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79] 쉬어가는 에피소드 – 맛집, 꼭지점, 그리고 오막

안녕하십니까? 이야기하는 자, 한아임입니다.

여러분은 지금 ‘특이 취향 불면자들을 위한 약간 이상한 꿈자리 수다,’ 아임 드리밍을 듣고 계십니다.

저는 지금 이 에피소드를 한국에서의 마지막 나날인 6월 초에 합정역 근처의 beliefcoffee roasters라는 곳에서 준비하고 있습니다. 스크립트를 그곳 지하에서 쓰고 있어요. 커피 맛이 좋군요. 뜨거운 드립 커피를 주문했는데, 적당히 뜨거워서 좋습니다. 가끔은 뜨거운 커피를 주문하면 너어어어무 뜨거워가지고, 바로 먹으면 당연히 입천장이 데이고, 5분을 기다렸다 마셔도 입천장이 데일 것 같아서, 정녕 커피는 이렇게나 뜨겁게 마셔야 맛있다고 여겨지는 것인지? 이렇게나 뜨겁게 마셔야 맛있다고 해서 정말 이토록 괴롭게 뜨겁게 마셔야만 하는 것인지? 이런 의문이 드는데, 오늘 여기는 아주 적절한 온도로, 적당히 뜨겁게 마셨습니다. 그냥 제 취향에 맞는 건지, 제 취향이 커피를 잘 몰라서 이런 것인지, 아니면 이 마시기에 적절한 온도가 커피 내려주신 분 취향인지, 그분의 오늘 기분 탓인지, 제 오늘 기분 탓인지, 모르겠습니다만, 어쨌든 합정역 근처 beliefcoffee roasters, 좋습니다.

어… 커피 맛 말고도, 작업할 만한 환경이에요. 이는 아주 조용한 환경을 말함이 아닙니다. 사실 너무 조용하면 타이핑을 못 해요. 여기는 조용하다고 할 순 없는 음악이 흐르고 있습니다. 제 타이핑이 묻힐 정도로 사람들의 대화 소리가 들리되, 음악 소리 때문에 사람들이 소리를 질러야 대화를 할 수 있을 정도의 음악은 아닙니다. 

그런 데가 있더라고요. 사람들을 빨리 내보내려고 하는 건지, 음악 소리가 너무 커가지고, 뭐 작업이고 나발이고가 문제가 아니고, 사람들이 대화를 못 해요. 서로를 바로 앞에 두고 소리를 지르는데, 하, 그 카페도 사실 합정역에 있어요. 거기 한번 갔다가 너무 괴로워가지고, 주문했던 차를 마시고 15분 만에 바로 나왔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데 beliefcoffee roasters는 그렇지 않다. 카페가 작업하기 위한 공간은 아닐 수 있지만, 적어도 커피 마시면서 대화하러 온 사람들, 아니면 그냥 혼자 커피든 차든 음료를 즐기러 온 사람이 6천원, 7천원, 그 이상씩 내고서 15분도 앉아 있기 괴로우면 안 되지 않나요?

Beliefcoffee roasters는 괴롭지 않고 아주 뭐… 제 취향에는 적절한 소음과, 음악과, 대화 소리가 섞여 있는 곳이다. 그리고 크기도 크고 자리도 많아가지고, 지금 토요일인데, 토요일 저녁인데도 자리가 충분히 풍부해요. 혼자 앉아 있을 만한 자리도 있고. 그래서 뭐 좀 오래 앉아 있든 말든, 전혀 상관 없다. 

아무튼 어… 시작부터 잡소리가 많죠?

네. 누아르 어바니즘에 대한 에피소드가 아니에요 오늘. 오늘 쉬어가는 에피소드예요. 

그럼 오늘의 수다, 이미 시작했긴 한데, 더 본격적으로 시작할게요.


일단 제가 합정역 쪽에 왜 와 있냐면요.

이번에 한국에 왔을 때 오막이랑 여기저기를 다녔거든요. 그런데 오막이랑 어딜 다니면 잘 계획을 안 해요. 내비에 뭘 찍긴 하는데, 뭘 찍을지 결정하는 시점이 대개는 2주 전, 1주 전, 이런 때가 아니고요, 전날 아니면 당일이에요. 출발 바로 직전에 결정할 때도 있어요. 아무튼 그러한데 오막이랑 다니면 대개는 어… 평균 이상으로 맛있는 식당을 가게 됩니다. 별로 노력을 안 해도 저절로 알아서 맛있는 게 찾아지고 재밌는 게 찾아집니다. 그런 면에서 요 몇 달간 오막이랑 놀면서 깨달음을 얻었는데, 이 깨달음에 대해서 이따 더 상세히 말씀드릴게요. 그리고 왜 오막이랑 이렇게 여기저기를 놀러 다녔는지에 대해서도 더 상세히 말씀드릴게요.

아무튼 일단은, 오막이랑 다니면 아무 계획 없이 이런저런 데를 돌아다니는데, 그렇게 가게 된 랜덤한 데 중 하나가 합정역에 있는 옥동식이라는 식당입니다. 여러분? 여기 아주 맛있습니다. 웨이팅이 엄청 길 때가 많은데, 어… 저희가 오늘은 한 시간을 넘게 기다린 것 같은데, 저번에 갔을 때는 30분 정도 기다린 것 같아요. 그보다 안 기다렸을 수도 있고요.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웨이팅이 아니고요, 저번에 갔는데 이번에 일부러 또 왔다는 겁니다. 이번 한국 여행에서 보내는 마지막 나날들에 하는 식사 중 하나를 옥동식에다가 쓴다.

참고로 오늘 언급되는 장소들, 쇼노츠에 링크해둘게요. 네이버맵 많이 쓰시더라고요. 저는 네이버맵 로그인이 너무 귀찮아서 카카오맵을 썼지만, 카카오맵 쓰는 사람을 본 적이 없기 때문에 네이버맵 주소 링크를 해둘게요, 쇼노츠에.

