면 너랑 시간을 보낼 일은 없었을 것이다. 이런 경우가 진짜 있어요.

그런데 ‘너라면 너랑 데이트할래?’라는 질문이라.

저는 여기에 ‘네’라고 좀 선뜻 답을 못 하겠는데, 그 이유 중 하나가, 제가 제 몸을 너무 홀대해왔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갖고 좋아하게 되는 이유 중 하나가, 저는, 개인적으로, 그 사람이 스스로에게 관심을 갖고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런데 이게 그냥 ‘너 자신을 사랑해라’ 아니면 ‘너 자신을 아껴라’라는 프레임으로 접근을 하면 잘 안 와닿다가, ‘너라면 너랑 데이트할래?’라는 질문을 듣자, 바로 납득이 가더라고요. 일반적으로 우리가 아무리 이상형을 논하고 아름다운 연예인들을 선망하더라도, 실제가 우리 삶에서 좋아하게 되는, 그리고 어쩌면 사랑하게 되는 사람들은 스스로를 잘 챙기는 사람일 겁니다. 그렇지 않나요? 아무리 잘생기면 뭐 해. 그 사람이 자기 자신을 아끼지 않는데. 좋아하질 않는데. 자기 자신과 시간을 보내는 게 싫어서 모든 집중이 밖으로 향해 있는데.

그리고 또한 이 ‘너라면 너랑 데이트할래?’라는 질문이 방금 전에 제가 말한 자기 자신에 대한 무조건적인 사랑에 위반되는 듯 보일 수 있지만, 저는 아닌 것 같아요. 더 많이 생각해볼 수록 아닌 것 같아요. 이러이러한 조건을 충족시키면 내가 나를 사랑할게, 라는 의미라기보다는, 분명히 내가 좋아하고 사랑하는 자신이 될 수 있는데 오히려 나를 좋아하고 사랑하지 않아서 그 좋아하고 사랑하는 내가 될 수 없는 나를 돌아보는 질문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요즘에 좀 의식적으로 기억하려고 해요, 이 질문을. ‘나라면 나랑 데이트할 건가?’ 나는 뭘 좋아하나? 내 몸은 뭘 필요로 하나? 또 내 정신은 뭘 필요로 하나?

비슷한 맥락에서, 우리가 지금 시공간을 초월한 꼭지점으로 가는 얘기를 하는 시즌이잖아요? 그러한 장기 목표를 두고 나아갈 때, 도움이 되는 질문이 있습니다. “그 사람이라면 어떻게 할까?”

이게 영어권에서는 “What would Jesus do?”라는 질문으로 대표됩니다. 그런데 저는 기독교가 아니거든요. 다만, 이 질문에 깃든 정신은 정말 기똥차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이 되고 싶은 어떤 대상이 있을 수 있잖아요. 그게 여러분이 기독교인이라면 예수님일 수 있겠죠? 그러면 매 순간 상상하는 겁니다. 예수님이라면 어떻게 할까?

그런데 한아임은 말씀드렸다시피 종교가 없기 때문에, 여기다가 미래의 나를 대입합니다. 미래의 나. 내가 지금 갖고 싶다고 주장하는 모든 것을 가진 그자라면 어떻게 할까?

왜냐하면, 이러한 질문이 이렇게 강력한 이유가 뭐냐면, 제가 어디서 주워들었어요. 미래의 나는 어떤 순간에 되는 게 아니라고. 모든 순간순간이 나이며, 지금의 나 역시 과거에는 미래의 나였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건 뭐냐면, 내가 되고 싶은 그 대상에게 표를 던지는 것이다. 계속해서. Excellence is a habit이라는 말도 있잖아요. 뛰어남은 습관이다. 그냥 어느 한순간에 되는 게 아니라는 뜻입니다.

내가 지금 갖고 싶다고 주장하는 모든 걸 결국 가져도, 어차피 미래의 내가 아닌 지금의 내가 가지면, 그것들은 다시 날아갈 거예요. 갖게 되기도 어렵고요.

무슨 뜻이냐 하면, 가장 간단하게, 내가 천억 원을 갖고 싶다고 주장한다고 해봅시다. 그런데 나는 천억 원을 돌릴 깜냥이 안 돼. 내 그릇은 간장 종지만 해. 그러면 내가 길을 가다가 천억 원을 어쩌다 주워도, 어차피 이걸로 아무것도 못 한다는 뜻입니다. 왜냐하면, 뛰어남은 습관인데 나는 천억짜리 뛰어남이 없으니까. 그리고 나는 ‘천억 원을 가진 나라면 어떻게 할까?’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함으로써, 천억 원짜리 그릇을 가진 나에게 표를 지속적으로 던져 결국엔 그 그릇을 가진 자 본인이 된 게 아니라, 길 가다가 천억 원을 주운 것뿐이니까.

그리고, 천억 원을 주웠어도 나는 나랑 데이트 안 할 걸요. 주운 것뿐이잖아. “너라면 너랑 데이트할래?”라는 질문에 천억 원을 주웠으니 데이트한다고 대답한다면, 진짜… 돈 말고는 아무것도 중헌 게 없는 사람인 것이니. 만약 “난 천억 원 주운 나랑 데이트할 건데?”라고 말한다고 하더라도, 결국 나를 좋아하는 건 아닌 겁니다. 돈을 좋아하는 거지. 천억 원 사라지면 곧바로 데이트 파토 날, 그런 데이트만 하는 거란 말이죠.

