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46] 꿈나라행: 이론, 믿음, 그리고 베개

안녕하십니까? 이야기하는 자, 한아임입니다.

여러분은 지금 ‘특이 취향 불면자들을 위한 약간 이상한 꿈자리 수다,’ 아임 드리밍을 듣고 계십니다.

지난주에 지병에 대한 자각과 관찰에 대한 이야기를 한 후로, 오늘은 불면증에 대한 자각과 관찰에 대한 얘기를 하기로 했습니다.

이 팟캐스트 자체가 불면증 팟캐스트인데. 제가 최근에 불면증이 좀 사라졌다고, 시즌 초반에 그렇게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웬걸. 또. 또.

잠이란 정말 미스테리해요. 보통 다른 건 패턴을 통제하면 통제가 되거든요. 피부도, 시간이 좀 걸리지만 지속적으로 좋아졌고, 전반적인 식습관도 그렇고, 일도 전체적으로 보면 통제가 됩니다. 특히나, 피부, 식습관, 일 측면에서 제 경우에는 처음에는 통제가 어려워도 지속적으로 좋아지는 것이 눈에 보이며, 삶이 항상 일정할 순 없으니까 통제됐던 것이 다시 통제 불가의 영역으로 들어가더라도, 한 번 발견한 원인과 결과는 명확하게 남아 있는 편입니다.

그런데 잠은. 잠이 참 복잡하대요. 우리 모두 알긴 알죠. 그런데 그 복잡성이 정말 상상을 초월할 정도인 것 같다.


제가 얼마 전에 Huberman Lab 팟캐스트를 들었는데, 2월 13일 자 에피소드에서 Gina Poe 박사님이 나오셨습니다. 그 팟캐스트의 호스트이신 Andrew Huberman 박사님은 신경 과학자이시고, 스탠퍼드 대학에서 일하시고요. Gina Poe 박사님 역시 신경 과학자이신데, 그중에서도 잠과 잠이 기억과 학습에 갖는 영향을 연구하시는 분이십니다.

그래서 두 분이 잠에 대한 얘기를 하시는데, 제가 느끼기에 꽤 잦은 빈도로 언급된 점이 이거였습니다. “우리는 잠에 대해 너무 모른다.” 이것에 대한 연구가 수십 년이 지속되어 왔는데도 모른다. 특히나, 성별에 따른 차이점에 대해 너무나 모른다. 그러니까, 잠과 호르몬이 복잡하게 얽혀있다는 건 알면서도, 성호르몬에 따라 잠이 어떻게 달라지는지에 대한 연구가 지금까지 잘 없었다는 거예요. 약간 어이가 없죠? 그런데 은근히 과학에 대해 과학자들이 얘기하는 걸 들어보면, 과학하는 당사자들도 어이없어하는 점들이 꽤 있는 것 같습니다.

아무튼, 잠에 대해 너무나 아직도 모르는 게 많은데도 불구하고 아는 척을 하는 연구자들이 있는가 하면, 제가 Gina Poe 박사님 얘기를 주의 깊게 기억하려고 노력한 이유는, 이분의 결론이 “연구자 혹은 의사 말을 들어라”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당신 자신의 몸에 스스로 귀를 기울여라”라는 쪽의 발언을 이 팟캐스트 에피소드에서 몇 번 하셨고요, 이것은 너무나 한아임 스타일입니다.

비단 잠뿐이겠습니까? 커피는 몸에 좋다, 마셔라. 커피는 몸에 안 좋다, 마시지 마라. 술 한 잔은 몸에 좋다, 마셔라. 술 한 잔도 몸에 안 좋다, 마시지 마라. 이거 뭐, 한두 번 겪었어야지. 아직 한아임이 반백 년도 안 살았는데도 이 사이클을, 이 좋네 안 좋네 사이클을 수십 번은 목격한 것 같아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어요, 이런 연구는, 실질적으로. 이런 연구를 왜 하는지 자체를 모르겠어요. 뭐, 연구자들끼리의 이유가 있는지, 깊은 뜻이 있는지 저 같은 사람이 이해를 못 하는 걸 수도 있습니다만, 커피가 좋다 나쁘다를 뭐 하러 알려고 해. 애시당초에 이게 어떻게 인류 전체에 해당이 되겠습니까? 심지어 한 국가에도 적용이 안 되고, 한 성별에도 적용이 안 되고, 같은 기숙사에 사는 수십 명 사람한테도 적용이 불가한데, 처음에야 커피나 술이 몸에 좋은지 안 좋은지 궁금하니까 연구를 했다 치더라도, 왜 아직까지도 연구를 하는지? 무슨 커피 협회 같은 데서 커피가 몸에 좋다는 연구 결과를 원하는 건지?

그런 게 있잖아요, 실제로. 담배 협회든 치약 협회든 치실 협회든, 자기들이 팔려고 하는 것이 건강에 반드시 필요하다는 식으로 연구 결과를 도출해 내기 위해 연구비를 지원하는 경우.

지금 한쪽에서는 정말 필요한 연구, 남녀 호르몬에 따라 잠이 어떻게 영향을 받는지에 대한 연구는 제대로 시작도 안 했다고 하는데. 그리고 여기서 남녀란, 인간이 정해진 성별을 갖고 태어나기 때문에, 그 어떤 젠더 관념이 새로 받아들여지고 성전환 수술이 가능해져도, 전체적인 호르몬의 영향을 연구 결과를 통해 알면 누구에게나 득이 되는 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호르몬이라는 것도 개인차는 있겠지만, 이 분야의 연구가 너무나 신생 분야라서, 개인차가 만들어내는 다양한 패턴까지 연구하려면 한참 먼 모양이더라고요. 흔히 말하는, 빙산의 일각, 심지어 일각조차도 인류는 아직 이해를 못 한 것 같다, 잠에 대해서는.