아무튼 옥동식이 뭐 파는 데냐. 돼지곰탕 파는 데예요. 근데 그렇게 그냥 들으면 뭐… 뭐 그냥 돼지곰탕이구나 할 수 있잖아요. 근데 진짜 너무나… 너무나 정갈. 처음 여기서 먹었을 때, 먹고 나서 배는 부른데 입에서 맛을 찾아서 또 먹고 싶은 맛. 아 이거는 오늘 먹었는데 내일도 먹고 내일모레도 먹을 수 있겠는 맛. 내가 여기서 알바생이라면, 만약에 내가 여기서 매일 일한다면, 그리고 사장님이 식사로 여기서 파는 돼지곰탕을 매일 준다면, 아무리 매일 먹어도 질리는 데 한 달은 걸릴 것 같은 그런 무해하고 순수한 맛. 그런 맛이고요. 김치만두도 맛있습니다. 김치만두도 돼지곰탕이랑 같이 먹기에 너무 좋고요. 첫날 갔을 때는 술은 안 마셨는데, 오늘은 잔술을 마셔봤어요. 잔술을, 술잔은 작은데 가득 채워 주시고요, 돼지곰탕이랑 너무 잘 어울리고요. 서울에서 웬만한 식당의 와인 잔술이 적어도 무슨 만 원씩 하는 걸 생각하면, 옥동식에서 파는 이 황금보리 소주인가? 이것이 몇천 원 하는 건 그럴 만도 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커피가 5천 원 정도 하는 걸 생각하면 말이죠.

어… 제가 한국에서 한 모금도 돈 주고 마시지 않은 술이 와인입니다. 주로 소주를 마셨고요. 언젠가부터 하이볼이 인기라고 해서 하이볼도 마셔봤는데 너무 달아서 결국 다시 소주로 돌아갔습니다. 주로 소주를 마셨고. 돈을 안 주고 와인을 어디서 마셨는가. 이혜원 기획자 결혼식 때 마셨습니다. 아주 꿀맛이더라고요.

아무튼 옥동식. 킹 맛있다. 근데 아무튼 처음 갔을 때는 오막이랑 랜덤하게 간 거였어요. 그런데 알고 보니 수년째, 2024년 현재까지도 미슐랭을 놓치지 않은 식당이더라고요.

근데 저의 생각으로는 미슐랭인 건 별로 중요하진 않아요. 첫째로, 미슐랭인데 별로 맛없는 식당도 있었고, 맛은 있는데 돈이 아까운 식당도 있었고, 맛도 있고 가격도 그럴 만한데 위치가 너무 슈방구여가지고 오가는 데 진이 다 빠져서 그냥 안 먹고 말련다 하는 데도 있었으며, 둘째로, 미슐랭이 맛집 리스트인데 미슐랭이어야 마땅할 거 같은데 미슐랭 아닌 식당이 너무 많아가지고, 미슐랭이든 뭐든은 별로 상관은 없지만. 없.지.만. 그래도 미슐랭인 게 해가 되는 건 아니잖아요? 미슐랭이 맛없음의 상징은 아니잖아요? 그래서 언급을 해봅니다.


제가 꽤 랜덤하게 간 또 다른 맛있는 미슐랭 식당이 있었는데, 우육미엔이라는 곳입니다. 대만스타일 음식을 파는 곳이고, 인테리어도, 들어가기 전에는, 흠, 대만 스타일이 뭘까? 중국 스타일하고는 다를 건데 잘 모르겠다, 싶었는데, 들어가서 1층은 주방 공간이고 2층에 있는 식사 공간으로 들어가면 네온이 나옵니다. 불그스름한 핑크 네온 조명이 나와요. 이때 ‘아, 이것이 뭔지는 모르겠는데 왠지 영화에서 본 것 같은 대만 바이브다,’ 요런 느낌이 있습니다.

여기는 이혜원 기획자와 제가 누아르 어바니즘 북토크 및 세미나를 진행했던 아마도예술공간과 아주 가까운 위치에 있어서 알게 된 이유가 가장 크고, 두 번째 이유는, 이 우육미엔이 있는 곳에 좀 랜덤하게 무슨 맛집 트라이앵글 같은 게 있어요. 일단 이 미슐랭인 우육미엔이 있고요, 그 옆에 부자 피자가 있습니다. 부자 피자는 워낙 유명해가지고 아시는 분들 많으실 것 같아요. 그리고 또 그 옆에는 나리의 집이 있습니다. 여기도 엄청 유명하고 웨이팅이 엄청 길던데. 

어… 우육미엔 얘기 더 하기 전에, 나리의 집의 엄청난 장점은, 번호표를 레알 종이 번호표로 주신다는 점입니다. 종이로 된 번호표를 주세요. 이것이 왜 장점이냐 하면, 저처럼 관광객으로 온 사람들은 근래에 한국에 도입된 키오스크 시스템이며 예약 시스템을 쓸 수 있는 본인인증 된 휴대폰 번호가 없기 때문입니다. 아예 현금을 안 받는 데도 많더라고요. 특히, 대체 스타벅스 왜 그러죠? 스타벅스급 되는 회사가 왜 그렇게 쉐이디하게 현금을 안 받죠? 그리고 “현금 없는 매장”이란 게 대체 뭔가요? 이게 무슨. 어떤 나라에 갔는데 그 나라 화폐를 안 받는다니. 

오막이랑 안 다녔으면 제 빡침 정도가 더 심했을 거예요. 오막한테 현금을 주고 오막을 제 은행처럼 썼는데, 아… 4년 반 전에도 오막은 저의 외국인관광복지부였거든요. 그때는 반쯤 우스갯소리였는데, 이제는 뭐 정말, 이번에는, 진짜 오막 없었으면 관광도 복지도 없었을 것이다. 거의 뭐 존재가 어려웠을 것이다.