네. 갑자기 인터넷에서 주워들은 말들이 생각나서, 풀어봤습니다.

나라면 나랑 데이트를 할 건가?

그리고, 가장 이상적인, 내가 원하는 모든 것을 가진, 최상의 상태인 나라면 지금 이 상황에 어떻게 행동할까?

또한, Excellence is a habit. 아리스토텔레스가 한 말이라고 널리 알려져 있는 줄 알았는데, 또 아니라는 주장도 있네요. 이런 명언들은 출처를 알 수 없는 경우가 꽤 있어요. 네. 누가 한 말인지 모른다. 그러나 맞는 말 같다. Excellence is a habit.


마지막으로, 목욕에 대한 예찬입니다. 하. 목욕. 저는 물을 좋아하고. 물 근처에 항상 살았고. 물. 어쩌면 몸에 수분이 부족해서 물을 좋아하는 것인지. 요즘엔 또 나무, 산이 좋더니만.

하여간에, 물로 손만 씻어도 정신이 환기된다는 연구 결과도 예전에 어딘가에서 봤었습니다. 객관적인 연구 결과 없이도, 경험해보신 분들이 많으실 거예요. 심지어 뭐, 답답한 상황일 때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환기가 되니까, 물로 씻어내기까지 하면 더욱더 환기가 되겠죠.

이렇듯, 물리적인 것과 정신적인 것을 분리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마치 과거가 현재고 현재가 미래이듯, 우리의 겉과 속을 분리하기가 꽤 어렵기도 해요.

목욕. 심지어 손만 씻는 것으로도 분명, 아토피인이 아니더라도, 긍정적인 영향이 있다. 물리적인 영향도 있고, 수도꼭지를 틀어서 물이 나오는 행위 자체가 좀 안정을 주는 것 같아요. 일반적으로 우리가 사는 사회에서는 통제할 수 있는 행위에 속하잖아요. 게다가 목욕은 사실 사치입니다. 럭셔리예요. 물이라는 자원 측면에서도 그렇고, 그걸 쓰기 위해 지불해야 하는 돈도 그렇고, 수도관 시설 같은 돈도 그렇고, 내가 목욕할 시간이 있다는 것도 그렇습니다. 그래서 내가 나에게 목욕을 선물할 정신상태라는 것 자체가 방증입니다. 내가 나를 좀 챙긴다는 방증.

네. 목욕. 좋아요.

그러나 목욕이 어렵다면 가끔 찬물 샤워를 하는 것도 좋습니다. 특히 두피. 하. 아토피 얘기 오늘 많이 했잖아요. 그리고 저처럼 뭔가… 몸이 건조한 것 같다. 수분이 잘 유지가 안 된다, 이런 분들. 심지어 얼굴은 지성인데 두피가 건성일 수도 있어요. 이런 분들. 진짜. 꼭, 머리 감을 때 찬물로 해보세요. 정말. 진짜. 직방이에요. 저는 머리카락이 빠지는 줄 알았거든요, 최근에? 그리고 빠진 게 맞는데, 그게 그냥 건조해서 빠진 거였던 것 같아요. 두피가 건조해서. 그리고 두피가 건조한 게 뜨거운 물로 악화하니까. 찬물로 머리 감자마자 머리카락이 안 빠지더라고요. 너무 충격적이었는데.

하. 아무튼. 오늘 몸 얘기 많이 했네요. 여러분. 몸을 사랑하고, 그로 인하여 정신도 사랑해봅시다. 건강이 최고예요. 2월이 거의 막 지나가려고 하는데, 여러분, 아직 2023년이 10개월도 넘게 남았어요. 정신을 단디 챙겨야 하니, 몸도 챙기자.

오늘 에피소드에서 언급된 각종 토픽들 중 링크할 수 있는 것이 있으면 전부 쇼노츠에 올려놓을 거고요, 제 홈페이지에 가시면 녹취록을 보실 수 있는데, 그 링크 역시 쇼노츠에 올려놓겠습니다.

여러분에게 특이 취향 친구가 있으시면, 이 팟캐스트에 대해 얘기해주세요.

그럼, 아직 깨어 계신 분들도, 잠드신 분들도, 좋은 꿈 꾸시길 바랍니다. 지금까지, 한아임이었습니다.


모든 링크

모든 음악

Opening

  • All Things Fade – Jameson Nathan Jones

Within episode

  • Sebastian Pangal – Free Night
  • sero – When You Leave Me – Instrumental Version
  • smplsmth – Why so Blue
  • Vladislav Kurnikov – Pure Days of Relaxation

Closing

  • Sugar Colours – Crazy Paris

제가 하는 모든 일은 여기에 정리되어 있습니다.

https://hanaim.imaginariumkim.com

© 2023 한아임

소개

✨ 한아임입니다. 제가 하는 모든 일에 대한 기록은 여기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