이러니 저라는 한 개인이 잠을 일정하게 가져가지 못하는 게 좌절감은 들지만 스스로를 한심해할 일은 아닌가? 약간 위안을 받기도 했습니다, 저 팟캐스트 에피소드를 들으면서.


앞서 언급한 Huberman Lab 팟캐스트 에피소드에 나온 몇 가지 유용한 정보를 드리자면, 일단, 알람을 맞출 필요가 없으면 맞추지 않는 게 좋다고 합니다. 이 얘기, 들어보셨을 겁니다. 잠의 한 사이클이 90분 정도인데, 그 사이클을 자연스럽게 끝마치도록 하는 게 좋다고.

Gina Poe 박사님에 따르면, 그 말이 맞다고 해요. 세탁기 사이클에 비유하시더라고요. 한 사이클이 90분인데 중간에 세탁기 문을 열면, 물이며 세제며 완전히 흠뻑 젖은 빨래가 다 쏟아져 나올 거잖아요? 그러면 그거 뒷수습해야 하죠. 그것처럼, 잠의 사이클 중간에 알람으로 깨어 버리면, 즉, 세탁기 문을 중간에 열듯이 확 깨어 버리면, 사이클 끝날 때까지 기다렸으면 피곤하지 않았을 것을, 피곤해진다고 해요.

그런데 실질적으로, 아침에 정시까지 출근을 하려면 알람을 안 맞추면 좀 불안할 수 있잖아요? 그래서 어떻다? 킹일찍 자야 한다.

네. 이거 뭐. 모두가 알지만 실천하기가 어렵기에, 타인이 자주 다시 말해주면 도움이 되는 사실인 것 같습니다. 푹 자고 자연스럽게 제시간에 혹은 일찍 일어나려면 일찍 자야 한다.

그리고 박사님이 해주시는 매우 유용한 설명이 또 있었습니다. 일정한 시각에 잠자리에 들어야 하는 이유.

이것도 맨날 여기저기서 자주 듣는 말인데, 저는 정확히 왜 그래야 하는지 이유를 몰랐거든요? 특히나, 이게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야 한다는 흔한 조언이랑 겹쳐지면, 미스터리한 거예요. 매일 저녁 9시에 자서 5시에 일어나는 사람도 있겠지만, 매일 새벽 2시에 자서 아침 10시에 일어나는 사람도 있을 거잖아요. 그러면 새벽 2시에 자서 아침 10시에 일어나던 사람이 어느 날 저녁 9시에 자서 5시에 일어나면 그건 좋은 건가 나쁜 건가?

이것 역시, 또, 사람마다 다르고 상황마다 다르겠지만, 약간은, 차라리 새벽 2시에 자서 아침 10시에 일어나는 패턴을 유지하는 게 건강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이 일정한 수면 기간이 왜 중요한가 하면, 처음에 잠들고 90분 정도, 우리 몸에 온갖 좋은 영향을 미치는 작용들이 일어나는데, 그 효과를 만끽하기 위해 우리 몸의 모든 세포들이 다 준비를 하고 있대요. 그런데 얘네가 “약속 시간”이라고 여기는 그 시간이 아니라 다른 시간에 잠이 입장하면, 완전히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잠이라는 손님을 맞게 되는 형국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늦게 자던 사람이 갑자기 일찍 자거나, 일찍 자던 사람이 갑자기 늦게 자면, 이 리듬이 안 맞아서 잠의 혜택을 받기가 어렵다고 해요.

저는 자주 이런 생각을 했거든요. “아니, 사람이 어떻게 일정한 시각에 잠들고 일정한 시각에 일어나나.” 그리고 특히나 어렸을 때, 참, 하… “어렸을 때”라고 말할 수 있는 나이가 된 것 같습니다. 아무튼 어렸을 때, 어떤 식으로 막돼먹게 자도 피로 회복이 빠르니까, 생각을 별로 안 했는데.

이제는, 요즘에는, 제가 모든 걸 간결하게 하고 싶더라고요. 이게 나이 때문인 것도 있고, 그냥 뭔가… 제 삶이 바뀌고 있다고 했잖아요, 여러분? 이번 시즌이 구조 조정을 위한 시작 툴 키트가 테마란 말이죠. 이렇게 거대 변화가 일어나는 걸 체감하고 있을 때, 주의가 산만하면 곤란하단 말이죠. 불필요한 건 다 치워야 직성이 풀리겠는 거예요.

잠도, 오히려 9시에 자고 6시에 일어난다고 정해 놓으면, 실제로 제가 무려 9시간을 자도, 요 며칠간, 5일 정도 간, 깨어 있는 시간 동안 작업 능률이 훨씬 좋았습니다. 덜 피곤하니까. 그렇게 체험하고 나니까, “아, 만약 내가 9시에 자고 6시에 일어나는 패턴을 더 확실히 견고하게 한다면, 얼마나 더 많이 쉬고 적게 일하면서도 결과는 좋아질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이 절로 들더라고요.

이… 21세기 거대 유행 트렌드 중 하나로, productivity, 생산성에 홀릭이 되는 수가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간과하지 말아야 할 점이, 생산성은 생산을 얼마나 어떻게 하느냐에 대한 개념이라는 점입니다. 즉, 일을 많이 하는 것에 대한 개념이 아니고, 일을 얼마나 괴롭게 하는지에 대한 개념도 아니고, 생산을 많이, 혹은 수월하게 하는 것에 대한 개념이에요. 그런데 이 늪에 잘못 빠지면, 특히나 저처럼 유튜브 watch later에 영상을 수도 없이 저장해놓는 분들이 겪을 수도 있는 아이러니가 뭐냐면, 생산성 올리는 방법 찾느라 정작 생산을 안 해.