근데 하여간에 나리의 집은 아주머니가 진짜 레알 종이 번호표를 주십니다. 나리의 집에는 비가 오는 날에 갔는데, 그 비오는 날에 사람들이 종이 번호표를 쥐고 그 번호표가 푹 젖도록 밖에 서서 기다리는, 어… 삼겹살 집입니다. 그중에서도 냉동 대패삼겹살이라고 하나요? 그런 집인데, 어… 그냥 냉동대패삼겹살인데 알 수 없는 이유로 진짜 개맛있는 그런 삼겹살입니다. 얼마나 맛있냐면, 이 긴 웨이팅 때문에 90분 식사 타임이 제한돼 있습니다. 그거 넘으면 쫓아내요. 근데 할 말이 없어. 왜냐면 90분 먹고 나가면 사람들이 50명 줄 서 있어.

여기가 왜 그렇게 맛있었는지 모르겠어요. 이때 같이 간 사람이 하루 언니였는데, 하루 언니가 제가 몇 번 언급했던 제가 좋아하는 유튜버 언니인데, 제가 여쭤봤어요, 언니라고 불러도 돼냐고. 그랬더니 된대요. 그래서 이제 언니라고 부를 거예요. 아무튼 하루 언니랑 갔는데, 언니도, “여기가 왜 이렇게 맛있죠?” 이럴 정도로, 그냥 뭔가… 그냥 냉동대패삼겹살처럼 보이는데, 그게 또 그렇지가 않은가 보더라고요. 아주 꿀맛이었어요. 

그리고 부자 피자도, 맛은 있습니다. 근데 아마 한국에서 본인 인증된 휴대폰이 없으면 웨이팅을 못 걸어서 들어갈 수가 없으실 거예요.

아무튼, 나리의 집, 개맛있고, 다시 우육미엔으로 돌아가자면, 여기는 일단. 맛있어요. 정갈해요. 마라도. 마라샹궈도 뭔가… 마라이긴 한데. 얌전해. 그리고 이때는 무슨 자리였냐면, 도영이라는 친구, 이 친구랑 같이 오막을 셋이서 만나는 자리였어요. 왜 도영이랑 오막을 저까지 해서 셋이서 만났느냐. 이거도 이따가 더 자세히 얘기할게요. 

어… 도영이 친구는… 저랑 작년에 포틀랜드랑 시애틀에 갔던 친구입니다. 그때까지 D 뭐 이렇게 불렀던 것 같아요, 이니셜로. 근데 제가 이번에 한국을 갔다 오면서, 뭐… 얼굴 다 공개됐고요. 뭐… 이제 뭐. 제가 별로 안 유명하기에 망정이지, 내지는 유명한 인구의… 뭐랄까, 부위가 국소부위이기에 망정이지, 어… 그 국소부위 내에서는 제 얼굴이 어디 있는지 몰라요. 어디서 어떻게 쓰이는지 몰라요. 그 와중에 도영이는 변호사거든요? 도영이 얼굴도 어찌저찌 있어요 어떤 특정한 곳들에 가면. 그래가지고 이건 뭐… 익명이 무슨 소용인가. 이제 더는 무슨 소용인가. 한아임이야 뭐랄까, 예명? 활동명 같은 것인데, 도영이는 활동명이 따로 없기 때문에, 그냥 도영이라고 부를게요. 아무튼 우리 김변, 김도영 변호사랑 오막을 만나는 자리였는데, 우육미엔의 각종 요리가 다 정갈했고요, 사람들 다들 친절했고요, 결정적으로, 여기는 미슐랭인데도, 웨이팅이 없어요. 있는 걸 본 적은 없습니다. 관찰하기로는, 그리고 블로그 포스트 같은 것을 보기로는, 혼자 와서 후딱 먹고 가시는 분들도 많다고 하고요, 또 하나 좋은 점은, 가격이 심히 착해요. 

저희가 갔을 때 대만식 짜장면인가가 7천 원이었나? 7천 원이면 뭐… 이건 커피값이에요 여러분. 커피값으로 식사를 하는 거예요. 요즘에는 국밥도 만 원인 데가 많던데, 한남동 핫플레이스에서 맛있는 짜장 한 그릇을 7천 원에 판다고? 이럴 수가. 

아까 언급한 옥동식도 가격이 착합니다. 미슐랭이랍시고 약간 뭔가… 감성팔이인지 하여간에 가격이 괘씸할 정도인 곳도 이번에 갔었는데, 옥동식이랑 우육미엔, 아주 착해요. 

어… 요즘에 햄버거 세트가 국밥보다 서민 음식이라는 얘기를 들었어요. 정말 그럴 것 같아요.

음… 오막이… 맥보이라서. 맥도날드보이라서. 맥도날드를 몇 번 갔는데, 한국의 맥도날드는 정말 맛있고 정말 깨끗하고 정말 친절합니다. 그리고 저렴합니다. 

근데 여러분? 짜파게티, 농심 짜파게티도 한국 거가 더 건강한 거 아세요? 제가 한국에 와서 짜파게티를 먹었는데, 너무 건강한 맛이라서 깜짝 놀랐어요. 얼마나 건강하냐면, 내가 원하는 불량한 짜파게티 맛이 아니라서 약간 욱할 정도로. 왜 내 MSG 먹을 권리를 말살하는 거지? 나를 파괴할 권리를 달라 정말 진짜. 짜파게티를 왜 먹겠어. 불량하려고 먹는 거지. 근데 개산뜻해, 불량해야 할 음식이. 

이게 저는 제 느낌인 줄 알았는데, 한국에 사는 친구들의 말에 따르면, 실제로 정부에서 뭔가 짜파게티며 라면류의 유해성을 제한하기 위해서… 맛이 변했대요. 너무 슬픈 이야기인데.

아무튼, 비슷한데 약간은 다르게, 맥도날드는… 제가 먹은 미국의 맥도날드는, 일단 그냥 매장부터가, 저기에 들어가고 싶지가 않고, 들어가면 좀 내가 불쌍한 느낌인 매장이 많고요. 구리고. 저기서 들어갔다는 저 치킨이 치킨인지도 잘 모르겠어. 왠지 사기당할 것 같아. 그런데 한국에서 먹으면 너무나 산뜻. 