예를 들자면, 루틴에 대한 겁니다. 사실 모든 루틴은 루틴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선 안 된단 말이죠. 루틴의 존재 이유는 루틴 외의 다른 행위를 서포트하기 위함인데, 생산성 높인다고 일기도 쓰고, 생산성 높인다고 명상하고, 생산성 높인다고 아침 챙겨 먹고, 이걸 이 중에 몇 개만 하면 괜찮은데, 생산성 높이는 방법이 엄청 다양하잖아요? 그걸 다 하려면 아침 루틴 3시간 저녁 루틴 3시간 해도 모자라거든요. 그러면 배보다 배꼽이 커지는 거란 말이죠.

마치 루틴에 목매는 이런 현상처럼, 저는 뭔가, 근시안적인 측면이 분명 있어요. 뭔가가 떠오르면 그게 급한 게 아닌데도 그걸 지금 해결하려는 욕구가 있고, 그게 잠에도 영향을 미치며, 장기적으로 전혀 생산이 많아지거나 수월해지지 않는다. 그런데 그 패턴을 깨기가 쉽지 않았는데, 이번 계기로, 뭔가… 음… 거대 변화가 온다. 준비를 해야 한다. 이런 생각을 갖고 빡세게 9시부터 6시 수면을 좀 지켜보려 합니다.

잠자는 시간을 무려 9시간으로 잡은 이유는요, 9시간을 채우려고 그런 게 아니고, 알람 없이 일어나려고 하니까 넉넉하게 잡은 겁니다. 이게 또, 알람도 안 맞추는데 시간까지 빡빡하면, 불안해서 잠이 안 올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9시간으로 잡았어요.

그리고 이렇게 넉넉하게 시간을 잡고 알람 없이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게 지난 5일간 효과가 좋았는데, 심지어 중간에 몇 번을 깨요. 아마도 이렇게 일찍 자 버릇하지 않아서, 특히 일정한 시각에 잠드는 게 익숙하지 않아서 몸이 미심쩍어하는 것 같아요. “얘 왜 지금 자고 있지?” 이런 반응인 것 같은데. 9시에 자면 2시에도 깨고 3시에도 깨고 이래요.

그런데 몸이 좀 더 익숙해져서 9시에 자서 4시 반에 깬다면? 완전. 완전 대박. 킹대박. 어마어마하겠죠? 9시에 자서 5시에 깨면 더 좋고. 저절로 깰 수 있으면.

우리 이모님이 이러시거든요. 그분은 평소에 일정한 시각에 주무신다고 하시는데, 혹시 일정한 시각에 안 주무시더라도, 6시인가? 하여간 아침에 일정 시각이 되면 저절로 눈이 뜨이신대요. 그런데 이런 지가 한참 됐어. 수십 년이 됐어. 이게 가능하대요, 여러분. 알람을 안 쓰신대요. 신기하죠?

나도 이렇게 되고 싶다. 그래서 한아임은 연습 중이다.

아, 그리고. 좀 아까, 제가 어렸을 때 막무가내 잠 스케줄을 가졌어도 피로하지 않았다는 말을 했었는데, 이게, 그보다 더 어리잖아요? 완전 애기잖아요? 어린이잖아요? 그러면 어린이들은 타고난 낮과 밤의 리듬이 너무너무나 명확하대요. 그래서 왜, 애들이 아무리 늦게 자도 새벽에 일어나서 날뛰는, 그런 경우가 있지 않습니까? 미국 가족 영화 같은 데에 자주 나오잖아요. 부모가 피곤해서 침대에서 괴로워하고 있는데 애들이 방에 쳐들어와서 날뛰는 광경.

이게 과학적으로 관찰되는 현상이래요. 어린이들은 낮과 밤이 명확하게 각인되어 있는 편이라고 합니다. 좀 더 나이 든 어린 사람이 되어서, 뭐, 청소년 혹은 20세 정도가 되어서, 술 먹고, 막살고, 낮과 밤이 바뀌고, 이럴 때는 이제 “잠을 아무렇게나 자도 나는 괜찮다, 나는 젊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지만, 아주 어린이들은 마치 알람 시계처럼 신체 리듬이 정해져 있는 편이다.

그래서 이 Huberman Lab 에피소드에 뻘한 개그가 몇 번 나오더라고요. “알람 시계가 작동하지 않으면 애를 낳아라.” 말도 안 되는. 뻘한 개그 코드를 갖고 계시더라고요, 이 호스트 분이.

아무튼, 이렇게 어린이들이 명확한 기상 시각을 갖고 있는 편인 걸 보면, 어른도, 음. 스스로 혹은 타인이 가한 인생의 고달픔으로 인해 수면 패턴이 썩어간 어른도, 그 패턴을 회복하면 건강에 좋은 게 아닌가. 그래서 한아임이 잠을 요즘에 좀 잘 자는 줄 알았는데 다시 또 못 자길래, 가장 최근 5일 정도 9시에서 6시까지 자는 연습을 하고 있다. 알람 없이.


그리고 제가 요즘에 하는 게 또 뭐냐면요. 자고 있지 않을 때도 하루 중 일부 실행하는 소음 제한입니다. 제가 몇 번 언급했듯이, 유튜브, 팟캐스트, 다 정말 재밌고 좋아요. 그러나. 그러나. 그걸 계속 듣는 거야. 제가 그래요. 저의 유튜브 Watch Later 리스트는 제가 처음 유튜브를 사용하기 시작한, 뭐, 몇 년 전인지도 모르겠어요, 10년 전? 15년 전? 그즈음부터 시작해서, 지금껏 한 번도 빈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몇 번은 제가 스스로에게 화가 나서 일부러 거기 있는 영상을 모두 삭제했던 적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기억이 안 나요. 그러나 그 빈 상태가 지속된 적은 정말 한 번도 없고, 지금까지도, 지금 현재도, 계속해서 Watch Later는 리뉴됩니다.