그래서 어… 저의 추천은. 짜파게티는 미국에서 파는 거를 먹고, 맥도날드는 한국에서 먹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게 제가 추구하는 적절한 선의 불량한 맛입니다. 불량하되 죽진 않을 거 같은 그 선. 불량한 음식을 먹고 싶으니까 짜파게티를 먹는 거지. 근데 드러운 거 먹고 싶진 않으니까 미국에선 맥도날드 안 먹어. 피자헛도 안 가요. 근데 한국 피자헛은 맛이 무척 건강하더라고요. 이것도 약간… 이것도 약간 욱했어요. 너무 건강해가지고. 한국에 너무나 맛있는 피자집이 많기 때문에, 피자는 굳이 체인점을 갈 필요가 없는 것 같아요. 인디 피자집이라고 해야 하나. 

제가 지내던 동네에 호키포키라는 피자집이 있는데, 여기도 맛있습니다. 여기를 왜 가게 됐는가. 그 옆에 파스꾸찌가 있는데, 완전 작업하라고 만들어 놓은 지하 공간이 있어요. 여길 가면 아예 회의실이 네다섯 개인가가 있고요. 길게 여러 명이서 앉으라고 콘센트 완벽 구비된 곳도 있고, 여기에 사람이 차는 걸 본 적이 없어요. 그리고 아까 언급한 카페와 마찬가지로 음악 소리가 적절하고 대화 소리도 적절해서, 뭐, 카페 가서 좀 작업할려고 하는 거면 적절한 소음이 있어야 또 나의 소리도 묻히니까, 너무 적절한 카페다. 

그리고 무엇보다 파스꾸찌가 현금을 받아요. 그것도 친절하게. 친절하지 않은 파스꾸찌 지점의 직원을 본 적이 없어요. 반면 스타벅스는 진짜… 하… 남부터미널 근처에 스타벅스가 여럿 있는데, 그중 하나에서, 직원이 현금을 받긴 받으면서, 다음부터는 카드를 써달라는 거예요. 그 이후로 스타벅스에 제 돈 내고 안 갔습니다. 

아무튼 저는 이번에 파스꾸찌 신봉자가 됐습니다. 파스꾸찌에서 30만 원은 썼어요. 친절하지 않은 파스꾸찌 직원을 본 적이 없어요. 파스꾸찌 고맙습니다.


아까 말한 호키포키라는 피자집과 그 옆의 파스꾸찌 근처에 놀이터가 있는데, 그 놀이터가 제가 이혜원 기획자의 추천으로 “도련님의 시대”라는 만화책을 읽었던 곳이며, 제가 어렸을 때 놀던 놀이터예요. 제가 독일로 이사 가기 전에도 놀고, 독일에 살던 중 한국을 방문할 때 사촌들이랑 놀던 곳. 저는 여기서 놀던 기억은 없는데, 이모들이 그 놀이터가 거기라고 하더라고요. 그 동네의 많은 것이 변했는데, 그 놀이터 장소는 그대로래요. 거기 뭐 그네나 미끄럼틀 이런 건 비교적 새것이겠지만, 장소는 그대로라고 하더라.

3월에 처음 왔을 때, 그리고 4월까지도 밤에 서늘해서 후드 뒤집어 쓰고 가로등불에 책 읽기 좋았는데, 4월 중순인가 말이 되니까 모기 등의 벌레가 많아지기 시작하더라고요. 그래서 책 읽기에는 약간 위험합니다만, 뭐… 계절은 다시 돌아오니까요. 놀이터 독서, 추천합니다.


또 하나 맛집. 어쩌다 보니 맛집에 대해서 많이 얘기하게 되어가지고, 맛집 얘기 마저 할게요.

고기리 막국수라는 데가 있습니다. 여기도 아마 아는 사람들은 다 아는 데인가 봐요. 왜냐하면 여기는 용인에 있는 데인데, 웨이팅이 기본 90분이에요. 미친 거 같아요. 웨이팅 구역이 있고요. 구역이 아주 잘 되어 있어요. 여기 들기름 막국수가 정말. 정말 너무나 정갈하고. 여기도 너무 맛있어가지고 오막이랑 두 번 갔습니다. 

음… 한국에서 먹은 것 중에 맛이 없는 건 거의 없었던 것 같아요. 너무 다 맛있어가지고 상대적으로 좀 그냥 그렇군 하는 정도지, 맛이 없는 거? 그런 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서울에 대개 있었지만 부산도 갔었고 속초도 갔었고 춘천도 갔었는데, 그곳들에서 먹은 음식도 다 맛있었습니다.

만약에 음식에 대한 계획을 안 하고도 웬만하면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는 나라가 있다면 그것은 한국일 것이다. 기본적으로 사람들이 먹는 걸 좋아하는 나라이기 때문에, 한국 내에서 한국 음식을 먹든, 이탈리아 음식을 먹든, 일본 음식, 태국 음식, 멕시코 음식, 기타 등등을 먹든, 다 맛있다. 

단! 한 군데 좀 유해한 음식이 있었는데. 라멘집이었어요. 라멘집인데 기본 돈코츠가 맛있어가지고 그다음에 갈 때는 바질라멘이란 걸 먹어봤거든요. 근데 바질 맛이 안 나고 와사비 맛이 나는 거예요. 근데 그 와사비가. 와사비가 진짜 눈물이 핑 돌 정도로. 제 추측으로는. 거기 뭔가… 알바 분이 와사비를 바질인 줄 알고 넣은 것 같은데. 이건 뭔가… 어… 제가 그냥 나와버렸거든요? 도대체 사정이 뭔지 모르겠는데. 이것이 만약 실수라면 뭐 어쩔 수 없는 것이고. 이것이 만약 이 가게 사장님의 취향이라면 이것도 정말… 이 정도의 와사비는, 이것은 뭐… 항의나 개선이나 이런 게 가능한 사건이 아니다. 그래가지고 그냥 뛰쳐나왔어요.

근데 너무나… 너무나 이 식당 빼고는 맛없는 데가 하나도 없었어가지고, 음… 지금 생각해도 웃기고, 심지어 그 상황이 펼쳐지는 와중에도 웃겼습니다. 아니 어떻게… 아니 어떻게 눈물이 날 정도로 와사비를 라멘에 넣을 생각을 하는가. 이건 진짜일 리 없어. 뭔가 이게 이 사장님의 진짜 의도였을 리가 없어. 그러면서 뛰쳐나왔습니다. 여기가 키오스크로만 돌아가는 식당 중 하나였어요. 그래서 돈도 미리 다 내고. 와사비 맛 나는 바질 라멘을 반쯤 먹다가 뛰쳐나왔다. 이 반쯤 먹은 것도. 내가 뭔가 오해하는 거 아닌가 싶어가지고. 라멘을 뒤적거리면서. 이 밑에 혹시 숨겨진 국물 맛이 있나 싶어가지고. 또 이해해본답시고 이 레시피를. 그래서 반을 먹었어요. 그러나 반 이상 먹을 순 없었다. 눈물로도 모자라서 콧물이 나기 시작해서 더는 먹을 수 없었다.


오막이랑 왜 여기저기를 다녔는지를 아까 말씀드린다고 했잖아요. 그리고 왜 도영이랑 오막을 저까지 해서 셋이서 만났느냐. 그 이유를 고막사람 뉴스레터를 읽으시는 분들은 이미 아실 거예요.

오막이 제 남자친구이기 때문에 같이 다녔습니다. 음… 오막이랑은 20년쯤 알아온 사이고요, 오막이 제 남자친구가 된 건 4월 말입니다.

음… 놀라신 분들도 있으실 것 같고, 그럴 줄 알았다는 분들도 있으실 것 같고, 이러나저러나 관심 없는 분들도 있으실 것 같습니다.

저희를 원래 알던, 마찬가지로 20년간 알아온 친구들은 대개는 그럴 줄 알았다는 반응이더라고요. 이것이 저는 좀 놀라웠는데, 오막은 그 놀라워하는 제가 놀라운 모양이더라고요. 과연 우리가 사귀게 된 건 놀라운 것인가, 아니면 그것이 놀라운 것이 놀라운 것인가? 

어… 저희를 원래 알던 친구들의 반응으로부터 그 답을 확실히 알긴 어려울 거 같아요. 20년이라는 역사가 너무 긴 와중에, 양쪽의 이야기를 다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심지어 제 얘기를 저도 다 아는 게 아니고 오막 얘기를 오막도 다 아는 게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항상, 기억은 지금 현시점에서 펼쳐지지, 과거의 소위 “있는 그대로”의 사실로부터 펼쳐지지를 않습니다. 그래서 대체 뭔 일이 있었는지 알기가 애초에 어려운 와중에, 역사가 길면 길수록, 혹은 길다고 여겨지면 여겨질수록 여러 기억들이 섞이면서 뭐가 진짜인지 알기가 어려워집니다.

실제로 저는 오막에 대한 중학교 때의 기억이 없어요. 하나도 없어요. 얘랑 한때 같은 반이었던 건 그냥 사실 정보로서 알고 있는데, 그것은 뭔가… 문서를 읽을 때, 부정할 수 없는 물질세계의 팩트로서 알고 있다는 것이지, 정말 뭔가… 제 정신에 입력된 오막에 대한 중학교 때의 기억이 없어요. 제가 갖고 있는 오막에 대한 첫 기억은 대학교 때 기억이더라고요. 근데 진짜… 지나가는 기억. 

그렇다면 오막은 뭐 저에 대해 굉장히 많이 알았는가? 하면 그것도 아니에요. 제가 중학교 때 살던 아파트가 있거든요. 거기에 농구장이 있어요. 그 농구장을 맨날 오면서도 제가 그 아파트에 사는지를 몰랐대요. 그러니까 저희의 친구들이 “20년 전부터 그럴 줄 알았다”고 말을 할 때, 대체 뭘 보고 그걸 알았다는 것인지, 그거야말로 저는 참 알 수가 없더라.

하여튼간 그렇지만, 20년 동안 알던 사람이 애인이 되는 과정의 공개적 버전이 궁금하신 분들은 고막사람 43부터 46호를 읽어주시면 되겠습니다. 물론 세세한 게 다 공개되진 않았지만 상당 부분이 드러나고요. 어떤 고막사람 구독자들은 뉴스레터 1호부터 이렇게 될 줄 알았다고 하더라고요. 어떤 경우에는 글 자체를 보고 이렇게 될 줄 알았다고 하기도 했고요, 어떤 경우에는 오막이 저를 좋아하지 않았으면 고막사람을 했을 리가 없기 때문에 글을 보지 않고도 알 수 있다고 하기도 했습니다.

음… 오막. 아임 드리밍에 몇 번 등장했던 사람. 제가 얘를 아주 심히 오해하고 있었어요. 따뜻한 도시 남자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엄청 차가운 도시 남자였더라. 그래서 세상의 웬만한 것에는 하등 관심이 없는데 그냥 한아임한테 잘해주는 것이었더라.

이러한데, 제가 한국 가서 해보고 싶었던 것 중 하나가 써브웨이를 가보는 거였잖아요? 그런데 거길 못 갔어요. 왜냐하면 써브웨이를 감직한 순간에 맥도날드를 갔거든요. 왜냐하면 오막은 맥보이니까요. 그리고 아까 말했듯이, 실제로 한국의 맥도날드를 가보니, 너무나 깨끗하고, 맛있고, 가격도 괜찮더라. 그래서 랜덤하게 옥동식이나 우육미엔을 가거나, 계획적으로 고기리막국수를 가지 않을 때면, 맥도날드를 꽤 여러 번 갔다. 