그리고 그걸 그냥 받아들이고 적절한 템포로 소비하면 괜찮은데, 여기에 압박을 느끼는 데다가, Watch Later에 추가하지 않고 바로바로 보는 영상도 있으며, 팟캐스트도 들어야지, 오디오북도 들어야지, 영화도 봐야 하지, 이… 소음이. 내가 선택한 소리라서 사실 소음이라고 부르는 게 조금 미안하기도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나의 뇌에 찌꺼기처럼 끼어서 소음이 되는 것들이 넘쳐나더라고요.

그래서 아침에 일어나서 일을 좀 하기 전까지는 내용 있는 소리를 일절 듣지 않기. 그리고 저녁에 7시, 8시 정도, 잠잘 준비를 할 때부터도 내용 있는 소리를 일절 듣지 않기. 이걸 며칠째 시도해 보고 있습니다.

“내용 있는 소리”라 함은, 사람 목소리가 나오거나 멜로디가 있는 소리를 말합니다. 인스트루멘탈도 멜로디나 리듬의 패턴이 있어서, 그걸 듣고 있으면 주의가 산만해지더라고요. 대신, 백색 소음 같은 건 허용합니다, 저 스스로에게.

이거, 효과가 아주 좋아요. 제가 불면증이 좋아진 줄 알았는데, 또 몇 주 새에 미세한 불안감, 조급함 같은 게 생기면서, 잠의 부족이나 잠의 질 하락, 그 자체 때문이 아니라, 또 이런 상황에 스스로를 놓은 저 자신에 대한 지속적이며 마일드한 빡침 상태에 있었거든요. 그런데 내용 있는 소리를 제한하자, 급격하게 또 불면증이 사그라들었고, 지금 5일째? 정도인데, 효과가 좋습니다. 9시부터 6시까지 자는 것과 소음 제한을 같이 진행했어요.

이게 항상 이래요 저는. 뭔가 결심을 하면 한 가지만 테스트를 하는 게 아니라, 좋을 것 같은 방법을 여러 개를 동시에 시작합니다. 그래서 정확히 뭐 때문에 잠을 잘 자게 됐는지는 불명확해요. 하지만 저는 연구자가 아니고, 저 잘 살자고 하는 실험이기 때문에, 개별적인 수면 질 향상 방법 중 무엇이 가장 효과가 있는지는 몰라도, 그 방법들의 조합이 효과가 있다? 그러면 저는 그걸로 만족합니다. 그리하여 9시부터 6시까지 일정하게 알람 없이 자는 것 플러스, 그러기 위해 아침과 저녁에 소음을 제한하는 것이 효과가 꽤 좋은 것 같다.


근본적으로 저의 문제는 이겁니다. 에피소드 41, “피로사회”라는 책에 대해 얘기하면서 나는 주인도 아니고 노예도 아니라고 말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잠을 좀 아까워하는 성향이 있다는 겁니다.

이것은 잠이 게으른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아닙니다. 그보다는,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아서예요. 이런 현상을 “스스로 채찍질하는 주인이자 노예”라고 보는 건, 개인적으로는 과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늦게까지 노는 어린이들을 보면서 “쟤는 왜 저렇게 열심히 놀려고 스스로를 채찍질하지?”라고 하지 않잖아요.

저는 저 스스로를 그런 아이라고 보는 쪽입니다.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가지고, 신나가지고 잠을 자고 싶지가 않은 거라고요.

물론, 막상 자면 잠이 좋습니다. 애들도 그렇지 않습니까? 막상 자면 애들도 잠 코 잘 자잖아요. 그러니까 얘네도, 노는 것도 좋은데 잠도 좋은 거지.

그런데 애들은 애들이고, 한아임은 으른인데. 이걸 좀 잘 매니징을 할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저랑 비슷한 상황에 있으신 분들이 계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분들에게는 앞서 언급한 팟캐스트나 유튜브처럼, 과학자들이 잠에 대해 설명해주는 콘텐츠가 도움이 될 수도 있어요. 즉, 이성적으로 계속해서 스스로에게 각인하는 거죠. 봐라, 잠이 이렇게 도움이 된다. 이렇게 필요하다. 그러니 네가 깨어 있을 때 하는 일이 아무리 신나더라도, 잠도 꽤나 유용하고, 심지어 장기적으로 신날 수 있다.

특히나 꿈에 대해 과학자들이 얘기하는 걸 들으면, 음… 여기서도 결론이 거의 뭐, “우리는 참 잠이든 꿈이든 아는 게 별로 없다”로 귀결되는 듯하지만, 그래도, 전체적으로, 잠이든 꿈이든 정말 신비롭고, 그냥 논리적으로 생각했을 때 너무나 필요한 것이기에, 특히나 장기적으로, 꿈을 꾸기 위해 잠에 마땅히 시간을 써야 한단 말이죠.

그리고 아까 Gina Poe 박사님이 잠과 기억의 상관관계를 연구하신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기억’이라고 하면 기억을 하는 것만 생각할 수 있으나, 사실 기억을 ‘안’ 하는 것도 엄청 중요하지 않습니까? 즉, 망각. 잠과 망각의 상관관계도 엄청나대요. PTSD가 있는 사람들의 경우, 잠이 제대로 작용하지 않아서 문제가 생기는 측면이 있다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대요. PTSD가, 이… 이 설명이 너무 슬픈데, 한마디로, 20년 전에 발생한 트라우마 사건이 마치 오늘 발생한 것처럼 아픈 현상이래요. 이게. 너무 슬프지 않습니까? 즉, 망각이 일어났어야 했는데, 20년 전 일이, 10년 전 일이, 뭐, 정확한 기간이야 어찌 됐든, 오래전 일이 지금 당장 일어나는 것 같아서 발생하는 각종 심리 및 신체적 현상이래요. 너무 슬픕니다.