가서는 뭘 사가지고는 한강에 갑니다. 사귀기 전에도 이랬어요. 한강에 가서 오막 차에 앉아서 내리 수다를 떱니다. 여기서 내리 떤다고 함은, 기본적으로 한 6시간을 말합니다. 8시에 만나면 2시까지 수다 떨 수 있어요. 더 일찍 만나면 더 떨 수도 있어요. 근데 더 늦게까지는 너무 힘들더라고요. 제가 체력이 딸려가지고. 하. 얘랑 놀려면 체력이 좋아야 하더라고요. 

저는 그것도 몰랐어요. 20년 아는 사이라고 말은 하지만, 얘에 대해서 뭘 알았는지를 모르겠어요. 

알았던 건 중 하나는 오막이 중학교 때 마술을 했거든요. 마술, 정말 마술, 이은결 님이 하는 그런 마술을 뭔가… 선망했나 봐요. 그건 알고 있었어요. 오막이랑, 고막사람에 글 써주고 고막사람 유튜브 편집해줬으면 좋겠는 에디터J라는 친구랑, 지금은 에이아이 개발 일을 하는 또 다른 친구랑, 또 몇 명 더 있었나? 아무튼 그 어린 애들이 길거리에서 마술을 하고 다녔대요. 저는 그것을 직접 목격한 적은 없는데, 하여간에 모르는 사람들한테 가가지고는 “마술 보실래요?” 하고 다녔다는 거예요, 그 어린 애들이. 그래서 저는 막연하게 얘네가 되게 용감한 애들이라는 이미지는 갖고 있으면서도, 길거리 마술을 목격한 적이 없을뿐만 아니라 얘네가 수련회 같은 데서 마술을 한 것도 목격한 기억이 없거든요.

그런데 그런 뭔가 학교 이벤트가 있을 때면 거기서도 마술을 했대요. 그러니까 이 기억이란 것이… 20년동안 얘에 대해서 제가 뭘 알았나, 하면 진짜 별로 아는 게 없어요. 오막이 제가 어떤 아파트에 살았는지 모르는 것도 무리가 아니에요. 저도 얘를 잘 모르거든요. 이렇게 건강한 애인지를 몰랐어요. 수다를 떨든 어디 여행을 가든 뭘 하든 체력이 어마어마한데, 그 이유 중 일부가… 운동을 많이 하는 거예요. 근데 얘가 운동을 그렇게 많이 하는지도 몰랐어요. 심지어 초등학교 때 속초랑 춘천에 살았는데, 스케이트 선수였다는 거예요. 완전 충격. 

아무… 얘에 대해서 아무 아는 게 없더라고요. 그래서 그러니까… 20년을 알아서 사귀었다고 하기엔 참 애매합니다. 그러다가 또 한편으로는, 20년 알았다는 그 자체가 아무 영향이 없었는가? 하면 그건 또 아닙니다. 확실히 영향이 있었어요. 왜냐하면 뭐랄까… 오막은 제 삶에서 아주 오래도록 너무나 일정한 요소였었어가지고. 뭔가… 중학교 때 오막이 등장하는 에피소드가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렇다고 얘가 없었다고 하면 그건 아닐 텐데 하는 거의 뭐… 어… 이것을 오막이 뭐라고 부르는가? 저의 무의식에 침투했다고 하더라고요. 의도였대요. 근데 처음에 들었을 때는 무슨 쌉소리인가 했어요. 너가 무슨 나의 무의식에 침투해,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진짜 무의식 수준의 침투가 아니고서야 어떻게 중학교 때 얘에 대한 기억이 없는데도 대학교 때 얘가 난데없이 뿅  등장하는데 새로운 사람이 아니고 원래 있던 사람으로 기억이 나겠어요? 

제가 생각해도 너무 이상해요. 중고등학교 때 얘랑 무슨 얘기를 했는지 아무 기억이 안 나는데, 대학교 때 얘가 갑자기 등장을 하는데, 그 갑자기가 완전히 갑자기가 아니고, 원래 알던 사람으로 등장을 하더라.

아무튼 음… 저의 얼굴이 이제 여기저기에 공개되었다고 아까 언급했었는데, 아마도예술공간 인스타그램에 가셔도 있고요, 더 캐주얼한 모습은 고막사람 인스타그램 계정에 처음 올라갔습니다. 

오막은 사진 찍는 걸 좋아해서. 하. 얘한테 사진 찍힐 걸 알고 한국에 갔지만, 이렇게 많이 찍힐 줄은 몰랐다. 천오백 장 정도 있는 거 같더라고요, 폰을 보니까. 제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이렇게 많이 찍힌 것 같아요. 폰 카메라와 필름 카메라가 합동해서 아주 그냥 어떤 때는 초 단위로 찍더라고요. 그리고 캠코더로 찍은 것도 꽤 되는데, 그것이 고막사람 유튜브 계정에 올라올 것 같아요. 이미 올라갔을 수도 있어요, 이 에피소드가 공개될 때쯤엔. 유튜브를 정기적으로 할 것 같진 않고요, 그냥 이걸… 승진이가 좋아하더라고요. 그리고 잘해요. 내 남자 못하는 거 없지. 다 잘하지.

승진이 만나기 전에 어땠든, 무슨 일이 있었든, 혹은 없었든, 뭐가 기억이 나든, 안 나든, 지금 얘를 만나고 있는 이상은 얘가 제 우주에서 최고기 때문에 만나는 거라서, 당연히, 너무 물론 당연하게, 내 남자는 완벽하다.

이를테면 저는 취미가 없는데 오막은 취미가 많아요. 그래서 아주 실용적으로다가 아임 드리밍에 많은 랜덤 주제에 대한 영감을 줄 것 같고요.

사진 찍고 영상 찍고 편집하는 것도. 얘를 실용적일려고 사귄 건 아닌데 봤더니 너무 유용하더라고요. 이것은 일부 음… 대개 무용하다고 여겨지는 것을 제가 유용하다고 여기는 것도 이유이긴 한데, 실제로도 이렇게 유용한 남자친구가 없더라. 여자친구가 북토크 한다고 그거 촬영하고 편집해줄 수 있는 남자친구가 흔하진 않습니다. 여자친구가 멍충구리 드립을 칠 때 그걸 촬영해서 굳이 유튜브에 올리겠다는 남자친구도 흔하진 않은 거 같아요.