일반적으로는 PTSD를 겪지는 않지만, 이게 작은 스케일에서 진행되면 쌓이고 쌓여서 안 좋게 되는 게 아닌가? 라고 저는 생각해봤습니다. 잠을 통해 기억은 물론이고 망각도 이루어져야 하는데, 일에 치여서, 아니면 일이 너무 신이 나서 잠을 등한시했다가는, 기억해야 할 걸 못 기억할 뿐만 아니라 잊어야 할 것도 못 잊겠구나.

그런데 그리고, 저는 이렇게 과학적인 설명을 듣고 이해하는 것도 좋아하지만, 믿음에 대해 얘기를 듣는 것도 좋아합니다. 특히 그 믿음이 믿는 자에게 도움이 되면, 왜 그런지를 듣는 걸 좋아해요.

Gina Poe 박사님은 기독교인이시라고 해요. 그래서 잠을 자기 위해 마음을 안정시킬 때, 기도를 하신다고 합니다. 매우 도움이 될 수 있죠. 그리고 팟캐스트에서 언급되는 비종교적 심신 안정 방법으로는 명상이 언급됩니다. 널리 알려져 있는 방법이죠.

그런데 이… ‘비종교적이다’라는 개념이 좀… 널리 쓰이는 경우가 있어요.

종교에 대한 가장 간단한 정의는, 예전에… 채사장님이었나? 지대넓얕, 여러분, 기억하십니까? 대한민국 팟캐스트 역사상 가장 혜성같이 빛났던 팟캐스트, 지대넓얕, 그 팟캐스트의 채사장님이 설명해주셨던 것 같아요. 매우 간단한 정의입니다.

사후세계에 대한 설명이 있으면 종교다.

진짜 명확하죠? 네가 죽어서 이러이러하게 된다는 설명이 있으면 종교다. 지옥이나 천국에 가든, 윤회를 하든.

즉, 그렇다면, 비종교적이라 하면, 사후세계에 대한 설명이 없으면 비종교적인 거잖아요? 그런데 대중문화? 메인스트림 문화에서, 사후세계에 대한 설명이 없을 뿐만 아니라, 아예 믿음이 없어야 비종교적이라고 여기는 경우가 있는 것 같아요.

Huberman Lab에서는 어떤 뜻으로 명상이 비종교적이라는 설명을 한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명상에 믿음이 없어서 명상을 하는 경우가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전에 말했듯이, 명상은 너무나 종류가 다양하고, 그걸 따로 공부하시는 분들도 계시고, 학파?라고 해야 하나, 그러한 뭔가… 전승되는 방식들이 있단 말이죠. 그래서 제가 다 아는 것은 아니며, 작은 부분조차 자세히 아는 건 아니지만, 명상이 전부 다 믿음이 없는 건… 아니지 않나요?

그리고 명상이 믿음과 관련이 있든 없든, 제 생각에는, 믿음은 거의 무조건적으로 좋습니다. 좋다 함은, 믿는 자에게 이득이에요. 종교에 대한 믿음, 즉 사후세계를 설명해주는 믿음 체계에 대한 믿음이 아니어도 됩니다.

저는 인간이 자기가 믿는 게 자기에게 좋아서 믿는다고 생각해요. 아이러니하게도, 이 ‘좋다’에 사실은 ‘나쁘다’도 포함이 됩니다.

예를 들어, ‘나는 게을러서 이걸 못 해’라는 믿음을 갖고 있는 사람은, 그 믿음을 통해 자기가 뭔가를 못 하는 걸 정당화할 수 있습니다.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은 진짜로 이걸 믿고, 그걸 통해 혜택을 봐요. 심지어 자기가 그만 게으르고 싶다고 해도 정말 정말 정말 깊은 곳까지 스스로를 관찰해 보면, ‘나는 게을러서 이걸 못 해’라고 말하는 자기 자신은 그 발언을 통해 스스로를 보호하고 있을걸요?

저는 종교를 관찰하듯 뉴에이지 사상도 관찰하는데, 거기도 수많은 학파가 있지만, 대체적으로 공통적으로 얘기하는 것 중 하나가 이거예요. “I am,” 즉, “나는”이라는 발언 다음에 뭘 붙일지 조심해서 말하라고.

즉, 나는 게을러. 나는 멍청해. 나는 못생겼어. 이거, 종교가 아니라서 믿음이 아닐 것 같잖아요? 그런데 이거 천 번 말해보세요. 만 번 말해보세요. 평생에 걸쳐 말해보세요. 여러분 본인이 언제 이런 말들을 하는지는 눈치채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특히 처음에는. 그러면 주변인들이 스스로에 대해 무슨 말을 하는지 보세요.

제가 매우 아끼는 사람이 있는데, 이 사람은 제가 보기에 똑똑해요. 다 할 수 있는 사람이에요. 이 사람이 못 할 게 뭐겠어. 성실해. 열심히 해. 건강 잘 챙겨. 호기심 많아. 하여간에 좋은 특징이 엄청 많아. 그런데 스스로를 설명할 때, 일단, 애초에 스스로 “나는 이러이러해”라고 말할 이유가 없는 경우가 진짜 많은데, 그걸 스스로 자기가 생각해도 안 좋은 쪽으로 단정을 많이 하더라고요.

그러니까, “이번에는 이러이러하네”라고 하는 게 아니라, 이번에 이러한 걸 갖다가 “나는 이러이러한 사람이야”라고 스스로를 프레임하는 거예요. 그런데 이게 좋은 쪽으로 하면 그래도 다행인데, 안 좋은 쪽으로. 그리고 여기서 좋은 쪽이라 함은, 자기가 원한다고 주장하는 쪽이고, 안 좋은 쪽이라 함은, 자기가 별로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하는 쪽입니다. 즉, 제가 이 사람더러 좋다 나쁘다를 정해주는 게 아니라고요. 스스로가 자기 자신을 자기가 부족하다고 여기는 그 성질로 특징짓는다는 뜻입니다.

“이번에는 이러이러하네.” 그리고 “나는 이러이러한 사람이야.”