그리고 오막이랑 다니면서 깨달은 점을 아까 말씀드린다고 했었죠.

그것은 이것입니다. 최고의 계획은 존나 재밌기로 하는 것이다. 이게 인생에서의 최고의 계획인 것 같습니다. 이것은 오막이 직접 보여준 것이기도 하지만, 대개는 오막이 어떻게 살든, 오막이 뭘 의도하든, 제가 느끼기에 경험이 그렇게 펼쳐지더라고요.

뭐냐 하면, 예를 들어, 처음에 오막이랑 고기리막국수를 갈려고 했을 때, 거기가 휴무더라고요. 이때 저희가 아직 안 사귈 때였어요. 그런데 고기리막국수를 가는 것 자체가 계획이고 목표면, 휴무인 게 엄청 실망스러웠겠죠. 그리고 심지어 이걸로 싸울 수도 있었겠죠. 너는 나를 여기까지 데리고 올 거였으면 왜 휴무도 확인 안 했냐. 뭐 이런 식으로 뭐라 할 수도 있었을 거예요. 너 때문에 내가 고기리막국수를 못 갔어. 한국에 와서 제일 하고 싶은 게 고기리막국수 가는 거였는데… 뭐 이랬을 수 있어요.

그런데 그때 약간 막연하게 “흐음, 아무 상관이 없군.” 하는 생각이 들고. 그냥 너무 웃긴 거예요. 신승진이 나한테 고기리막국수를 먹여주고 싶었는데 하필 휴무인 데를 온 게. 심지어 그 주변에 다른 막국수집이 생긴 게 맵에 뜨길래, 그럼 거길 갈까? 해서 거길 찾아갔더니, 거기가 망했어요. 하여간에 뭐 계획대로 되는 게 없었어요 그날. 근데 그게 너무 웃긴 거예요. 저도 웃기고 아마 오막도 웃겼을 것 같아요.

그러고서는 결국에는 완전 다른 데를 갔어요. 그 고기리 동네를 벗어나서 다른 데를 가서 다른 걸 먹었어요.

그러고서는 사귀고 나서 고기리막국수를 다시 갔어요. 이번에는 휴무일이 아닌 걸 확인하고. 그래서 저번에는 안 사귈 때 갔던 그 길은 이번에는 사귀는 상태로 간 거예요. 그러면서 얘기한 거예요. “그때 우리 안 사귈 때 여기 휴무고 그 옆집은 망하고 되는 거 하나 없고, 얼마나 웃겼냐.” 그러면서 그때도 웃겼고 지금도 웃기다. 하여간에 우린 너무 웃기다. 

이런 경험을 했는데. 이것이 어떤 사람들한테는 경험이라기에도 너무 소소한 사건이라서 경험이라고 부를 수도 없을 수도 있지만, 저는 좀 신선했어요. 

이것이 그러니까, 계획 없는 삶이라기보다는, 계획이 아주 광대한 삶이라고 저는 지금 해석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제가 예전부터 말했던 꼭지점 있죠? 정말 그거만 남기되 그것을 진짜 정말 더 저 멀리 찍는 거예요. 그리고 전에도 제가 생각했던 건데, 이… 아주 장기 계획이거나 아주 단기 계획이 아니면 그 중간 계획은 좀 이도저도 아니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이… 이를테면 10년 계획이나 1주일 계획은 있으면 좋은데, 1년 계획이 진짜 애매하다, 이런 경우가 많았던 거 같은데, 그걸 이번에 한국 가서 더욱 느끼고 왔습니다.

진짜 광대한 계획과 지금 당장 코앞에 있는 것만 마음에 품으면 된다.

그리고 광대한 계획이란 건 아주 디테일할 필요가 없다. 얼마나 광대해도 되냐면, 나는 신나게 살 것이다 같은 광대한 계획이어도 된다. 좀 더 디테일해도 상관없긴 하지만. 예를 들어 저도 지금 갖고 있는 꼭지점이 어… 가장 큰 꼭지점이 저런 느낌인 것 같긴 해요. 신남, 평화로움, 보람, 이런 느낌들. 그렇지만 덜 광대하되 그래도 좀 광대한 꼭지점은 이를테면 내가 누구와 어디에 살고 싶다. 이런 일들을 이런 사람들과 하고 싶다. 하루 중 이 정도의 시간은 내가 사는 사람, 내가 좋아하는 나와 일하는 사람들과 이런 정도의 여유를 가지면서 쓰고 싶다. 이런 것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당장 코앞에 있는 건, 그 광대한 계획들이 당연히 그렇게 될 걸 알고 사는 것을 말합니다. 나의 광대한 목표가 신남 평화로움 보람이면, 고기리막국수가 휴무라고 해서 실망은 좀 할 수 있지만 그게 엄청 화가 날 일은 안 되는 거잖아요. 별로 그러니까… 별로 중요하지가 않아요. 특히나 만약에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이 애인이든 친구든 곧 애인이 될 친구든, 걔가 좋아. 그러면 걔랑 고기리 막국수를 가든. 고기리 칼국수를 가든. 뭘 하든 말든. 별로 중요하지가 않더라고요.

다행히 오막도 이 측면에서 저랑 비슷합니다. 저를 만나는 날에 오막이 투두리스트에 쓰는 것은 “어디 가서 뭐 먹기”가 아니래요. “이 영화관에 가서 이거 보기”도 아니래요. 그런 자잘한 거 말고, “아임이 만나기.” 요걸 쓴다고 합니다. 만났으면 그걸로 오늘 할 일 끝난 거야. 만나서 뭘 하든 말든 이미 재밌기로 정했기 때문에 재밌다. 그래서 한강에서 6시간을 죽치고 수다를 떨든, 춘천을 가든 속초를 가든, 고기리막국수가 휴무든 말든, 상관이 없다.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저도 모르고 오막도 모릅니다. 근데 또 저도 알고 오막도 안다고 생각해요. 20년 동안 제 무의식에 침투할 정도면 오막도 알지 않을까. 여러분? 놀랍게도, 제가 항상 하는 쌉소리들 있잖아요? 오막이 거기에 대해서 위화감을 안 느끼더라고요. 얘도 우리가 아는 걸 알고 있습니다. 이미 예전부터 실천하고 있는 거 같던데요. 좀 깜짝 놀랐어요. 제가 지금까지 만났던 사람들도 다 만날 만해서 만난 사람들이었고 좋았지만, 본받아야겠다는 생각을 한 건 신승진이 처음인 것 같아요. 본받을 점이 많다. 이렇게 운동 좋아하고 체력이 어마어마한지도 몰랐는데, 사상이 섹시할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이것도 약간 아까 말한 것과 좀 통합니다. 재밌기로 결정하고 나면 재밌습니다. 이게 원인과 결과의 순서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아주 불공평하고 잔인한 이야기일 수도 있고, 당연한 이야기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왜 결과라고 여기던 게 사실 원인이고 원인아라고 여기던 게 사실 결과인지를 한 에피소드에서 다 설명할 순 없어요. 그런데 정말 매번 강조하건데, 긍정병 걸리라는 뜻이 아닙니다. 긍정하고 아무 상관이 없어요. 그보다는 내 꼭지점이 뭔지, 내가 나에게 걸맞은 게 뭐라고 여기는지, 진짜 진심으로 마음 깊은 곳에서 뭐라고 여기는지와 관련이 있습니다. 재밌다고 결정하면 재밌듯이, 내가 만나는 사람이 최고라고 결정하면 진짜로 그 사람이 최고가 됩니다. 

어… 제가 작년에 좀 힘들었잖아요? 그걸 아임 드리밍에서 직간접적으로 드러냈었는데, 그 이유 중 하나가, 내가 만나는 사람이 뭘 해도 모자라다고 여기는 사람들 때문이었어요. 거기에 대해서 제가 뭐 상세하게 설명을 하고 싶진 않은데, 하여간에 이게 심하면 사람이 죽어나갈 수가 있는지라, 그리고 말 그대로 죽어나가지 않더라도, 사는 게 지옥인지라, 저는 오막 만나기 전부터 결정을 하고 있었거든요. 저러지 말아야겠다. 저럴 거면 아무도 만나질 말아야겠다. 그래서 오막 만나기로 했을 때 결정했어요. 신승진은 최고다. 만약 최고 아닌 것처럼 보이는 게 있어도, 그게 나라는 걸 알아요. 그리고 그게 뭔가 그냥 참고 살아야지, 이런 걸 말하는 게 아니에요. 내가 자유로워지면 상대방이 자유로워지는 걸 봤어요. 그… 승진이랑 사귀기 전에 어떤 한 순간이 있었거든요. 제가 자유로울 때 승진이가 자유로워지는 걸 봤어요. 그래서 저는 그것만 기억하면, 얼마나 얘가 저를 완벽하게 비추는 거울인지를 기억하면 잘못될 게 없다고 여기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알지 않나. 꼭지점이 알아서 겹치는 거 같던데. 제일 광대한 계획하고, 덜 광대하지만 꽤 광대한 기간에 가고 싶은 곳이 겹치면, 우리가 할 일은 지금 당장 코앞에 펼쳐진 걸 보는 일이다. 그래서 몰라도 상관없고 알아도 상관없으니까 결국 아는 게 되는 거 아닌가?


마무리할 시간입니다.

이번 시즌, 시즌 5, 누아르 어바니즘 시즌이 끝나면, 무시즌제로 가겠습니다. 인생이 너무 랜덤해져가지고 시즌제가 무의미해질 것 같아요. 일단 다음 주에는 다시 누아르 어바니즘 얘기를 할 건데, 이것도… 아… 지금 챕터 8, 9, 10이 남았는데, 중간중간에 잡소리 에피소드를 넣을지, 아니면 8, 9, 10 다 하고서 다른 얘기를 할지, 모르겠습니다. 9월에 우리 이혜원 기획자가 누아르 어바니즘과 관련된 전시를 하는데, 그때쯤까지는 이 테마를 마무리했으면 좋겠네요. 여러분, 우리 이혜원 친구가 신진미술인 프로그램에 선정되었어요. 그래서 SeMA Bunker라는 곳에서 9월에 전시를 하는 것인데, 정확히는 9월 12일 목요일부터 10월 3일 목요일입니다. 신진미술인 경쟁률이 어마어마하다는데, 우리 혜워니 친구, 역시 우리 혜워니 친구예요. 엄청나요.

그리고 오막, a.k.a. 신승진, 앞으로 잦은 빈도로 출연하게 될 것이다.

오늘 에피소드에서 언급된 각종 토픽들 중 링크할 수 있는 것이 있으면 전부 쇼노츠에 올려놓을 거고요, 제 홈페이지에 가시면 녹취록을 보실 수 있는데, 그 링크 역시 쇼노츠에 올려놓겠습니다.

여러분에게 특이 취향 친구가 있으시면, 이 팟캐스트에 대해 얘기해주세요.

그럼, 아직 깨어 계신 분들도, 잠드신 분들도, 좋은 꿈 꾸시길 바랍니다.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한아임이었습니다.


모든 링크

🌃🤖👁‍🗨 『누아르 어바니즘: 현대 도시의 디스토피아적 이미지들』

모든 음악

Opening

  • The Play – Instrumental Version – Eli Benacot

Within episode

  • Jimit – YOLO – Instrumental Version
  • Seth Parson – Waiting
  • Aves – Smile

Closing

  • St. Charles – Mark Yencheske

제가 하는 모든 일은 여기에 정리되어 있습니다.

https://hanaim.imaginariumkim.com

© 2024 한아임

소개

✨ 한아임입니다. 제가 하는 모든 일에 대한 기록은 여기에 있습니다.