이 두 개가 별로 큰 차이가 아닌 것 같잖아요? 그런데 쌓이고 쌓입니다. 특히나 안 좋은 쪽으로 스스로를 단정 지을 때 쌓이고 쌓여요.

이 실존 인물에 대한 게 아니라 제가 지어낸 예시를 하나 들자면, 누군가가 말 타는 걸 배우러 가서 말이 튕겨가지고 말을 못 탔다고 쳐봅시다. 그럴 때 “오늘은 이 말을 타기 어렵네”라고 하는 사람도 있고 “나는 말을 못 타”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는 거예요. 그런데 이게 쌓이고 쌓이고 쌓이면, 전자는 언젠가는 다른 말은 탈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후자는 그냥 말을 못 타는 수가 생깁니다.

이게 제가 말하는 믿음입니다. 누구한테 승인받은, 유서 깊은, 남들도 같이 믿는 그런 믿음 말고. 내 안의 믿음.

종교든. 비종교든. 믿음 자체를 갖고 있지 않은 인간은 이 세상에 없습니다. 뭔가는 믿고 있어요. 심지어 자기가 믿는 게 없다고 믿는 것조차 믿음인 것이 믿음의 아이러니입니다.

갑자기 믿음 얘기를 왜 하느냐 하면, 명상이 아무리 비종교적일지라도, 믿음이 없는 건 아니라는 얘기를 하다가 여기까지 왔습니다. 명상도 어떤 식으로든 믿음이 수반되어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아닌 명상도 있겠지만. 왜 그, 스스로를 아예 없애는? 잊는? 어떤 단어가 정확한지 모르겠는데, ‘나’를 놓는 명상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나 우리가 잠을 자기 위해 하는 명상은, 꼭 그런 건 아닐 수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오히려 나는 잠을 잘 잘 수 있다는 믿음의 명상일 수도 있고, 내일은 오늘보다 나을 거라는 믿음의 명상일 수도 있고, 오늘 일을 내일로 미루어도 세상이 멸망하지 않을 거라는 믿음의 명상일 수도 있습니다.

아마도, 제 추측으로는, 잠을 자는 데 어려움을 겪을 정도로 정신이 업된 상태이신 분들은, 스스로를 없애는 명상보다는 뭔가 하나의 유용한 믿음을 택해서 그것에 집중하는 게 훨씬 쉬울 거라고 봅니다. 왜냐하면, 스스로를 망각하는 방향의 명상을 하려고 하면, 잡생각이 많이 들어요. 이 잡생각 없애는 것만 해도 도를 엄청 닦아야 한다고 하던데, 일단 잠을 잘 자는 게 우선순위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도움이 되는 믿음을 선택하기 위해서, 의학적 연구를 들여다봐도 좋고, 동기부여 분야를 탐험해도 좋고, 종교를 알아봐도 좋고, 비종교 중 믿음을 드러내놓고 이용하는 체계들을 살펴봐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21세기에는 비종교 중 믿음을 드러내놓고 이용하는 체계는 꽤 잦은 빈도로 뉴에이지로 분류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뉴에이지는, 제가 찾아본 바로는, 실제로 믿음을 ‘이용’합니다. 이 ‘이용’이라는 단어에 대해 거부감이 없는 분야인 것 같아요, 대체로.

뭔가를 잘라야 해. 그런데 가위가 있으면 가위를 이용하면 되지, 거기서 ‘이용’이라는 단어가 가위를 기분 나쁘게 하는 둥 마는 둥, 그런 걸 생각하고 있을 건가?

뭔가를 붙여야 해. 그런데 풀이 있어. 그러면 풀을 이용하면 되지, 풀이 이용당한다고 기분 나빠할 거 걱정하고 있을 건가?

저는 이런 걱정이 불필요하다는 의견에 십분 동의하는 바입니다.

아무튼 이런 모든 통합적인 이유로 저도 “나는 불면증이 있다.” 혹은 더 심하게, “나는 불면증자다”라고 말하지 말고, “오늘은 잠을 못 잤네”라고 말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런데 아임 드리밍 태그라인은 그냥 둘 거예요. “특이 취향 불면자” 부분 말이에요. 왜냐하면, 특이 취향자라는 단어는 제 생각에는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이고, 즉, 제가 지향하는 방향이고, 저와 같은 생각을 하는 분들이 들으셨으면 좋겠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불면자” 부분은, 지금까지 제가 설명한 것들을 설명하기에는 너무 길고, “불면자”가 짧아서 용이하기 때문입니다. “특이 취향자 중 오늘 잠을 못 자실 것 같은 분들을 위한 약간 이상한 꿈자리 수다.” 이런 설명은 시작부터 너무 구구절절해. “특이 취향 불면자” 하면 딱, 바로, 요약이 되잖아요.

그리고 제 생각으로는, 타인이 뭘 말하는 것보다 내가 나한테 말하는 게 훨씬 강력하고, 그래서 위험합니다. 그래서 뉴에이지계에서 타인이 “You are”라고 말한 것에 대해 거의 얘기하질 않더라고요. “I am” 이거에 대해 주구장창 얘기해요. 일리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하루에 수만 가지 생각을 한다잖아요? 이 수치는 연구마다 다른데, 솔직히 과학이 우리가 하루에 몇 가지 생각을 하는지 어떻게 압니까? 한 ‘가지’라고 할 때 그 가지를 어떻게 정의하는지도 연구마다 다 다를 텐데. 그리고 정의를 통일해 봤자 사람마다 다 다를 텐데. 생각 진짜 많이 하는 사람도 있고 생각 없이 하는 사람도 있겠지.

수치는 중요하지 않아요. 우리가 어마어마한 양, 대체로 수만 가지라고 추정되는 생각을 매일 한다는 게 중요한 거죠. 그리고 이걸 다 입 밖으로 내는 게 아닙니다. 우리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대요. 이것도 뭐, 과학으로 연구 안 해도 다 알지 않습니까? 지금 하는 일에 집중하면서도 간간이 잡생각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가 사라진다는 거, 우리 다 겪어봐서 알잖아요.

게다가 수면 아래, 무의식이라고 20세기부터 불려 왔으나 그 이전부터 존재해왔던 그 거대한, 알 수 없는 무언가에서 벌어지는 일이란, 인간이 정말… 인간이 알 수가 없단 말이죠. 저는 가끔 이런 생각도 들어요. 몰라야 돼서 이런 구조가 만들어진 게 아닌가. 우리가 자면서 꿈꾸는 내용, 그걸 깨어 있을 때는 망각을 해야만 하니까 꿈이라는 형태로 벌어지는 거고, 깨어 있는 중의 무의식도 그걸 모르는 게 약이니까 모르게끔, 혹은 알기가 어렵게끔 디자인된 거 아닌가.

아무튼, 우리가 알 수 없는 생각들이 무의식에서도 벌어지고, 의식적인 생각조차 우리가 다 그걸 결정하는 게 아니란 말이죠. 그냥 생각이 막 튀어나오잖아요. “오늘 치킨이 먹고 싶네” 하면, 그게 뭐, ‘결정’이라는 과정을 거쳐서 등장한 생각입니까? 아니란 말이죠. 그냥 내 속 어딘가에서부터, 혹은 뭐, 밖에서부터, 갑자기 치킨 먹고 싶은 생각이 든 거야.

이런 관찰 가능한 상황을 고려했을 때, I am, “나는”이라고 반복해서 스스로 주입해서 내가 체화한 생각이 내가 지향하는 방향이 아닐 때 내가 단지 생각을 함으로써 나 스스로에게 미치는 해, 혹은 반대로, 그 생각이 내가 지향하는 방향이라서 내가 단지 생각을 함으로써 나 스스로에게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이것이 너무나… 저는 너무나 말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레이블을 갖다 붙여도, 그것이 뉴에이지든, 종교든, 과학적 연구든, 이건 그냥 너무나 관찰 가능한, 그리고 관찰을 해본 적이 없다면 이론적으로 생각을 조금만 하면 같은 결론에 도달할 현상이라고 봅니다.

달리기를 하면서 “최대한 천천히 가야지” 생각하는 와중에 빨리 달리기는 진짜 어려워요. 심지어 달리기를 하면서 “나는 달리기를 못하는 사람이야”라고 생각하는 와중에 빨리 달리기는 더 어렵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뼛속부터 나는 애당초에 달리기를 못 하는 거야. 어떻게 빨리 달려.

그러니 불면증이 있다, 불면자다, 라고 병원에서 진단이 나오거나, 이런 팟캐스트에서 짧게 요약을 해도, 여러분 스스로는, 그리고 저도, 되도록이면 ‘나는 잠을 못 자는 사람이야’라고 말을 안 하는 습관을 들이면 좋을 것 같단 얘기입니다.

‘오늘은 잠을 못 잤네.’라고 해야 하는 거죠. 그러면 내일은 잘 잘 수 있잖아요. 기간 제한을 두는 것도 좋은 것 같아요. ‘나는 2023년 2월 중순에 잠을 못 잔 사람이다.’ 그러면 2023년 2월 말에는 잘 잘 수도 있잖아요.

생각의 힘이란 건 정말 대단합니다, 여러분. 특히나 스스로에 대해 갖는 믿음은 웬만하면 원하는 쪽으로 가집시다. 나는 할 수 있고, 나는 원하는 걸 가질 거고, 나는 잘하고 있고, 나는 나다.

그게 사실 한아임 필명의 정신이잖아요. 이 필명 정할 때는 뉴에이지 사상 이런 건 생각도 안 했는데, 이 필명이 말 그대로 I am 입니다. 내가 나인데 필명 뜻을 따로 정하기가 귀찮은 거야. 그리고 엄마 성이 한 씨인데, 그걸 쓰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한아이엠은 너무 이상하잖아요, 한국 이름으로. 그래서 I am을 I’m으로 줄였더니, 어? 아임. 말 되네. 그래서 한아임이 됐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한아임은 한아임을 말하고 말하고 말했더니, 아무리 여러 번 말해도 그대로 한아임이었더라.


이렇게 정신, 그중에서도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잠에 영향을 미치겠지만, 실질적으로다가, 여러분? 베개. 베개 정말 중요하더라고요.

저는 그… 메모리폼 베개를 쓴 지 한참 됐습니다. 일반적인 모양의 메모리폼이에요. 대강 네모난데, 목 받침 부분이 좀 더 튀어나와 있는, 그런 직사각형 베개. 그런데 잠을 별로 잘 못 자길래, 혹시 베개를 바꾸면 나아질까 싶어서 베개를 최근에 바꿔 봤어요. 2월엔가? 완전 최근 일입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완전 좋아요. 아마존에서 샀는데, 제가 쇼노츠에 링크 걸어둘게요.

이 베개가 어떻냐 하면, 메모리폼인데, 보통 직사각형 모양 베개가 아니라, 그것을 길게 반으로 자른 크기와 모양입니다. 즉, 약간 막대기 같아요. 그런데 이게 너무 기똥찬 것이, 베개 윗부분이 아예 없는 거니까, 머리와 몸과 다리의 정렬이 드디어 저한테 너무 잘 맞는 거예요.

제가 에피소드 20에서 뜬금없이 복부관리 얘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너무 많이 앉아서 배가 딱딱해진 것 같다며. 그런데 제가 배를 풀어주는 마사지를 그로부터 지속적으로 해주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실제로 좀 나아졌는데도 불구하고, 자고 일어나면 또 배가 딱딱해가지고 의아했었거든요? 깨어 있을 때 힘이 들어가서 근육이 뭉치는 거야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잠잘 때 근육이 이 정도로 심하게 뭉치면 깨어 있을 때 암만 풀어줘 봤자 무슨 소용인가 싶었단 말이죠.

그런데 이 반쪽 베개로 바꾸고서 배가 훨씬 말랑해졌어요. 그러니까 뭐냐면, 제 추측으로는, 제가 체구가 작단 말이죠. 키가 160cm가 안 돼요. 그런데 일반 메모리폼 베개를 썼더니, 그중에서 작은 걸 골랐는데도 너무 컸는지, 하여간에 무게중심이 아랫배로 향했던 거예요. 그래서 거기가 자면서 뭉쳤던 겁니다.

그런데 이 반쪽 베개를 쓰고서, 진짜 제가 기억하는 한 처음으로 몸이 평평하게 누웠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어이가 없죠? 저는 옛날 베개를 쓰면서 누운 그 자세가 그냥 최선인 줄 알았어요. 그리고 메모리폼 말고 유행하는 베개 있잖아요. 마약베개 이런 거. 그런 게 엘에이에도 들어오거든요? 그것도 써봤어요. 그런데 다 별로였는데, 이 베개. 반쪽 베개. 이거 쓰고서 완전 그냥.

이거 사고서 처음 이틀을 거의 실신한 것처럼 푹 잤습니다. 그래서 베개의 효과는 확실해요. 문제는 이런 기똥찬 효과가 지속되진 않았다는 점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개 바꾸기 전보다는 훨씬 잘 잡니다. 이 베개가 30 몇 불이었나? 별로 안 비싸요.

그런데 사실, 더 작으면 좋겠어. 이조차도 저한테 약간 좀 커요. 그래도 메모리폼이라서, 잘 구겨지니까 아주 불편하진 않습니다. 그리고, 어찌 됐든, 지금껏 썼던 베개 중 가장 편하다.

그러합니다.

여러분? 그 어떤 것도 잠을 대체할 수는 없대요. Gina Poe 박사님이 그러시더라고요. 모두가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인지, 2023년 현재, 그게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만 같은 것들이 유행을 합니다. 잠은 안 자면서 운동으로 젊어지려고 한다든지, 잠은 안 자면서 약을 먹거나 비타민 주사를 맞는다든지.

그런데 결론은, 전부 다 부질없다. 잠깐 효과를 볼지는 모르겠으나, 그 어떤 것도 근본적으로 잠을 대체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인류가 아직 모르는 현상들이 잠을 자는 동안에 일어나니까. 일어난다는 걸 아는 현상조차 제대로 알지를 못하는데, 일어난다는 걸 모르는 현상이 뭘 하는지는 얼마나 모를까.

그래서 근본적인 우리의 믿음을 바꿔야 합니다. 잠을 안 자고 일하는 게 부지런하다는 생각, 버려야 합니다. 저도 잠을 못 잘 정도로 신나는 생각을 하는 게 좋다는 생각을 아예 불살라 버려야 하는데, 이게 참. 이거는 어떤 식으로 프레임을 하면 좋을까.

일단은 실용적인 측면에서, 잠을 자면서 내가 구조 조정의 목표 지점으로 간다, 그 꿈을 꾼다, 상상한다고 여기는 게 좀 도움이 되는 것 같긴 합니다. 잠을 자면서 시공간을 초월한다, 꼭지점으로 간다. 그곳에 계기/뮤즈가 있다. 그러면 뭔가, 깨어 있는 동안 하는 일이 아무리 잠을 못 잘 정도로 신이 나도, 꼭지점이 최고로 신나니까, 주의를 돌릴 수 있는 것 같아요, 잠으로.

그러나, 이것도 너무 많이 하면 좀 부작용이 있더라고요. 왜냐면, 꼭지점도 많이 신나니까. 그래서, 주의를 돌리는 용도로 적당히만 써야겠더라고요. 너무 두근두근하면 또 잠을 못 자니까.

그래서 흔히 몸에 집중하는 명상을 많이 하는 것 같습니다. 뭔가 ‘이랬으면 좋겠다’ ‘저러면 진짜 신나겠다’라는 내용 없이, 지금 내 몸이 어떤가를 살피는 명상. 내 몸이 안녕한가. 숨을 잘 쉬고 있는가. 심장박동을… 심.장.박.동.을 느껴봐라, 이런 얘기가 명상 가이드에 많이 나오죠. 그런데 명상 가이드 없이 스스로 생각하면 더 효과가 좋은 것 같아요. 자기 템포로. 내 몸은 안녕한가. 그리고 몸을 좀 예뻐해 주세요. “아이구 예쁜 내 몸뚱아리.” “아이고, 이제 쉬어야지.” 이런 식으로. 그러면 좀 효과가 있더라고요.

그렇습니다, 여러분.

우리 잠을 좀 더 잘 자봅시다.

오늘 에피소드에서 언급된 각종 토픽들 중 링크할 수 있는 것이 있으면 전부 쇼노츠에 올려놓을 거고요, 제 홈페이지에 가시면 녹취록을 보실 수 있는데, 그 링크 역시 쇼노츠에 올려놓겠습니다.

여러분에게 특이 취향 친구가 있으시면, 이 팟캐스트에 대해 얘기해주세요.

그럼, 아직 깨어 계신 분들도, 잠드신 분들도, 좋은 꿈 꾸시길 바랍니다. 지금까지, 한아임이었습니다.


모든 링크

모든 음악

Opening

  • All Things Fade – Jameson Nathan Jones

Within episode

  • XiMo – Itsy Bitsy Spider – Instrumental Version
  • Michele Nobler – Kims Variations I
  • Ty Simon – Blanket of Stars – Music Box Version
  • Michele Nobler – Lullaby (Brahms)

Closing

  • Sugar Colours – Crazy Paris

제가 하는 모든 일은 여기에 정리되어 있습니다.

https://hanaim.imaginariumkim.com

© 2023 한아임

소개

✨ 한아임입니다. 제가 하는 모든 일에 대한 기록은 여기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